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억 원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남더힐’이 올해 전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값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2015년부터 해마다 최고 실거래가를 올린 아파트다. 소위 ‘그들만의 세상’ 한남더힐을 다녀왔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남더힐 전용면적 243.642㎡(74평) 1층 매물이 9월 4일 77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올해 이 단지 종전 최고가는 지난 4월과 9월 240.305㎡(73평), 240.23㎡(73평)에서 나온 73억 원이었다. 지난해 1월에는 244.749㎡(74평)가 84억 원에 팔리면서 2006년 부동산 매매 실거래 신고제 도입 이후 국내 역대 최고가를 세우기도 했다. 같은 해 이뤄진 매매 거래 상위 10개 중 9개도 한남더힐이었고 2016년(82억 원), 2017년(78억 원), 2018년(81억 원) 역시 제일 비싸게 매매됐다.

단순히 값이 비싼 아파트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2018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에서 집을 산 45만 5,930명의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현금부자들이 가장 많이 매입한 곳이다. 41명이 평균 33억 7,317만 원의 한남더힐을 오로지 현금으로만 사들였다. “여기는 진짜 부자들만 산다”는 인근 중개사 직원의 얘기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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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마다 별도 조성된 공원은 어느 뒷산 산책로를 옮겨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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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마다 외부에 설치된 투명 엘리베이터. 앞 동에서 뒷 동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연결 통로다.

엄격한 출입 통제,
입주민만 쓰는 커뮤니티센터

한남오거리에서 언덕을 따라 오르면 밝은 색 외관의 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최고가 아파트’라 해서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초고층 빌딩을 예상했다면, 오판. 12층이 맨 위층이다. 지대가 높은 동은 3층이 최고층이다. 매봉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한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입지다. 부동산 중개인은 “안정감 때문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다. 고층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지을 텐데 한남더힐 구조는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내부 진입이 어려운 주거지다. 입주민과 사전 약속이 되지 않았다면 출입은 절대 불가하다. 일전에 ‘취재를 위해’ 부동산 중개인의 도움을 얻어 진입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었다. 이번 취재는 실제 입주민과 만남으로 이뤄졌다.

보안요원 두 명이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입주민 전용 출구로 지나지 않는 이상 신분 확인 절차가 필수다. 관리인들은 24시간 상주한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입주민과) 약속하셨습니까?”
“네, ○○○동 ○○○호요.”

보안요원은 곧장 해당 입주민에게 전화를 걸어 ‘지인’인지를 확인했다. 확인 후에도 방문자의 이름, 연락처를 받아 적었다.

오후 3시 무렵 전체적으로 고즈넉한 분위기의 단지다. 서울 한복판 동네라는 사실이 잊힐 정도다.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는 점이 한몫하는 것 같았다. 관리인 복장의 사람 몇 명이 캐디 카트(캐디가 골프장에서 가방을 싣고 다니는 작은 크기의 자동차)를 탄 채 단지를 돌고 있었다. 초록빛 만연한 조경수가 진입로 양쪽을 채우고 있고, 중간중간 나무를 손질 중인 사람들이 보였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단지를 거니는 사람은 손에 꼽혔다. 대신 고급 승용차가 끊임없이 오갔다. 다수 방지 턱이 설치돼 있어 차량 속도가 유난히 느리게 느껴졌다. 동행한 사진기자도 차를 몰다 “아휴, 여긴 무슨 턱이 이렇게 많지” 투덜거렸다.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하늘색 람보르기니가 시선을 붙잡았다. 조금만 둘러봐도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이 곳곳에 주차돼 있었다. 지상으로 나와 살피다 찾은 흥미로운 점은 단지마다 외부에 설치된 투명 엘리베이터다. 앞 동에서 뒷 동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연결 통로다. 지하철역 안과 밖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로 이해하면 된다. 한 입주민은 “어르신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어 그 점을 고려한 장치일 것”이라고 했다.

