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검찰총장 임기를 겨우 4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윤석열 전 총장은 2019년 검찰총장이 된 이후 늘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윤 전 총장뿐 아니라 아내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도 남편과 함께 주목받았다. 대통령 출마 뜻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과 김 대표는 현재 두문불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총장의 행보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요즘, 부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윤 총장 내외의 집이 있는 곳으로 직접 가봤다.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 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윤 전 총장은 따로 퇴임식 없이 대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서 사의 표명을 밝혔다. 그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면서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라고 말했다. 또한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의 기수 파괴라는 파격적인 인사 결정으로 제43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임기 내내 정권과 계속해서 갈등(?)을 빚었다. 아내인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와 장모의 불법행위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가족을 둘러싼 의혹과 정권과 갈등을 빚던 그는 결국 스스로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임기를 겨우 142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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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렬 전 검찰총장과 김건희 대표

 

6월 출판기념회, 전시기획은 아직… 
 
윤 전 총장은 총장직 사퇴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기자들이 “사퇴 이후 정치에 입문할 계획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가 향후 일정에 대해 밝히진 않았지만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가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미 여론은 그를 유력 대선주자로 점찍어 놓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3월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이 37.2%의 지지를 받아 지지율 1위에 올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4.2%),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13.3%) 순이다.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고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대선주자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였다. 이른바  ‘윤석열 대망론’이 떠오른 것은 2020년 10월 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시초였다. 임기를 마친 후 정치를 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정계 입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으로 풀이했다.
 
2020년 11월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야 주요 정치인 1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이낙연 위원장(20.6%)보다 0.8%p 뒤처진 19.8%로 나타났다. 같은 해 12월 말 같은 기관에서 다시 한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처음으로 오차범위 밖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이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23.9%로 공동 2위인 이낙연 위원장, 이재명 경기도지사(18.2%)를 따돌렸다. 이후 윤 전 총장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꾸준히 1위를 지키고 있다.
 
여론은 그를 대선주자로 꼽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조용하다.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은 4·7 재보궐 선거까지는 향후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고 선거가 끝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측근은 “윤 전 총장이 6월 중 출판기념회를 열어 본격적인 대선주자로서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며 “재보선 선거 때까지 모든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장직 사퇴 후 모두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이때, 윤석열 총장과 아내 김건희 대표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이들 부부의 근황을 살피러 부부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한 주상복합아파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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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집 앞에 지지자가 두고 간 인조 벚나무

 

윤석열 집 앞 지지자가 두고 간 인조 벚나무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윤 전 총장이 사퇴한 뒤 꼭 12일째 되던 날이었다. 윤 전 총장 부부가 사는 주상복합아파트 정문에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언덕에 지지자들이 보낸 인조 벚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을 만큼 화려한 꽃분홍색 이파리가 인상적이다. 이날은 날씨가 쌀쌀해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이 없었지만 인조 벚나무 앞을 지나는 사람 대부분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벚나무는 윤 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다음 날 배달됐는데, 화분 리본에는 ‘윤석열 총장님 국민을 위해 헌법과 법치를 수호해주세요’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 일동’이라고 적혀 있다. 
 
기자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이 벚나무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이가 있었다. 근처에 다가가 자세히 보니 윤 전 총장의 지지자로 보이는 유튜버였다. 휴대폰에 방송용 마이크를 부착한 그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윤 전 총장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정문 근처를 오가며 방송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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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주상복합아파트 상가에 있는 코바나콘텐츠 사무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주상복합아파트 상가에 있는 코바나콘텐츠 사무실.

 

같은 아파트의 상가에는 아내 김건희 대표가 운영하는 코바나콘텐츠의 사무실이 있다. 지난해 주가조작 의혹 이후 김 대표를 만나기 위해 기자가 여러 차례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상가 끄트머리에 위치한 김 대표의 사무실 바로 앞에는 입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이 건물에서 근무하는 경비실 직원에 따르면 사무실로 난 엘리베이터를 타면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이 바로 나온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코바나콘텐츠는 해외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국내로 들여와 전시를 진행하는 전시기획사이다. 2007년 설립된 코바나콘텐츠는 ‘까르띠에 소장품 전’을 시작으로 ‘앤디 워홀 전’, ‘샤갈 전’ 등을 기획했다. 2015년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이자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인 ‘마크 로스코 전’을 기획해 업계에서 인정받는 기획사로 성장했다. 이 전시로 인해 김 대표는 2015년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에서 ‘최다 관람객상’과 ‘최우수작품상’ 등을 받았다. 이후 현대조각의 거장인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 현대 건축의 아버지인 ‘르 코르뷔지에 특별전’, 프랑스 트루아 미술관 소장품을 소개하는 ‘야수파 걸작선’ 등을 기획했다. 
 
