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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의 클라이페다 캐슬 여행

2021-02-21 04:05

글·사진 : 이신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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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인 강 하구 쪽으로 내려오면 왼쪽에 둔덕처럼 보이는 클라이페다 성이 있다. 클라이페다 성을 둘러싸고 만들어진 해자의 물줄기는 데인 강과 다른 여행 파트다. 1252년, 메멜 시대에 외세의 방어 요새로 만들어진 클라이페다 성 주변에는 오래된 창고가 호텔로 남아 있다. 해자를 연결하는 체인 다리는 도개교로 자주 열린다. 그 다리 옆에는 기이한 검은 유령 동상도 있다. 분위기가 좋아서 자꾸만 되돌아보게 되는 곳이다.

클라이페다 성 해자에서 만난 어린이 8명

올드 타운을 벗어나 다시 데인 강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케밥 하나 사들고 데인강 하구 쪽으로 가다보니 제법 눈요기꺼리가 많다. 저 멀리 넓은 쿠로니아 석호도 보이고 그 외에도 오래되고 멋진 붉은 벽돌 건물(MICHAELSON boutique HOTEL)과 밀 호텔(Mill Hotel)이 보인다. 그 앞쪽으로 요새로 보이는 푸른 둔덕이 있다. 클라이페다 성이다. 일단 클라이페다 성으로 오르기 전에 주변을 한참 헤매인다.

 

둔덕 밑으로는 해자로 만든 물줄기가 흐르고 있는데 많은 배와 요트가 정박해 있다. 해자를 연결하는 철교는 배가 지나칠 때마다 올려졌다 내려지는 모습도 신기하다. 다리가 내려지면 우루르 사람들이 건넌다. 쿠로니안 석호 쪽으로는 ‘재즈 페스티발’라는 글자가 새겨진 해안가 이벤트 공터가 있다. 그러나 해안에서 사용하는 크레인들이 많아서 삭막한 느낌도 있다.

성곽에서 바라본 해자.JPG


낚시하는 아버지.JPG

성 언덕으로 오르려고 길을 찾는데 해자의 물길에서 낚시하는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 옆에는 개구쟁이 코흘리개 사내 두 명이 해자 나무 판대기에 앉아 필자를 보면서 해맑게 웃는다. 그 남자는 고기를 아주 잘 잡는다. 그때 한 아주머니가 유모차에 갓난쟁이를 싣고 다가온다. 그 남자의 부인인 듯하다. 부인 옆에는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줄줄이 따르고 있다. 처음의 사내아이 두 명을 합치니 총 8명이 되었다. 모두 한 가족인 듯하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말 한마디도 못했지만 속으로 생각한다. ‘이 많은 아이들을 키우려면 저 남자 고기를 아주 많이 잡아야 겠는 걸’. 어쩌면 그런 걱정은 어른들이나 하는 생각이다. 아이들 표정은 한없이 해맑기만 하다. 아이들이 필자 주변을 배회한다. 늘 간식꺼리를 갖고 다니면서 이사람저사람들 나눠주는 게 취미인데 그 날은 사탕 한 톨도 없다. 근처에 매점도 없어서 아무것도 나눠 줄 수 없는 게 안타깝다.  


클라이페다 성에 오르다

해자 물길을 한참 돌아서 요새 둔덕으로 오른다. 흙으로 만든 성벽 위에 올라서니 발 밑으로 해자의 물줄기와 배들, 그리고 주변의 가옥들이 한 눈에 조망된다. 최근에 복원한 티가 역력한 요새 안은 건축물이 없는 빈터로 썰렁하다. 좀더 가까이 다가서 들여다 봤어야 했지만 가고 싶은 곳과 동선이 달라질까봐 성벽 주변만 휘휘 보고 만다. 그래도 이 요새는 입지만으로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장소였음이 확실하다. 

