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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63]스위스 제1의 도시, 취리히

2021-03-08 11:16

글·사진 : 이신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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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는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제1의 도시다. 리마트 강을 사이에 두고 직사각형 형태로 아름다운 건물들이 이어진다. 높이 제한때문에 5층 이상의 건물은 없다. 겉모습만 보면 작고 조용하며 아름다운 강변 도시. ‘국제 금융’, ‘경제’, ‘상업’의 중심지로 부가 넘치는 취리히지만 생각보다 단아하고 아름답다. ‘작으면서도 큰 도시(Little Big City)’라는 애칭이 딱 맞아 떨어진다.

취리히 전경.jpg

 

리마트 강 끝부분.jpg

 

리마트 강이 취리호로 유입되는 강.jpg

리마트 강을 따라 양 안에 단아한 건축물 이어져

스위스의 마지막 여정은 취리히(Zurich). 하이디 마을로 유명한 마이엔펠트에서 열차를 타고 취리히 역에 도착해 뮌헨으로 가는 오후 열차표를 구입한다. 아직 오전이니 거의 하루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보관소에 짐을 넣고 역을 빠져 나오니 질강(Sill R, 리마트 강의 지류)이 반긴다. 본능적으로 질강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내 도시의 젖줄인 리마트(Limmat)강이 일직선으로 이어지고 물길을 따라 몇 개의 다리가 도시를 잇는다.

 

기원전 8000년 경,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리마트 강물은 투명하고 맑다. 맑은 강변과 그림 같은 건축물, 청아한 늦가을의 하늘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취리히 도심 풍경을 만든다. 목가적인 풍경은 아니어도 취리히는 충분히 아름답다. 센트럴 표시를 확인하면서 강변을 서성거리는 여행객에게 한 할머니가 다가선다. 일부러 길을 물어본 것이 아닌 데도 관광객에게 다가서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 몇 마디 대화를 나눈다. 나이는 70대지만 60대 초반처럼 보이는 할머니는 40대의 딸이 있단다. 예전 비서직을 했고 영어, 독일어에 능통하다고도 한다. 대부분 스위스 사람들은 같이 사진 찍는 것을 원치 않았는데 이 분은 흔쾌히 함께 찍어 준다. 동양 관광객에게 선뜻 다가서준 것이 고마워 커피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그녀는 신문 든 손을 흔들며 뒷모습만 보인 채 횡단보도를 건너간다. 스위스 인들은 일부러 나서진 않지만 다정다감하고 친절하다.

 

금융과 공업의 중심지, 취리히

취리히는 금융과 공업의 중심지로 스위스의 제1도시다. 북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로 6세기부터 자연스레 상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특히 견직물의 대표적 생산지로 취리히 호를 통해 여러 도시에 직물공업을 전파, 보급했다. 당시 도시의 실권은 길드 세력이 쥐고 있었다. 19세기 후반부터는 라인 강의 수력발전을 이용한 중화학공업이 크게 발전했다. 세계적인 기계공업 공장이 이곳에 있다.

 

그 밖에도 전자기계와 양조공업이 발달했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신용이 높아서 자국 은행 이외에도 세계 각국 금융기관이 지점을 설치했다. 세계 금융주식의 중심지로서 유럽 최대의 외환시장을 형성한 취리히다. 현재 스위스 중앙은행(UBS) 본사가 취리히에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고객의 익명성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비밀계좌제도를 운영하는 은행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런 경제적 활황을 누리는 도시라면 당연히 번화하고 화려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수도인 베른 보다는 아니지만 첫 느낌이 잔잔하고 아름답다.

올드 타운 전경.jpg
올드타운 전경.

 

2000년의 역사가 흐르는 올드 타운의 골목 재미져

강변을 벗어나 횡단보도를 건너면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안내 팻말과 역(UBS Polybahn)이 있다. 젊은이들이 눈에 많이 띄는 이유다. 공과대학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미니열차가 연결한다. 1885, 연방차원에서 설립된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의 명성은 대단하다. 아인슈타인을 포함해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컴퓨터공학이 유명한 명문대다. ‘스타 과학자인 아인슈타인과 연관이 깊은 대학이지만 일부러 가진 않는다. 일단 주린 배부터 채워야 한다.

 

리마트크바이(Limmatquai) 강변 길에서 한 블록 안쪽에 있는 니더도르프(Niederdorf, 아랫 동네)의 좁은 뒷골목으로 들어선다. 2000년의 역사가 흐르고 있는 올드 타운은 초입부터 재미가 쏠쏠하다. 도색적인 사진을 걸어 홍등가임을 알려주는 숍을 기웃거린다. 헤어숍에 걸린 사진도 흥미롭다. ‘트레 쿠진(Tre Cucine)’이라는 이탈리아 식당 앞에 쓰인 오늘의 메뉴의 가격이 저렴하다. 크지 않은 식당이라서 야외 자리는 두 테이블 뿐. 젊은 아가씨 스태프도 친절하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샐러드와 스프 요리의 플레이팅이 근사하다. 메인 요리는 라비올리(ravioli).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에 반해 라비올리 맛은 실망스러웠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가격 대비 괜찮은 식당이다.

