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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큐레이터 유기선의 <자본의 방식> 25]당신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서

2020-08-10 11:13

글 : 유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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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처럼 연기를 내뿜는 쇳덩이를 보고 도망치는 사람들,
사람들 모습이 어지러운 속도로 달리는 차창을 통해
눈앞에 펼쳐지고 있소.

프랑스의 삽화가인 장 자크 상페의 작품 『거창한 꿈』의 일부이다. 그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1830년 9월, 영국 리버풀의 공업도시 맨체스터에는 승객을 실은 공공철도 주변으로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제국의 신경망이자 번영의 원동력으로 불린 고대 로마시대의 로마 도로는 산업혁명 동력인 ‘증기’로 넘어왔다. 증기기관 속도는 시간을 인식하는 기준의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에는 태양을 기준으로 시간을 측정했기에 지역에 따라 무수히 많은 시간이 존재했다. 철도회사들은 각기 다른 표준시를 표기했다. 1870년, 미국에서 한 여행자가 A 역에서 열차를 갈아탄다고 해보자. 그는 갈아탈 시간과 함께 어느 회사에서 운행하는 열차인지 확인해야 했다. 한 회사의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타 회사의 시간표(다른 표준시)에 적힌 시간과 어긋날 수 있었다. 정확한 시간을 알기 위해서는 두 개의 시간표를 두고 시간을 빼거나 더해야 했다.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철도 산업이 성장할수록 시간을 하나로 통일하자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졌다. 태양보다 빨리 움직이는 철도에 의해 지역과 국가 간의 시간을 일정하게 일치시킬 필요가 생긴 것이다.

 

영국 런던은 1858년, 대형 시계 탑인 빅벤(Big Ben)이 설치되면서 시곗바늘로 표준시를 알렸지만, 미국은 1883년이 되어서야 표준시가 도입되었다. 점차 인류는 신이 내린 시간을 자신들이 만든 시곗바늘로 측정하기 시작했다. 표준시 도입은 제각각 움직이던 시간을 단일화시켰고, 좋든 싫든 사람들을 통일성 있는 시간대로 묶었다. 이제 승강장에 내려서 시간을 재조정하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영국의 철도 산업은 184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으로 전파되어 신산업으로 부상했다. 이와 함께 근대적 형태의 투자 은행이 등장했다. 독일에서는 1870년에 도이체방크가 설립되었고 J. P. 모건은 1864년에 아버지로부터 은행을 물려받았다. 이들은 단지 돈을 빌려주는 단계를 넘어 철도회사를 소유하거나 회사들을 합병시키는 등, 사업 범위를 넓혀나갔다. 특히 모건은 철도 다음으로 떠오른 전기산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토머스 에디슨(에디슨이 전기 혁명을 일으킨 것은 맞지만 전구를 발명한 것은 아니었다. 에디슨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적당한 밝기의 오래 가는 상업적인 전구를 발명했다. 에디슨은 발명가라기 보다는 특허사업가 쪽에 가깝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었던 것은 모건 덕분이었다. 모건은 에디슨이 개량한 ‘빛이 나는 전구’인 백열전구에 매료되었다. 자신의 저택에서 열린 백열전구 시연회는 화려함 그 자체였다. 에디슨이 설치한 수백 개의 전구가 모건의 저택을 휘감았다. 가스 냄새나 석유 연기는 없고 오직 전기의 힘으로 켜진 전등은 마법과도 같았다.

 

하지만 에디슨의 명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에디슨의 직류가 아닌 테슬라의 교류를 원했기 때문이다. 에디슨이 고집한 직류는 짧은 거리밖에 운반하지 못했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발전소를 촘촘하게 지어야 했지만, 비싼 뉴욕 땅 위에 발전소를 촘촘히 세울 사업가는 없었다. 물론 전선을 굵게 만들면 되지만 전선의 재료인 구리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반면에 테슬라의 교류는 전기를 전송하는데 탁월했다. 변압기로 전압을 높여 먼 거리를 보낸 뒤(낮은 손실)에 가정과 기업은 다시 낮춰 사용하면 되었다. 에디슨의 직류 방식이 테슬라의 교류 방식에 밀리자 J. P. 모건은 에디슨의 회사를 인수 합병해 에디슨을 쫓아내고 현재의 GE(General Electric)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등은 시간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는 해가 떨어졌다고 하루가 끝나지 않았다.

 

시간에 관한 이야기는 19세기 철도와 전기의 전성시대를 지나 20세기 자동차로 이어진다. 독일의 기술자 칼 벤츠는 당시 신기한 장난감 정도에 불과한 자동차가 말을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885년, 그의 노력은 가솔린 엔진을 이용한 3륜 차라는 결실로 이어졌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교통수단에 쉽게 지갑을 열지 않았다. 보다 못한 칼 벤츠의 아내 베르타가 나섰다. 그녀는 총 100km에 달하는 자동차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자동차의 유용성을 입증해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자동차 판매를 위해서는 특허를 보유한 자동차제조업자 협회(ALAM)의 허가가 필요했다. 포드는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합 참여를 거절당했다. 그는 자립해야 했고, 자립하기 위해서는 이름을 알려야 했다. 자동차 경주대회 우승으로 투자유치를 이끌고, 특허싸움에서는 법원이 포드의 손을 들어줬다.(ALAM조합이 자동차 설계에 아무런 법적 권리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제 자동차의 대중화가 실현된 것이다.

 

 

“미래를 두려워하고 과거를 숭배하는 자세를 버려라.
경쟁에 관심을 두지 말라.
이익보다 서비스를 앞세워라.
제조업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자재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소비재로 바꾸어 제공하는 것이다.”
_ 헨리 포드 1세

 

 

19세기 철도와 전기, 20세기 들어서 자동차까지 인류에게는 새로운 시도였다. 증기는 거리, 전구는 시간, 자동차는 속도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당시 사람들은 왜 많은 돈을 들여 자동차를 만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후손들이 자동차를 타고 먼 곳으로 여행 가는 것을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Niels Bohr)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예측은 극히 어렵다. 특히 미래에 대해서는.”

 

오늘도 당연한 듯 흘러 보내는 시간 속에서 어두운 미래의 이야기를 선명하게 만드는 사람들, 소수의 혁신가들은 미래의 일을 현재에 옮겨다 놓고 있다.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서.

 

이 글은 <자본의 방식>(행복우물출판사)의 일부분입니다.

 

경제 큐레이터 유기선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금융시장과 경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러 학자들의 사상을 거슬러 올라가 ‘돈과 자본이란 어디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에 대한 의문을 토대로 금융의 역사와 철학, 금융을 움직이는 심리 등에 관한 글을 썼다. 그 중 인사이트가 있는 ‘자본과 관련된 48가지 이야기’를 추려서 쉽게 단순화했다. 저자가 집필한 <자본의 방식>은 ‘2019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사업’ 선정작품으로 당선되었다. 우리 삶에 가장 가까이 있지만 먼 듯한 이야기, 돈과 자본에 대한 통찰력있는 큐레이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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