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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62]스위스 마이엔펠트에는 하이디 소녀가 살고 있을까?

2021-02-26 16:56

글·사진 : 이신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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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TV에서 봤던 ‘알프스 하이디 소녀’라는 만화 영화. 스토리는 기억조차 가물거리지만, 소녀 ‘하이디’가 뛰어놀던 알프스 산골 마을의 아름답고 순수한 그 영상은 긴 세월도 무색할 만큼 뇌리에 남아 있다. 실제로 스위스 알프스에 가면 ‘하이디 마을’이 있다. 바로 스위스 동부 그라우뷘덴 주의 마이엔펠트가 그곳이다.

마이엔펠트의 하이디.jpg

알프스 산맥을 기대고 있는 하이디 오두막

스위스 여행 중에 하이디 마을이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됐다. 그라우뷘덴(Graubünden) 주의 쿠어(Chur)’역에서 내려 세 정거장만 운행하는 기차로 갈아타면 된다. 열차는 하이디 마을로 일컬어지는 마이엔펠트(Maienfeld)에 멈춘다. 그라우뷘덴 주는 스위스의 주 행정지역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곳이지만 마이엔펠트는 아주 작다. 이 도시는 스위스 동부 지역으로 크게 쿠어와 취리히 사이에 있다. 고속 열차도 서지 않는 간이역은 관광인파도 많지 않아 한가롭다. ‘하이디 오두막(Heidi Dorf, Heidialp)’까지 운행한다는 버스가 역 앞에 있다. 기사는 걸으면 1시간이나 걸리고 버스 운행은 딱 한번 남았단다. 아직 해가 다 지지도 않았는데도 버스는 막차다. 천만다행으로 역사에서 숙박지가 지척. 한갓진 시골마을의 가정집처럼 아담한 호텔의 싱글 룸에 짐을 대충 던져 놓고 다시 역 앞에 선다.

마이엔펠트 역.jpg
마이엔펠트역

 

마을에서 약 4떨어진 언덕바지(1111m) 밑에서 버스가 멈춘다. 오두막은 언덕바지에 반쯤 몸을 숨기고 있고 주변으로는 푸른 초원이 펼쳐지며 긴 샛길이 이어진다. 반대편 하늘 가까이로는 건조하게 느껴지는 알프스의 석회암 바위 산맥이, 환하게 트인 앞쪽으로는 마을이 있다. 소로에는 등짐을 짊어지고 큰 곰방대를 물고 있는 할아버지, 염소, 소년들의 동상들이 있다. 소설 속 인물에 걸맞은 조형물이다. 건물 서너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박물관은 사람이 사는 평범한 스위스 농가와 같다. 마당에는 염소 떼와 양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의 조형물이 있다.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잘 만들었다.

동화속 알름 할아버지.jpg

기념품을 파는 건물에서 매표를 하고 하이디 박물관으로 들어선다. 이 집은 1996, 125년 정도 된 집을 구입해 변신시킨, 하이디와 할아버지가 살았던 오두막이다. 3층으로 된 박물관에는 여전히 그들이 사는 것 같다. 두 사람이 해맑게 웃으며 다가올 것만 같다. 부엌 식탁 위에는 음식상이 차려 있고 난로에는 금방이라도 따뜻한 온기가 피어오를 것 같다. 옷가지가 걸려 있고 신발이 널브러져 있다. 좁은 나무 계단을 올라 맨 위로 올라서면 하이디의 방이다. 하이디와 동네 친구 피터가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 디오라마와 작은 침대, 잠옷 등을 보면 살포시 미소가 지어진다. 하이디가 했던 것처럼 다락방 창문으로 알프스의 산을 바라보고 뒤뜰은 내려다 본다.

 

소녀 하이디를 만들어 낸 작가, 요한나 슈피리

박물관 벽에 걸린 소품 액자에서 하이디를 쓴 작가 요한나 슈피리(Johanna Spyri, 18271901)와 그의 남편의 빛바랜 사진을 발견한다. 요한나 슈피리는 취리히 근교(25km)인 힐첼((Hirzel, 히르첼)에서 의사 아버지와 종교 시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4세 때 취리히로 가서 프랑스어와 피아노를 배웠다. 25(1852), 변호사 요한 베른하르트 슈피리(1821~1884)와 결혼했고 3년 뒤 아들 숀 베른하르트 슈피리(1855~1884)을 낳았다. 남편은 시청에서 근무했고, 그녀는 고아원, 불량소년 수용소, 여학교 교육, 상담역으로 있으면서 취리히의 문학 및 예술가 모임에 참여했다. 44세 때에 <헤르고란트의 소녀 이야기>를 썼으며 가명으로 첫 책을 출간한다. 그 후로 몇 권의 책을 더 썼지만 전부 가명으로 출간했다.

