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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오 셰프의 믿을랭가이드 5] 집나간 입맛 되돌리는 메밀냉면

#우리동네추천맛집 '당고개냉면'

2020-08-24 18:18

글 : 토니오 셰프  |  사진(제공) :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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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 후 습하고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하루에 두 번씩 시원한 물에 몸을 씻어도 속까지 타들어 가는 기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시원한 메밀냉면 한 그릇이다.

덥고 습한 날씨, 소화 장애나 식욕부진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시원한 냉면을 찾는다. 더위를 식힐 시원한 냉면을 찾는다면 망설임 없이 메밀냉면을 추천한다. 메밀은 성질이 찬 음식에 속하기 때문에, 체내의 열을 내려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다. 체질적으로 열과 습기가 많은 사람이 메밀을 먹으면 몸속에 있는 습기와 열기를 배출하면서 몸을 가볍게 하고 기운을 내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예부터 여름마다 메밀로 만든 국수나 냉면을 먹은 것도 그런 이유이며, 여기서 우리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메밀냉면이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전혀 틀린 이야기다.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원조 메밀면을 만날 수 있다. 국수에 대한 자료는 고려 말기에 처음 볼 수 있는데 <용비어천가>, <해동역사>손님을 대접할 때 마다 국수를 대접했다는 기록이 있다. ‘나라 안에서 밀이 나지 않아 국수 값이 비싸므로 크게 차리는 잔치가 아니면 쓰지 못하게 하였다’, ‘밀이 비싸 사용하지 못할 때 또는 지역색에 따라서 메밀을 사용하기도 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를 보면 메밀냉면은 이미 고려시대에 널리 퍼져 있었고, 이는 일본 메밀면의 시작이 16~17세기였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앞섰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궁중에서도 메밀면을 으뜸으로 쳐서 온면이나 냉면으로 말아 점심식사로 먹었다고 한다. 메밀은 추운 지방에서 잘 자랐기 때문에 구황식품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서는 지역색이 뚜렷한 메밀국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중 평안도와 강원도는 메밀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유명하여 메밀을 이용한 냉면과 막국수가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함경도에서는 뜨거운 된장국과 찬 김치 국물에 말아 먹는 메밀냉면이 유명했다. 그리고 경기도 양주에는 꿩고기와 육수를 곁들인 메밀냉면을 주로 먹었다.

요즘에는 동네마다 어렵지 않게 메밀냉면집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맛있는 집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떤 요리 전문가들은 맛있는 메밀냉면은 면을 만들 때 메밀과 밀의 절대 조합에 있다고 말한다. 밀가루보다 메밀이 더 많이 사용해야만 구수하고 맛있는 질감을 낼 수 있다고 말하지만, 나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먹는 것은 메밀면이 아닌 양념 또는 육수가 곁들여진 메밀냉면 또는 메밀국수라는 완전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메밀냉면 집을 방문했다면 주방 앞을 지나가 보시길 추천 드린다. 육수 끓이는 향이 나고 있다면 절반은 성공이다. 적어도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육수를 직접 끓이는 집이라면 맛에 대한 열정은 보장된 것이니 말이다.

육수는 김치 국물과 적절히 배합되어, 기름이 뜨지 않고 고기 잡내가 나지 않아야 하며 색은 탁하지 않고 맑아야한다. 양념은 달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아야하고, 면은 힘없이 늘어져 그릇 바닥으로 늘어지지 않고 탄력을 띄어야한다. 그러면서도 입에 감기는 감칠맛을 갖춰야 한다. 곁들여지는 무, 오이 등 고명의 수분은 소금에 절인 뒤 물기를 짜내어 씹었을 때 아삭함이 살아 있어야한다. 이런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곳을 찾았다면, 바로 그곳이 집나간 당신의 입맛을 되돌리기에 충분한 메밀냉면이 있는 최고의 맛집이다.

 

# 우리 동네 추천 맛집

당고개냉면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에 위치하고 있는 50년 전통의 냉면집이다. 원래 이곳은 상계동에도 분점이 있었는데, 더운 여름철 늘 찾는 내가 애정하는 집이다.

들어서는 순간 오픈된 주방에서 퍼져 나오는 진한 육수 향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메밀면에 대한 홍보 문구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면 작게 쓰여 있는 메밀이라는 단어가 이곳의 메뉴 중 메밀이 들어가는 냉면이 있음을 알리는 전부다.

냉면의 종류는 모두 4가지다. 전분을 사용한 함흥식 비빔냉면과 물냉면, 메밀을 사용한 평양식 비빔냉면과 물냉면이다. 메밀국수를 즐기러 갔다면 평양식 냉면을 시키면 된다.

여느 전통 평양냉면집처럼 면이 뚝뚝 끊겨지거나, 특유의 꿉꿉한 매력적인 육수 맛은 없다. 하지만 국수를 한 젓가락 입에 말아 넣는 순간 의심스러운 마음이 모두 사라진다. 정갈하게 올려져 있는 소고기 양지는 이곳이 고기육수를 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쫄깃하게 잘 삶아낸 메밀국수는 윤기까지 흐른다. 깊고 진한 맛을 내는 육수는 기름지지 않고 뒷맛이 시원하고 깔끔하다. 양념은 깔끔하게 매콤하며 자극적이지 않다. 약간의 새콤함이 곁들여져 있으며 은은한 단맛이 돌아 입맛을 살려줘,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마지막으로 고명으로 얹어져 나온 절임무가 입안을 개운하게 헹궈 준다. 그리고 곁들여져 나오는 따듯한 육수로 입을 헹구고 나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시원해진다. 늘 맛보던 평양식 메밀냉면이 아닌 개성 있는 메밀냉면을 즐기고 싶은 분들게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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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오 셰프는 이탈리아 밀라노 카팍(CAPAC) 요리 학교를 졸업하고 밀라노 미슐랭 레스토랑 샤비니와 밀라노 파크하얏트호텔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현재는 <알토란>(MBN), <최고의 요리비결>(EBS), <좋은아침>(SBS)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프리랜서 셰프하얏트호텔 월드셰프챌린지 심사위원, KB국민은행 소호멘토링 창업스쿨 멘토로 활동하고 있으며유튜브 채널 <믿을랭가이드>( https://www.youtube.com/c/cheftonyoh)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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