 

요기를 하고 무조건 앞으로만 향해 걷다가 취리히 중앙 도서관(Zentralbibliothek Central Library)과 프레디거 도미니크회 수도원(Predigerkirche, Preacher’s(설교자) Church)앞에 이른다. 수도원 앞에 동상이 있었기에 한 여학생에게 페스탈로찌에 대해 묻는다. 그녀는 친절하게 이곳이 아니라면서 지도상에서 위치를 찾아 일러준다. 페스탈로찌 동상은 전혀 다른 곳에 위치하고 있어 골목을 더 헤집는다. 아카이브 역사관(History of archives)과 지방 법원(Obergericht) 근처에는 레닌 아파트(Lelenin's apartment, Spiegelgasse 14)가 있다. 세계1차 대전 때 1년 정도(1916~17) 이곳에서 살았다. 당시 레닌은 망명 난민 신세였다.

 

10세기 길드가 일궈낸 경제 부흥

또 근처에는 슈미덴 길드 하우스(Zunfthaus zur Schmiden)가 있다. 건물에 뱀 조형물, 뱀 깃발이 꽂혀 있어 저절로 눈길을 끈다. 취리히에 남은 오래된 10개의 길드 중 한 곳. 마켓 거리(가축 시장의 모서리)에 형성된 길드 하우스다. 취리히의 길드는 현재의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가 되게 한 밑바탕이었다. 10세기 말, 여관, 소금장사, 낙타 장사, 목수, 석수, 성직자, 상인 등 시장 사람들이 모여 길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1336, 당시 취리히 인근 래퍼스빌(Rapperswil) 시의 초대 시장이었던 루돌프 브룬(Rudolf Brun, 1290~1360)은 주가 길드법(Zunftordnung)을 제정했다. 귀족 가문이 집권하는 것을 금지하고 수도원의 권한을 약화시켰다. 이에, 1350년 합스부르크 공작 알브레흐트 2(Albrecht II, 1298~1358)는 취리히를 습격했지만 실패하고 이듬해인 1351, 스위스는 독립을 맞는다. 루돌프 브룬은 취리히의 영웅이 되었다. 리마트 강을 잇는 다리에 루돌프 브룬 이름이 붙여졌고 유골은 성 피터 교회(St. Peter church)에 안치되어 있다. 현재 취리히의 바로크 양식의 시청사(Rathaus)가 취리히의 대표적인 길드 회관 중 한 곳이다. 취리히는 다른 도시가 갖지 않은 길드의 전통도 이어간다. 해마다 4월이면 젝세로이텐(Sechselauten) 축제가 길드 조직원들에 의해 열린다.

그로스뮌스터대성당 (2).jpg

 

그로스뮌스터 성당 탑에서 바라본 취리히 시내.jpg
그로스뮌스터대성당.

 

종교개혁의 중심지 그로스뮌스터대성당

옛 골목을 벗어나면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는 그로스뮌스터(Grossmunster)대성당을 만난다. 스위스 최대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이 성당은 11~13세기에 세워졌다. 원래 이 자리는 보헤미안 왕, 카를 대제(742~814)가 세운 교회가 있었던 자리. 이후 취리히에서 순교한 세 수호성인의 무덤 터가 되었다. 스위스 대표적인 종교개혁가 츠빙글리(Ulrich Zwingli, 1484~1531)1519년부터 목사로 있으면서 개혁을 주도했던 곳. 교회 입구의 쌍둥이 첨탑이 두드러진다. 첨탑의 184개 계단을 따라 오르면 멋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어쩌면 취리히의 백미는 이 쌍둥이 첨탑에 오르는 것이리라. 성당 발밑으로 신학 대학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고 뾰족한 붉은 탑이 멋진 포인트를 준다.

 

성당에서 약 300m 떨어진 지점에 있는 취리히 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에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호들러의 풍경화와 자코메티의 조각품이 있고 그 외에도 모네, 세잔, 르누아르, 드가 등 인상파 화가들과 로트렉, 마티스, 뭉크, 피카소 등의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또 강변의 그로스뮌스터 다리 쪽으로는 헬름하우스(Helmhaus) 미술관, 바세르 교회(Wasserkirche, 물의 교회)와 천주교 성당도 내려다 보인다. 특히 강 건너 서쪽의 린넨호프의 전경이 그림 같다. 탑에서 내려와 취리히 호반 쪽으로 걷다보면 세체세라우텐 플라츠(Sechselautenplatz)에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 이곳부터 리마트 강 줄기는 넓은 취리히 호반으로 유입된다. 스위스에서 세 번째로 큰 취리히 호수엔 백조가 아주 많다.