하이디 책.jpg
하이디 책

 

 

그러다 53(1880), <하이디의 교육과 편력시기>라는 하이디 상권을 출간하면서 본명을 밝혔다. 그 다음해에 <하이디는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제목으로 하이디 하권을 출간했다. 소설 속에 등장한 하이디 되르플리(Heidi Dörfli)는 마이엔펠트를 묘사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이웃 마을인 바드 라가츠(Bad Ragaz)에 머물면서 하이디 책을 집필했다. 그 곳에서 지낸 건 병약한 아들 때문이었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병치레가 잦아 요양마을을 찾아 다녀야만 했다.

 

 

1880년 어느 날부턴 바드 라가츠에 머물게 됐다. 이 도시는 13세기부터 유명한 온천이 있는 요양 도시다. 그녀는 그곳에서 할아버지랑 살고 있는 소녀 이야기를 듣고 3주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 19세기, 스위스의 시골 마을 아이들은 교육은커녕 노인층에게 맡겨져 염소 떼를 몰고 밭일을 해야만 했다.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순수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출간된 2년 뒤, 그녀의 아들이 29세로 사망했다. 같은 해 과로와 아들을 잃은 고통에 괴로워하던 남편까지도 사망해 버린다. 그녀가 가장 사랑한 두 명을 잃은 슬픔을 어찌 말로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녀는 세상을 떠날 때(73, 1901)까지 소설로 번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이후 1968년에는 취리히에 슈피리 재단이, 1980년에는 슈피리의 고향 히르첼에 슈피리 자료관이 세워졌다.

 

그녀가 쓴 동화는 출간되자마자 세계 30여개 나라에서 번역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하이디를 주인공으로 한 여러 편의 영화도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마리엔 펠트가 알프스 동화의 본 고장으로 부각되기 시작한다. 소설 속 되르플리마을은 마리엔 펠트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모티브 한 것이니 지명만 다를 뿐, 같은 장소인 게다. 특히 1974년 일본의 즈이요 영상과 후지 TV알프스 소녀 하이디라는 52편의 만화영화를 만든다. 마이엔펠트 현지 로케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만화영화는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하이디 붐을 조성하게 된다. 이 만화영화의 여파는 컸고 관광객들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마을 사람들은 하이디 마을을 조성하기에 이른다. 동화 속 하이디 되르플리의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한 것이다. 어린이들까지 나섰다. 용돈을 털어서 마을 중앙에 하이디의 샘’(Heidibrunnen)을 세웠고 관광철이 되면 하이디와 피터 복장을 한 소년 소녀들이 거리를 거닐며 관광객을 맞이한다.

포도밭.jpg

 

와인 샵.jpg

포도밭이 무성한 마리엔 펠트 마을

하이디 박물관 옆에 있는 기념품 숍을 기웃거리다가 십자가 모양이 그려진 빨간 지갑을 사들고 천천히 마을로 발걸음을 옮긴다. 초가을 하이디 마을의 해질녘은 정적이 감돈다. 목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고즈넉한 스위스 시골의 전원 풍경이 마을까지 이어진다. 낮은 기온에 이파리가 변색되어 가고 있는 포도밭에는 여전히 포도알이 달려 있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떼를 향해 친근하게 달려들다가 울타리의 전선줄에 감전될 뻔했다. 실제로 스위스의 목장 울타리에는 사람들의 접근을 방지하기 위해 전기를 통하게 한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머리끝까지 찌릿한 공포에 놀란 가슴을 부여잡아야 할 것이다.

