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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큐레이터 유기선의 <자본의 방식> 31]자본주의의 법칙

2020-09-27 10:52

글 : 유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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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는 생산수단의 수요와 공급이
국가에 의해 독점되기에 가격이 형성될 수 없다.
화폐가격이 없기에 합리적 경제적 계산은 불가능하다.”

『사회주의』에서 미제스는 이익 공유 제도처럼 시장경제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사회주의적 제도와는 멀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보기에 자본주의는 가장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미제스는 자본주의를 “누구에게나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라고 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와는 다르게 개개인의 의사와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고 했다. 사회주의에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은 한정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옷이나 가구, 자동차는 개인이 가질 수 있지만, 옷이나 가구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수단(인간생활에 필요한 재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단이다. 토지, 건물, 농지가 모두 포함된다.)은 개인이 가질 수 없다. 농지에 대한 경작권은 가질 수 있어도 소유권은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에서 소유할 수 없는 생산수단을 자본주의는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한다. 공장이라는 생산수단과 그곳에서 만들어진 생산물은 모두 자본가에게 돈을 벌 수 있는 상품이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계급이 나머지를 지배한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중세, 근대를 거치면서 생산수단은 토지(왕), 장원(영주), 공장(부르주아)으로 바뀌었다. 중세 시대 영주는 성의 주인으로 그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의 장원(토지)을 소유했고, 그곳에서 생산된 생산물의 대부분을 가져갔다. 근대에 들어서자 생산수단은 토지 위에 새워진 공장으로 바뀌었고, 자본가들은 노동자를 착취했다. 생산수단의 유무는 지시하는 관계를 넘어 지배적인 관계로 이어졌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주인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자신은 노동에서 해방된다. 노동자와 주인의 관계는 ‘시간’과 ‘돈’이다. 주인은 직원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그의 시간을 산다. 시간을 돈 주고 산다는 것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자신의 자유나 시간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시스템의 본질은 타인의 시간과 노력으로 나의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물론 노동자도 생산수단을 살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식이다. 누구나 자동차 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회사의 주식은 쉽게 살 수 있다. 근대 이후 유럽 사회에서 주식은 대표적인 생산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모두가 소유할 수 있다고 해서 평등한 것은 아니다.

 

2020년 초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주식 소유 현황을 보면 이건희 회장의 주식은 약 2.5억 주로 삼성전자 전체의 5%가 안 되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15조가 넘는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 대립은 와해되었더라도 이 둘의 실질적인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졌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단순함’과 ‘플로트’(float)를 제시한다. 1972년, 제과 업체인 씨즈캔디(See’s Candies) 대표가 버핏에게 제시한 조건은 소유한 자산의 3배(800만 달러의 자산가치를 지닌 회사를 2,500만 달러에 제안했다)였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버핏이 투자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당시 씨즈캔디의 자본이익률은 25%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자본이익률이 10% 중반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이다. 25%라는 수치는 3년 후 자산이 2배로 늘어나는 마법을 부린다. 둘째는 선호에 관한 것이다. 버핏은 “캔디 가게를 찾은 한 손님이 씨즈캔디가 없자 곧장 씨즈캔디 가게로 달려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혹자는 악마의 캔디로 불리는 씨즈캔디를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이렇듯 유행을 타지 않는 기업을 버핏은 ‘채권형 회사’라고 불렀다. 채권형 회사는 사업모델이 단순하며 수익은 예측하기 쉽다. 삼성전자처럼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는데 추가로 많은 연구자금을 투자할 필요도 없다. 새로운 손님에게 어제와 같은 공장에서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초콜릿을 찍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버핏은 씨즈캔디라는 생산수단을 플로트를 활용해서 인수했다. 플로트는 이자비용이 없는 ‘공짜 돈’을 말한다. 블루칩 스탬프는 마트로부터 먼저 받아둔 돈을 소비자가 마트 쿠폰을 모아 필요한 상품으로 교환할 때까지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즉, 쿠폰 발급 수입과 제품 발송의 시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받은 전월세 보증금은 무이자 차입금과 같은 원리이다. 집주인은 세입자와의 계약이 파기되기까지 보증금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 버핏은 블루칩 스탬프의 놀고 있는 돈을 활용해서 씨즈캔디를 인수했다. 그는 씨즈캔디뿐만 아니라 플로트라는 눈덩이를 굴려 강력한 힘을 가진 주식이라는 생산수단을 가능한 많이 샀다. 버핏에게 생산수단을 사는 것은 자유를 위한 일이다.

 

생산수단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생산물에 대한 권리가 아닌 생산수단을 가동하면서 투입한 노동력의 대가를 받는다. 생산물의 일부만이 그들의 몫이다. 나머지는 자산가가 가져간다. 자산가는 부를 형성하고 형성된 부를 가지고 또 다른 부를 쌓는다. 그에게 생산수단은 타인의 노동력과 시간을 활용해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이다. 생산수단은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하나의 무기이자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법칙이다.

 

 

이 글은 <자본의 방식>(행복우물출판사)의 일부분입니다.

경제 큐레이터 유기선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금융시장과 경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러 학자들의 사상을 거슬러 올라가 ‘돈과 자본이란 어디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에 대한 의문을 토대로 금융의 역사와 철학, 금융을 움직이는 심리 등에 관한 글을 썼다. 그 중 인사이트가 있는 ‘자본과 관련된 48가지 이야기’를 추려서 쉽게 단순화했다. 저자가 집필한 <자본의 방식>은 ‘2019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사업’ 선정작품으로 당선되었다. 우리 삶에 가장 가까이 있지만 먼 듯한 이야기, 돈과 자본에 대한 통찰력있는 큐레이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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