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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의 배우 이야기 5] '칭찬일색' 조인성

2021-09-10 10:07

글 : 전찬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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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인성이 화제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에서의 명연 덕분이다. 우리나라가 UN에 가입하기 이전의 1991년,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발발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남북한 대사관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휴먼 액션 드라마 말이다.  
 
영화에서 조인성은 안기부(현 국정원)에서 파견된, 한국 대사관 참사관 강대진으로 등장한다. 한데 그 언행이 그간 목격해온 안기부 출신 캐릭터들과는 적잖이 다르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과 비교해보면 달라도 한참 다르다. 살벌하기는커녕 비인간적 모습을 보이는 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는 우스꽝스럽다 못해 어리숙한 순간을 드러내기도 한다. 편견일 수도 있겠으나 ‘저런 안기부원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단적으로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체현하기 결코 수월치 않았을 그 역할을 조인성은 100% 소화해냈다. 그래서일 테다. 한국 대사 한신성 역 김윤석, 북한 대사 림용수 역 허준호, 북한 참사관 태준기 역 구교환 등 다른 동료 배우들 또한 그 못잖은 호연을 펼쳤건만, 더 큰 주목이 조인성에게 몰리는 까닭은. 그야말로 칭찬 일색이다. 그간 으레 휘말리곤 하던 연기력 시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격세지감’이라 할만도 하다. 배우 조인성은 <모가디슈>를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조인성은 (대)변신에 성공했다. 꽃미남 스타로서의 어떤 이미지를 떨쳐내고, 진정한 연기자로 다시금 거듭났다고 할까. 영화를 보는 내내, ‘안성맞춤’이라는 단어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도 그래서였다. 20년에 걸친 그의 연기 이력을 되새겨보기로 마음먹은 것도 그래서다. 
 
30년 가까운 평론 활동에도, 정확히 20년 연하의 조인성과 나는 개인적 친분은 없다. 어떤 영화제 술자리에서의 만남을 포함해, 기껏 서너 차례쯤 인사를 나눈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 만남들을 통해 내가 그에 대해 품고 있는 인상은, 얼굴이 자그마하다는 것과 인사성이 참 바르다는 것 등이었다. 
 
연기에 대해 평하자면, 한때 연기자라고 일컫기조차 쑥스러울 수준이었던 게 사실이다. 유하 감독의 걸작 <비열한 거리>(2006)로 그 진가가 전격 ‘발견’되기 전까진 그랬다. 영화 데뷔작 <화장실 어디에요?>(프루트 첸, 2002)와 <남남북녀>(정초신, 2003)는 보질 않았으니 논외로 치자. 2003년 1월 3주 차이를 두고 선보인 두 번째와 세 번째 주연작, <마들렌>(박광춘, 2002)과 <클래식>(곽재용, 2002)에서 조인성의 연기는 ‘재난’에 가까웠다. 20대 초의 리즈 시절이어서였을까. 꽃미남 이미지가 전부였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들렌>은 그 달콤쌉싸름한 제목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졸작이니 그러려니 치자. 신민아도 그랬지만, 조인성의 연기를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클래식>은 한국 영화사의 빛나는 수준급 멜로드라마 아닌가. 그런데 왜 그리도 조인성의 연기가 엉망이었을까. 그 책임은 물론 배우보다도 감독에게 물어야 한다. 연기의 결과물은 주로 연출의 몫이니 말이다. 
 
<클래식>은 2000년대 초의 현재와 1960년대 후반의 과거를 오가며 펼쳐지는 가슴 아린 러브스토리였다. 이야기 구조도 그렇거니와 그 의미에서도 현재보다는 과거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었다. 12년 후 선보일 김현석 감독의 <세시봉>(2015)이 그랬듯. 캐릭터 면에서도 조인성이 분한 현재의 상민보다는 조승우가 연기한 과거의 준하가 더 눈길을 끄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2000) 등 <클래식> 이전까지는 고만고만한 연기를 펼치던 조승우가, 물 만난 고기처럼 발군의 열연을 뽐내는 게 아닌가! 단언컨대 <클래식>은 조승우라는 훗날의 걸물을 발견한 문제작이다. <클래식>은 또 전작 <연애소설>(이한, 2002)로 제22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신인여우상—재미삼아 밝히면 당시 시상자가 필자였다!—을 안은 손예진을 위한 영화였다. 그녀는 현재의 지혜와 과거의 주희 1인 2역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오늘날의 손예진은 그때 그 성취의 연장선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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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캐릭터로나 연기로나 상민과 조인성의 임팩트는 약했다. 개인적으로 들은 후일담에 따르면, 조인성 촬영 분량은 편집 과정에서 무려 40분가량이 잘려나갔다고 한다. (이제는 밝혀도 될 듯한데) 시사회 당일 시사 후 조인성 측에서 제작자에게 특별출연으로 처리해줄 수 없겠냐는 문의 전화를 해왔을 때, 나는 그 바로 옆에 있었다. 물론 그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라고 나는 확신한다. <클래식>의 흑역사가 <비열한 거리>로 이뤄질 비상의 밑거름이 됐으리라는 것을. 2006년 영평상 감독상을 수상한 그 문제적 휴먼 액션 드라마로 조인성은 제5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는 파란을 일으켰다. 평가컨대 조인성은 <달콤한 인생>(김지운, 2005)의 이병헌, <우아한 세계>(한재림, 2007)의 송강호에 비견될 생애의 연기를 선사한 것이다. 
 
