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멘토’라 불리던 혜민 스님이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한 방송에서 공개한 호화로운 일상이 지탄을 받았고, 부동산 보유 논란이 불거진 것이 화근이 됐다. 네티즌뿐 아니라 불교계에서도 뜨거운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혜민 스님의 삼청동 자택, 마음치유학교 등을 직접 찾아 근황을 취재했다.
 
“돈 밝히는 중으로 유명하다. 이 가짜 중이 청년들에게 가르침을 내릴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로를 명목으로 돈을 벌고, 유명세를 얻고, 책을 팔고, 유튜브 구독자를 얻는다. 자기개발서로 성공하는 사람은 작가뿐.”

지난 11월 10일 유튜버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가 혜민 스님을 맹비난하며 남긴 말이다. 유튜브 채널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혹은 관심을 끌기 위해 남긴 말일까. 대중들은 그를 꾸짖기보다 동조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그로부터 며칠 후 ‘하버드 출신의 푸른 눈 스님’으로 알려진 현각 스님이 본인의 SNS에 강도 높은 비판의 글을 남긴다.

“속지 마, 연예인일 뿐. 일체 석가모니의 가르침 전혀 모르는 도둑놈.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는 지옥으로 가고 있는 기생충. 그는 단지 사업가, 배우일 뿐이다. 진정한 참선하는 경험이 전혀 없다.”

이번에도 혜민 스님의 편에서 그를 지지하는 사람보다는 비난하는 사람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다.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대중 강연, 명상 등으로 인기를 끌며 ‘국민 멘토’라 불리던 혜민 스님이 이렇게 혹독한 비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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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이 실소유주로 알려져 논란이 된 종로구 삼청동 자택.

#왜 혜민 스님을 비난하나?

1 좋은 집, 고가의 전자제품… “스님이 가진 게 너무 많다”

논란의 중심에 11월 7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온앤오프>가 있다. 스타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혜민 스님이 게스트로 등장해 본인의 종로구 삼청동 단독주택을 최초로 공개했다. 거실 통유리로 보이는 남산타워 전망이 훌륭한 복층 한옥집은 함께 출연한 연예인 출연자들도 깜짝 놀라게 했다. 절이 아닌 곳에 사는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도시에서 지내는 스님들은 상가 건물 한편의 사찰에서 지낸다. 너무 좁아서 따로 숙소를 마련해 생활한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일상을 보여줬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님의 하루’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만 공개됐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해 참선 수행을 하는가 하면, 유튜브를 보면서 사찰음식이 아닌 인스턴트 음식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낯선 것은 유료 명상앱을 만들기 위해 오피스 빌딩으로 들어서는 장면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유료 명상앱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이다. 명상앱 개발을 위해 회사 직원들과 격의 없이 회의를 나누는 장면도 다소 신박했는데 그보다는 노트북, 이어폰 등 고가의 최신 전자제품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장면이 심기를 건드렸다.

‘무소유가 아닌 풀소유를 실천한다’는 비난이 일면서 급기야는 해당 프로그램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요청까지 빗발쳤다. tvN 측은 “관련 논의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가 정한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 다시보기 서비스는 유지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2 알고 보니 미국 국적 건물주?

지난 11월 13일 <조선비즈>는 혜민 스님이 8억에 사들인 삼청동 건물을 매매차익까지 얻고 자신이 주지이자 대표로 있는 선원에 9억 원에 매매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혜민 스님이 여전히 이 건물의 실소유주가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매체가 문제 제기를 한 삼청동 건물은 <온앤오프>에서 공개된 단독주택이다. 실제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에는 주봉석이라는 이름이 두 차례 등장한다. 먼저 2015년 8월, ‘미국인 주봉석’ 씨가 조 모 씨로부터 이 건물을 사들여 소유자가 된다. 그리고 3년 후인 2018년 3월 건물의 소유자는 대한불교조계종 고담선원으로 바뀐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 고담선원의 대표자는 ‘미국인 주봉석’이다. 주봉석은 혜민 스님의 속명이다. 대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민을 떠난 혜민 스님의 국적은 미국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혜민 스님이 살고 있는 집은 대지 면적 108.7㎡(약 33평), 연면적 125.44㎡(약 38평)의 지하 1층, 지상 2층의 단독주택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8월 매매는 8억에, 2018년 매매는 9억에 거래됐다. ‘미국인 주봉석’ 씨는 3년 사이 1억 원의 시세차익을 봤다.