 

15세기 종교개혁가 츠빙글리

호수에서 리마트 강을 따라 뮌스터 다리까지 거슬러 올라오면 바세르 교회(Wasserkirche, 물의 교회)가 있다. 교회 옆에 츠빙글리(1484~1531)의 동상이 있다. 츠빙글리는 15세기 종교개혁의 시작점이었다. 츠빙글리는 성서를 새롭게 해석해 설교하는 설교가로 유명하다. 1522, 츠빙글리는 단식계율(斷食戒律)을 어기고 친구들과 만찬에 참석했는데 이때 취리히 교구의 경고를 받았다. 츠빙글리는 성서에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친구들을 변호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음식의 선택과 자유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그의 종교개혁적 사상을 외부에 표현한 최초의 글이었다.

 

당시 츠빙글리는 세 자녀를 둔 과부와 동거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아내를 가진 10명의 사제들과 함께 결혼을 허락해 달라는 청혼서를 주교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결국 고립되었고 취리히 군의 종군 목자로 참전해, 카펠 전투에서 전사했다. 그 후, 스위스의 종교개혁 운동은 요한 하인리히 불링거(1504~1575)에게로, 그 다음에 칼뱅에게로 넘어 간다.

린덴호프 전경.jpg
린덴호프 전경.

 

린덴호프 강변 거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

뮌스터 다리를 건너 린덴호프(Lindenhof) 거리로 들어선다. 대성당 탑에서 봤던 프라우뮌스터(성모사원, Fraumunster)가 있다. 853, 독일의 루드비히(Ludwig) 2세의 딸 힐데가르트가 수녀원으로 지었다. 이후 남독일 귀족 가문의 여성들이 원장이 되어 이 곳에서 살면서 넓은 영지를 소유하고 면세 등 갖가지 특권을 누렸다. 그 부력으로 사원을 지었다. 수도원 건물의 내부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가대 석과 높은 아치형의 복도가 매우 아름답고, 파이프가 5,793개나 되는, 취리히 주에서 가장 큰 오르간이 있다. 성가대석 근처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들은 마크 샤갈(Marc Chagall)의 작품이며, 안뜰을 둘러싼 복도에는 수도원의 설립 과정을 그린 파울 보드머(Paul Bodmer)의 프레스코 화가 있다. 근처에는 1593년에 완성된 성 피터 교회가 있다. 취리히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며 유럽 최대의 시계탑이 있다. 1360, 취리히의 초대 시장이었던 루돌프 브룬의 유골이 안장되었다. 그것말고도 린덴호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공원이다. 뮌스터 대성당 첨탑보다는 높이가 훨씬 낫지만, 펼쳐진 풍경은 빼어나다.

취리히호.jpg

 

프레디거 교회.jpg

공원을 벗어나 중앙역에 거의 다다를 즈음 거리엔 상점, 은행들이 늘어서 있다. 강변에서 멀어진 거리라서 딱히 운치는 없다. 이 곳에 페스탈로치 공원(Pestalozzianlage)이 있다. 세계적인 교육자 페스탈로치(1746~1827)는 취리히의 외과의사 아들로 태어났다. 여섯 살 때에 아버지를 잃고 목사인 할아버지의 감화를 받아 신학을 공부했으나 나중에는 법률 공부로 바꿨다. 루소의 <에밀(Emile)>을 읽고 그의 자유사상에 감동을 받아 법률 공부를 포기하고 일생을 교육 사업에 봉사했다.

 

취리히를 벗어나면서도 계속 미련이 남는다.

참 떠나고 싶지 않다. 스위스

 

Travel Point

가는 방법: 인천취리히, 대한항공(, , 1, 11시간 30) 아시아나항공(12, 1회 경유, 13시간 50), 루프트 한자독일(13, 경유 1, 13시간 5). 도심에서 11km 북쪽에 클로텐 비행장이 있다.

 

현지 교통취리히 공항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시내까지 약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시내 여행은 걸어 다니면 된다.

 

음식정보취리히 대표 요리로는 취르허 게슈넷첼테스(Zurcher Geschnetzeltes)가 있다. 작게 썬 송아지 고기에 크림소스와 버섯을 섞어서 익힌 요리. 취리히 스타일 송아지 고기(Zurich Style Veal)라고 불린다. 또 구시가지의 카페 오데옹(Cafe Odeon)1911년 개업 이래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아인슈타인, 레닌, 무솔리니 등 역사적인 인물들의 단골 카페로 더욱 유명하다. 커피, 와인, 위스키, 맥주 등을 판매한다.

 

숙박정보구시가지 등 관광지가 밀집된 곳의 숙박지는 가격이 7-20만원대에 이른다. 저렴한 숙박을 원한다면 시내 중심부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아파트먼트를 구입하면 된다. 가격은 5만원 내외다.

 

기타 정보취리히 호수 뷔르클리 광장(Burkliplatz Burklip)의 선착장에서 유람선이 운행(4~10)된다. 유레일패스 소지자는 무료다. 유람선은 클래식한 증기선으로, 단순히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돌아보아도 되고, 퐁듀 디너 크루즈나 댄스파티가 포함된 디너 크루즈 등을 이용해도 좋다. 취리히 관광청에서는 크루즈와 시내 관광을 연계한 프로그램(취리히 시티 투어& 레이크 크루즈)을 추천한다. 호수 수영장은 5월부터 9월까지 개방한다.

 

취리히 인터넷 사이트: http://www.stzh.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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