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수조 원의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며칠 지나지 않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역시 재산 가운데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사람 모두 부모에게 부를 물려받은 게 아니라 스스로 자수성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팍팍한 시절 전해진 따뜻하고 감동적인 소식을 전한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
# 카카오 김범수 
최소 5조 원 기부, 환원 방식도 파격적 
 
 
그야말로 파격적인 기부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서다.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는 결심을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 다짐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 서약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다.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나갈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김범수 의장의 재산은 10조 원대로 추정되며 최소 5조 원이 기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재계 인사들 가운데 수조 원 단위의 재산 기부를 약속한 것은 김범수 의장이 처음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2월 말 김 의장이 내놓기로 한 기부금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논의된다. 2월 9일 기부 당시 김 의장은 “구체적인 플랜은 크루(임직원) 여러분에게 지속적으로 공유해드리며 아이디어도 얻고 기회도 열어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재단 설립, 현금 기부 등 총수가 먼저 정하고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 뜻을 모으고 공개적으로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김 의장의 파격적인 사회 환원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과거 대학 입시와 스타트업 육성 등 사회문제에 관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적이 있는 것을 근거로, 교육이나 인재 육성 등에 기부금이 쓰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중이다. 
 
김 의장은 1998년 한게임을 창업해 2000년 네이버와 합병시킨 다음 NHN 공동대표를 맡다가 2007년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카카오톡을 출시했고,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했다.  
 
한편 김 의장은 지난 12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33만 주를 아내와 자녀 등 친인척 14명에게 증여했다. 아내와 두 자녀는 각각 6만 주씩, 다른 친인척들은 4,200주에서 2만5,000주를 증여받았다. 이는 대략 1,500억 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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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기빙플레지’ 등록된 김봉진·설보미 부부

 

# 배달의민족 김봉진 
세계 억만장자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 한국인 1호 가입
 
 
김범수 의장에 이어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역시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 우아한형제들은 김 의장이 세계적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의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더기빙플레지는 2월 18일 홈페이지에 김 의장 부부의 사진과 함께 영문, 국문 서약서를 공개했다. 
 
더기빙플레지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2010년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다. 10억 달러(한화 1조 원)가 넘는 자산을 보유해야 가입 대상이 되고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 김 의장은 더기빙플레지 219번째 기부자이자 한국인 첫 가입자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 인도 등에 이어 일곱 번째다. 회원으로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커스 감독,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등이 있다. 
 
김 의장의 재산은 약 1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중 절반을 기부하면 5,000억 이상을 기부하는 셈이다. 김 의장은 ‘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대한민국의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밖에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로 기부를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의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 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수도전기공고와 서울예술대학 실내디자인학과를 졸업했고, 디자인그룹 이모션, 네오위즈, 네이버에 다니다가 2010년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했다. 그동안 사랑의 열매에 71억 원을 기부하는 등 지금까지 100억 원 이상을 기부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펼쳐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 의장의 사랑의 열매 기부금은 역대 개인 기부액 중 최고치다. 음식 배달 중 사고를 당한 배달업 종사자들의 의료비와 생계비로 쓰이고 있다. 
 
IT기업가 기부, 또 누가 있나? 
 
 
김범수 의장과 김봉진 의장의 기부가 화제가 되는 것은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업을 일궈 성공한 자수성가 기업인이라는 점이다. 두 사람 이외에도 IT기업가들의 기부 소식은 꾸준히 들려온다.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는 어린이 전문병원 건립에 사재 100억 원을 포함해 최근 200억 원을 쾌척했다. 김택진 대표가 이끄는 엔씨소프트는 비영리 재단인 NC문화재단을 통해 평균 세전 이익의 1%를 기부한다. 이는 지난해(1~3분기 누적) 기부금만 151억 원으로 업계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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