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선수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시작된 학폭 논쟁이 뜨겁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 가해를 시인하는 사람 또는 인정하지 않는 사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야 할 학창시절이 폭력으로 얼룩졌다. 신체 위협을 비롯해 언어폭력, 정신적 가해 행위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피해자들이 말하는 학교폭력의 실태, 관련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짚어본다.

참고자료 해맑음센터 상담사례집, 국민청원 게시판
 
한 연예인의 학교폭력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나를 때린 사람은 유명인이 아니라 밝힐 수도 없다.’ 댓글 작성자와 같은 심경을 가진 사람들은 또 있다. 실제 사례를 각색해 ‘이런 피해자’도 있음을 알린다.  
 
19세 A군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 더 버틸 자신이 없어요”
 
 
저는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게 좋았습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가장 행복했어요. 그날도 수업을 마치고 친한 여자 친구 두 명과 하교를 하고 있었는데요. 친구들이 다른 반 남자 애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털어놓더라고요. 저는 “그래? 그랬구나” 하면서 맞장구 쳐준 게 다였어요. 다음날 교내 복도를 지나가는데 저 멀리서 다가온 남자 애들 몇 명이 길을 막더니 제 얼굴을 세게 쳤어요. 그러곤 “야, 네가 내 욕 하고 다녔다며? 착한 척은 다 하더니” 하면서 또 얼굴을 때렸어요. 너무 아프기도 했지만 다른 반 친구들이 보는 데서 맞았다는 게 너무 창피했어요. 이튿날엔 학교도 가지 않았어요.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려고 그때 얘기했던 여자 애들한테 카톡을 보냈거든요? 제가 욕을 한 주동자라는 거예요. 둘이서 입을 맞춘 거죠. 황당하고 분하고…. 밤늦게 반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저희 집 근처 초등학교라며 잠깐 나오래요. 이 친구한테라도 진실을 알리고 싶어 빠르게 나갔더니 전날 저를 때린 애들이 있었어요. 저를 쳐다보던 그 눈빛, 아직도 잊히질 않아요. 애들은 제게 수없이 주먹질을 했어요. 분이 풀리지 않는지 돌아가는 길에도 욕을 퍼부었어요. 다 떠나고 저 혼자 운동장 구석에 누워서 엉엉 울었어요. 
 
또 맞을까봐 며칠 동안 등교를 못했어요. 그동안 오해는 더욱 커졌고, 제가 억울함을 호소해도 그 누구도 들어주질 않았어요. 그냥 다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애들은 자꾸 편을 나눠요. 제가 대체 뭘 잘못한 거죠?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너무 힘이 들어요. 남은 학교생활을 버틸 자신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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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B군
“전교생 앞에 나체로 선 기분이었어요”
 
호기심 때문이었어요. 친구 두 명이랑 술을 마셨어요. 처음 마셔본 술이었어요. 주량을 알 리가 없었죠.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했고 눈을 떠보니 집이었어요. 몸 곳곳에 상처가 있었고 욱신거렸지만, 집에 잘 도착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데려다준 친구들도 고맙고. 그런데요, 그게 악몽의 시작이에요. 학교에 갔더니 반 전체가 저를 보며 킥킥댔어요. “왜 웃는 거냐”고 수십 번 묻고서야 알게 됐어요. 함께 술을 마신 친구들이 저를 발길질하며 성희롱하는 영상을 돌려봤대요. 심지어 영상 속 저는 속옷까지 벗겨진 채였어요. 영상에 비친 친구들은 마치 먹이를 가지고 노는 짐승들 같았어요. 주체 못할 정도로 온몸이 떨렸어요. 
 
영상을 찍은 친구들을 찾아가 화를 냈죠. 걔들 반응이요? “뭘 그렇게까지 흥분하느냐”며 저를 나무라더군요. 그중 한 명은 유치원 때부터 가장 친하다고 자부한 친구고, 다른 한 명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로 늘 함께 다닌 친구였어요. 제일 믿었던 친구들에게 배신당한 슬픔과 모욕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요. 
 
더 끔찍한 건 영상이 학교 전체에 퍼진 거예요. 전교생 앞에 나체로 서 있는 기분이었어요. 모든 사람들이 저를 조롱하는 것 같았고 모든 휴대폰이 저를 향해 있는 기분이요. 그날 이후로 심각한 두통이 찾아왔고, 순간순간 숨이 멎을 것 같았어요.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고 호흡이 가빠와 토하고 싶은 적도 많았어요. 병원에 갔더니 공황장애래요. 
 
요새는 하루에 열 번씩 화장실에 가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수업시간, 운동을 하다가도, 하물며 밥을 먹다가도 화장실에 가요. 그냥 배가 너무 아파서요. 뚜렷한 이유도 없이 고통이 찾아와요. 부정적인 생각만 들어요. 그날 일이 떠오르면 무조건 먹어서 살도 많이 쪘어요. 
 
 
18세 D군
“두려움 없이 등교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저를 가해한 애들은 이미 교내 징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 피해는 진행 중입니다. 몸과 마음속 상흔은 아주 오래 이어질 것 같네요.  
 
발단은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하굣길이었어요. 그 애는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와 “너 지금 나오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학교로 찾아가 머리채 잡고 끌고 나오기 전에 네 발로 나와”라고 했죠. 너무 두려워 학교를 떠나지 않고 담임선생님께 협박 받은 사실을 털어놓았어요. 그 사이 그 애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테니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고 저는 바보같이 믿어버렸어요. 
 