자신을 연기자로 비상시켜준 감독에 대한 ‘보은’에서였을까, 조인성은 <쌍화점> (2008)에서 다시 한 번 유하 감독과 합을 맞춘다. 삼류 조폭에서 “왕을 섬겨야 하는 운명과 개인적 욕망 사이에서 번뇌하는 왕의 호위무사 홍림 역을 맡아 내면의 연기와 거친 액션, 그리고 파격적인 노출로” 한층 더 과감한 연기를 선보이는 데까지 나아간다. (성에 차진 않아도) <쌍화점>은 내게 <색, 계>(이안, 2007)의 한국판이고, <달콤한 인생>의 사극 버전이다. 빈말이 아니라, 조인성 아닌 홍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송지효가 연기한 왕후와 홍림이 나누는 러브 신들은 지금도 여전히 한국 주류 영화 가운데 가장 격정적이고 자극적인 사랑의 풍경화로 내게 기억되고 있다.   
 
고백컨대 나는 이 두 영화의 조인성을 진정 사랑한다. <쌍화점>의 ‘파장’ 탓일까. 그 이후 8년여 만에 선보인 <더 킹>(한재림, 2017)과, 다시금 사극 캐릭터로 분한 <안시성>(김광식, 2018)에서의 연기들이 흡족하지 않은 것도 실은 그 사랑이 워낙 크고 깊어서다. 전자에서 조인성보다 정우성이나 류준열이, 후자에서 남주혁이 더 강렬한 이미지로 머물러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공산이 크다. <모가디슈>의 강대진이 더 반가운 것도 그렇고…. 
 
<모가디슈>에서 조인성의 변신이 유의미하게 다가서는 것은, 여태까지의 변신과는 그 함의가 또 다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20년에 달하는 짧지 않은 세월에 조인성의 출연작 수는 9편에 지나지 않는다. 한결같이 주연작들이다.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거의 없다. 안주하지 않고, 늘 변신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것이 아닌가 싶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연기의 내포에 비해 외연이 넓지 않은 것. 주연작만이 아니라 조연작도, 때론 단역 특별 출연작도 보고 싶다면 과욕일까. 선배 이병헌이 <밀정> (2016)에서 10분여쯤밖에 안 되는 짧은 출연으로도 영화를 환하게 빛나게 한 것처럼….   
 
마침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 <밀수>에 조인성이 또다시 출연할 거라고, 한 기사는 전한다. <밀수>는 김혜수, 염정아 여성 투톱 영화인 바, 조인성 비중이 그다지 크지는 않을 거란다. 두 편 연속 같은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건 유하 이후 처음이다. 기자의 말마따나, 그만큼 상호간의 신뢰가 두터워졌다는 의미일 테다. 그렇다면 혹 <밀양>(이창동, 2007)의 송강호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일까? 벌써부터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조인성, 그는 이제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향후의 그의 행보, 그의 변신이 어떤 방향 어떤 크기·깊이를 띠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모가디슈> 이후의 조인성은 더 큰 스타-배우의 길을 걸을 거라는 기대감이다.  
 

 


 
PROFILE
전찬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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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론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비평 활동 외에도 글로컬컬처플래너&커넥터 및 퍼블릭 오지라퍼를 표방하며 다양한 문화 기획, 연결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조직위원, ㈜문화광장 대표 등도 맡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크리튜버 전찬일TV>를 개국해 ‘전찬일 이덕일의 종횡무진: 영화와 역사를 탐하다’와 ‘찬스 무비’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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