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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큐레이터 유기선의 <자본의 방식> 32]JP모건의 제이미

2020-10-05 17:02

글 : 유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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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JP 모건의 수장 제임스 다이먼(James Dimon)은 자신의 생일 파티 도중에 전화를 받고 갑자기 뛰쳐나갔다. 앨런 슈워츠(베어스턴스 CEO)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2008년, JP 모건의 수장 제임스 다이먼(James Dimon)은 자신의 생일 파티 도중에 전화를 받고 갑자기 뛰쳐나갔다. 앨런 슈워츠(베어스턴스 CEO)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는 파산할 위기에 놓여있었다. 제이미는 곧장 JP 모건 체이스에 연락해 인수팀을 베어스턴스로 급파했다. 연준1은 베어스턴스의 부실 채권 수백억 달러 규모를 인수하는 긴급 자금을 지원했고, 제이미는 베어스턴스에 인수금액을 주당 2달러로 제시했다. 이 금액은 1년 전 주당 150 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주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10달러로 상향 조정했지만, 이 금액 역시 견해차는 극명했다. 주주들은 연준이 떠안은 부실 자산을 제외한 건강한 자산만을 JP 모건이 싸게 가져간다고 여겼다. 하지만 JP 모건의 입장에서는 부실덩어리 회사를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얼떨결에 손에 쥔 꼴이었다. 제이미는 “우리가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것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당시의 어려운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막상 카드를 뒤집어보니 베어스턴스의 위기는 제이미에게 기회였다. JP 모건은 베어스턴스 인수로 프라임 브로커리지(헤지펀드가 기업 인수합병(M&A)할 때에 필요한 대출, 증권 대여, 자문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한다.) 영역을 얻었다. 이 사업은 JP 모건에게는 계륵(鷄肋)이었다. 이미 점유율이 굳어진 상황에서 프라임 브로커리지에 뛰어드는 것은 리스크가 컸기 때문이다. 그는 베어스턴스에서 프라임 브로커리지를 얻고, 부실 덩어리인 워싱턴뮤추얼(저축은행) 인수로 전국에 퍼져있는 소매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JP 모건은 위기에서 기업금융(베어스턴스)과 개인금융(워싱턴뮤추얼)의 두 날개를 달았다.

 

제이미 뒤에는 든든한 정신적 스승이자 동업자인 샌디 웨일이 있었다. 그는 인수합병에 관한 남다른 감각으로 훗날 씨티그룹의 수장 자리에 오르고 월가의 금융황제로 군림하는 인물이다. 우연히 제이미의 기업 인수 관련 논문을 접한 이후 웨일은 그를 곁에 두고자 했다. 웨일은 하버드 경영 대학원을 졸업한 제이미에게 자신과 같이 일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그간 배운 것들을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제이미는 대형 투자은행에서 보내는 러브콜을 마다하고 웨일이 있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로 갔다. 얼마 뒤, 이 둘은 사표를 쓰고 대부 업체인 커머셜 크레디트를 인수했다.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커머셜을 완전히 다른 회사로 바꿔 놓았고, 이를 발판 삼아 각종 금융회사들을 인수하면서 1998년 씨티그룹에 안착했다. 제이미는 웨일을 이렇게 평가한다. “그는 철두철미하며, 빈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들의 관계는 웨일의 자녀 승진 문제로 틀어졌다. 웨일은 그의 능력과 인기를 두려워한 나머지 그를 따라서 사표를 내는 직원이 생기지 않도록 단속할 정도였다. 제이미가 JP 모건에서 뱅크원으로 자리를 옮기자 뱅크원의 주가는 단기간에 20% 상승했다. 그는 2000년에 대규모 적자를 내던 뱅크원을 단 2년 만에 흑자로 바꿔놓았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전문화된 고객자산관리에 따른 성과였다. 월스트리트는 제이미를 경영자로서 매우 직설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매사에 조언이나 평가에 주저함이 없지만, 자신에게 쏟아지는 직설적인 충고도 아낌없이 듣는다. 제이미는 이런 충고들이 모여 일류 투자은행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의견이 부정적일수록 회사를 좀 더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말이다. 이런 제이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워런 버핏은 그를 재무 장관으로 추천했을 뿐만 아니라 그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제이미의 능력은 2012년 JP 모건에 터진 파생 상품 대량 손실(런던 고래 사건)에서 빛을 발휘한다. 그는 회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차라리 회사를 떠나겠다는 벼랑 끝 전술로 맞받아쳤다. 그는 직설적인 성격으로 할 말은 다 내뱉었지만, 그 이면에 언행일치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특히 그는 고객과의 약속을 잊지 않았고 직원들과 밤낮으로 매달린 끝에 최고의 리스크 관리 팀을 구성했다. 제이미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 직원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무조건 돈을 내주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다. 대출하러 온 사람을 돌려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는 항상 상황이 나빠졌을 때를 대비했다. 중요한 것은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빌려준 돈이 제대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것이 제이미가 추구하는 JP 모건의 리스크 관리이다. 제이미는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산 대비 풍부한 자본’이라는 경영철학을 고집했다.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의 비중을 늘리고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크게 줄이는 것이다. 제이미는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건축가가 설계를 제대로 못하면 건물은 지어질 수가 없다. 제대로 설계되고 운영되는지를 살피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당시 월스트리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 증권 상품(돈을 빌려간 사람들의 대출채권을 모아서 만든 증권)의 판매량을 늘렸지만, 제이미는 위험의 징후가 포착되자 그 비중을 줄여갔다. 월스트리트가 위험한 상품으로 수익을 낼 때, 그는 부도 위험이 낮은 고객들(정부, 은행, 대기업 등)만을 취급했다. 수익률 감소와 채권시장의 점유율 하락을 감내하고 위험자산을 줄이는 선택을 한 것이다. 내부의 반발도 많았지만, 제이미의 결단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 빛을 발한다. 금융위기가 번지자 건전한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기업, 개인금융의 좋은 자리를 값싸게 인수하는 기회를 얻었다. 월스트리트에서 금융위기의 최후의 승자로 불리는 JP 모건의 제이미, JP 모건 뒤에 언제나 제이미라는 수식어구가 붙는 이유이다.

 

 

이 글은 <자본의 방식>(행복우물출판사)의 일부분입니다.

 

경제 큐레이터 유기선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금융시장과 경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러 학자들의 사상을 거슬러 올라가 돈과 자본이란 어디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에 대한 의문을 토대로 금융의 역사와 철학, 금융을 움직이는 심리 등에 관한 글을 썼다. 그 중 인사이트가 있는 자본과 관련된 48가지 이야기를 추려서 쉽게 단순화했다. 저자가 집필한 <자본의 방식>‘2019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사업선정작품으로 당선되었다. 우리 삶에 가장 가까이 있지만 먼 듯한 이야기, 돈과 자본에 대한 통찰력있는 큐레이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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