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배우자가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 여행을 떠난 것을 두고, 강 장관의 책임론까지 일었다.
이후 “남편은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이 아니”라는 해명은 일부 공감을 얻었다. 진짜 아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부부.
강경화 장관의 남편, 이일병 전 연세대 교수가 10월 3일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카트에 한가득 짐을 싣고 출국 수속을 밟은 뒤, 미국행 비행기 탑승권을 받아들었다. 코로나로 인한 당국발 ‘특별여행주의보’가 여전한 때였다.

정부는 지난 3월 23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려, 한 달씩 추가 연장하고 있다. 해당 조치는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험에 대해 발령하며 여행경보 2단계(여행 자제) 이상과 3단계(철수 권고) 이하에 준한다. 외교부는 이 기간 해외여행을 계획한 국민은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해외에 체류 중인 국민은 감염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방역 수칙을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현직 외교부 장관 남편의 출국 소식이 도마 위에 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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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포착된 이일병 전 교수.

이일병 “내 삶, 크루징 라이프하고 싶어”, 강경화 “송구스럽다”

“그냥 여행 가는 건데. 자유여행. (코로나는) 걱정되죠. 그래서 마스크 많이 갖고 가죠. 코로나가 하루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니잖아요. 맨날 집에서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으니까.”

이 전 교수는 공항에서 만난 KBS 취재진의 질문을 전혀 피하지 않았다. 공직자 가족으로서의 부담에 대해선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며 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그간 공개 블로그를 통해 여행 계획을 밝혔다. 게시글로 미뤄볼 때 이 전 교수는 요트를 사고자 꽤 오래전부터 여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 운전할 요트와 구입 대금 송금,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숙박과 렌터카 예약 등의 내용을 상세히 적었다. 미국 현지에서 사려는 요트는 ‘캔터 51 파일럿하우스’로 2억 원대를 호가한다.

블로그에 따르면 이 전 교수는 2014년 연세대 조기 퇴직 이후 자유로운 일상을 보내왔다. 요트 세계 여행은 생애 마지막 꿈이다. 그는 “항해 요트를 사서 거기서 살면서 ‘크루징 라이프’를 수년 정도 해보고 싶다. 아름다운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적어도 죽기 전에 ‘내가 몇 년도에서부터 얼마 동안 크루징 했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고 썼다. 강 장관은 지난 3월 재산공개에서 배우자 명의로 된 2,800만 원 상당의 요트(캐스캐이드 8.55) 한 척을 신고하기도 했다. 현재 개인 블로그는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비판의 화살은 아내 강 장관에게 옮겨졌다. 남편의 출국 이튿날 강 장관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 본인(남편)도 잘 알고 있고 저도 설명했다”며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난 거지만 어쨌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편에게 귀국을 요청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 간 것이라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송구스럽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덧붙였다.

“제가 만류를… 개인사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뭐합니다만, 제가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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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 전 교수가 작성한 블로그 게시글, 출국 전 KBS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내 마음 공감 vs 남편의 자유

강 장관의 발언은 국감장 내 실소를 자아냈다. 누군가는 공감의 의미로, 누군가는 비판의 의미로 웃었다. 아내들의 생각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강경화가 이해돼요. 1~2년도 아니고 몇 십 년을 같이 살았는데 말릴 수 없다는 건 정말 그렇다는 거예요. 우리 남편도 제가 아무리 말해도 운전 스타일은 절대 안 바꿔요. 사람 생각, 습관이 하루 이틀 사이에 고쳐지나요. 안 되는 건 안 돼요. 그래도 만약 제가 장관이라면 하고 싶은 것은 하되 나한테만은 피해가 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피해를 줬다? 남편이 아끼는 물건을 하나씩 뺏어야죠.”(30대, 오ㅇㅇ)

“시아버지가 이일병 교수 같은 성향이에요. 시어머니랑 강 장관이 겹쳐 보이면서 너무 공감했어요. 반대로 외교부 장관 남편을 둔 아내였다면, 아무리 독불장군식인 사람이라도 남편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이 시국에 해외 출국하는 아내는 없을 겁니다. 아내를, 여자를 무시한 처사예요. 하지만 강 장관은 장관이니까 어떻게든 남편을 막았어야 해요. 제 남편은 취미생활을 고집해요. 그렇다고 막을 생각은 없어요. 남편도 저도 평범한 사람들이니까요.”(50대, 김ㅇㅇ)

“그 발언 공감 못 해요. 일반인이라면 이해되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부 장관의 집안 문제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선 안 되죠. 이 시국에 다른 일도 아니고 요트를 사러 간다니.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어떻게 할 건데요? 저라면 남편을 협박해서라도 집 밖으로 발도 못 내밀게 할 겁니다. 아, 자녀 문제와 관련한 고집은 꺾기 힘들지만요.”(50대, 손ㅇㅇ)

“남편도 사람이잖아요. ‘평생 꿈’을 이루겠다고 홀로 거기까지 간 건데 오히려 대단하단 생각이 드네요. 말리지 못했다고 하지만 한편으론 아내도 남편의 결정을 존중했다고 봐요. 그런 면에선 강경화도 대단해요.”(50대, 이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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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교수의 출국이 부적절했단 주장에 반대해요. 공직자 가족이라고 해서 잣대를 더욱 엄격히 할 이유는 없다고 봐요. SNS나 취미생활은 말리기 어려워요. 논란거리는 언론이 만드는 것 같기도 해요.”(20대, 익명)

“아무리 사생활이 중요하다지만 현재는 장관 남편으로서 국가에 대한 도리는 지켜야 하는 법. 아내가 임기 마치면 같이 사러 가든가 말든가 하지,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근데 뭐, 말린다고 말릴 사람이 아니라고 하니 이해가 살짝 되기도 하고요. 개인주의가 워낙 심한 사람이면 꺾기 힘들겠죠. 저라면 부부 연을 끊자고 했을 거예요. 내가 장관인데 국민의 삶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을 저질렀잖아요. 강 장관이 좀 더 강하게 나갔으면 이렇게까진 안 됐어요.”(50대, 김ㅇ)

“개차반 남편을 어찌하리오. 어린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막 살겠다는데 강경화 할아버지가 와도 못 말릴걸요? 강 장관도 속으로는 이혼을 바랄 거예요. 보는 눈이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뿐이지. 우리 남편도 혼자 저지르기 시작하면 제가 못 막아요. 남편 잘못 만난 자신을 탓합니다.”(20대, 장ㅇㅇ)

“저렇게 살 바엔 애초에 갈라섰어야죠. 남편 단속도 못하는데 무슨 외교를 해요. 한마디로 정리할게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어요.”(30대, 서ㅇㅇ)

“제 남편은 일 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하는 캠핑 때문에 용품을 그렇게 몰래 사대요. 며칠 전엔 컴퓨터를 살지 원터치 텐트로 바꿀지 고민하기에 뒷목 잡을 뻔했어요. 강 장관이 이해돼요. 사람의 성격이나 고집은 다른 사람이 쉽게 고쳐주기 힘들어요. 남편한테 수차례 얘기했는데도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해서 논란이 생겼다면, 그 또한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인 거 같아요. 이후에 남편과 계속 살지 말지 또한 제가 판단할 몫이고요. 이렇게 보니 고난의 연속이네요.”(40대, 홍ㅇㅇ)

이일병 전 교수 출국 논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강경화 장관 시부상 소식이 전해졌다. 이 전 교수 아버지인 이기을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가 10월 13일 별세했다. 유족 측 뜻에 따라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치러졌으며 15일 발인했다. 미국으로 간 고인의 아들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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