 

성곽.JPG

자료에 따르면 1252년, 메멜 시대에 목조 성으로 건설되었다. 1253~1254년 석조 성으로 바뀌었다. 성 주변에 해자를 만들었고 다리와 성벽, 성문을 만들었다. 성 안뜰에는 벽돌과 목조 건물들을 지었다. 그러나 이 성은 외세(주변 도시:Samogitians, Skalvis, Sembas, Lithuanians)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 파괴되었다.

 

1525년, 프로이센 공국이 세워지면서 성은 본격적으로 재건된다. 성벽 남서쪽에 성문을 내고 건물 모퉁이에 두 개의 둥근 요새 탑으로 보호했다. 또 북서쪽, 북동쪽 및 남동쪽 모서리에도 성탑을 세웠다. 성은 요새화되었고 방어 시스템도 향상되었다. 1670년, 성탑 위에 2개의 날개가 달린 사령관의 집이 지어졌다. 이 사령관 집은 프레드릭 빌헬름 3세((Friedrich Wilhelm III, 1770~1840)의 아들인 찰스 왕세자(Friedrich Karl Alexander, 1801~1883)의 이름이 붙어 있다. 찰스 왕세자가 이곳에서 잠시 살았다.

 

그러다 이 성은 17세기와 18세기에 방어 기능이 끝이 난다. 1757년, 오스트리아와의 7년 전쟁이나 러시아 제국의 군대에 의해 점령되면서 전략적 중요성을 잃고 쇠퇴했다. 1812년, 프랑스 시대에는 막사로 이용하고 무기고, 창고, 병원이 있었다. 이후 성 건물은 팔리거나 철거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성 건물들을 철거해 집을 짓는 데 사용했다. 1888년 이후, 성의 가장 중요한 석조 건물이 철거되었다. 1920~1921년, 해자의 일부가 침수되고 두 개의 남쪽 요새가 철거됨에 따라 거의 600년 동안 서 있던 성은 완전히 파괴되어 도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성채와 해자.JPG

1968년, 고고학자 아돌프 타우타비치우스(Adolfas Tautavičius)의 감독 하에 발굴 작업이 시작된다. 1975년부터 발굴을 본격화해 2002년, 클라이페다 시의 750주년을 기념행사에 맞춰 찰스 왕세자의 집을 복원해 “성 박물관”로 개관했다. 2015년, 본격적으로 재건 작업을 시작해 2018년에는 19세기 초의 동쪽 탑을 복원해 제2차 세계 대전에 대한 박람회를 열었다. 2019년, 컨퍼런스 센터를 만들었다. 성벽의 해자도 부분적으로 복원하고 이전 페인트 창고도 재건축했다. 2020년, 탑 꼭대기에 높이 약 30m의 전망대를 만들었다. 이 성에서는 매년 클라이페다 성 재즈 페스티발(Klaipėda Castle Jazz Festival)이 열린다.


클라이페다 성, 체인 다리의 검은 유령

요새 언덕 밑, 옛 해자의 물길에는 많은 요트가 정박해 있고 물길은 체인 다리(Chain Bridge)가 연결한다. 이 체인 다리는 보트를 꺼내기 위해 하루에 여러 번 열리고 닫힌다. 요트를 빌려주는 업체가 있어서 유람객들이 이곳에서 하차한다. 클라이페다 성과 데인 강 사이에 위치한 체인 브리지는 클라이페다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다리 중 하나다. 해자의 체인 다리는 1820년, 근처 창고로 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러 번 재건되어 1855년에는 최첨단 다리가 되었다. 대형 선박이 지나갈 수 있는 도개교다. 이 체인 다리는 리투아니아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체인다리.JPG

이 다리 주변에는 "검은 유령(Black Ghost, Juodasis Vaiduoklis)"이라는 청동상이 유명하다. 검은 유령 청동상은 도개교 지나 올드밀 호텔 근처에 있다. 2.4m의 유령 조각은 해안가 산책로보다 밑에 있다. 망토를 걸치고 얼굴은 비어있는 한 손에 랜턴을 들고 유령의 긴 손은 뭍으로 올라오려는 듯 부두에 비스듬히 대고 있다. 이 작품은 2010년, 클라이페다 조각가(Svajūnas Jurkus)와 건축가(Vytautas Paulionis)가 만들었다. 

