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얼마 전 대형서점을 지나다 본 현판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올해를 함축한 글귀. 당연한 일상조차 바람이 된, 유난히 다사다난한 해였다. 희로애락이 공존했다지만 따지고 보면 힘든 순간이 더 많았던 2020년. 올해를 분야별 키워드로 되짚어봤다. 더불어, 여느 누구와 다르지 않은 2020년을 보낸 5인에게 물었다. 당신의 올해는 어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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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한국 영화 100주년 결실 <기생충>
지난 2월 9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PARASITE”가 수차례 호명됐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4개 부문을 석권해 올해 아카데미 최다 수상작이 됐다. 이 영화가 전 세계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만 174개다. 봉 감독이 밝힌 감독상 수상소감도 단연 화제였다. 그는 “국제영화상 수상하고 내 할 일은 끝났구나 했는데 너무 감사하다”며 입을 뗐다. 그가 “이 트로피를 정말 오스카측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하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봉 감독은 <기생충>의 명대사를 인용해 “다 계획이 있다”며 지난 시간 일해 온 것처럼 일하겠단 계획까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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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트로트 열풍의 단초 <미스터트롯>

변방에 있던 트로트가 중심에 섰다. 올해 1월 <미스터트롯>이 쏘아올린 트로트 열풍은 거세고 또 거셌다. 과거 트로트가 ‘젊은 음악’의 기세에 밀렸다면, 이제는 젊은이들마저 끌어안는 주류가 됐다. 3월 12일 <미스터트롯> 최종회 시청률은 35.71%로 종편 채널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임영웅을 비롯한 스타 트롯맨을 배출, 아이돌 부럽지 않은 팬덤을 형성했다. 그야말로 ‘초대박’이었다. <미스터트롯> 이후 트로트를 주제로 한 예능프로그램이 쏟아졌다. 일곱 트롯맨은 각종 방송에 얼굴을 비쳤다. 이들 중 일부만 출연해도 해당 방송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했다. 최종 7인에 들지 못한 출연진마저 전성기를 맞았다. 가수 나태주는 <미스터트롯> 종영부터 지금까지 쉰 날을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라 했다. 그의 2020년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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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나태주 “미스터트롯이 없었다면…”


<미스터트롯>에 나가지 않았다면 여전히 힘든 생활을 하면서 ‘태권도 정신’으로 버티고 있지 않았을까요? 방송 출연이나 노래할 수 있는 순간을 너무 기다렸기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행복하기만 해요. 올해는 단독 CF를 찍는 영광도 있었지만(웃음) 인기가 항상 일정할 순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건강히 오래오래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자면 아무래도 ‘나태주 첫 번째 앨범’이 나온 거죠. 다른 선배님의 노래만 부르다 제 목소리 그대로 담은 신곡이 나왔어요.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단 한 분이라도 제 목소리를 기억할 거라 상상하면 너무 행복해요.

다만 올해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행사를 하지 못해 많은 분들과 대면할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워요. 하지만 지금보다 활력 넘치는 대한민국이 올 거고, 우리 다 같이 이겨낼 거라 믿습니다. 내년에는 더 성장하고 끊임없이 도전해 대중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트로트 가수 나태주가 되고 싶습니다. 함께 지켜봐주세요.
 
03 ‘빌보드 싱글 1위’ BTS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싱글 1위. 청년 7명은 마침내 대기록을 써냈다. ‘흙수저 아이돌’이라 자칭할 만큼 척박한 현실에서 출발, BTS가 밟아 오 른 계단의 끝은 아직이다. 방탄소년단은 9월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 (Dynamite)’로 미국 주류 음악 시장을 점령했다. 발매 첫 주 핫 100에 1위 로 데뷔한 뒤 2주 차에도 정상을 지켰고 3주 차마저 2위를 기록해 선전을 이어갔다.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하고 그다음 주 연속 정상을 유지한 곡은 빌보드 전체 역사에서 20곡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드물다. 이제 누구 도 부정할 수 없는 글로벌 슈퍼스타, 이들의 다음 목표는 ‘그래미 어워즈’ 다. 11월 20일 새 앨범 <비(B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멤버 진은 “곧 그래미 후보 발표가 있는데 저희의 이름이 불렸으면 좋겠다”고, 제이홉은 “팀이다 보니 그룹 관련된 상을 받으면 너무나도 좋겠다는 꿈을 항상 갖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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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박지선 모녀 사망
 
 
11월 2일 충격적인 비보가 날아들었다. 개그우먼 박지선이 자택에서 모친과 함 께 숨진 채 발견됐다. 모녀는 극단적 선택을 내렸다. 모친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는 ‘딸이 피부병 때문에 힘들어했으며 최근 다른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 중 피부병이 악화돼 고통스러워했다’는 취지 의 내용이 적혔다고 알려졌다. 평소 비쳐 온 모습만으론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소식이었다. 박지선은 다수 매체를 통해 과거 오진으로 인한 햇빛 알레르기를 앓고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매번 밝은 모습이었다. 8년 전 그는 <한겨레>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언제 제일 행복하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개콘 무대에서 빵 터뜨렸을 때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아요.” 행복을 주는 것이 행복했던 사람, 그래서 더욱 슬픈 죽음이었다.
 
05 연예인 해킹 피해
 
올 초 배우 주진모의 휴 대전화 해킹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소속사 측 은 “연예인이란 이유로 사생활 침해 및 개인 자료를 언론사에 공개하겠다는 악의적인 협바과 금품 요구를 받고 있다” 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킹 피해 건과 관련한 메시지 내용이 온라인상에 확산됐고, 그 대화상대 로 유명 배우가 지목되 면서 2차 피해로 번졌다. 가해 일당은 주진모 외의 연예인 7명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협박해, 약 6억 1천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이후 4월 이들은 ‘공갈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붙잡혀 검 찰에 송치됐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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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돌아온 전설 나훈아
 
올 추석 연휴의 화두는 단연 ‘나훈아’다. KBS 2에서 방영된 무관중 콘서트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시청률 29%를 찍었다. 수십억을 들여 제작했다던 최근 드라마 시청률보다 훨씬 높다. 그의 발언 하나하나가 대중문화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들썩이게 했다.
 
“살아오는 동안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못 봤다”, “(소크라)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러냐’고 물어봤는데 모른다더라”, “KBS가 여기저기 눈치 보지 않는,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 “세월에 끌려 다니지 말고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 끌고 갑시 다”. 앞서 8월 발매한 신곡 ‘테스형’도 화제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신드롬을 만들고 홀연히 사라졌다.
 
KBS 이훈희 제작2본부장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지난 봄 홀 연히 나타나 ‘코로나로 힘든 국민들 위해 뭔가 해야겠다’던 날처럼 느닷없이 사라진 느낌”이 라고 했다. 그리고 들려온 소식. 나훈아는 12월 <나훈아 테스형의 징글벨 콘서트>를 연다. 물론 티켓은 오픈 8분 만에 전부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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