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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의 배우 이야기 2]닮은꼴 배우, 유아인과 윤여정

2021-06-19 11:08

글 : 전찬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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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져보자. 한국 영화계에 혹 ‘남자 윤여정’이 존재할까? 있다면 그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무려 40년 가까운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주저 없이 내 답변은 유아인이다. 30대 중반에 명실상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스타 배우이면서도, 마음에 드는 영화라면 몸값 따윈 아랑곳없다는 듯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 진정 흔치 않은 이 시대의 진짜 연기자.
 
제41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에 이어 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안긴 <소리도 없이>(홍의정 감독)가 유아인 없이도 과연 탄생할 수 있었을까? 아예 불가능했거나, 설사 가능했더라도 그 시점은 한참 늦어졌을 게 확실하다. 순제작비 13억에 빚어졌다는 작은, 하지만 그 속내에서는 그 어떤 대작 못잖은 육중한 걸작이다. 그 걸작에서 과연 유아인이 출연료로 얼마를 받았는지는 모른다. 평소 5억 원 이상을 받았다니, 그 액수가 얼마나 미미할지 그저 짐작할 따름이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에서 윤여정도 마찬가지다. 널리 보도됐다시피 그 미국 영화의 순제작비는 한국 영화 기준으로도 저예산인 200만 달러(한화 약 22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주연 아닌 조연 윤여정이 챙겼을 몸값이 얼마나 초라(?)했을지 뻔하다. 연기력에 대해서는 새삼 거론하지 말자. 이러니 어찌 이 두 배우를 닮은꼴이라 평하지 않겠는가. 
 
돈을 넘어, 연기자로서의 가치를 추구하며 거둔 두 배우의 쾌거는 아름답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이다. TV와 영화를 오가며 연기를 펼쳤다는 점에서도 둘은 닮았다. 윤여정의 최강 캐릭터는 김기영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 <화녀>(1971)에서의 명자와, 공전의 히트를 자랑하는 MBC 드라마 <장희빈>의 장희빈이었다. 유아인은 2015년 8월과 9월에 선보인 <베테랑>과 <사도> 이전에, JTBC 인기 드라마 <밀회>에서의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를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꼽았다.  
 
(긍정적 의미에서의) ‘4차원적 개성’이나 ‘개념 배우’ 등의 수식어도 둘을 한데 묶어주는 공통 상수다. <소리도 없이>의 감독이나 공동 제작사인 브로콜리픽쳐스 대표 등은 필자를 만날 때마다 유아인을 향한 찬사를 쏟아냈다. <사도>의 이준익 감독과,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한결같이 유아인의 남다른 개념성을 극찬했다. 
 
유아인 덕에 사도세자는 영조(송강호 분) 못잖은 존재감을 구축할 수 있었다. 조태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희대의 악당 캐릭터건만, 유아인의 실감 넘치는 열연 덕에 악당도 매혹적(Attractive)일 수 있음이 드러났다. 내게 <베테랑>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와 연기는 서도철과 황정민 등 베테랑 광역수사대 5인방이 아니라, 조태오요 유아인이다. 그만큼 유아인은 압도적이다. 심지어 애초엔 캐스팅하지 않았으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와 끝내 유아인을 받아들였다는 <완득이>의 이한 감독도  그의 개성 만점의 철저한 준비성과 프로 근성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과 유, 두 배우의 ‘장외 연기’ 및 태도(Attitude)는 또 어떤가. 청룡영화상에서 유아인은, 자신은 언제든지 준비돼 있으니 찾아달라는 취지의 수상 소감으로 크고 깊은 감명을 선사했다. 백상예술대상에서도 그랬다. 오죽하면 한 일간지가 “이번에도 유아인의 입은 달랐다”며 수상 소감 전문을 전했겠는가. 그 소감 중 필자의 눈을 잡아끈 것은 단연 이 대목이다.   
 
“정말 감사드리구요.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사실 개인적으로는 극장을 가장 많이 찾은 한 해였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관객 한 분 한 분의 소중함을 객석 관객석 한 자리 한 자리의 소중함을 극장 속에서 더 크게 느끼고 또 극장에서 펼쳐지는 한 시간 남짓 두 시간 남짓 영화라는 매체의 힘과 마법 같은 순간들에 다시 한 번 매료당하고는 했습니다.” 
 
숱한 이들이 코로나19를 핑계로 영화관을 멀리하고 있거늘, 그는 외려 “극장을 가장 많이 찾았다”지 않는가! “역시 유아인!”이라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올 법하다. ‘윤며들다’와 나란히 이제는, ‘유며들’지 않을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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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은
영화평론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비평 활동 외에도 글로컬 컬처 플래너&커넥터 및 퍼블릭 오지라퍼를 표방하며 다양한 문화 기획, 연결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조직위원, 주식회사 문화광장 대표 등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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