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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식 연구가 김경미의 반가음식 이야기 2]채소를 기본으로 한 반가음식

2020-08-07 14:53

글 :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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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이 되면 묵은 김치 보다는 상큼한 봄나물이나 신선한 과일이 먹고 싶어진다. 우리 몸이 원활한 활동을 위해 비타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무릇 봄에는 신 것이 많고, 여름에는 쓴 것이 많고, 가을에는 매운 것이 많고, 겨울에는 짠 것이 많으니, 맛을 고르게 하면 미끄럽고 달다* 하였으니. 이 네 가지 맛이 목(木), 화(火), 금(金), 수(水)에 다치는 바라. 그때 맛으로써 기운을 기르는 것이니, 사시(四時)를 다 고르게 한즉, 달고 미끄러움은 토를 상(象)함이니, 토는 비위(脾胃)빛인 고로 비위를 열게 함이다.’
『규합총서(閨閤叢書)』: 조선 시대 가정 백과사전으로 빙허각 이 씨 지음.

 

새봄이 되면 묵은 김치 보다는 상큼한 봄나물이나 신선한 과일이 먹고 싶어진다. 우리 몸이 원활한 활동을 위해 비타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봄나물인 달래, 냉이, 씀바귀, 쑥갓, 봄동, 두릅 등은 봄날의 피로를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여름철에는 상추와 씀바귀, 가을철에는 고추, 더덕, 마, 도라지, 겨울에는 염장한 채소를 먹는 이유도 우리 몸을 위한 순응이자 선조들의 감각이 비축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채소는 풍부한 식이 섬유소, 낮은 열량, 풍부한 수분함량, 비타민과 무기질의 공급원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독특한 풍미와 다양한 색채로 인해 식욕을 돋우며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채소가 아무리 우수하다고 해도 극단적인 채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만증이나 동맥경화증 환자에게는 일시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도 있겠지만 동물성단백질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채소를 이용한 우리 음식은 나물, 생채, 쌈 이외에도 밥, 죽, 떡, 국, 김치, 찜, 전 등으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이는 모두가 산과 들에 있는 채소들의 쓴맛, 매운맛, 떫은맛, 신맛들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 낸 작품들이다.

 

채소를 밀전병에 돌돌 말아서 먹을 수 있게 꾸민 구절판, 다채로운 재료를 당면에 버무려 맛을 낸 맛깔스러운 잡채, 그리고 오방색 고명을 얹어 살포시 쪄낸 애호박선. 이는 바로 우리가 균형 잡힌 식생활과 건강을 위해 가까이하면 좋은 음식들이다.


* 미끄럽고 달다 : 입에 살살 녹을 듯이 맛이 있다.
** 채식 :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고 채식을 위주로 식사를 하는 자들을 채식주의자(vegetarian)이라고데 제한하는 식품의 종류에 따라 분류해서 부른다. 붉은 고기류는 금하나 닭은 섭취하는 채식주의자들을 세미베지테리언(semi vegetarian), 육식은 금하고 생선까지만 먹는 채식주의자를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 vegetarian), 육식은 하지 않되 우유와 계란을 먹는 채식주의자를 락토오보베지테리언(lacto-ovo vegetarian)이라 말한다. 또한 육식은 하지 않되 우유까지만 먹는 채식주의자를 락토베지테리언(lacto vegetarian), 다른 동물성 단백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비건(vegan)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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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칸 한 칸 정갈한 맛, 구절판(九折坂)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정갈한 담음새가 마치 예술작품과 같다. 구절판은 목기로 만든 찬합을 아홉 칸으로 나누어 만든 그릇인데 한 칸 한 칸에 자연의 맛이 담긴다. 이 음식을 용기의 이름과 같이 구절판이라고 부른다. 활용하는 재료의 종류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제철에 맛있는 육류, 해산물류, 버섯류, 채소류를 골고루 채 썰어 익힌 후 색 맞추어 담으니 눈으로 먼저 먹는 즐거움도 큰 음식이다.

 

음식을 먹을 때, 한 상에 세 가지 이상의 색이 어우러져 차려지면 영양이 골고루 담긴 건강밥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채로운 색으로 꾸며지는 구절판은 그런 의미에서 기대를 해 볼만한 음식이다. 최근 피토케미컬(phytochemical)이라는 식물의 색소 성분에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화려한 색을 가진 컬러푸드(colorfood)가 주목을 받고 있다. 화려한 색을 가지고 있는 식품들은 강력한 항산화 기능이 있어 면역력을 증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검은색과 보라색의 채소에는 안토시아닌 색소가 풍부하여 항암과 신장, 생식기에 좋다. 또 로돕신의 재합성을 촉진해 시력 저하나 망막질환을 예방해 주는 효능도 있다. 노란색과 주황색의 채소는 가장 강한 질병 예방제인 카로티노이드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 성분은 세포가 늙고 질병이 퍼지는 것을 막아 줄 뿐 아니라 면역력과 항암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초록색의 채소에 많이 들어있는 인돌과 루테인은 DNA의 손상을 막고, 간과 폐를 건강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공해 물질을 해독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여 피로를 풀어준다. 그리고 하얀색 채소*는 체내산화작용을 억제하며 유해물질을 방출하고 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준다. 마지막으로 붉은색 채소**는 주로 활성산소와 유해산소를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구절판은 이러한 컬러푸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강식이다.

