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를 쓴다. 신체 일부가 노출된 사진을 공유하고 음란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대면 만남도 갖는다. 당사자는 기혼 남녀들이다. 버젓이 불륜을 저지르는 공간, 이른바 ‘기혼 썸 채팅방’에 입장해봤다.
 
“말도 안 돼. 진짜…?”
 
얼마 전 TV 리모컨을 돌리다 우연히 멈춘 채널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아내의 외도를 알아챈 남편의 사연이 나오고 있었다. 내용을 정리하면, 육아 우울증을 앓던 아내가 독서 모임 대화방에 참여하면서 활기를 찾았다. 남편은 아내의 모임을 응원했고 매주 오프라인 활동에 나가는 것도 찬성했다. 그러다 모임 회원 몇몇이 부부의 집에 놀러왔다. 그들은 아리송한 대화를 이어갔다. “남편 분은 마지막 외식이 언제에요?”, “이 사람이 외식을 너무 좋아해서요.” 남편을 제외한 모두가 웃었다. 회원들의 ‘외식’은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 보내는 즐거운 시간’을 뜻했다. 다시 말해, 아내의 독서 모임은 부적절한 관계의 기혼 남녀 집단이었다.  
 
<애로부부> 김진 PD는 사연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연자와 통화하고 사연을 좀 더 자세히 취재한다”고 했었다. 극적인 요소를 더해 각색하지만 사연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고 했다. 제작진 말대로라면 채팅방을 매개로 한 외도는 실제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한 글자씩 또박또박 입력해봤다. ‘기혼’까지만 적었는데 ‘기혼썸대화방’, ‘기혼대화방’이 자동 완성된다. 꽤 많은 사람들이 검색했단 의미다. 둘 중 하나다. 그저 궁금했거나 참여하려 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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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봉’, ‘낮프’, ‘공커’… 그곳의 밀어 
 
기혼 대화방에 입장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오픈채팅방(익명의 사람들이 특정 주제 아래 대화하는 방) 목록에 ‘기혼’을 검색해 끌리는 곳을 눌렀다. 선택지는 무척 많았다. 
 
닉네임을 입력해야 한다. 본명에서 착안한 닉네임을 쓰려다 멈췄다. 알아보는 지인이 있을까 걱정되었다. 번득 스치는 한 글자를 적었건만, 방장이 ‘닉변(닉네임 변경)’을 하란다. ‘닉네임 두 글자, 나이, 사는 곳, 성별’ 순서다. 닉네임 조건을 갖췄다고 해서 대화 준비를 마친 게 아니다. 총 8개 ‘공식 질문’에 응해야 한다. 
 
0. 기혼 N년 차? 주니어?
1. 오톡 경력, 마지막 썸?
2. 사는 곳? 벙 가능지역범위?
3. 썸상형? 이상형?
4. 낮프, 밤프?
5. 주량?
6. 키?
7. 썸? or 친목?
 
1번 질문부터 막혔다. 원래도 줄임말에 약한 사람으로서 ‘오톡(오픈 카카오톡)’을 단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살짝 긴장한 탓도 있다.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한, 상대가 내 신상을 알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은근한 긴장감이 들었다. ‘마지막 썸’을 묻는 의도도 혼란스러웠다. 이곳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기혼임을 알면서도 ‘썸’을 궁금해다니. ‘두 달 전’이라고 나름 둘러대고, 얼마 못 가 또 막혔다. 
 
“4번 질문은 뜻을 모르겠어요ㅠㅠ”
“낮 프리(free), 밤 프리입니다.”
 
보다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때를 묻는 것이었다. 
 
“아 ㅎㅎ 때마다 다른 프리^^” 
이제 막 들어온 멤버를 향한 관심이 쏟아졌다.
 
“ㅎㅎㅎㅎ 오늘 혼자인가요? 자유부인 모드?”
“네네, 반 자유부인.”(실은 미혼이다.)
“다들 가봉하느라 조용한 듯.”
 
