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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64]네덜란드 건축의 수도, 로테르담

2021-03-24 09:46

글·사진 : 이신화 이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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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제2의 도시인 로테르담은 세계 2차대전 때 독일의 공습으로 도심 중심부가 완전히 파괴된 후 새롭게 부활한다. 암스텔담의 전통보다는 실험적, 아트적인 건축물들이 온 도시를 장식하고 있다. 로테르담 중앙역의 건축물 뿐 아니라 큐브하우스, 펜슬하우스, 마크트할레(Markthalle) 등 창조성이 강조된 건축물들이 여행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단언컨대 로테르담은 건축학도라면 꼭 가봐야 할 도시다.
로테르담 블락 역 근처의 건축물.jpg
로데르담 블락역 근처의 건축물.

로테르담에는 창의적인 건축물 일색

벨기에에서 끊은 티켓은 네덜란드 국경인 로센달까지만 이용된다. 로센달을 비껴 로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해 역사(2014년 개관) 밖으로 나와 보니 외관이 예사롭지 않다. ‘기차역 건물에 왜 이리 치장을 했지’하는 생각은 단지 시작점에 불과했다. 중앙역 앞 넓은 스카우부르흐플레인(Schouwburgplein) 광장 저 멀리에도 휘황찬란한 고층 쇼핑 빌딩이 즐비하다. 트램을 타고 블락(Blaak) 역 근처에 있는 숙소 큐브 하우스(네덜란드 어로는 kubuwoningen)를 찾아 간다. 숙소의 건물 형태가 한 눈에도 독특하고 멋지면서도 기기묘묘하다. 정육면체 큐브 38개를 붙여 만든 건축물은 2개의 '슈퍼 큐브'가 서로 붙어 있다. 올드 하버(구항) 재개발의 일환으로 건설된 건축물로 1984년, 건축가 피에트 블롬(Piet Blom)의 설계로 만들어졌다. 

로테르담 구항구의 모습.jpg
로테르담 구항구.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던 원시인들의 주거형태’를 착안해서 만들어 진 이 주택은 설계한 55개 중 39개만 건축되었다. 2009년, 한 개의 슈퍼 큐브가 호스텔(Stayokay)으로 바뀌었다. 겉모양 만큼이나 복잡 미묘한 실내를 가진 큐브 하우스의 룸은 머무는데 실용적이진 않다. 햇살이 들어오지 않아 축축함이 배어 있고 실내에서는 인터넷이 되지 않아 휴게소를 따로 이용해야 한다. 일단 숙소의 발코니로 나와 주변을 살핀다. 독특한 큐브 하우스가 ‘반영’되는 옛 항구 자리는 그저 작은 연못처럼 보인다. 좁은 수로에는 배들이 정박해 있고 주변으로는 카페 의자들이 에둘러 놓여 있다. 그 앞쪽으로는 1898년에 세워졌다는 유럽 최초의 오피스 빌딩인 ‘화이트 빌’이 우뚝 서 있다. 


독특한 건축물의 으뜸은 마크트할레

또 배 모양을 추상적으로 형상화시켜 만든 듯 한 해양 박물관, 말발굽 형태의 마크트할레(Markthalle)는 벽화로 장식되어 있다. 노란 파이프가 걸린 건물과 연필을 뒤집어놓은 듯 한 펜슬하우스는 시립 도서관이다.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현대적이면서 개성 넘치는 건축물들을 보게 된다. 무수한 유럽에서 봤던 그 어떤 도시와는 달리 이 도시는 왜 이리도 현대적인 건물들이 많을까? 

마크트 할레.jpg
마크트 할레.

 

 

마크트 할레의 식품점.jpg
마크트 할레 식품점.

 

1945년, 2차대전 당시 독일공군의 집중 공습을 받은 로테르담은 초토화되었다. 전쟁 후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도시 재건이 이뤄졌다. 옛 모습을 살려내는 대신 새롭고 현대적인 도시 기획을 선택했다. ‘낡음’이 아닌 ‘새로움’에 맞춰 무수한 유명 건축가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도시로 변신 시킨 것. 각각의 건물마다 예술감이 물씬 풍기는 이유다. 