 

검은유령동상.JPG

전설이 흐른다. 1595년, 클라이페다 성의 경비병인 한스 폰 하이디(Hans von Heidi)는 야간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때 물가에서 검은 망토를 입은, 얼굴 없는 유령이 갑자기 나타났다. 깜짝 놀란 한스를 유령은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도시의 곡물과 목재 공급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물었다. 한스는 귀신에게 보급품이 충분하다고 말했지만 귀신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사라졌다. 상사에게 유령이야기를 말하자 목재와 곡물 들을 더 비축하기 시작했다. 몇 년 뒤, 많은 도시들이 전염병과 기아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미 준비된 클라이페다는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클라이페다 사람들은 유령을 구세주로 생각한다. 그 유령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만든 조각상이다.


올드 밀 호텔 등 옛 창고들 

올드 밀 호텔(Old Mill Hotel)은 캐슬 항구 주변에서 가장 멋진 건물 중 하나다. 캐슬 항구와 데인 강의 물줄기가 합류하는 지점에 있다. 이 건물은 18세기, 리투아니아 최초의 큰 곡물창고였다. 2008년, 개조해 호텔이 되었다. 객실에서는 올드 캐슬은 물론 데인 강, 쿠로니아 석호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올드밀 호텔 강 너머의 붉은색 건물은 마이클슨 부티크 호텔(Michaelson boutique HOTEL)이다. 이 호텔 또한 18세기의 창고 건물을 복원했다. 당시 창고의 첫 번째 소유자인 상인 에프라하임 마이클슨(Epraheim Michaelson)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마이클슨 창고는 과거 선창가에서 튀는 건축물이었다. 많은 선박들이 이 집 옆에 정박했다. 현재는 그 창고를 현대적으로 복원해 비싼 호텔이 되었다. 어쨌든 이 건축물들은 여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눈길을 끌어 당긴다.


소년동상.JPG

데인 강 하구, 페리 선착장에서 만난 소년 동상

데인 강물은 넓은 쿠로니안 석호로 흘러 들어간다. 강 끝까지 따라 가면 클라이페다 유람선 터미널(Klaipeda Cruise Ship Terminal)이다. 강 너머에는 구페리 항구가 있지만 강 다리가 없어서 건널 수는 없는 지점이다. 이 곳에 어린시절의 꿈(Childhood Dream)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소년 동상이 있다. 바닷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는 소년은 쿠로니아 석호와 발트 해를 항해하는 배를 향해 모자를 벗어 흔들고 있는 듯한 몸짓이다. 소년 동상 뒤에는 강아지 한 마리도 조각되어 있다. 2007년, 클라이페다 조각가(Svajūnas Jurkus)와 건축가(Vytautas Paulionis)의 작품이다. 그들은 ‘클라이페다는 재즈를 즐기는 젊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전한다. 페리 터미널 주변의 너른 터에서 재즈 패스티벌이라는 글자가 크게 조형되어 있다. 그런데 필자는 이 소년상이 강 너머의 올드 페리 터미널 앞에 있는 ‘키스 소녀상’과 연관을 짓고 싶었다. 소년과 소년은 서로 마주하지는 않지만 소년과 소녀는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데인강 아랫 다리, 캐슬 브리지