그 애가 불러낸 골목길엔 열 명도 훨씬 넘는 애들이 같이 있었어요. 망을 보는 역할을 맡은 애들이었던가 봐요. 그 애는 제 머리채를 잡고 뺨을 수차례 내리쳤습니다. 저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고 얼굴이 심하게 부풀어 올라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웠어요. 정신적 트라우마가 생긴 건 당연했고요. 
 
그 애가 그랬어요. 제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때린 거라고. 저는 등교조차 무서워져 자퇴서를 제출했어요. 그런데 당시 담임선생님은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위주 학사가 운영되니 다시 고려해보라 하셨어요. 그래서 자퇴를 단념했고 선생님의 도움으로 그 애와 그 애 부모님, 저와 저희 부모님까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이 분개하자, 그 애가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하더군요. 부모님은 그 애의 미래를 생각해 용서해주기로 하셨어요. 그것이 문제였을까요. 학교폭력은 이후로 더욱 심해졌어요. 그 애는 매번 저를 노려보며 욕설을 하고, 정신적으로 학대했어요. 심지어 “그때 더 팼어야 한다”며 다른 아이들에게 저를 모욕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저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어요. 학교폭력위원회를 열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에게 내려진 처분은 ‘교내 봉사 10시간’. 상해, 언어폭력, 정신적 학대를 저지른 그 애가 봉사 10시간만 지키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에 울분이 터집니다. 저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는데 말이죠. 
 
학교폭력 가해자가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저를 포함한 모든 피해자들이 두려움 없이 등교하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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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C양
“초등 때 절 괴롭히던 그 애, 중학교에서 또 만났어요”
 
6학년 때 집단 따돌림을 당했어요. 이유는 지금도 몰라요.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고통이 끝일 줄 알았어요. 그 애를 중학교에서 다시 만나기 전까진요. 저를 왕따시켰던 무리 중 한 명이 같은 중학교로 진학했더라고요. 복도에서 얼굴을 마주치자마자 온몸이 굳어버렸어요. ‘중학교 생활도 끝나버렸구나…’ 아니나 다를까, 걔가 저에 대한 루머를 퍼뜨리고 다녔어요. 그거 다 거짓말이거든요. 근데 애들은 다 믿어요. 자기들끼리 SNS에서도 저를 모함했어요. SNS에서 이야기 퍼지는 속도 아시죠? 순식간이에요. 친해질 수 있었던 애들마저 저를 피했어요. 급식소에 혼자 다니는 것도 무섭고 슬프고… 언제부턴가 학교에선 밥을 먹지 않았어요. 
 
학교 밖 사람들도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집에 오면 불을 다 끄고 누워만 있어요. 털어놓을 데도 해결할 힘도 없으니까요. 침대에 누우면 바닥에서 누군가 저를 끌어당기는 기분이 들어요. 하염없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에요. 제 손 보이세요? 다음날 등교할 생각만 하면 저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어요. 더는 뜯어낼 손톱이 없어서 곧 피가 흐를 것만 같아요. 
 
 
피해자 아들을 둔 엄마 E씨
“내 아이를 고통 받게 한 그 아이, 용서해야 될까요?”
 
 
아홉 살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말로만 듣던 학교폭력을 저희 아들이 당하고 있었네요. 그것도 이 작은 시골 학교에서요. 
 
아들네 반엔 열한 명의 남학생이 다닙니다. 그중 다섯 명은 활동적으로 노는 아이들이고 ○○가 대장 역할입니다. ○○는 운동을 잘해서 남자 아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대요. 저희 아들은 2학기 때부터 그 무리랑 어울리게 됐고요. 함께 뛰어노는 게 좋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하루는 ○○가 이유 없이 아들의 명치를 주먹으로 때렸답니다. 이후론 한 달에 한 번 꼴로요. 아이에게 “너는 왜 같이 때리지 않고 맞고만 있었느냐” 물으니, 아이가 “나머지 네 명이 ○○편이라 한꺼번에 달려들까봐 때릴 수 없었다”고 해요.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못한 것도 다섯 명이 한 편이라 자신의 이야기가 거짓말로 들릴 것 같았답니다. 
 
맞서지 않은 제 아들이 더욱 쉬워 보였던가 봅니다. ○○ 무리는 아들을 학교 뒤 공터로 불러내 마스크를 벗긴 뒤 썩은 양파 냄새를 맡게 했습니다. 아들이 쓰고 있던 안경도 떨어뜨렸고요. 변호사에게 문의하니 ‘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래요. 언어폭력도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키만 크고 잘하는 게 없다면서 놀렸답니다.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그런 식의 얘기를 할 수 있는지… 이 모든 건 아들이 불안감을 드러내면서 알게 됐습니다. 아들은 현재 심리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물론 어린아이니까 미성숙하고 실수도 하고, 그러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겠죠. 제 아들이라고 바른 행동만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단순 다툼이었다면, 그리고 1대 1의 상황이었다면 아들이 맞고 왔을지언정 ○○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처벌을 바라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아들이 원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피해 사실을 반복해 묻는 게 미안해 “자꾸 물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면, 아이는 “안 미안해도 돼. ○○가 벌만 받으면 괜찮아”라고 합니다. 한번은 드라마를 보다 누가 맞는 장면이 나오니 “저 사람도 폭력을 당하네?”라고 하더군요. 심장이 찢겨나가는 심정이었습니다. 
 
상대방의 인격을 짓밟고 웃을 수 없게 만들어놓곤, 본인은 밝게 학교를 다니는 그 아이들을 아이라는 이유로 용서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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