특히 인상적인 곳은 2014년 10월 개장한 마크트(네덜란드어로 시장이라는 뜻) 할레다. 길이 120m, 높이 40m(11층)에 달하는 시장은 건물 외관으로만 보면 마치 미술관처럼 보인다. 건물의 한 가운데가 확 터져 있고 약 1만1000㎡에 달하는 실내 벽화가 있다. 마켓홀의 천장엔 곡식, 과일, 꽃, 물고기 등이 화려한 색깔로 칠해져 있다. 로테르담의 역사와 시장에서 판매되는 먹거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4500개의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했다. 이 벽화는 네덜란드 예술가인 아르노 코에넨(Arno Coenen, 1972~)과 이리스 로스캄(Iris Roskam, 유리 예술가)의 작품이다. 로테르담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96개의 상점과 8개의 레스토랑, 228가구가 있다. 이 나라 특산품인 치즈숍, 견과류, 샌드위치, 고기, 과자, 빵 가게 등, 활기가 넘친다. 원래의 담(dam) 광장에서는 매주 화, 토요일이면 노천 시장도 열린다. 


성 로우렌스 교회와 에라스무스

온통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에서 해묵은 성 로우렌스 교회(Grote of St. Laurenskerk)를 만난다. 1449년에 지어져 1525년에 완공된 후기 고딕 양식의 이 교회는 세계대전의 폭격에서 살아남았다. 64m의 탑 등이 특징인 이 교회 주변에는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 동상(Desiderius Erasmus, 1466~1536)이 있다. 에라스무스가 로테르담에서 태어나 기껏 4살까지 밖에 살지 않았고 로테르담을 떠난 후에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로테르담에는 그를 기념하는 각종 랜드마크와 대학, 건물 등을 만들었다. 그 중 최고는 ‘에라스무스 다리’다. 

성 로우렌스 교회.jpg
성 로우렌스 교회.

 

에라스무스는 사생아였지만 부모에게 버려진 것은 아니었다. 그의 부모는 1483년에 흑사병으로 일찍 죽을 때까지 그를 키웠다. 수도사 학교에서 수학한 그는 1492년, 가난 때문에 수도원으로 들어간다. 25살에 가톨릭 사제로 임명됐고, 마지못해 아우구스티누스 교회법에 맹세한다. 그러나 그는 사제로서의 일을 오랫동안 적극적으로 할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는 일생 동안 꾸준히 교회의 부정부패에 대해 비판했다. 에라스무스가 살았던 시대는 많은 지식인들이 교회 성직자의 권한 남용을 비판하던 때였다. 에라스무스는 ‘인문주의자들의 왕자’라는 칭호를 누렸고, 순수한 라틴어 문체를 구사하는 고전적인 학자였다. ‘최고 영광의 기독교 인문주의자’로도 불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매독에 걸렸다. 결벽증이 있을 만큼 깔끔했다는 그가 왜 매독이 걸려 사망했는지는 의아하다. 


미술관, 박물관 지구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시청사(1920년 준공)를 비롯해서 시내의 길거리를 이리저리 둘러본다. 이 지역을 빛낸 사람들의 청동상은 물론 강아지가 싼 똥을 리얼하게 만들어놓은 조형물도 만난다. 시내를 비껴 찾은 곳이 미술관, 박물관 지구. 시립미술관인 보이만스 반 보이닝헨(Museum Boymans Van Beuningen)을 중심으로 5개의 미술관과 박물관 등이 모여 있다. 건축회관인 NAI, 1933년 개장한 카보트 박물관, 중세말부터 현대까지의 각종 예술품이 소장된 보이만스 미술관, 자연사 박물관, 현대미술관인 쿤스트 할 로테르담 등이다. 보이만스 미술관 관람은 안한 채 야외의 건축 디자인을 한참이나 지켜본다. 요 코에넨(Jo Coennen, 1949년~)이 만든 작품은 자꾸만 눈길을 끌게 한다. 미술관 주변에는 200~300년 된 나무들과 작은 운하가 있다. 그곳에 짙게 가을이 내려앉았다. 찾는 이가 거의 없어 오히려 썰렁한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참 좋은 미술관 공원이다. 

에라스무스 다리.jpg
에라스무스 다리.

