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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듣는다 8]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현웅 교수, 통증도 증상도 없는 '간경변증'

2021-04-12 09:40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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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집에서 혼술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혼술을 하면서 조금씩 술을 마시는 습관이 일상으로 굳어지면 알코올 중독이 될 수 있다. 알코올 중독은 건강한 간을 지방간으로 바꾸고 나중에는 간경변까지 이어질 수 있다. 통증도 없고 증상도 따로 없어 알아차리기 어려운 병 간경변증에 대해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현웅 교수에게 물었다.
 
음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지방간에 대해 한 번쯤은 걱정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방간이 성인 3명 중 1명이 걸릴 만큼 흔하다 보니 ‘설마 나도?’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으레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셔서 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굳이 술 때문이 아니어도 지방간에 걸릴 여지는 있다. 비만, 고지혈증, 당뇨, 약물 복용 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13~2017년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를 분석한 결과 5년간 연평균 21%의 비율로 증가했다. 남성 환자의 진료인원은 2013년 1만 4,278명에서 2017년 3만 551명으로 1만 6,273명이 증가했고, 여성 환자는 2013년 1만 101명에서 2017년 2만 705명으로 1만 604명이 늘어났다. 여성과 남성 모두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지방간은 간경변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지방간이나 B형 간염, C형 간염이 지속되면 염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간 조직에 작은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등 섬유화 조직으로 바뀐다. 이때 간세포는 섬유화되면서 딱딱해지는데 이를 간경변증이라고 한다. 
 
 
간 건강의 적신호, 지방간
 
과거 우리나라는 B형 간염이 간경변으로 발생하는 비율이 높았다. 약 10% 이상의 유병률을 보였는데 지금은 B형 간염 예방주사가 널리 보급되면서 B형 간염 유병률이 성인은 3%로 줄었고 신생아는 0.2%로 거의 없다. C형 간염도 치료제가 좋아져 최근에는 B형 간염 못지않게 완치율이 높다. 반면 지방간의 간경변 발생률은 점점 늘고 있다. 최근 간경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방간은 어떻게 발생하는 걸까?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현웅 교수는 “지방간은 지방세포가 지방산을 억제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지방이 많으면 병이라고 생각하는데 지방세포가 중성지방을 잘 가지고 있으면 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요. 문제가 되는 것은 지방세포가 자기 일을 제대로 못할 때입니다. 지방세포가 더 늘어나지도 못하고 적체되어 지방을 더 이상 컨트롤하지 못해 지방산이 지방세포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겨요. 지방산이 혈류를 타고 간에 침착하게 되는데 그게 지방간이 됩니다.”
 
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이 뚱뚱해지는 것을 말한다. 정상적인 간이 밝은 자주색을 띠는 데 비해 지방간은 누르스름한 색을 띤다. 
 
지방간은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말 그대로 술을 많이 마신 게 원인인 지방간은 알코올성 지방간이고 비만이나 약물 복용, 고지혈증 등으로 인해 생긴 지방간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재미있는 것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나 많이 먹어서 비만이 된 사람의 장내세균을 비교해보면 똑같이 지방으로 나온다. 결국 술이나 탄수화물이나 다 지방이 되어 지방간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술을 안 마셔도 피를 뽑으면 알코올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여성은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지방간 비율이 적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지방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다 폐경이 되면 대체로 지방세포가 늘어나는 여성이 많은데 이때 복부비만이 생기면서 지방간이 생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중년 여성 대부분이 체중관리를 잘하기 때문에 지방간이 걸릴 확률은 낮은 편이다. 폐경기에 접어든 여성들은 지방간보다 B형 간염으로 인해 간경변이 발생하는 비율이 더 높다. 반면 20~30대 젊은 여성들은 알코올성 지방간이 많다. 알려진 것처럼 여성이 남성보다 알코올을 해독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여성이 남성보다 근육량이 적기 때문에 알코올 해독 능력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대체로 근육량이 적으면 술을 잘 못 마시고 잘 취해요. 근육에 물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 수분이 알코올을 해독해줍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죠. 그런데 젊은 여성들은 남성보다 근육이 생기기 어렵고 다이어트 때문에 근육량이 적으니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알코올 해독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요. 물론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가 빠른 사람도 있어요. 알코올에 들어 있는 아세트알데히드 대사 효소가 많은 사람은 빨리 해독해서 소변으로 내보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100명 중 한 명 꼴이니 대부분 술을 마시면 건강이 나빠진다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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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 여성 간경변에 걸릴 확률 높아져
 
여성이 지방간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여성이 지방간일 때 남성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방산 등 독성 물질이 간세포를 공격하면 간세포가 누렇게 붓다가 괴사해버린다. 세포가 풍선처럼 빵빵하게 커지면 세포 내부구조가 깨져서 녹아내린다. 그래서 지방간이 간경변으로 발전할 때 보면 부풀어 올랐던 간이 갑자기 확 쪼그라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방간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야 간경변으로 발전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의 25%가 지방간염이 생기고, 지방간염이 있는 사람의 25%가 간경변에 걸린다. 병이 발전하는 과정 동안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체로 다음 병으로 진행되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본다. 즉 20대에 지방간이 생겼다가 병이 계속 진행되면 30대에 지방간염에 걸리고 40대에는 간경변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여성들은 폐경이 온 이후 급격히 간의 상태가 나빠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출산 이후에도 주의해야 한다. 출산 후 살이 찌면서 간수치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출산 후 아이를 돌보는 것이 힘드니까 밤늦게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다 보니 체중 조절에 실패하고 지방간이 생기게 된다. 
 
