스토킹 범죄의 공포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는 연예인들이 끊이지 않는가 하면, 최근 노원구에선 세 모녀가 스토커에게 피살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또, 구애를 받아주지 않는다며 직장 동료를 흉기로 찌른 남성까지. 도 넘은 집착은 참혹한 결말을 낳았다. 유형도 갖가지다. SNS에 노출된 개인정보를 악용해 접근하는 경우, 고객을 가장해 의도적으로 접촉하는 경우, 헤어진 연인에게 사랑을 요구하는 경우 등등. 스토킹의 본질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려는 그 자체다.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9월부터 가해자에 대한 징역형 처벌이 가능해졌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이 핵심이다. 10만 원 이하의 경범죄 정도로 분류돼온 과거보단 진일보한 법안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했던가. 안 될 말이다. 거절했는데도 찍으면 그것이 ‘스토킹’이다.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느냐 했던가. 그 또한 옛말. 들어갈 수 없는 골대로 계속 발차기 하면 ‘스토킹’이다. 수많은 피해자가 겪었을, 여전히 겪고 있는 이야기들을 들여다본다.

참고자료 <범죄는 나를 피해가지 않는다>, 국민청원 게시판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드는 의문이 있다. ‘대체 왜?’ 범행 동기는 차치하고, 한 인간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지나온 배경에 대한 의문이다. 유명인사는 물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스토킹.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는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금일 오전 검찰에 송치되던 김태현이 스스로 마스크를 벗고 ‘죄송하다’고 언급했다. 일종의 쇼맨십일까. 그건 아니고 본인 마음이 편하고 싶어서다. 사람을 세 명이나 살해했다. 공개적으로 무릎을 꿇는다 해서 감형될 가능성은 없고 본인도 알 것이다. 자해를 시도했다는데 내가 판단할 때  김태현은 죽을 용기도 없다. 범행 장소에서 2박 3일을 머물렀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두려워 극단적 선택을 할 거였다면,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근본적으로 그럴 마음이 없었던 걸로 보인다.  
 
김태현이 세 모녀를 살해하기 전까지 큰딸을 스토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토킹 범죄의 범위가 어떻게 되나. 행위 유형이 워낙 다양해서 범주화를 하기 쉽지 않다. ‘stalk’가 적이나 먹이에 은밀하게 다가간다는 의미인데 여기에 ‘ing’를 붙인 게 스토킹이다. 병적으로 일방적이게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3월 국회에서 제정된 ‘스토킹 처벌법’에 따르면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영상 등을 도달하게 해 상대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가 스토킹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남성의 스토킹이 주로 알려져 있는데, 반대의 경우도 있으며 동성 관계의 스토킹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 스토킹이 공론화된 계기는? 1990년대 후반 김창완 씨가 11년 동안 스토킹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요즘말로 ‘관종’이라고 하지 않나. 남한테 관심 받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갖고 있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중에 ‘소속 욕구’가 되게 중요하다. 소속된 데서 우뚝 서고 싶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단 욕구다. 
 
스토킹 범죄가 특히 위험할 수 있는 이유가 있나. 혼자 생각해서 판단해버린 뒤 일방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스토커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한다. 사고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는데, 피해자가 그 사고방식을 알 수 있겠는가. 저 사람이 나를 향해 칼을 겨누고 있단 걸 모른다. 상대가 친절하지 않으면 자아존중감이 떨어진다고 스스로 판단해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자존심은 높고 자존감은 굉장히 낮다. 자존감이 어느 정도 형성된 사람은 상대가 굳이 친절하지 않아도 스스로 그 상황을 소화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생각났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여성이 70대 손님에게 친절하게 대하다 사랑 고백까지 받게 됐단다. 남성과 여성은 근본적으로 사고 구조가 다르다. 차별이 아닌 차이다. 남자는 여성이 친절을 베풀었을 때 자신이 성적 매력이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꽤 있다. 손님 대접을 했을 뿐인데, ‘내가 원래 이성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이구나. 그동안 모르고 살았구나’ 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고 판단해버린다. 우리 딸에게도 늘 말한다. 네가 생각했을 때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면 친절의 범위를 정해두고 그것을 넘지 말라고. 슬픈 말이지만 상대를 착각하게 하는 것도 죄악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성을 좋아하는 감정이 스토킹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있나. 어릴 때 굉장히 유명한 여성 배우를 길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TV에서 자주 봤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인사를 했는데, 그 배우는 쓱 보고 지나가더라.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이런 경우는 많다. 문제는 그 속상한 마음이 어떻게 진화하느냐는 것이다. 그런 감정이 건전하게 발전하면 팬클럽에 가입해 응원을 한다. 주관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행동을 취하면서 문제가 된다. 
 
