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여성조선 정기구독 이벤트
RE:CREATION
  1. HOME
  2. RE:CREATION
  3. travel

[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77]중세에 시간이 멈춘 도시, 토스카나 시에나

2021-07-06 15:10

글·사진 : 이신화 작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Letters To Juliet, 2010)은 우연히 발견한 편지 한 장으로 할머니의 첫사랑, ‘그 남자’인 ‘로렌조’를 찾으러 떠나는 영화 이야기다. 가볍게 볼 만한 이 영화 속에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목가적인 풍치가 더해진다. 영화의 무수한 영상에는 이탈리아 ‘시에나’의 캄포 광장이 들어 있다. 중세 시대에 멈춰 버린 시에나.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동경’이 되고 가본 사람에게는 ‘추억, 그리움’을 안긴다.

골목.jpg

중세의 금융, 상업 활동이 활발했던 은행 골목들

피렌체에서 남쪽으로 약 75km 정도 떨어진 시에나(Siena).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주 시에나 현의 주도다. 피렌체에서 탄 버스는 1시간 30여분 정도 달려 그람시(Gramschi) 광장에서 멈춘다. 터미널이 따로 없이 버스는 도심에 잠시 멈추고 떠난다. 시에나의 첫 인상은 고색창연이다. 구릉(320m) 위에 중세 타운이 오롯이 남아 있는 도시. 마치 시간을 거슬러 중세에 멈춰 있는 듯한 고도의 첫 만남은 전율이다.

 

시에나라는 지명은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기 때 만들어진 사이나 율리아(Saena Julia)에서 출발한다. 이 도시의 기원도 다른 토스카나 지역의 언덕 도시들처럼, 에트루리아(Etruria) 인들이 처음 정착했다. 초창기에는 주요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도시여서 성장하기에 결코 좋은 입지가 아니었다. 그러다 롬바르드 족과 프랑크 족의 통치(568~774) 시절, 로마로 향하는 도로 망이 시에나 중심부로 이동하게 된다. 중세 후기 1,000년 동안이나 로마로 향하는 순례길(Via Francigena)이었다. 12~15세기까지 계속 상업도시로 번창한다. 당시 이 도시가 얼마나 번창했는지는 반키 디 소프라(Banchi di Sopra) 거리에 남은 유적들에서도 알 수 있다.

푸블리코 궁전.jpg
푸블리코 궁전

 

그람시에서 타운으로 몇 걸음 떼면 14세기에 지어진 고딕 스타일의 살림베니 궁전(Palazzo Salimbeni)을 가운데 두고 타투치(Palazzo tantucci), 스파노치(Palazzo Spannocchi) 궁전이 자 형태로 들어서 있다. 궁전 앞에는 시에나 출신의 신학자, 경제학자인 살루스티오 반디니(Sallustio Bandini, 1677~1760) 동상이 있다. 시에나에서 태어난 그는 자유무역의 옹호자로서 지방마다 부과하던 봉건적인 관세와 통행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가운데 살림베니 궁전은 1475년 유럽 최초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키(Monte dei Paschi)로 이용되었다. 현재는 이탈리아 3대 은행으로 3천 개 지점을 갖고 있다. 1000년의 순례자 길을 알려주는 성 크리스토포로(San Cristoforo) 교회가 남아 있다. 현재 화려한 교회들과는 확연하게 비교되는 작은 교회다. 성 크리스토포로(?~251)를 수호성인으로 모시는 이 교회는 주로 순례자가 많은 곳에 세워졌다.