 

아마 구절판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먹는 방법이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손바닥에 놓고 상추쌈처럼 싸서 먹기도 하고, 하나하나 따로따로 젓가락으로 먹어 보기도 한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 반드시 처음 한 번은 내가 먼저 직접 젓가락으로 싸서 권한다. 앞 접시에 밀전병을 펴 놓고 서너 가지의 고기나 채소를 조금씩 얹고 겨자장을 살짝 뿌리고, 손은 대지 않고 젓가락으로 돌돌 말아서 여유롭게 먹도록 한다. 하나하나의 재료가 밀전병위에서 조합되고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그 다채로운 맛을 즐겨보자.

 

* 하얀색 채소는 주로 뿌리 채소로서 플라보노이드 계열 안토크산틴 색소를 가지고 있다.
** 붉은색 채소는 대부분이 열매채소로서 라이코펜이나 안토시아닌에 의한 색이다.

 

구절판 만들어 보기
재료
소고기 150g, 마른 표고 30g, 닭 안심 150g, 오이 300g, 피망 2개, 달걀 4개, 당근 100g
소고기 양념 : 진간장 2작은술, 설탕 1작은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표고 양념 : 진간장 1작은술, 설탕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밀전병 : 밀가루 1½C, 물 2컵, 소금 ⅕작은술
닭 안심 양념 : 소금 약간, 참기름 1작은술, 흰 후춧가루 약간
겨자장 : 진간장 1큰술, 설탕 1작은술, 식초 2작은술, 물 2작은술, 갠 겨자 ½작은술

 

조리법
소고기는 5㎝ 길이로 곱게 채 썰어 양념하여 볶는다.
마른 표고는 미지근한 물에 불려서 얇게 채 썰어 양념하여 볶는다.
닭 안심은 소금물에 삶아서 잘게 찢어 소금, 참기름, 흰 후춧가루로 양념하여 무친다.
오이는 5㎝ 길이로 돌려 깎아 씨를 빼내고 곱게 채 썰어 소금에 절인 후 살짝 볶는다.
피망은 씨를 빼고 세로로 2~3등분하여 가로로 곱게 채 썰어 소금으로 살짝 절여 볶는다.
달걀은 황백으로 나누어 지단을 얇게 부친 후 5㎝ 길이로 채 썬다.
당근은 5㎝ 길이로 가늘게 채 썰어 소금으로 살짝 절인 후 기름으로 볶아낸다.
밀가루는 분량의 물과 소금을 넣고 묽게 갠 후 한 숟가락의 양으로 직경 10㎝ 크기의 밀전병을 얇게 부쳐서 식힌다.
준비된 재료들을 구절판에 색 맞추어 가지런히 돌려 담고 밀전병은 가운데에 채우고 잣가루를 고명으로 얹는다.
겨자장을 곁들인다.

 

 조리 정보
1. 구절판에 들어가는 채소의 길이와 채 썬 굵기는 일정하게 통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조리 시 계량 기구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① 여러 번 조리해도 언제 어디서나 늘 같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정확한 계량을 해야만 한다.
② 원하는 맛을 똑같이 내기 위한 목적으로 배우거나 가르쳐 주기 위해서는 정확한 계량을 해야만 한다.
③ 정확한 계량으로 조리를 해야만 그 맛이 기호에 안 맞을 때 그 양을 줄이거나 늘여 마음에 드는 맛으로 고칠 수가 있다.
3. 부피를 측량하는 기구 1컵=200㎖=13.3큰술, 1큰술=15㎖=3작은술, 1작은술=5㎖=⅓큰술
4. 다진 파를 준비할 때에는 대파의 뿌리 쪽 흰 부분만을 사용한다. 모래알처럼 곱게 다져서 사용해야 양념의 맛이 재료에 잘 스며들고 음식이 얌전하게 만들어진다.
5. 다진 마늘을 준비할 때에는 으깨지 말고, 먼저 얇게 저며 곱게 채 썬 후 다시 칼로 모래알처럼 곱게 다져야 한다. 대량으로 쓸 때는 커터기와 같은 기계를 활용해도 된다.
6. 깨소금이란 참깨를 볶아서 빻은 것을 말한다. 통깨를 그대로 쓰면 고소한 맛이 덜 날 뿐 아니라 씹히지도 않아 소화도 잘되지 않는다.

 

  

이 글은 11월 출간 예정인 <반가음식 이야기>(행복우물출판사)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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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선생은
한국 전통음식 연구가이자 김치명인으로, 한국 전통음식의 한 종류인 '반가음식'을 계승하고 우리 전통문화의 멋을 알리고자 힘쓰고  있다. 대학 강단과 민간 연구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가며 반가음식 연구에 평생을 전념했다. 양반가에서 즐겨 먹던 <반가음식>이라는 우리 고 유의 문화유산을 계승하여, 음식문화에 숨어있는 한국 문화의 알리고 전승하고자 힘쓰고 있다. 김경미 선생은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한 바 있는 반가음식의 대가 故 강인희 교수의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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