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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폐지 그 후… 증거는 쉽게, 책임은 더 많이?

간통죄 폐지 그 후… 증거는 쉽게, 책임은 더 많이?

2015-03-26 11:04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오랜 기간 존폐 논란을 이어왔던 ‘간통죄’가 결국 폐지되었다. 인권과 법률, 각자의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간통죄 폐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누구보다 직간접적으로 간통죄 폐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주부들은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간통죄 폐지에 대한 주부들의 속내와 헌재 판결 이후 판도가 달라진 이혼소송에 대한 전문 변호사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간통죄 폐지에 대한 주부들의 생각은?

“너희들, 내가 간통죄로 고소해서 콩밥 먹게 할 거야!”

불륜과 이혼을 소재로 한 숱한 막장드라마 속에서 심심찮게 보아왔던 이 장면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다. 간통죄 자체가 더 이상은 법률로 처벌할 수 없는 영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던 형법 제241조는 제정 62년 만에 효력을 잃게 된 상황.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 대다수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가정생활에 대한 형벌 과잉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데 반해, 많은 국민들이 간통죄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간통죄 폐지가 사실상 ‘불륜 조장’이라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간통죄 폐지에 대한 주부들의 생각은 어떨까? 세대별로, 각자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결혼과 밀접한 간통죄 폐지에 대한 주부들의 관심은 그 누구보다도 큰 듯했다. 법은 잘 몰라도 부부생활은 좀 안다는 주부들이 간통죄 폐지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불륜 커플만 신난 거죠” “이혼 부부 늘어날 듯”

김현아
불륜에 대한 최소한의 경고장치가 사라진 것 같아요. 얼마 전 친구가 찾아와 남편이 바람난 것 같다며 우는데… 정말 안타까웠어요. 이런 상황에서 간통죄 폐지는 사실상 불륜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닌가요? 이제 불륜을 저지르고도 당당히 이혼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 불륜 커플은 더 뻔뻔해지겠죠. 아이 낳아 기르고 빠듯한 생활비로 살림하느라 제 한 몸 꾸밀 여력조차 없는 주부들은 그저 당할 수밖에 없을 테고요. 더 이상 가정을 지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한경진 산악회 회원들 중에 불륜 커플이 적지 않아요.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은근히 간통죄 폐지를 반기는 것 같더라고요. 간통죄 때문에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부부들도 이혼하게 될 것 같아 걱정스러워요. 우리처럼 자녀가 장성한 중년 부부들은 공통적인 취미생활이 없다면 각자 생활패턴이 달라 친밀도가 낮을 수 있어요. 그나마 법적인 부부관계가 결혼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핵심이고 간통죄가 불륜과 이혼을 막아주는 최후의 보루였을 텐데, 이제 간통죄가 폐지되었으니 서로 자유롭게 다른 사람 만나고 하다 보면 자연히 이혼 부부도 늘어나겠죠.

김현아 41세. 결혼 8년 차, 세 아이 양육 중
한경진 56세. 결혼 30년 차, 산악회 활동 중 

“있으나 마나 한 법” “민사 책임 강화하길”

정은임
어차피 있으나 마나 한 법이었잖아요. 간통죄가 있든 없든 불륜은 개인의 의지에 달린 거죠. 간통죄가 있어도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많지 않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간통죄로 배우자를 처벌하려면 이혼을 해야 하는데 애초에 이혼 의사가 없다면 간통죄 자체가 의미 없잖아요. 미성년자도 아니고 불륜에 대한 책임, 가정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개인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진주 간통죄 폐지는 형사법으로 처벌이 안 되는 것이고 민사소송으로는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배우자가 바람을 피워 이혼을 하게 된 경우에는 민사상 위자료나 재산분할 한도를 크게 높였으면 좋겠어요. 간통죄가 폐지되었다고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불륜이 완전히 무죄인 것은 아니잖아요? 요즘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게 돈이니… 바람을 피운 배우자에 대해 돈으로라도 크게 배상받으면 당한 사람도 좀 마음이 풀리지 않을까요?