동과 동 사이 작은 숲도 흔한 공간은 아니다. 동마다 공원이 별도 조성돼 있는데, 어느 뒷산 산책로를 축소해 옮겨놓은 듯하다. 세계적인 조경 설계자이자 일본 오오토리컨설턴트 환경디자인 연구소장인 사사키 요우지(Sasaki Yoji)가 ‘왕의 정원’을 콘셉트로 조경을 설계했다고 전해진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기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조경시설이다. 살짝 가파른 곳에 있지만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단지 안이어도 ‘입주민 인증’을 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수영장, 골프 연습장, 게스트 하우스, 컨퍼런스 룸, 카페테리아로 구성된 ‘커뮤니티센터’다. 2011년 준공 당시 시행사 측은 여러 매체를 통해 “커뮤니티센터에 내걸리는 예술작품을 구입하는 데만도 수십억 원을 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벽과 바닥을 장식한 고급 조형물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커뮤니티센터 입구 역시 직원이 지키고 있다. 시설을 쓰려면 입주민 카드를 내보이는 게 우선이다. 사우나를 마치고 나온 노년 남성이 데스크 직원에게 고전 책을 내밀었다. 사우나 하는 동안 다 읽었다며 다른 책을 빌려달라고 했다. 직원은 바로 옆 책꽂이에서 책을 골라 건넸다. 이 공간의 익숙한 풍경으로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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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평 세대의 거실과 안방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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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센터, 사우나, 수영장, 골프 연습장, 게스트 하우스, 컨퍼런스 룸, 카페테리아로 구성된 ‘커뮤니티센터’.

대기업 총수도 사는 곳,
펜트하우스엔 배우 안성기

한남더힐은 26평부터 65평, 74평, 85평, 91평, 101평까지 총 600세대다. 복층 구조의 펜트하우스인 101평 세대는 잠깐 스쳐도 남다른 전경이다. 집집마다 딸린 별도 야외 공간과 상층과 하층이 뚫린 구조다. 중개인에 따르면 펜트하우스 한 곳엔 배우 안성기가 살고 있다.

안성기를 비롯해 한남더힐 집주인들은 아파트 명성만큼이나 화려하다. 대기업 총수 일가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전용 233㎡), 정성이 이노션 고문(전용 233㎡),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전용 233㎡) 등이 한남더힐을 보유 중이다. 과거 방탄소년단이 지낸 숙소로도 익히 유명하며, 지난 5월 소지섭·조은정 전 아나운서의 신혼집으로 알려지면서 한 번 더 화제몰이를 했다. 최근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 방송인 김동현이 tvN <신박한 정리>에서 공개한 자택 또한 한남더힐이다.

유명 인사들이 한남더힐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높은 보안성’, ‘입지 조건’이 꼽힌다. 지하철역에서 다소 떨어져 있지만 대다수 입주민이 자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자차를 이용하면 한남대교를 통해 강남권으로, 남산1호터널을 거쳐 도심으로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교통 환경이다.

중개인은 실거주자가 많다고 했다. 기존 거주자가 이사하더라도 단지 안에서 움직인다. 큰 평수에 살던 사람이 자녀들을 출가시킨 뒤 작은 평수로 이동할 정도로 한번 터를 잡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가 사는 아파트’라는 유명세를 입주민들은 정작 반기지 않는단다. 팬들이 연예인을 보겠다고 동네를 자주 찾아오는 바람에 불편함을 호소한다고.

“될 수 있으면 여기 누가 사는지 저희(부동산 중개인)끼리도 안 전하려고 해요. 타고난 부자들이라선지 연예인 누가 돈을 많이 벌어서 여기 샀다는 소리 듣는 걸 싫어하더라고요. 누가 살고 있다고 말하면 다른 데를 알아보는 경우도 있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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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입주자를 만나보니…

전통 부촌, 철저한 보안관리, 빼어난 조경, 나날이 높아지는 네임 밸류. 이들 조건으로 본 한남더힐은 나무랄 데 없는 주거시설이다. 그런데 최근 한남더힐 입주자가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층간소음’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나 입주민 후기에는 이런 말이 없어서 망설이지 않고 한남더힐을 선택했는데 진짜 심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라고 기대했는데 기초적인 방음도 안 될 줄은 몰랐네요.’

‘한남더힐은 안방에서 윗집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 아파트입니다. 윗집 발소리가 그대로 들려 보안팀에 말해도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옆집이 설거지를 하면 저희 집에 소음이 발생해요….’

게시글 아래로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공감하는 댓글 일부가 있는가 하면, 글 자체의 진위 여부를 지적하는 댓글도 있었다. 작성자 A씨의 집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그는 올해 2월부터 한남더힐 26평 세대에 임차 중이다.

Q 특별히 한남더힐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트리마제, 갤러리아포레, 청담자이, 롯데시그니엘, 한남더힐 중 혼자 살기 좋은 곳을 고민했어요. 저마다 명확한 단점이 있더라고요. 트리마제는 소형 평수가 너무 많아서 커뮤니티 사용이 불편하단 평이 있었고 갤러리아포레는 기본 60평이라 너무 크다고 생각됐어요. 시그니엘은 매매만 가능했고요. 이미 도곡동에 자가가 있는 상태라 시그니엘까지 매입하면 종합부동산세가 1억 가까이 되거든요. 미분양이 많다는 점도 있었어요. 한남더힐은 남산 때문에 층수 제한이 있잖아요. 땅 면적에 비해 사람이 적게 사니까 쾌적하단 평이 많아서 오게 됐어요. 소형 평수도 마음에 들었고요.”

