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아무리 바쁜 연말에도 꼭 하는 일이 있다. 막내딸이 출연하는 발레 공연 <호두까기인형>을 보기 위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가는 것이다. 이번에도 주요 역할에 캐스팅되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공연이 열리는 첫 번째 날 직접 공연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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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의 자식사랑은 재계에서 정평이 난 사실이다. 아들의 학예회 공연을 보기 위해 출장 직전에 학교에 방문했다가 공항으로 이동한 적도 있고, 2013년 이건희 회장의 생일을 맞아 진행된 사장단 초청 행사 때는 두 자녀의 손을 꼭 쥔 채 연회장에 나와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야구장에 가는 모습이 포착된 적도 꽤 많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딸의 발레 공연을 수차례 관람하면서 ‘딸바보’라는 별명도 붙었다. 2011년부터 국립발레단 부설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는 막내딸 덕분에, 딸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그를 목격한 사람들이 꽤 많았고 그 사실이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졌다. 입학 당시 딸 이 양은 초등 3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레벨1’ 수업까지 포함한 전체 수강생 13명 가운데 오디션을 거쳐 다른 3명과 함께 뽑혔다.
이 부회장은 2014년에는 딸이 출연한 <호두까기인형>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무려 세 차례나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진과 함께이거나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찾아서 딸의 공연을 흐뭇하게 지켜봤다는 후문이 다. 지난봄에는 발레 공연 <라 바야데르>를 관람하기 위해 예술의전당을 찾기도 했다. ‘국립발레단에서 올리는 공연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공식처럼 성립되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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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분위기 물씬 나는 공연장
이 부회장은 19일 공연 관람 

이번에도 국립발레단에서 준비한 <호두까기인형> 작품의 막이 올랐다. 국립발레단은 2000년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버전의 <호두까기인형>을 국내 초연한 이후 14년간 동일한 버전의 <호두까기인형>을 선보여왔다. 이 버전은 볼쇼이발레단을 33년간 이끈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안무작으로, 러시아는 물론 해외시장과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12월 18일부터 27일까지 9일 동안 공연이 이어진다.
기자가 공연장을 찾은 날은 첫 번째 공연이 열린 18일 금요일. 평일 오후였지만 송년 시즌을 맞아 발레 공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티켓은 사전 예약 판매로 이미 매진이 되었고, 현장 티켓 분량만 조금 남아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막내딸 이모 양은 이번 공연에서 프릿츠 역할에 캐스팅됐다. 이 양은 언론에 첫 공개된 2011년부터 매해 무대에 서고 있는데, 처음에는 프릿츠의 친구 역을 연기하다가 3년 전부터 프릿츠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프릿츠 역은 아역 가운데 주인공 다음으로 비중이 있는 배역으로, 여주인공 마리의 장난꾸러기 오빠다. 9일의 공연 중 하루를 뺀 모든 일정에 이 양이 출연한다. 프릿츠 역을 맡은 이 양은 예쁜 외모와 긴 팔다리, 정확한 동작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공연 두 번째 날인 12월 19일 토요일 6시에 극장을 찾았다고 한다. 올해로 5년째, 딸 덕분에 익숙해진(?) 공연장인 덕분에 자연스럽게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이다. 연말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몰린 극장이라 시선이 신경 쓰일 법도 한데, 오히려 여유롭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편안해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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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발레 전도사 될까? 

발레를 비롯한 문화예술계에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있다. 재벌 2~3세 혹은 투자업계나 벤처기업인 등을 주축으로 문화예술을 익히고 사회공헌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국립발레단은 ‘KNB 펠로우’라는 후원회가 있다. 발레단원들의 해외 공연 지원은 물론 단원들과의 대화, 연말 공연 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든든한 서포터다. 단원들은 물론 스태프들의 의상협찬, 간식 제공 등 서포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박진원 두산 사장,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 김영목 한국도자기리빙 대표, 김재훈 영풍제약 이사,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 등이 주요 멤버로 활동 중이다.
두산 박진원 사장은 강수진 단장 부임 후 지난 4월부터 후원회장을 맡아 기업 후원금을 독려하고 있다. 강수진 단장의 직접 제안으로 이루어진 자리다. 박 사장은 초대권을 일절 요구하지 않는 대신 매 공연마다 맨 앞자리 1~2열 좌석 20장을 티켓 오픈 첫날 직접 예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비 후원자에게 자신이 구입한 티켓을 선물로 주어 꾸준히 발레 공연을 보게 한 다음 정식 후원자로 영입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공식적인 발레단 후원회 멤버는 아니지만, 국립발레단을 가까이에서 살피는 일이 많아졌다. <호두까기인형> 공연에 딸이 직접 출연하는 것을 계기로 단원들에게 의상을 깜짝 선물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양이 계속 발레를 한다고 가정하면, ‘딸바보’ 아빠인 이 부회장이 국립발레단 후원회의 가장 강력한 멤버가 되는 것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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