정은임 37세. 결혼 4년 차, 워킹맘
임진주 29세. 결혼 1년 차, 신혼부부


이혼소송 어떻게 바뀌나?

간통죄 폐지로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에 대해 형법상 처벌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이혼소송의 판도 역시 상당 부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먼저 “간통죄 폐지가 곧 불륜에 대한 무죄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한 뒤 “이혼소송 시 배우자의 불륜을 증명하는 방법부터 위자료와 재산분할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사법 전문가인 이인철 변호사(법무법인 윈)는 “불륜을 증명하는 방식은 이전보다 간단해질 것이며 이혼소송 시 유책배우자의 손해배상 책임한도가 커질 수 있다”고 이혼소송의 판도 변화를 예측했다.

이인철 가사법 전문 변호사 ‘일문일답’
 

Q1
예전처럼 경찰을 대동해 불륜 현장을 덮치는 식으로 증거를 확보하기는 어렵겠네요.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면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요?
 
사실 불륜 현장에서 증거를 잡아 형사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그 현장을 잡기도 어려웠으니까요. 그런데 간통죄 위헌 판결로 인해 앞으로는 무리해서 증거를 수집할 필요가 줄어들었습니다. 불륜 배우자의 휴대폰 문자내역이나 통화내역으로도 재판에서 외도 사실을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Q2 그래도 현장을 잡는 게 가장 확실할 텐데… 흥신소에 의뢰를 하면 불법일까요? 
돈을 주고 흥신소를 고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들이 찍은 사진이 사생활침해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고, 동의를 얻지 않은 상황에서의 녹취는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민사소송에서는 상당히 폭넓은 불륜 정황들을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애정 표현이 담긴 메시지 교환이나 심야시간의 잦은 통화, 함께 모텔로 들어가는 장면을 직접 촬영한 사진 등은 민사소송에서 충분한 증거가 됩니다.

Q3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이 불륜이 합법이라는 뜻은 아니죠? 
절대로 아닙니다. 그동안 불륜을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요. 외국의 경우 ‘간통죄는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민사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 아래 간통죄를 아예 제정하지 않거나 제정 후에라도 폐지하는 것이 추세였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고 봐야겠죠.

Q4 배우자의 불륜 상대에게도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민사상으로 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 다만 소송을 거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불륜 상대에 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면 불법적인 행위로 간주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그럴 때는 먼저 남편에 대한 이혼소송을 진행하면 남편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통화내역에서 남편의 불륜 상대에 대한 개인정보를 얻어 소송을 진행하면 됩니다. 

Q5 이혼 시 위자료와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배우자의 외도 증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문자든 통화든, 가능한 한 많은 사례를 확보해놓아야 유리합니다. 또한 남편이 재산을 처분하기 전에 미리 가압류, 가처분을 걸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판결로 불륜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통해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물게 하거나 재산분할에 있어 패널티를 주는 것을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그렇고 불륜에 대한 민사상 책임한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도 비슷한 상황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통죄 폐지가 세상을 바꾼다? 

62년 만에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간통죄로 재판 중이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이들은 바로 사건이 종결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간통죄로 처벌받은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01 연예계를 뒤흔든 간통사건, 이제 종결?
간통죄 폐지는 연예계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그간 수많은 연예인들이 파경을 맞는 과정에서 간통죄가 언급되며 화제를 모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는 현재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방송인 탁재훈이 아내로부터 ‘세 명의 여성과 외도를 했다’며 간통죄로 고소를 당했고, 역시 이혼소송 중인 김주하 전 MBC 아나운서가 남편 강모 씨를 간통죄로 고소한 바 있다. 2007년 전남편 박철과의 이혼 과정에서 간통 혐의로 고소를 당했던 옥소리의 경우, 이듬해 헌법재판소에 간통죄 위헌소송을 냈지만 당시 헌재는 합헌 판정을 내렸고 옥소리는 그 해 12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간통죄 폐지로 재판이 진행 중이던 탁재훈과 김주하는 각각 재판 중단으로 사건이 종결되었다. 굳이 득과 실을 따진다면 간통죄로 인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 탁재훈은 이득을, 남편의 불륜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능해진 김주하는 손해를 본 셈이다. 또한 이미 처벌을 받았던 옥소리는 당당히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02 자극적 소재, 불륜을 다룬 영화·드라마
외도, 의심, 거짓말, 증거 추적, 이혼, 복수 등 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자극적인 에피소드를 담아낼 수 있는 불륜은 오래전부터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극이 전개되는 내내 사건과 반전, 눈물과 복수가 끝없이 펼쳐지는 이 작품들은 대체로 대중의 흥미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하거나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곤 했다. 