코바나콘텐츠가 가장 최근 기획한 ‘야수파 걸작선’ 전시 기간 중 윤 전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됐다. 그 때문인지 당시 내로라하는 정계인사들이 전시 개막식에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사기업이 주최하는 전시에 정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통유리로 되어 있는 사무실은 원래 한쪽은 흰 벽으로 내부가 가려져 있고 다른 쪽은 시트지가 붙어 있는데 내부가 훤히 다 보이는 구조였다. 하지만 약 4개월 만에 다시 와보니 불투명한 시트지를 붙여 바깥에서 내부를 볼 수 없게끔 가려놓았다. 안쪽에서 불빛이 새어나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아무도 바깥에 나오지 않았다. 이곳은 바깥에서 문을 두드려도 잘 들리지 않는 구조인 데다 초인종도 설치되지 않아 내부에서 사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점심시간쯤이면 누군가 나오겠거니 싶어 그때까지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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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서 위조 혐의로 재판을 받고 나오는 윤 전 총장의 장모.

 

사퇴 후 윤석열 집 앞으로 모여든 취재진들
 
주상복합건물 상가 쪽 출입구에 있는 경비실 직원에서 최근에 윤 전 총장 내외를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총장님이요? 사퇴하시고 나서는 기자들이 쫙 깔려서 잘 안 나와요. 사퇴 전에는 저녁이면 상가에 있는 헬스장에 운동도 하러 오고 그랬는데 이제는 아예 보이지 않아요. 아파트 보안실에서 기자들이 나타나면 다 보고를 하거든요. 요새 워낙 기자들이 많이 오니까 아무래도 부담스럽겠죠. 해가 떠 있을 때는 기자들이 있다가 저녁이면 보통 빠지는데, 기자들이 가고 나서도 안 내려오더라고요. 잘 안 보이던 사람인데 더 보기 힘들어졌어요.”
 
윤 전 총장은 사퇴한 지 사흘 후 아내의 사무실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된 적이 있다. 하지만 취재진을 만나자마자 몸을 틀어 도망치듯 집으로 향했다. 언론과의 만남을 철저히 피하는 모습은 그 후로도 여전한 듯 보였다. 
 
최근 김 대표의 모습을 본 적 있는지도 물었다. 경비실 직원은 “내가 이 건물에서 근무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사모님은 딱 두 번 봤다”며 “두 사람이 같이 운동하러 가는 모습을 봤다. 총장님이 사모님을 데리고 운동을 다니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고 전했다. 
 
 
다른 층에 있는 한 음식점에도 최근 윤 전 총장 내외를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4개월 전 기자가 방문했을 때 윤 전 총장의 목격담을 전해준 곳이다. 그때만 해도 이곳의 주인은 “윤 전 총장이 즐겨 입는 회색 경량 패딩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 “수더분한 모습이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인데 참 점잖아 보였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최근 기자들이 많이 다녀갔기 때문인지 이들은 4개월 전과 다르게 말을 아꼈다. 기자가 질문하면 어쩔 줄 몰라 하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곳에서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서 다른 상가로 향하던 때였다. 기자가 있는 쪽을 향해 오는 한 여성의 얼굴이 매우 낯이 익었다. 마스크에 얼굴이 가려졌지만 여러 번 보아 익숙한 얼굴, 코바나콘텐츠의 직원이다. 그는 어딘가를 들렀다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를 쫓아가 인사를 건넸다. 기자의 얼굴을 확인한 직원 A 씨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을 때마다 A 씨를 만났다. A 씨의 입장에서는 올 때마다 곤란한 질문을 하는 사람이니 달갑지 않은 만남일 것이다. 기자가 “김건희 대표님 사무실에 계시냐”는 질문을 끝마치기도 전에 그는 “아니요, 안 계세요”라고 말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전시계획이 없다고 했는데 올해는 있느냐”고 물어도 답은 똑같이 “아니요”였다. 
 
A 씨와 기자가 사무실 앞까지 도착했을 때 사무실 안쪽 문이 열려 있었다. A 씨는 당황하며 재빠르게 사무실로 들어가 안쪽 문을 닫았다. 사무실 안쪽에서 강아지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알려진 대로 윤 총장 내외는 반려견 네 마리와 반려묘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 기자가 이곳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강아지 짖는 소리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런 점을 미루어보아 사무실에는 김 대표가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김 대표의 모습을 확인하려 했지만 굳게 닫힌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김 대표는 남편이 검찰총장에 있을 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매매 특혜 의혹과 코바나콘텐츠 전시 협찬 의혹을 받았다. 또한 윤 전 총장의 장모인 최 모 씨도 여러 가지 의혹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중이다. 요양병원 불법 설립 및 의료비 부정 수급과 불기소 의혹을 비롯해 경기도 성남 도촌동 땅 매입 과정 중 사문서 위조 혐의와 부동산 차명거래 혐의 등이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최 씨의 사문서 위조 혐의와 부동산 차명거래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고 약 4개월 뒤인 3월 18일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최 씨는 재판부에 두 번째 공판을 비공개 및 방청 금지를 신청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거절했다. 
 
최 씨는 도촌동 땅을 사면서 전 동업자인 안 모 씨의 사위 등의 명의로 계약하고 등기한 혐의에 대해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안 씨가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정보를 취득하는 데 쓰겠다고 해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씨의 최종 공판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최 씨의 재판 결과가 차기 대선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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