흠칫했다. 여기서 ‘가봉’을 ‘바느질’로 해석했다간 낭패될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가봉이 뭐죠?”
“크윽. 가정 봉사. 오톡 초보구나?”
“줄임말에 약해요 ㅋㅋㅋ”
“우리 ○○님 용안 좀 볼까? 얼공. 얼공, 알아? 얼굴 공개.”
“보면 놀라 자빠질 수 있으니 천천히 곧 언젠가 ㅋㅋㅋ”(평소 메신저 프로필에도 얼굴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
 
기존 멤버들의 대화가 쉼 없이 오갔다. 손에서 휴대폰을 놓은 지 10분도 안 돼 수백 개의 메시지가 쌓였다. 육아 스트레스를 털어놓기도, 직장 상사를 뒷담화하기도, 성적인 농을 주고받기도, 오프라인 모임을 계획하기도 했다.   
 
“오빠 오셔써요. 모닝임다.”
“뜨밤이었니?” 
“뜨밤 크으. 박살녀야?”
“어제 세대주 불 일찍 꺼줬는디.”
(…)
“조따극썸인데. 내가 요새 썸을 안 타서 그른가바.”
“벙친다고?”
“내일요. 여덟시 반 XX요.”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의미를 물었다. 한 멤버가 답답했는지 ‘용어 정리’ 사진을 보내줬다.
 
‘1호, 세대주, 하숙생, 주님: 집에 있는 남자, 남편’
‘1호, 프, 와이파이, 캡스, 에스원, 몬스터: 집에 있는 여자, 와이프’
‘외식: 1호 이외 이성과의 즐거운 시간’
‘집밥, 의무방어전: 1호와의 즐거운 시간’
‘육봉: 육아에 충실히 봉사하는 것’
‘일벙: 만나고 싶은 사람 혹은 시간 맞는 사람끼리 일대일로 만나는 것’
‘공커&비커: 공식적으로 알려진 커플, 비공식적으로 몰래 만나는 커플’
‘×커: 엔조이 커플’
‘609호: 서로 애무해주는 것’
‘마트, 시식: 숙박업소. 성관계’
 
 아무나 수시로 입장했다 퇴장했지만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다만 신입 멤버가 입장했을 땐 ‘얼공’을 반강제했다. 공개를 꺼려 퇴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못 이기는 척 얼굴 사진을 공개하는 사람도 있었다. 40대 초반의 여성 A씨가 ‘얼공’ 하자 다수가 환호했다. 사진 속 그는 가슴이 노출된 의상을 입은 채 정면 응시하고 있었다. 이 방의 룰에 따라 사진은 게재된 지 5초 내에 사라졌다.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걸로 봐선, 아주 짧은 시간은 아니다. 
 
A씨가 다음 얼공 대상자로 기자를 지목했다. 단답이나 ‘눈팅’으로 모면해온 관문, 이번엔 쉽지 않은 듯했다. 화제 돌리기를 시도했다. 대뜸 A씨가 메시지를 띄웠다.
 
“기자는 아니겠지.”
 
그의 발언에 다른 멤버들의 의심도 시작됐다. “기자신가?”, “기자십니까”, “취재는 다른 방에서”. 기자임을 확신한 그들을 굳이 더 속일 바에 신분을 밝히고 자세한 취재를 하기로 했다. 
 
“저 기자 맞아요. 취재 중이고요. 솔직하게 질문할게요. 기혼 채팅방에 참여하신 계기나 이유가 뭐죠? 신상 공개에 대한 우려는 없으세요? 우리 익명이니까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답변은커녕 알림 메시지가 떴다. ‘채팅방 관리자가 회원님을 내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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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사진 달라”, N번방 사건 연상돼  
 
또 다른 방을 찾아 들어갔다. 역시 닉변과 공질(공식 질문) 작성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질문은 이전 대화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혼 연차’와 ‘연애 횟수’가 추가됐다. 공지사항에 ‘얼공 자유’가 적혀 있어 안심하던 찰나, 방장이 ‘인증’을 요구했다.
 