마을의 무인 호박수레.jpg

붉은 색 호박이 잔뜩 쌓아 올려진 무인 호박 수레도 만난다. 수레의 주인은 없고 단지 돈을 넣는 통만 있다. 그 모습조차도 시골 마을과 잘 어울린다. 루마니아가 고향인데 스위스에서 일하고 있다는 남자는 마을까지 차를 태워주겠다는 친절을 베푼다. 하지만 스위스 시골마을의 고즈넉한 운치를 놓치고 싶지 않다. 천천히 20여분 정도 걸었을 때부터 마을 골목엔 서서히 어둠이 내리 깔린다. 유난히 큰 음수대의 콸콸쏟아져 내리는 물 위로도 차가운 밤이 깊어간다. 레스토랑으로 이용되는, 10세기에 세워진 브란디스(Brandis) 고성에는 저녁 불빛이 켜진다. 이미 포도밭이 암시해주었듯 마을에는 와이너리가 많다. 고급 와인을 갖고 있다는 비노테크를 비롯해 자기만의 와인 레벨을 붙여 전시해 놓은 집들을 기웃거리지만 인기척은 없다. 해발이 높고(해발 660m 지점) 고산의 알프스 산맥이 있는 이 마을은 질 좋은 와인을 생산해내는 고장. 마을의 주 수입원인 와인은 여행상품으로도 운영된다.

 

시골마을은 도심과는 달리 한밤의 축제는 없다. 그 흔한 바도 피크철이 아니면 거의 문을 닫는다. 숙소의 레스토랑에도 관광객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 들어 술잔을 기울이면서 떠들고 있다. 바텐더 여자는 우리네 시골 동네처럼 손님들 자리에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간단하게 소시지와 맥주 한잔을 시켜 조촐한 저녁을 먹는다. 생각보다 소시지는 맛이 좋아 1인분을 추가하고 이 지역의 특산물이라는 와인도 홀짝 거린다.

 

분명히 이 마을은 그저 평범한 스위스의 시골 마을이다. 요한나 슈피리라는 작가가 없었다면 관광객이 찾아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마을은 분명히 현재에도 미래에도 알프스 하이디를 되새기게 할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그동안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어릴 적 소녀 감성을 되살려 주는 이 마을의 하룻밤은 행복했다.

 

Travel data

찾아가는 방법:취리히에서 기차를 타고 자르간스(1시간 소요)까지 가서 쿠어까지 운행하는 열차를 이용해 마이엔펠트(15분 소요)에 하차하면 된다. 쿠어에서 들어와도 된다.

 

현지교통:마을에서 하이디 마을까지 운행하는 작은 버스가 운행 중이다. 역에서 걷는다면 40분 이상 소요된다.

 

맛집과 숙박:마을 안 브란디스(Brandis) 고성을 개조해 만든 슐로스 브란디스(Schloss Brandis) 레스토랑의 평점이 높다. 그 외에는 호텔마다 식당을 갖추고 있다. 밀짚침대(Sleep in Straw)’의하룻밤 농가 체험도 가능하다. 초여름, 소나 양을 알프스 산으로 올려 보낸 농가는 빈 축사를 간소한 숙소로 꾸며 여행객에게 싼 값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슐라프 임 스트로흐(www.abenteuer-stroh.ch)’협회가 있으며 약 200여개 농가가 가입되어 있단다. 실제로 자리는 불편한 편.

 

 

 
특산품:포도 산지이며 와이너리가 아주 많다. 와이너리 투어도 가능하며 많은 와인 숍들이 있다.

 

 

여행 포인트: 알프스 산지라서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린다. 그래서 겨울(12~이듬해 2)에는 박물관이 폐쇄된다. 또 이 마을에는 하이디 트레일’(Heidi Trail)‘ 코스와 하이디 어드벤처 패스’(Heidi Adventure Path) 코스가 있다. 동화를 되살리면서 루바(Luva) 숲을 따라 피터와 목동이 살던 오두막을 지나 오흐젠베르그(Ochsenberg, 1111m) 산에 오르는 코스다. 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하이디의 할아버지가 염소 떼와 함께 살았던 동화 속 하이디 알프(Heidi Alp)의 풍경을 감상하며 칼트보덴(Kaltboden)을 지나 예닌스(Jenins)까지 가는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주변 볼거리:마이엔 펠트에서 한 정거장 거리에 온천 도시인 바트 라가츠(Bad Ragaz)가 있다. 수피리 작가가 요양차 머물던 도시다. 이곳에는 고급 스파 리조트(Tamina Therme)가 있다. 13세기부터 있던 곳으로 온천수는 체온과 비슷한 36.5. 근처의 타미나 협곡에서 나오며 블루 골드가 함유되어 있어 수질이 좋은 곳으로 소문난 곳이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클라라가 요양을 위해 머물렀던 곳으로 설정된 장소이기도 하다. 2시간, 4시간, 24시간 등으로 나눠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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