시에나 올드타운.jpg
시에나 올드타운

 

 

시에나 대성당과 가옥들.jpg
시에나 대성당과 가옥들

 

‘Bank’의 어원이 발생한 도시

이내 캄포 광장과 대성당으로 향하는 시트(citt) 골목을 걷다보면 메르칸치아 로지아(Loggia della Mercanzia)가 있다. 건물의 눈에 띄는 점은 벽이 없다는 것. 이 건물은 은행이 생기기 전에 돈 거래를 하던 곳이다. 중세시대 때 돈 거래 방식은 노점상처럼 책상을 놓고 했다. 돈 거래하던 책상을 이탈리어어로 방카’, ‘방코라 하는데, 영어 뱅크의 어원이다. ‘파산이라는 의미의 뱅크럽트(Bankrupt)도 이탈리아 어인 방카롯타(Bancarotta)에서 나온 말이다. 옛날에는 장터의 긴 의자에 앉아 동전을 바꾸어 주거나 돈을 빌려주는 반셰리(bancheri)’가 있었다. 반셰리는 긴 테이블에 앉은 장사꾼이란 뜻이다. 반셰리들이 터무니없는 이자를 요구하면 화가 난 손님들이 테이블을 부쉈다. 방카롯타는 부서진 탁자라는 이탈리아 말이다. 그래서 방카롯타는 파산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돈을 빌려주고 터무니없는 이자를 붙여 파산한 농민들이 노예로 팔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성직자들은 너희 주위에 가난한 자가 있어 돈을 빌려주되, 이자를 받지 말라는 성경 말을 인용해 설교했다고 한다.

 

그 건물 말고도 해묵은 중세 주택, 궁전, 두드러지는 몇몇 옛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찬, 진한 회색빛 골목길이 이어진다. 타운의 골목을 걷다보면 눈에 많이 띄는 것들이 있다. 쌍둥이 루물레스와 레무스의 형제 조각이다. 이 도시를 레무스의 아들인 세니우스와 아치우스가 세웠다는 데서 기인한 조각들이다. 또 한 가지는 골목마다 걸린 깃발이다. 도시의 페스티발을 위한 장식이 아니다. 시에나는 중세 때부터 깃발로 17개의 마을 구분했다. ‘일 팔리오(Il Palio) 축제;와 무관치 않다. 골목 곳곳에서 보게 되는 경마 그림도 그런 이유에서다.

캄포 광장.jpg
캄포 광장

 

14세기 부의 상징인 캄포 광장

메르칸치아 로지아에서 몇 걸음 더 가면 골목 아래에 무수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캄포 광장(Piazza del Campo)을 만난다. 엄청나게 넓은 광장이라서 모르고 지나칠 사람은 없다. 낮은 쪽 중심부터 방사형으로 퍼지면서 기울어진 조개 모양의 광장 주변으로는 14세기의 푸블리코 궁전(Palazzo Pubblico), 시에나에서 가장 높은 102m의 만자의 탑(Torre del Mangia), 광장 성당(Cappella della Piazza) 등을 비롯해 궁전, 귀족들과 부자 상인들의 가옥들이 에둘러 싸고 있다.

 

 

 
캄포 광장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선정됐으며 007 제임스본드 시리즈 22번째 <007 퀸텀 오브 솔러스>, <레터스 투 줄리엣>등의 촬영지로 이용된 곳이다. 12세기 말 도시 상권이 번창하자 9인 정부(1287~1355)를 두는 정치 체제를 갖추고 도시 계획을 했다. ‘y’자 형태로 진행된 도시계획으로 얻은 멋진 광장에서는 해마다 두 번(72, 816) 일 팔리오(Il Palio) 축제가 열렸다. 11세기에 시작된 토스카나 지방의 가장 유명한 말달리기 축제로 시에나의 17개 마을 기수들이 출전해서 힘을 겨루는 시합이다. 이 축제에 대한 애정은 1·2차 세계대전 중에도 멈추지 않았다. 현재도 이 축제는 옛 방식 그대로 이어진다. 15세기 중세복장을 한 시민들의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깃발 던지기 같은 부대행사가 펼쳐진다.