앞서 혜민 스님은 ‘건물주 논란’이 한 차례 있었다. 지난 3월 “건강과 평온이 함께하길 기원한다”는 글을 본인의 SNS에 올렸다가 ‘건물주나 되니 마음이 평온하시겠지’라는 네티즌의 지적을 받았다. 이에 혜민 스님은 “나는 건물주가 아니다. 세 들어 살고 있다. 저희도 많이 힘들다”고 답변을 남겼다. 이 에피소드가 부메랑이 되어 ‘건물주’ 혜민 스님에 대한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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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 위치한 마음치유학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3  ‘활동 중단 선언’했지만… “마지막 모습까지 연예인스러워” 

평소 SNS로 대중들과 소통하던 혜민 스님은 이번 논란에 대한 대응도 SNS를 통해서 진행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본인의 채널에 “며칠 사이의 일들에 마음이 무겁다”는 말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어 “지금까지 출가 수행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불법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다. 승려의 본분사를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크다”고 사과의 말을 남겼다.

활동 중단 선언도 이어졌다.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한다”는 그는 “저는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부족했던 저의 모습을 돌아보고 수행자의 본질인 마음공부를 다시 깊이 하겠다. 더는 저의 일들로 지금 이 시간에도 분초를 다투며 산중에서 수행 정진하시는 많은 스님들과 기도하시는 불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모두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든 시기에 저의 부족함으로 실망을 드려 거듭 참회한다”고 덧붙였다.

사죄의 글을 남겼지만 “문제가 된 건물주 논란에 대한 해명은 없다”, “스님이 연예인도 아니고 무슨 활동을 내려놓나”, “역시 마지막까지 진정성이 없다” 등 비난 여론이 이어졌다. 그가 개발에 참여한 유료 명상 앱 ‘코끼리’에는 “변함없이 지지한다”는 댓글도 있었지만 “환불해 달라”는 비판의 글도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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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혜민 스님은 어디에?
인기척 없는 삼청동 자택&문 닫힌 마음치유학교 


혜민 스님이 SNS로 활동을 중단한 지 사흘 후인 11월 18일, 혜민 스님의 근황을 확인하기 위해 종로구 삼청동 자택을 찾았다. 주한베트남대사관과 멀지 않은 곳으로, 북촌 한옥마을에서 지대가 높은 조용하고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큰길과 멀리 떨어져 있어 인적이 드물어, 프라이버시가 잘 보호되는 입지조건이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집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이 지역의 시가는 평당 2,000만~2,500만 원선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혜민 스님이 집을 사들인 3년 전보다는 시세가 조금 떨어진 수준이다. 이번 논란으로 혜민 스님이 해당 주택을 처분할 마음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부동산에서는 아직 관련 매물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삼청동 자택의 소유자인 고담선원이 운영하는 마음치유학교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혜민 스님이 대표로 있는 마음치유학교는 명상 외에 연애, 타로 등 다소 상업적인 콘텐츠를 운영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과거 인터뷰에서 혜민 스님은 마음치유학교를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지 않은, 감기처럼 마음에 생채기가 났을 때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18일 오후 방문한 인사동 마음치유학교는 문이 닫혀 있었다. 전화를 걸면 ‘현재 문의전화가 많아 통화가 어렵다. 마음치유학교 홈페이지 문의사항에 글을 남겨주시면 확인하는 대로 답변드리도록 하겠다’는 문자로 답변을 하는 식이라, 관계자와의 접촉도 힘든 상태였다.

인근 상인은 “코로나 때문에 수업을 안 한 지 한참 됐다. 근래에는 가끔씩 수업이 있을 때 사람들이 오는 것 같다”고 근황을 전했다. 며칠 후 전화 연결이 된 마음치유학교 담당자는 “현재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향후 마음치유학교 운영 계획 등 혜민 스님과 관련된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혜민 스님의 베스트셀러 출판 작업을 함께하며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출판사 수오서재 관계자들 역시 말을 아끼고 있다. 근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혜민 스님과 최근에는 연락을 나누지 못했다. 어떻게 연락을 하겠냐. 지켜볼 뿐이다”라고 대답했다.

한편 혜민 스님은 이번 논란으로 두문불출하고 있다. 비난 여론이 최대로 올라간 15일을 전후로는 휴대폰이 꺼져 있었고, 며칠 후에는 신호는 가지만 전화는 받지 않고 있다. 문자메시지에도 응답은 없다. 다만 카카오톡 프로필 설정 이름은 바뀌었다.

혜민 스님은 과거 <여성조선>과 인터뷰 도중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피로함을 느끼거나 소비됨을 느낄 때 봉암사나 플럼빌리지를 찾아 수행하면서 채움의 시간을 가진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건물주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 등 종교인으로서 짚고 넘어가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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