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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식 연구가 김경미의 <반가음식 이야기> 1]전통음식과 몸의 균형

2020-07-30 16:50

글 :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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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양념(藥念)은 ‘약이 되도록 염두에 둔다.’라는 의미가 있다. 적어도 전통 반가음식이나 올바른 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에 있어서 분명 양념은 ‘약이 되는’ 식재료였다. 하지만 화학조미료(MSG)로 맛을 낸 음식에서 ‘양념’은 오히려 몸에 해가 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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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양념(藥念)은 ‘약이 되도록 염두에 둔다.’라는 의미가 있다. 적어도 전통 반가음식이나 올바른 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에 있어서 분명 양념은 ‘약이 되는’ 식재료였다. 하지만 화학조미료(MSG)로 맛을 낸 음식에서 ‘양념’은 오히려 몸에 해가 돼 곤 한다. 요리에서 맛의 핵심인 주재료의 양이 부족하거나 질이 낮은 재료를 사용했을 때에는 제대로 된 맛을 내지 못한다. 그때 화학조미료를 쓰면 거짓말처럼 맛이 좋아진다.
 
간혹 신선한 재료를 충분히 썼는데도 음식의 맛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하물며 질 낮은 재료를 쓴다면 맛이 안 좋은 것은 당연하다. 강의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은 ‘사기’와 비슷하다. 먹는 사람들은 그 맛만큼의 좋은 재료가 들어가 있고 영양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학조미료가 첨가된 음식을 맛있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그러다 보니 좋은 재료보다는 화학조미료 등의 첨가물로 승부를 걸려는 식당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해외 한식당에 근무하는 외국인 조리 종사자들도 한국의 소고기 맛 가루를 ‘마법가루’라고 부르고 있겠는가.
 
해외 한식당 조리교육을 하다 보면 현지의 요구 사항, 예를 들어 현지인이 입맛에 맞춰서 요리를 가르쳐줘야 할 때가 있다. 머릿속의 레시피로 조리를 하다가 조금씩 수정을 하다 보면 어느새 모두가 만족할 만한 그 맛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한식당 교육에서는 꽤나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반가음식을 만들 때 쓰는 양념을 총동원해봤지만 그들이 요구했던 맛을 낼 수가 없었다. 결국에는 화학조미료 두어 가지를 섞었더니 원하는 맛이 나왔다. 질 좋은 주재료를 바탕으로 요리를 만들어 나의 임무는 다 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그 레시피에 포함된 설탕과 소금의 양은 반가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양과는 비교할 수없이 많았고, 조미료까지 사용했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건강을 생각하니 미안하기까지 했다. 나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맛도 담백하고 좋다고 했더니, 고객이 찾는 맛이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조미료에 익숙해진 고객의 입맛을 맞추려면 얼마나 많은 양의 MSG를 더 사용해야 할지, 외식업체에서 조미료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알고는 있지만 착잡한 심정이었다.
 
건강한 몸의 균형을 위한 체력 관리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이다. 그러다 보니 식사를 조절하며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일은 어느새 보편적인 삶이 되었다. 한 해가 다르게 높아지는 비만율은 사망의 주요 원인인 암 등의 질병과 성인병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급기야는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정의하게 되었다. 요즘은 ‘먹방 프로그램’의 영향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단·짠·단·짠’, 그리고  매운맛의 자극적이고 칼로리가 높은 맛집을 찾아 즐기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러다 보니 점점 입맛도 변하고 변한 입맛에 맞춘 음식들이 다시 유행하여 건강보다는 자극적인 맛에 치중하는 식생활에 젖는 것 같다. 따라서 건강에 좋지 않은 첨가물에서 더욱 자유로울 수가 없어졌다. 착한 식당은 제아무리 자연식으로 건강 식단을 꾸며놓고 손님을 기다려도 이런 이들이 절대 찾지 않아 문을 닫아야만 한다. 그럼 재료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면서 균형 있게 고른 영양을 섭취하기 위한 조리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의 전통 반가의 반상* 차림에서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내가 아는 어떤 주부는 남편의 음식에는 꼭 화학조미료를 썼다고 한다. 외식이 잦은 남편이 한 끼라도 집 밥으로 식사를 하게 하려고 아이디어를 낸 결과였다. 그러지 않으면 식당의 음식보다 맛이 없다고 집에서는 밥을 안 먹었다는 것이었다. 속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남편과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결정이었다. 이미 수십 년 동안 외식에 중독이 되어버린 그 남편은 건강보다는 입맛을 더 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 때문인지 남편은 몇 종류의 약봉지를 끼고 살고 있었다. 그녀는 반가의 조리법을 배우기 위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재료의 참맛을 잘 살릴 수 있는 조리법을 배워 매일 남편의 음식에서 조미료를 줄여갔다. 그 결과 남편의 건강은 물론 부부의 사랑도 회복했다고 하니, 바뀐 조리법의 힘을 확인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그녀는 화학조미료로 맛을 냈던 미안한 마음이 이제는 뿌듯함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래서 반가음식의 맛에 푹 빠진 남편 이야기를 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해왔다.
 
