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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의 배우 이야기 1]<미나리> 윤여정의 연기가 그렇게 대단하나?

2021-04-27 10:53

글 : 전찬일 영화평론가  |  사진(제공) : ㈜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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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www.kmdb.or.kr)에는 2008년 9월 2일 자로, 흥미진진한 퀴즈 하나가 실려 있다. -영화보단 드라마에서 친숙한 그녀는 <유행가가 되리>에서 인생의 허무를 고뇌하는 중년으로, <굳세어라 금순아>에서는 순하고 착한 할머니로 등장해 대중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웠다. 그러나 그녀를 깜찍한 어머니로만 기억한다면 오산. 김기영 전작전에서 본 그녀의 과거는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인데 <충녀>와 <화녀>에서 ‘무서운 여자’로 열연하는 모습은 과연 보는 이를 압도한다. 최근 <가루지기>에서 봉태규의 ‘첫 여자’로 출연해 화제가 됐던,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답은 윤여정이다. 놀랍게도 75세라는, 생물학적으로 젊지 않은 나이에, 국내외적으로 기념비적 화제몰이를 하고 있는 명품 배우! 주지하다시피 그 계기는 재미교포 감독 리 아이작 정의 자전적 가족 드라마 <미나리>다. 그녀는 ‘윤여정에게 스며들다’라는 의미로, 작금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윤며들다’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고 있는 중이다. 최근엔 미국배우조합(SAG)에 이어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상 여우조연상까지 안으며, 해외에서만 40개 가까운 수상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4월 26일(한국 시간)에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만으로도 역사적 쾌거다. 대개는 뒷방늙은이쯤으로 퇴물 취급 받기 십상인 70대 중반에 ‘대세 배우’로서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 것. 정말이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준익 감독의 걸작 <자산어보>에서 정조(정진영 분)가 정약전(설경구)에게 ‘버티고 또 버텨내라’며 조언하는데 그녀 특유의 견뎌냄이 가져다준 아름다운 생애의 선물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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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로 인상적 호연을 펼친 윤여정의 연기가 과연 그렇게 대단한 것일까? 46편(영상자료원 기준)에 달하는 그녀의 필모그래피 중 <미나리>가 최고작인 걸까. 내 답변은 “아니다!”이다. 그것은 전작(前作)들 중에 있다. 대개는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2016)가 꼽힐 공산이 크다. 그 문제적 ‘시니어 영화’에서 윤여정은 65세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으로 등장해 말 그대로 ‘죽여주는’, 생애의 열연을 선보인다. 공동각본으로도 참여한 <여배우들>(2009, 이재용)이나, <어미>(1985, 박철수)가 꼽힐 수도 있다. 제목에 그 캐릭터성이 직접적으로 제시된 문제작들….  
 
 
필자는 그 존재감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고 여기는 두 수작의 캐릭터와 연기를 <미나리>보다 한결 더 높이 평가한다. 류장하의 조용한 수작 <꽃피는 봄이 오면>(2004)과, 강제규의 저평가된 시니어 영화 <장수상회>(2015)다. 최민식의 영화였던 전자에서 엄마 역 윤여정은, 내게는 가장 이상적 모성으로 다가섰다. 결코 튀는 법이 없고 강렬함이 부족할 순 있어도. 강제규의 인간적 진심·향기가 물씬 풍기는 후자에서 그녀는, 소녀 같은 모습에 늘 환한 미소를 머금고 드러내는 금님을 감동적으로 체현했다.   
 
그러나 윤여정의 전작(全作) 가운데 딱 한 편만 선택하라면, 내게는 별다른 주저 없이 스크린 데뷔작 <화녀>(1971)다. 지금도 여전히 그 괴력을 뿜어내는, 한국 영화사의 거장 김기영의 괴작. 초등학교 4학년 아니면 5학년 적, 청량리에 있던 동일극장에서 숨죽이며 관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자극적 극장 간판도 그렇고. 김기영의 부동의 걸작 <하녀>(1960) 그 리메이크작에서 윤여정은 말로 형용키 불가능한, 발군의 연기력을 과시한다. 1971년 대종상과 1972년 부일영화상 신인상, 1971년 청룡영화상과 1971년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이 그 단적인 증거들. <미나리>의 성취는 이미 그때 예고됐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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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은
영화평론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비평 활동 외에도 글로컬 컬처 플래너&커넥터 및 퍼블릭 오지라퍼를 표방하며 다양한 문화 기획, 연결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조직위원, 주식회사 문화광장 대표 등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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