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닫혀 있던 미술관들이 슬슬 문을 열기 시작했다. 코로나와 별개로, 지난 2017년 3월부터 지금까지 4년여의 긴 휴식을 취했던 삼성미술관 리움도 재개장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홍라희 관장에서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정식 데뷔를 앞두고 있는 지금, 재벌가 미술관의 달라진 판도를 짚어봤다.
# 삼성미술관 리움 
이서현 관장 성공 데뷔 여부 주목 
 
지난 2017년 3월부터 현재까지 4년여의 긴 휴식을 취했던 삼성미술관 리움의 재개장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미술계에 따르면 최근 리움은 새로운 기획 전시를 위해 국내 미술관에 소장품 대여를 문의하는가 하면, 직원 채용 절차도 진행했다. 
 
 
리움의 재개관 전시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자 리움 운영위원장의 색깔이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한국 미술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리움 미술관은 그동안 관장 자리가 공석이었고, 전시도 열지 않았다. 오랜만의 공백을 깨는 전시를 차기 관장으로 꼽히는 이서현 이사장이 진두지휘하면서 재개관에서 어떤 그림을 펼칠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다. 
 
현재 리움의 관장 자리는 공석이다. 지난 2017년 3월 홍라희 관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한 이후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다. 사퇴 당시 구속 수감 중인 아들 이재용 부회장과의 연관성을 두고 호사가들의 여러 해석이 있었지만, 홍 전 관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면서 간단하게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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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대로 홍라희 전 관장은 미술잡지 <아트프라이스> 등이 선정한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대표적 인물’ 설문조사에 항상 이름을 올릴 정도로 한국 미술계에서 존재감 있는 인물이다. 미술계 인사들은 “홍 전 관장의 뒤를 이어 딸인 이서현 이사장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리움의 미래뿐 아니라 나아가서 한국 미술계의 판도까지 점쳐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2018년 말부터 미술관 발전을 위한 주요 사항을 논의하는 운영위원회의 신설과 함께 운영위원장으로 위촉됐다. 현재 관장 자리가 공석인 만큼, 재개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서현 이사장이 관장 자리에 앉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이병철 선대 회장의 3세들이 본격적으로 미술 사업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예원학교, 서울예술고,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서현 이사장은 예술사업 분야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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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선재센터 김선정 관장 
전문성 겸비한 미술계 리더 
 
재벌가 미술관 세대교체의 좋은 예를 꼽으라면 단연 아트선재센터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외동딸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은 2016년 초 어머니 정희자 여사의 자리를 물려받아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를 지낸 김 관장은 큐레이터로도 활동한 미술 분야 전문가다.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미국 크랜브룩 대학원을 졸업한 김 관장은 뉴욕에서 백남준을 만난 뒤 기획자의 길을 걷고 있다. 국내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이자 소문난 일벌레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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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커미셔너, 2012년 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 2014년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문화정보원 예술감독을 역임한 김 관장은 2017년 7월 광주비엔날레 대표로 취임했다. 1995년부터 시작된 광주비엔날레 역사상 첫 여성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다.  
 
전시기획자인 김 대표는 어머니를 도와 미술관을 경영한 경험과 전문성을 겸비한 미술계 리더로 평가받는다. 1998년 개관한 아트선재센터는 전시, 상영, 퍼포먼스 및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과 예술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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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림미술관 이해욱 관장 
금남(禁男)의 영역에 들어온 재벌 3세 
 
대림그룹 이해욱 회장은 일찌감치 재벌가 미술계의 판도를 바꾼 주인공이다. 모친인 한경진 관장이 1993년 대전에 설립한 한림미술관이 2002년 서울로 옮겨졌고, 이듬해인 2003년부터 대림미술관 관장직을 맡아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당시만 해도 ‘미술관은 재벌가 안방마님들의 놀이터’라는 인식이 컸던 터라 ‘남자’인 이 회장이 관장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됐다. 그러나 그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이 회장의 깊은 미술에 대한 조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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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은 젊은 감각의 전시로 20~30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2002년 개관 당시 ‘사진 전문 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2010년 영국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수집품 전시회를 계기로 색깔을 확 바꿨다. 이후 샤넬 칼 라거펠트, 사진작가 라이언 맥긴리, 가구 디자이너 핀 율 등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시를 이어가면서 대림미술관만의 색깔을 만들어왔다. 
 
이후 한남동에 D뮤지엄을 새로 개관하면서 미술관의 문턱을 낮췄다는 호평을 듣는 중이다. D뮤지엄은 단순한 미술관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기존의 틀에 짜인 전시와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벽을 허물면서 많은 대중들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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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최윤정 이사장
‘인천의 루브르’ 만든 베일의 내조자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는 미술애호가들의 새로운 성지다. 축구장 46개에 달하는 면적에 3,000점이 넘는 예술품이 배치되어 있다.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데미안 허스트의 ‘골든 레전드’,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 카우스의 ‘투게더’ 등 현존하는 작가들의 굵직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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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곳이 개관하면서 파라다이스그룹 안주인인 최윤정 파라다이스재단 이사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외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던 최 이사장은 2013년 재단 이사장으로 부임했다.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를 꾸린 것도 최 이사장이다. 그는 문화예술은 많은 사람과 공유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2년 연속 영국의 미술 전문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 남편인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호텔 곳곳에 예술 작품이 있고 별도로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대중이 좀 더 일상적으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문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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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
이혼소송 중에도 활발히 활동 
 
SK그룹의 미술관인 아트센터 나비는 최태원 회장 부인 노소영 관장이 이끌면서 존재감을 갖춘 곳이다. 예술과 정보기술을 접목한 미디어 아트 전시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트센터 나비의 전신은 워커힐 미술관이다. 선경 최종현 회장의 부인인 박계희 관장이 자신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개관한 곳이다. 프랭크 스텔라, 알렉산더 칼더, 마르셀 뒤샹 등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300여 점과 다수의 국내 작가 작품을 갖추면서 전통적인 미술관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노소영 관장이 이곳을 물려받으면서 분위기를 확 바꿨다. 2000년 12월 종로구 서린동의 SK사옥에 아트센터 나비로 재개관했고, 예술과 정보기술을 접목한 미디어 아트 전시공간으로 성격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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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아트센터 나비는 미디어 아티스트와 과학자들의 창작의 장을 넓히고 디지털 문화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와 관심을 확산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전통 미술품에 치중했던 기존의 미술관식 전시에서 탈피해 멀티미디어 중심의 전시에 중점을 두면서 미술계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현재 노 관장은 아트센터 나비의 행보보다는 최태원 회장과 이혼소송으로 언론에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올해 9월 열리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큐레이터로 위촉되는 등 여전히 미술계에서는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 굉장한 실력파로 알려진 노 관장은 ‘미술관이 재벌 사모님들의 고상한 취미’라는 편견을 깨뜨린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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