강을 건너려면 다시 데인강을 거슬러 올라와 캐슬 다리(Pilies tiltas, Castle bridge)로 건너야 한다. 비르조스 다리 아래에 있어서 캐슬 다리는 ‘아랫 다리’로 불린다. 1826년에 목조 스윙 다리로 지어졌다. 이 다리가 생기면서 극장과 캐슬 사이의 시장까지 빠르게 연결시켰다. 처음에는 프레드릭 빌헬름 3세((Friedrich Wilhelm III, 1770~1840)의 아들인 칼 왕세자( Friedrich Karl Alexander, 1801~1883)의 이름을 붙였다. 나폴레옹 시대에 클라이페다에 살았던 칼 왕자의 동의를 얻어 붙여진 이름이다. 1877~1878년에 재건되고 20세기에 트램 라인이 건설되면서 철교(1904년)가 되었다. 다리의 난간은 금속이고 상단은 아르누보 요소로 장식되었다. 1960년대에 비르조스 다리(약 50m)와 조금 더 가깝게 재건되어 캐슬 브리지가 되었다. 다리가 재건 된 후 도개교가 되었다. 현재의 다리는 2014년~2017년에 재건되었고 교량 길이는 1826m다.


올드 페리 항구의 키스 소녀

캐슬 다리를 건너서 다시 데인 강을 따라 산책로가 끝나는 올드 페리항까지 걷는다. 생선을 훈연하는 부스를 만난다. 술 안주와 훈제 생선은 잘 어울리는 메뉴. 사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감에 포기해야 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쳐야 하는 아쉬움을 접고 카메라만 들이댄다. 올드 페리 선착장 앞에서는 소녀상을 만난다. 소녀 동상의 제목은 '키스'다. 2014년 6월 초, "클라이페다 컨테이너 터미널" 회사의 창립 20주년에 만들어진 이 소녀상은 리투아니아 조각가(Romualdas Kvintas, 1953~2018)의 작품이다. 순간 강 너머의 소년에게 보내는 키스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익산에 있는 동고도리, 서고도리 석불처럼 따로 떨어져서 마주보고 있다는 생각도 얼핏 했다. 하지만 강 너머 그 소년은 소녀와는 정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상 제작 연도가 다르고 표현 목적이 다르다. 키스 소녀는 어부의 아내를 표현했다고 전한다. 뱃일을 끝내고 무사히 귀한한 어부 남편을 위해 키스를 보내는 것을 표현한 것. 어쨌든 ‘키스 소녀’ 동상은 하염없이 밝아서 여행자를 참 기분 좋게 한다. 

 

키스소녀.JPG

 

키스동상.JPG

키스 소녀 앞에는 올드 페리 터미널(Smiltynes Ferry). 크로니아 석호를 따라 바로 앞에 있는 스밀티네(Smiltynė)로 가는 배가 자주 운항한다. 배는 차량 이동은 안되고 승객과 자전거 승객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바쁜 여행자는 먼 발치에서만 하염없이 바라만 볼 뿐이다. 영원히 못 갈 곳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을 가게 된다.(계속)

 

Data

클라이페다 캐슬(Klaipeda Harborside Castle)주소:Žvejų g. 10-12, 클라이페다

캐슬박물관(The Castle Museum)주소:Žvejų g. 27T, 클라이페다

클라이페다 캐슬 컨퍼런스 센터(Klaipeda Castle East Kurtina Hall)주소:Priešpilio gatvė 

올드 밀 호텔(Old Mill Hotel)주소:Žvejų g. 22, 클라이페다

마이클슨 뷰티크 호텔(MICHAELSON boutique HOTEL)주소:Žvejų g. 18A, 클라이페다

클라이페다 크루즈 터미널(Klaipeda Cruise Ship Terminal)주소:Pilies g. 4, 클라이페다/운행시간표:https://www.keltas.lt/en/

페리여객선(Old Ferry):Priešpilio gatvė 2, 클라이페다

클라이페다 웹사이트:https://www.klaipeda.lt/lt/https://klaipedatravel.lt/cat/kultura/http://www.lnkc.lt/http://www.klaipedainfo.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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