“저희 방은 안전하게 친목 및 썸을 타자는 목적으로 본인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안전을 위함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고 인증해주세요. 인증 방법은 종이와 펜, 얼굴을 준비한다. 방장에게 인증 신청을 한다. 방장이 불러주는 걸 적는다. 종이를 입에 물거나 붙이고 얼굴이 나오게 찍는다. 확인 후 입장한다.”
 
인증은 방장과 일대일로 진행하기 때문에 인증사진도 방장만 본다고 했다. 하지만 겁이 났다. 취재 목적이라지만,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게 얼굴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전달한 사진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해 불거진 ‘N번방 사건’까지 떠올랐다. 밝혀진 사례 중에는 고액 아르바이트 채용, 모델 섭외 절차로 여기며 신상정보를 넘겼다가 피해자가 된 경우가 많았다. 일부 피해자들은 SNS에서 ‘일탈계’(자신의 신체 노출 사진에 ’#일탈계‘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게시하는 계정)를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일탈계 게시물을 올린 미성년자들을 선별, 경찰을 사칭한 메시지를 보냈다. “게시물 신고가 접수됐으니 보내준 링크에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조사에 응하라”고. 이후 가해자들은 신상을 빌미로 피해자들을 협박했다.
 
‘오픈 채팅방’과 ‘N번방’이 다른 건 분명하다. 그러나 대화방에 참여하고자 스스로 보낸 ‘내 인증 사진’이 범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단 경각심은 필요해 보였다. 방장의 요구에 이렇게 답했다.   
 
“얼공 했는데 지인이면 어떡해요? 그게 조마조마.”
 
또 쫓겨났다. 
 
“왜 하냐고? 외로워서”
 
이번엔 방장이 되어보기로 했다. 일대일 채팅방 이름은 ‘썸 원하는 기혼 남성이라면’. 순식간에 17명의 남성이 대화를 청해왔다. “달달 끈적한 거 좋아하나요?”, “파트너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나요?”, “혼자 있어요?” 등등. 대화가 길어졌다간 불쾌한 제안이 들어올 것 같아 “취재 중”이라 밝혔다. 대다수가 채팅방을 닫아버렸다. 남은 세 명에게 이곳에 들어온 이유를 각각 물었다. B씨는 “사실 스물일곱 살 미혼이다. 요새 기혼 톡이 X나 야하다 해서 둘러보는 중”이라 했다. C씨는 “아내가 3교대 중이라 외로워서 그랬다. 둘이 있을 땐 (썸 대화방을) 안 한다”고 말했다. D씨는 “일상이 지겹다. 그냥 모르는 사람이랑 말하고 싶다”는 톡을 끝으로 대화방을 나갔다. 
 
알지 못한, 아니 알고 싶지 않은 세상에서 이틀을 지냈다. 슬퍼졌다. 결혼의 가치를, 가정의 신뢰를 버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그리고 무서워졌다. N번방 사건을 겪고도 신상을 쉽게 꺼내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 
 
‘기혼 썸 채팅방’이 대화방이 부정행위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장샛별 이혼 전문변호사는 대화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봤다. 
 
“기혼자 익명 대화방에서 음담패설을 나눈 정도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부정행위, 그러니까 특정인과 연인 관계를 형성했다는 덴 못 미칠 수 있어요. 구체적인 대화 내용과 전후 상황을 봐야 하는 거죠. 하지만 부정행위는 간통보다 넓은 개념이다 보니 꼭 성관계까지 이르지 않았더라도 스킨십이 있었거나, 연인이 쓸 법한 호칭만 써도 부정행위고 그것이 부부 사이의 신뢰를 깨뜨렸다고 볼 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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