“제가 강의할 때 많이 이야기하는 환자 케이스인데요. 두 아이가 있는 34세 여성이에요. 간수치가 높아서 당뇨도 앓고 있었어요. 5년 뒤에 조직검사를 해보니 역시 간이 딱딱해지기 시작했어요. 제가 5년 동안 살을 빼야 한다고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제 말을 안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제 간경변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하니까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서 살을 많이 뺐어요. 간수치도 많이 떨어지고 당뇨, 고지혈증 약도 다 끊었어요. 그런데 2년 뒤에 다시 저를 찾아왔더라고요. 2년 만에 몸이 예전으로 돌아가고 얼굴도 검게 변했어요. 간이 나쁘면 얼굴이 검게 변하거든요. 혈액 검사를 해보니 수치가 다 나빴어요. 지금은 다행히 많이 좋아졌어요. 이 환자가 지방간에서 간경변으로 간 리얼한 케이스였어요. 사실 30대 여성이 지방간이 심하게 올 정도면 유전적인 문제도 있었을 거예요. 가장 문제는 스트레스죠. 스트레스 때문에 먹을 게 당기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럴 때면 탄수화물을 먹는 것보다 초콜릿을 먹는 게 더 나아요. 카카오 함유량이 높은 것으로 먹으면 더 좋고요.”  
 
간경변은 증상이 생겨서 발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간 질환을 의심하고 오는 환자들 대부분이 피곤함을 호소하는데 이런 경우 내분비 질환이나 갑상선 질환이 많다. 간경변 환자들은 대부분 복수가 차서 병원에 온다. 이런 환자들의 가슴이나 목을 보면 피부에 빨간 점이 물결 모양으로 지나가는 혈관종이 보인다. 혈류가 많아지면서 혈관이 확장돼 손바닥이 빨갛게 변하기도 한다. 소변색도 진한 노란색으로 일반적인 색과 다르다. 복수가 많이 차고 다리가 부은 증상을 보이면 간경변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간경변은 완전한 치료가 어렵다. 간세포의 섬유막을 끊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섬유막을 끊어내기 위해 약을 썼다가 다른 합병증이 발생한 사례가 발생해 최근에는 약으로 치료하는 대신 간경변을 생기게 한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를 하고 있다.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으로 간경변에 걸렸다면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지방간은 지방을 좋게 해주면 간경변 증상이 어느 정도 좋아진다.
 
 
지방간으로 인한 간경변, 
금주·건강한 생활 습관 등으로 치료
 
지방간으로 인한 간경변은 환자의 노력이 중요하다. 건강한 식습관을 들이고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단백으로 구성된 식사가 일반적으로 간의 회복에 도움이 되지만 간기능 저하가 있는 경우 저단백 식사를 권한다. 알코올성 간경변이라면 6개월 정도 금주만 해도 상태가 좋아진다.  
 
간경변 환자 중에서도 합병증이 온 경우에는 간이식을 진행한다. 얼굴이 누르스름하게 변하는 황달이 생기거나 복수가 찬 경우, 식도에서 혈관이 보이는 정맥류 등의 증상을 보이면 대체로 간이식을 권한다. 
 
“간이식은 대부분이 직계가족이 공여자입니다. 그중 원인질환이 없고 B형·C형 간염과 알코올성 간염 같은 질환이 있으면 순위가 젤 뒤로 밀려요. 간이식을 할 때 공여자의 간을 30% 남기고 70%를 이식하는데 공여자는 대체로 한 달이면 간이 원래 크기로 돌아옵니다. 받은 사람도 금방 90%까지 자라요. 간을 준 사람의 간이 얼마나 건강하느냐에 따라 회복 속도가 차이가 있지만 빠르게 좋아지는 것이 보입니다. 재밌는 것은 직계가족이 공여자로 나섰을 때 대부분이 환자의 딸이거나 아내라는 것이지요. 아들이 주는 경우는 거의 없고 남편이 공여자로 나서는 건 한 번도 못 봤어요.”
 
뇌사자에게 받은 간이 안 좋으면 간부전이 발생해 간이식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굉장히 드문 경우이지만 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교수는 한 가지 사례를 들었다.
 
“급성 A형 간염으로 간부전이 온 환자였는데 뇌사자에게 간이식을 받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이식받고 1년 만에 거부반응이 와서 간이 다 날아갔어요. 어쩔 수 없이 고3인 아들의 간을 이식했는데 면역 거부반응이 와서 한 달 만에 사망했어요. 면역억제제를 먹어도 급성 거부반응이 생기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다행히도 간은 다른 장기에 비해 재생능력이 높다. 때문에 지방간이 발생했을 때 지방간을 일으킨 원인을 제거하기만 해도 상태가 좋아진다. 마찬가지로 간염을 유발하는 원인도 해결하면 호전될 수 있다.
 
“요즘 여성들이 건강보조제를 많이 복용하는데요. 약을 함부로 먹다가 간염이 생길 수 있어요. 약이 들어오면 장에서 흡수돼서 혈관을 타고 간으로 가는데 이때 간으로 가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약 성분을 잘게 쪼개서 내 몸에 필요한지 아닌지 신호를 보내요. 운이 나쁘면 그 조각이 간세포에 들러붙어서 자가면역성 간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이걸 약인성 간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몸에 좋은 것도 매일 먹지 말고 듬성듬성 드시라고 말씀드려요. 특히 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속이 메스껍고 구역질이 나면 무조건 약을 끊어보세요. 2~3일만 지나도 몸이 확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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