스토커는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인 걸까. 그건 아니다. 스토킹하는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게 거부당하는 것이다. 그들의 어린 시절 자료를 모두 본 건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그 시기에 받았어야 할 부모의 애정과 관심이 부족했다. 특히 어머니. 부모가 이혼한 상태이거나 어머니로부터 거부를 당하거나, 어머니가 굉장히 냉담한 성향이거나. 어머니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과 관심을 채우고 싶고, 더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집착하고 통제하려 드는 거다. 연상의 여성이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고 관심을 가져주면 그 대상을 어머니와 동일시하게 된다. 
 
앞서 동성 스토킹도 존재한다 했다. 이 경우는 ‘동성애’에서 비롯된 것인가. 성적 관계라기보단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스토킹이라는 게 처음부터 괴롭히고 싶어 덤비는 게 아니다. 성적인 감정을 떠나 관심을 받고 싶은 거다. 주체가 남성, 여성이 되면 성적인 요소가 생기는 것이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여성 스토킹은 그 반대 경우와 어떻게 다른가? 기본적인 심리 상태는 똑같지만 여성 스토킹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다. 그래서 은폐성, 은밀성을 띤다. 직접 나서서 납치를 할 순 없으니 독극물을 먹인다든가… 스토킹뿐만 아니라 여성에 의한 범죄들이 그렇다. 
 
 
스토킹이 시작되면 중단시킬 수 없나. 아무래도 끝을 보기 전에는…. 가해자 본인 스스로 단념해야 하는 건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옛 속담이 있지 않나. 그런 심리다. 과거에는 무조건 ‘들이대면’ 된다고 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사이코패스와 스토커를 동일하게 봐도 되나. 합리적이지 않다. 스토커 중에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앞서 말했지만 스토킹은 인간관계에서 출발한다. 
 
피해자 입장에선 ‘무관심한 태도’가 가장 안전한 방법이지 않을까. 무관심이 아니라 절제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담자가 피상담자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피상담자의 요구에 따라 상담 장소 밖에서 여러 번 만난다? 안 되는 거다. 어느 순간엔 딱 (관계를) 끊었어야 한다. 
 
너무 어려운 문제다. 이번 세 모녀 피살 사건과 관련해 큰딸에 대해 ‘그러니까 왜 정모에 나갔느냐’는 댓글을 봤다. 피해자 비난이다. 2차 피해. 실제로 그 여성은 (김태현에게) 상당히 쌀쌀하게 대했다. 
 
집 안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 되어버렸다. 개인적으로 스토킹 범죄를 최대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우선 SNS에 자신을 드러내는 걸 자제해야 한다. 스토커가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얻기 너무 좋은 수단이다. 또 상대방이 잘못 해석하지 않도록 애매한 태도는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스토커가 한 번 (범행할) 마음을 먹어버리면 대책이 없다. 
 
김태현 같은 존재가 어디든 있을 수 있다는 게 참 무섭다. 과거에는 한 방에 형제 네다섯 명이 지내는 게 흔했다. 그러다 보니 무슨 일이 생기면 함께 상의하며 지내지 않았나.몸은 불편해도 그게 훨씬 건강했던 거다. 요새는 아이들이 자기 방에서만 지낸다. 결국 ‘소통의 부재’가 제일 문제다. 군중 속의 고독. 내면을 털어놓고 소통할 수 있는 상대가 없는 시대다. 독서량은 부족하고 인터넷 게임 시간이 늘면서 양질의 대화가 사라졌다. 사고 능력이 퇴화될 수밖에 없다. 만약 김태현 주변에도 그런 친구, 가족이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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