 

대성당.jpg
대성당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세워진 산타마리아 대성당

캄포 광장에서 골목을 따라 마을의 가장 높은 언덕 꼭대기로 올라서면 대성당(Duomo di Siena)이다. 1196년에 공사를 시작해 1215년에 완성된 고딕 스타일의 이 성당은 밝은 회색에 가까워, 화려하면서도 매우 섬세하게 느껴진다. 좁고 검은 줄무늬가 있는 종탑에서 보여주는 시각의 영향인 듯하다. 초록색, 핑크색, 흰색 대리석을 사용한 것도 그 이유가 될 듯하다. 토스카나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엄청나게 많은 성당 말고도 지독하게 크다는 점이다. 가장 화려하고 큰 규모는 피렌체의 대성당일 것이다. 시에나는 늘 피렌체를 견제했다. 원래 가까운 도시, 나라가 원수라고 하지 않던가? 12세기 초부터 두 도시는 몬타페르티(Montaperti) 전투(1260) 등 전투가 끊임없이 벌어졌다. 당연히 피렌체의 대성당보다 더 나은 것을 원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의욕을 갖고 임했으나 결정적으로 16세기 토스카나 공국에 병합되어 이탈리아 통일에 이르렀다. 이후 도시는 농업활동에 집중하였다. 결국 최고의 성당이라는 타이틀은 얻지 못했고 이 도시의 발달도 멈췄다. 그렇지만 관광객들의 눈에는 여전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당에 감탄할 따름이다.


마켓의 빵.jpg
마켓의 빵

 

대성당에서 시타 골목으로 되돌아오다 오다 만난 키지 사라치니 궁전(Palazzo Chigi Saracini)에 발길을 멈춘다. 12세기 중반에 지어진 건축물로 당시 귀족인 마르스코티(Marescotti)가의 집이다. 1506년 이 도시의 가장 오래된 왕조였던 피쿨루미니-만돌리(Piccolomini-Mandoli)가가 구입해 르네상스 양식으로 재건축했다. 1877년부터 현재까지 사라치니 키지 가족에 의해 계승됐다. 1932년에 시에나의 키자나 음악원(Accademia Musicale Chigiana)이 되었다. 1965년 백작이 죽고 나서도 주변의 권위 있는 스폰서가 있어 번창하고 있다. 1939년부터 시에나 뮤지컬 주말(Settimana Musicale Senese) 축제가 펼쳐진다. 이 학교에서 수학한 유명인은 아주 많다. 신의 손을 가진 듯한 기타리스트, 존 윌리암스(John Williams, 1941)를 비롯해 한국인으로는 장한나가 있다. 현실 시에나 여행은 행복하고 재미있다. 시에나는 재미있고 관심있는 도시로 볼거리, 음식 등등, 다 갖춘 곳이다.

 

Travel Data

한국에서 이탈리아 시에나 가는 법: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직항이 있다. 시에나는 공항이 있는 도시 중 피렌체와 가깝다.

현지 교통: 시에나는 피렌체에서 접근하는 게 가장 편하다. 시에나까지는 기차보다 버스가 편하다. 버스를 이용하면 시에나 올드타운이 인접한 그람시(Gramschi) 광장에 정차한다. 반면 시에나 기차역은 버스를 타야 한다. 피렌체~시에나까지는 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피렌체 버스 정류장(SITA)은 기차역 옆에 있다. (SITA 버스 사이트: http://www.sitabus.it)

팔리오 페스티벌: http://www.comune.siena.it/La-Citta/Palio

시에나 대성당(두오모): http://www.operaduomo.siena.it

맛집, 숙박: 소프라 골목 초입에 있는 대형 마켓(Consorzio Agrario Siena)에는 시에나에서 생산된 것들로 만드는 피자, , 와인, 살로만 등 없는 게 없다. 조각 피자는줄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 있고 맛도 좋다. 식전 요리인 브루스케타(Bruschetta)나 내장요리인 람프레도토(Lampredotto)와 트리파(Trippa)등 한국 입맛에 잘 맞는 음식들이 지천이다. 그람시 근처에 있는 일 비온도(Il Biondo) 레스토랑은 파스타 등이 맛있다.

 
숙소는 시에나 중심가에서 1.8km 떨어져 있는 시에나 호스텔(Siena Hostel Guidoriccio)이 괜찮다.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댓글달기
글쓴이    비밀번호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이번호 커버이미지
이번호
서점 이벤트
  • 예스24
  • 교보문고
  • 인터파크
  • 알라딘
  • 이달의 목차
  • 지난호보기
  • 정기구독
이마트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