 

마스강변의 백조를 닮은 에라스무스 다리의 야경

짧은 겨울 해가 지려 한다. 서둘러 근처 마스(Mass) 강변으로 나선다. 강 너머, 콥 반 자우드 지역으로 가기 위해 에라스무스 다리를 건넌다. 강을 잇는 배가 있지만 걷는 것을 택한 것은 낙조를 보기 위함이다. 길고 긴 푸른 빛을 띤 에라스무스 다리는 네덜란드 건축가 벤 반 베르켈(Ben van Berkel)의 작품으로 1996년도에 완공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로 마치 백조가 나는 것과 같다고 하여 ‘백조(De Ewaan)’라는 별명이 붙었다. 길이는 802m에 이르고 쇠줄을 당기는 기둥의 높이가 139m. 놀라운 것은 이 긴 다리가 도개교라는 것. 서유럽에서 가장 무겁고도 긴 도개교다. 이 거대한 다리가 열려야만 통과할 수 있는 화물선의 규모는 엄청나게 클 것이다. 에라스무스 다리 위에서 강변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해걸음을 바라본다. 여행 내내 제대로된 해돋이도, 낙조도 보지 못했지만 어찌 이리 이곳은 이리도 아름다운가? ‘나 죽으면 이 강변에 뼛가루를 뿌릴까?’


에라스무스 다리 끝에는 마스 강 남안, 콥 반 자우드 지역. 왼쪽으로는 영화관이 있고 반대쪽으로는 고층의 독특한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강을 따라 마치 ‘곶’처럼 뚝 튀어 나와 얼핏 보면 섬 같기도 한 이곳.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설계하고 2005년 완공한 주상복합빌딩인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주거건물인 ‘몬테비데오 빌딩(Montevideo Gebouw)’이 있다. 몬테비데오(Mentevideo)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주거 건물. 높이가 43층에 152m이고 몬테비데오의 이니셜을 딴 M 자로 건물외관을 디자인했다. 건물 꼭대기의 M자로 건물전광판을 사용했다. 그 외에 비스듬히 넘어질 듯 한 건물을 가느다란 파이프 하나로 받쳐놓은 모습이 독특한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KPN(telecom office tower) 빌딩’도 있다. 


KPN타워는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건물의 기울기가 앞으로 나와 있어 마치 넘어질 듯 한 외관을 가졌다. 건물을 받치는 지지대가 있는 것도 특색이다. 또 로테르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마스토렌(Maastoren)이 있고 렘 쿨하스(Rem Koolhaas, 1944년~)의 야심작 ‘데 로테르담(De Rotterdam)’ 도 있다. 다른 건축가들의 이름은 낯설지만 렘 쿨하스는 귀에 익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이태원의 리움 미술관과 서울대의 미술관 등에 그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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콥 반 자우드 지역 건축물.

 

렘 쿨하스는 로테르담에서 태어나 저널리스트와 시나리오 작가로 암스테르담에서 일을 했다. 렘 쿨하스는 2000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았고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평생 공로 금사자상을 수여했다. 이 지역 끝에는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이라는 글자가 불빛에 반짝대는 ‘뉴욕’이라는 호텔이 있다. 이 건축물은 1872년 10월 15일 로테르담을 출발해 뉴욕에 도착하는, 첫 항해를 시작한 여객 터미널. 이 때는 크루즈관광보다는 원양 정기선의 형태의 항해였고 이 때 뉴욕까지 약 15일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신기루를 좆아 떠났을까? 불빛에 물결이 일렁거리는 강변을 배회하는 그 밤. 푸른 에라스무스 다리의 불빛은 내내 시야에 머물고 있다.

전통음식 스템폿.jpg
전통음식 스템폿.

 

 

시내의 겨울 풍경.jpg
시내의 겨울 풍경.

 

Travel data

로테르담 현지 교통 정보: 시내 일일권 교통카드를 사면 편리하다. 지하철, 버스 등을 자유자재로 이용 가능하다. 로테르담 시내버스에는 차장이 있다. 필히 교통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장기 체류 시에는 지하철역에서 ‘day권’을 사면 된다.

별미 음식: 구도시 델프스하벤으로 가면 전통음식인 스템폿(stamppot)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남아 있다. 한번 정도는 맛볼만 하다. 그 외 네덜란드 인들은 건강식으로 청어요리인 더치헤링(dutch herrings)을 즐긴다. 거기에 발효식품인 하우다(Gouda) 치즈, 요구르트 등은 매일 먹는다. 특히 네덜란드의 감자튀김은 정말 맛있다. 또 다진 고기와 으깬 감자를 튀겨 만든 비터발렌(bitterballen, 네덜란드식 크로켓)도 괜찮다. 

숙박 정보: 유럽에서는 가정집 등을 단기렌트 하는 업체들이 일반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에어비앤비(http://bitna.net/1366)다. 숏 스테이그룹(http://www.shortstaygroup.com/)은 네덜란드와 파리, 바르셀로나 전문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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