1999년 개봉한 영화 <해피엔드>(감독 정지우)는 톱 배우 전도연의 파격적인 노출과 베드신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했고, 역시 엄정화와 감우성의 리얼한 베드신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2002년 개봉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감독 유하)도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반면 영화에 비해 표현의 한계가 뚜렷한 드라마에서 불륜을 다루는 방식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었다. 2007년 방영된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은 가정의 화목과 남편의 성공만을 위해 살아온 조강지처들이 각각 배우자의 배신을 알고 조강지처클럽을 결성해 통쾌한 복수를 벌이는 과정을 그렸고, 2008년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남편의 외도로 버림받은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요부가 되어 전남편을 다시 유혹해 파멸에 이르게 하는 복수극을 다뤘다. 

이 밖에도 간통 전문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라는 뜻의 영화 <간기남>(감독 김형준, 2011)과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거부할 수 없는 남녀의 치명적인 사랑을 그린 영화 <인간중독>(감독 김대우, 2014) 등 불륜은 최근에도 영화계 단골 소재로 차용되고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SBS, 2013)와 <밀회>(JTBC, 2014) 등의 드라마에서는 부부관계에 대한 성찰과 위기 극복, 자아 찾기를 위한 소재로 불륜을 활용함으로써 불륜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논점을 제시하고 있다. 

03 간통죄 폐지, 뜻밖의 수혜주와 성균관의 일침
오랜 논의 끝에 간통죄가 폐지되던 날 언론매체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고, 주식시장에서는 뜻밖의 수혜주도 탄생했다. 불륜에서 연상하기 쉬운 성인용품을 비롯해 등산용품 및 캠핑용품, 여행사, 피임약 제조업체 등의 주가가 급속도로 오른 것. 이런 현상은 간통죄 폐지가 간통 발생으로 인한 이혼 등의 절차를 밟는 과정에 있어 형사법으로 다루는 부분만 사라진 것일 뿐 민사소송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일부 투자자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간통죄 폐지에 환호하는 일부에게 일침을 날린 이들도 있다. 유림단체인 성균관은 “그동안 논란이 많던 간통죄가 호주제 폐지 이후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결정돼 1천만 유림은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간통죄가 비록 개인의 인격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부분 등의 이유로 위헌이 결정됐다 하더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 즉 삼강오륜의 도덕윤리 사상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의 차이?

위자료는 부정행위나 가정폭력 등 혼인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이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을 각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분할하는 것이다. 이처럼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위자료를 전혀 받지 못해도 재산분할은 받을 수 있거나, 재산분할을 전혀 받지 못해도 위자료는 받을 수 있다. 물론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모두 받을 수도 있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그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전업주부라도 혼인기간 및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도를 30% 또는 40∼50%로 인정해주며, 부인이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한 부분이 남편보다 많을 경우 그 기여도는 50%를 초과해 60~70% 이상도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 상속받은 재산은 사안에 따라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되거나 빠질 수 있다. 반면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라면 비록 그 명의가 제3자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혼소송 중 재산분할은 기여도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보느냐에 따라 액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배우자 명의의 재산 또는 제3자 명의로 된 배우자의 재산을 적극적으로 찾아낼 필요가 있다.


기획 임언영 기자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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