우리 전통음식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발효와 숙성을 거친 장 류와 김치 류, 젓갈 류, 식초 류로 깊은 맛을 낸다. 습식 문화의 상징인 고음이나 탕, 찜의 조리법은 맛과 영양이 충분히 우러날 수 있도록 시간을 들인다. 제철의 맛을 느끼기 위해 느긋한 기다림의 미덕도 음식에 더해진다. 반상에 오르는 반찬은 계절에 따라 산과 들에서 자라는 들나물, 산나물, 버섯, 열매, 약재 등을 많이 이용한다. 이런 채소류의 섭취는 장을 튼튼히 해 주는 섬유질과 생리활성물질인 비타민과 무기질의 섭취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각종 육류, 어패류, 해조류, 과일류를 계절에 따라 고루 활용하는 균형 잡힌 영양식은 단백질과 칼슘 등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재료들을 활용하여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다양한 양념은 음식의 향을 돋우고 맛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중 특히 고추, 마늘, 생강은 다양한 기능성 물질도 가지고 있어 여러 가지 암이나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효능이 있다. 또, 우리의 전통음식의 조리에 쓰이는 유지류는 동물성은 거의 쓰지 않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콩, 깨, 잣, 호두 등의 식물성기름을 사용한다. 이는 깔끔한 맛을 내는 저지방식으로 몸의 균형과 건강을 지키는 데 크게 도움을 준다. 또 각종 곡류나 두류, 채소류, 어패류를 발효시켜 얻게 되는 발효음식에서는 각종 미생물의 효소활성물질과 미량 영양성분들을 얻을 수 있어 우리 몸에 활력을 준다. 이렇게 차려지는 상차림이기에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한국의 전통음식은 몸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자연의 것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하여 몸의 건강과 균형을 유지시켜준다. 같은 음식이라도 사대부 가의 품격이 더해져 있는 반가음식은 맵시까지 더해진다. 재료 하나하나의 손질부터가 정성스럽다. 게다가 다양한 식재료를 고루 사용하여 그리 짜지도 맵지도 않아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건강의 지혜와 자연의 멋을 즐길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몸의 균형을 잡아보기 위해서라도 반가음식을 가까이해 봄이 어떨까.
 
* 반상 : 밥을 주식으로 차려지는 상차림을 말하는데 밥은 쌀밥과 잡곡밥을 고루 사용한다. 밥과 어울리는 반찬의 가짓수에 따라 상의 종류는 3첩 반상, 5첩 반상, 7첩 반상, 9첩 반상으로 나뉜다. 이때, 반찬의 가짓수에는 김치, 국, 찌개, 찜, 전골, 장류는 포함되지 않는다. 반찬의 가짓수가 많고 화려한 12첩 반상은 수라상이라고 하여 임금님께만 차려드릴 수 있었다.
 
이 글은 11월 출간 예정인 <김경미의 반가음식 이야기>(행복우물출판사)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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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선생은
한국 전통음식 연구가이자 김치명인으로, 한국 전통음식의 한 종류인 '반가음식'을 계승하고 우리 전통문화의 멋을 알리고자 힘쓰고  있다. 대학 강단과 민간 연구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가며 반가음식 연구에 평생을 전념했다. 양반가에서 즐겨 먹던 <반가음식>이라는 우리 고 유의 문화유산을 계승하여, 음식문화에 숨어있는 한국 문화의 알리고 전승하고자 힘쓰고 있다. 김경미 선생은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한 바 있는 반가음식의 대가 故 강인희 교수의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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