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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큐레이터 유기선의 <자본의 방식> 38]외부인을 믿을 수 있을까?

2021-01-05 10:46

글 : 유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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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남의 돈을 관리하는 것은 자기 돈 만큼의 주의력은 기대할 수 없다.
남의 돈을 관리하는 주식회사에서는 낭비가 빈번할 것이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남의 돈을 관리하는 것은 자기 돈 만큼의 주의력은 기대할 수 없다.

남의 돈을 관리하는 주식회사에서는 낭비가 빈번할 것이다.”

 

스미스는 유한책임인 주식회사를 반대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유한책임이 주어지면 회사를 감시하거나 관리하는 데 있어 소홀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집을 빌려주면, 게스트는 그 집에서 주인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으로 여긴 것이다. 250년 전, 스미스가 예상한 이 문제는 오늘날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로 불린다. ‘당신은 남을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묻는 것이다. 가게 주인은 직원을 감시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거나 대리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좀 더 높은 보상을 줄지 모른다. 그래야 직원이 일을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CCTV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보수를 올리는 것은 모두 비용이 들어간다.

 

기업의 법적 주인인 주주들은 자신을 대신해 전문적으로 기업을 이끌어갈 대리인(전문 경영인)을 찾는다. 경영과 소유를 분리시킨 주식회사는 대리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주식회사는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 한도를 크게 낮춰 회사 규모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규모가 성장한 만큼 ‘대리인인 경영자’와 ‘소유자인 주주’간의 갈등은 더욱 커졌다.

 

1970년대 코카콜라는 그야말로 주주와 경영자 간의 갈등의 격전지였다. 당시 경영자인 폴 오스틴(J. Paul Austin)은 회사에 쌓아둔 3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음료와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새우양식업이나 포도주 양조장을 매입하는데 활용했다. 사업 다각화가 아닌 사업 다악화의 방만한 경영으로 콜라를 팔아 번 돈을 탕진했다. 오스틴은 주주와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고, 훌륭한 비즈니스를 가진 코카콜라도 경영자의 무능에 흔들렸다. 주주들에게 오스틴 사장은 골칫거리였다.

 

대리인 문제는 1976년, 마이클 젠센과 윌리엄 매클린의 논문 『기업이론: 경영자 행동, 대리인 비용 및 소유구조』에서 탄생한 이론이다. 이 논문에서 젠센과 매클린은 “주인과 주인을 대리로 일하는 사람의 이해관계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와 비용이 발생한다”고 적었다. 이해관계와 개인이 가진 정보의 양이나 질은 비대칭을 이루기 때문에 비용은 발생한다. 주주는 대리인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영자(대리인)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 스톡옵션은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이다. 스톡옵션으로 묶인 주주와 경영자는 ‘주식 가격’이라는 같은 배를 타고 떠나는 것이다. 대리인 문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의 차량을 자동차 수리점(경영자)에 맡겼다고 하자. 자동차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당신(주주)은 정비사의 행위를 모두 통제할 수 없다. 대리인인 정비사가 제대로 수리했는지, 지불해야 할 비용이 적정 한지 알기가 어렵다. 자동차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가진 정비사는 차 주인에게 과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대리인 문제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와 환자,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과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자신과 자신이 고용한 변호사 사이에서 발생한다. 변호사가 당신을 위해 변호를 잘 해줄지는 알 수 없고,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일을 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능력을 명확하게 알고 있지 않고, 설령 알고 있더라도 그가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발휘해줄지는 미지수이다.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대리인)들은 대부분 시간당 정해진 급여를 받기에 지시 이외에는 찾아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 많은 고용주들은 “요즘 젊은 것들은 책임감과 예의가 없다”라고 하지만, 이는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관계의 문제이다. 현실에서는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대리인 간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

 

대리인 문제의 근본 원인인 ‘정보 비대칭’은 공유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가 풀어야 할 과제다. “집주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자신의 집을 빌려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에어비앤비는 대책을 내놓아야했다. 집을 구하는 게스트가 많더라도 집을 빌려주겠다는 집주인이 없다면 사업을 지속할 수가 없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인 조 게비아는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를 대다수가 지니고 있는 ‘책임감’에서 찾았다. 그는 “누군가가 비밀번호가 풀린 휴대폰을 손에 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임감을 갖는다. 책임감이 에어비앤비를 존재하게 한다”라고 말한다.

 

집주인은 대부분의 게스트의 책임감을 담보로 자신의 사적 공간을 빌려준다. 에어비앤비의 역할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 간에 신뢰를 쌓도록 이끄는 것이다. 만일 집주인이 에어비앤비의 역할에 의문을 품으면, 게스트를 믿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집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에어비앤비는 이용 후기(댓글, 리뷰) 시스템으로 신뢰를 형성한다. 게비아는 “손님과 집주인 둘 다 평가를 남길 때까지 후기를 공개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언급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후기가 쌓이고 적절한 정보들이 제공되자 게스트들은 한 번도 가보지 않는 집을 갈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마치 내 주변 지인들이 갔다 와서 자신에게 말을 건네준 것처럼 말이다. 게비아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선호한다. 많은 이용 후기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보다도 더 선호한다.”

 

“우리는 외부인을 믿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어디서든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 숨겨져 있다. 그만큼 대리인 문제는 우리 삶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심지어 택배를 보내는 곳에서도 대리인 문제는 발생한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대리인이 마음에 들지 않게 자를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우리가 누구를 믿고 맡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철강왕 카네기는 사람을 쓰는 것에 대해서 “미덥지 못하면 맡기지 말고 일단 썼으면 믿고 맡겨라. 만일 직원이 최선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경영자가 나서서 감독해야 한다면, 직원을 잘못 뽑았거나 업무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카네기의 관점에서 대리인 문제는 직원이 일을 잘 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옆에서 ‘격려’하는 것이다. 따뜻한 격려는 진정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는 일이 될지 모른다. 대리인 문제의 최소화는 ‘외부인을 믿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직원은 내 사람’이라고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할지 모른다.

 

 

이 글은 <자본의 방식>(행복우물출판사)의 일부분입니다.

 

경제 큐레이터 유기선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금융시장과 경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러 학자들의 사상을 거슬러 올라가 ‘돈과 자본이란 어디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에 대한 의문을 토대로 금융의 역사와 철학, 금융을 움직이는 심리 등에 관한 글을 썼다. 그 중 인사이트가 있는 ‘자본과 관련된 48가지 이야기’를 추려서 쉽게 단순화했다. 저자가 집필한 <자본의 방식>은 ‘2019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사업’ 선정작품으로 당선되었다. 우리 삶에 가장 가까이 있지만 먼 듯한 이야기, 돈과 자본에 대한 통찰력있는 큐레이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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