Q 실제 거주를 해보니 좋은 점은요? “일단 교통 면에서 여기가 서울의 중심이거든요. 러시아워를 제외하곤 어딜 가든 30분이면 되니까 좋아요. 단지를 둘러보시면 알겠지만 예쁘기도 해요. 커뮤니티센터에 사람이 적어서 쾌적하고, 기본 관리비가 갤러리아포레나 시그니엘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에요.”

Q ‘보안성’으로 유명한 아파트입니다. 입주민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해도 (입주민) 카드를 써야 하고요. 한남더힐처럼 외부에서 내부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아파트는 드물지 않나 해요.”

Q 커뮤니티에서 언급한 ‘층간소음’은 언제부터였나요? “입주하고서 2주 만이요. 처음에 웅성웅성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제가 예민한 편이 아니라 잘 몰랐어요. 점점 쿵쿵 뛰더라고요. 보안팀을 통해서 (윗세대에) 5~6번 정도 얘기했죠.”(A씨는 층간소음을 녹음해둔 음성 파일을 켰다. 작은 ‘쿵쿵’ 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렸다.)

Q 방음이 취약한 아파트라고 판단하신 또 다른 근거는요? “층간소음 때문에 3만 원짜리 8W 블루투스 스피커를 틀어놨었어요. 물론 창문은 전부 닫은 채로요. 그 소리로 옆 동에서 민원이 들어왔다는 거예요. 기본 스피커 소리이고 옆 동에 불편함을 줄 정도면 소리 진동이 벽을 탔다는 게 아닌가요. 그리고 이 바닥, 대리석 재질로 되어선지 걸을 때마다 울림이 너무 큽니다. 제가 게시한 사진(10월 7일 한남더힐 생활지원센터장은 ‘소음으로 인해 이웃 세대에 피해가 없도록 협조 부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엘리베이터 내부에 부착했다. ‘실내에서 가능한 슬리퍼를 착용해 달라’는 구체적인 당부도 적혔다)을 봐서 아시겠지만, 언제부터 집에서 슬리퍼를 당연히 신고 다녀야 했나요.”

Q ‘소형 평수라서 발생한 소음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어요. “그런 거라면 더 문제 아닌가요? 똑같은 아파트인데 소형 평수에만 문제가 있다는 건 더 문제죠. 대형 세대에서도 층간소음 이슈가 있어서 관리사무실에서 관련 입주자끼리 조정을 한 일이 있어요.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조심하자’는 식으로요. 비단 소형 평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Q 커뮤니티 글이 퍼지고 있어요. 글 게시의 궁극적인 목적은요? “윗집과의 갈등을 말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아파트 구조의 문제거든요. 새벽에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서 자꾸 깨요. 이게 윗집 사람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저는 이사 가면 그만이에요. 지금 같아선 계약 기간도 못 채우고 나갈 것 같은데, 그거랑 별개로 너무 화가 납니다. 기사나 유튜브에선 ‘층간소음이 없는 한남더힐’이라고만 하니 저라도 이 상황을 말해야겠다 싶었어요. 사람들은 모르고 믿잖아요.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라고 하니까.”

Q 한남더힐이 비싼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돈 많은 사람들은 치안 이슈에 민감해요. 안전성을 추구하다 보니 내 이웃도 나와 같은 사회적 지위이길 바라죠. 단순히 집이 좋다는 문제를 떠나서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산다는 것, 그게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Q 본인이 생각하는 ‘한남더힐’은요? “좋은 점도 분명 많아요. 일단 단지가 예쁘고 보안, 커뮤니티센터 만족스러워요. 불만도 있죠. 예를 들어 너무 비싸고 아무나 못 가는 레스토랑이 있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더 가고 싶어지잖아요. 막상 가보니 인테리어 화려하고 직원들도 친절한데, 음식은 맛이 없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한남더힐은 외부에서 볼 땐 마냥 좋지만 정말 살아보면 생각이 다를 수 있어요.”

인터뷰 말미, 윗집에서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는 ‘쿵쿵’ 소리가 울렸다. 소리로 인한 고통의 정도는 상대적인 것. 다만 분명한 건 기자가 이 집에 머무는 동안에도 층간소음은 존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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