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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

2021-01-13 06:16

글 : 박미현  |  사진(제공) : 비초에(www.vitsoe.com), 브라운(www.us.bra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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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처럼 빨리 소비되고 쉽게 싫증 나는 디자인 홍수 속에서 다시금 디자인의 본질을 되새기게 만든 디자인의 거장, 디터 람스에 대해.

참고자료 다큐멘터리 영화 〈디터 람스>, <디터 람스>(디자인하우스)
애플 디자인의 롤모델, 디터 람스
 
 
1932년 독일 비스바덴에서 태어난 디터 람스는 1955년 가전 브랜드 브라운에 입사해 40여 년에 걸쳐 가전제품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이끌고 비초에(Vitsoe)를 통해 건축가는 물론 디자이너들의 로망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가구 디자인을 탄생시키며 가전부터 가구에 이르기까지 그만의 철학을 담은 세계적인 디자인의 거장이다.
 
‘아이팟’을 디자인한 애플의 전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는 “디터 람스는 애플의 영감이자 롤모델”이라고 밝혔으며, 무인양품의 아트디렉터인 후카사와 나오토, 영국 최고의 산업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 등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타 디자이너들 역시 그의 열렬한 팬임을 공개했다.
 
이렇게 20세기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디터 람스. 그가 디자인에 대한 그만의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계기는 바로 10대 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혼란과 폐허의 땅을 재건하는 독일 사회의 분위기 영향이 컸다. 그는 앞으로의 디자인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세상에 일조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가구를 만드는 전통 장인이었던 할아버지에게 목공 기술을 배우며 디자인을 가까이 접했고 이후 대학에서 건축과 인테리어를 공부한 뒤 1953년 프랑크푸르트 오토 아펠 건축사무소에 취직해 모더니즘을 실제 작업으로 접했다.
 
그러던 1955년, 동료와 와인을 걸고 내기로 지원서를 낸 가전 회사 브라운에 합격했다. 당시 브라운은 잘 알려진 회사가 아니었다. 미드센트리의 모던한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가전제품을 기획하던 브라운 형제와 함께하면서 디터 람스는 본격적으로 가전제품 디자인 분야에 뛰어들었다.
 
당시 브라운 형제는 모듈러 방식과 정제된 선을 추구했는데 디터 람스는 이를 빨리 흡수했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1956년, 가구의 일종이었던 오디오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온 브라운 SK 4가 탄생했다. 이후 라디오, 믹서, 계산기 등 가전제품 분야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며 세계적으로 그의 명성을 떨쳤다.
 
 
‘Less, but Better(적게, 그러나 더 나은)’
 
디터 람스는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디자인 부서 수석 디자이너가 된 뒤, 1977년 은퇴하기까지 브라운의 전설적인 디자인을 탄생시켰고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적게, 그러나 더 나은(Less, but Better)’을 모토로 오디오 시스템, TV, 주방 가구 등 수많은 제품을 선보였다.
 
그는 평생 제품에 기술과 디자인의 궁극적 본질을 그대로 정직하게 드러내려고 했다. 또 그것을 서로 다른 환경에 잘 어울리는 단순함으로 구현했다. 이를 위해 브라운의 로고조차 크게 넣지 않았다. 이렇게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에 대한 원칙 10가지’를 구축했고 이는 현대 산업디자인의 표준이 되었다.
 
 
건축가·디자이너들의 로망이 된 디터 람스의 가구
 
 
1995년, 브라운에 질레트가 새로운 주인으로 왔을 때 디터 람스도 브라운 디자인 부서를 떠났다. 그리고 그가 1950년대부터 브라운과 병행해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영국 가구 회사, 비초에의 디자이너로 일했다. 1950년대 당시, 독일 사람들은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비좁은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1960년 탄생한 가구가 바로 ‘비초에 606 선반 시스템’이다. 이 가구는 현재까지도 유명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의 로망의 가구로 정도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디터 람스의 시그니처 가구 중 하나다. 그는 집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은 가구 역시 같은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주방용 가구, 라디오 등 전혀 다른 제품이지만 함께 모아놓으면 가족같이 조화로워야 한다는 뜻이다. 디터 람스는 지팡이를 짚고 걷는 89세의 노인이 됐지만 그의 이름을 건 강연, 전시 등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이며 디자인에 대한 관심 역시 여전히 뜨겁다.
 
요즘에는 트렌디하고 값이 싸면서 쉽게 망가져 금세 교체하는 물건이 넘쳐난다. 그러나 디터 람스가 말한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한다. 또 일상의 물건들과 조화를 이뤄야 하며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이외에도 디터 람스가 말한 10가지 디자인 원칙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그의 일관된 ‘Less, but better’는 단순한 디자인 콘셉트가 아닌 듯하다. 바로 우리의 태도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삶의 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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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50년 동안 한 번도 이사를 하지 않고 한 집에서 사는 디터 람스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자신이 디자인한 가구와 가전제품들로 생활한다. 가전제품은 사용자를 위해 존재하며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야 하는 그의 철학이 오롯이 담긴 집이다. 
3 침실이나 거실, 부엌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비초에 606 선반 시스템.
 
 
디터 람스가 말한 ‘좋은 디자인을 위한 10가지 원칙’
 
1 혁신적이다. 항상 혁신적인 기술과 병행된다. 기술이 동일한 수준에 있지 않으면 좋은 디자인 또한 없다.
2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목적에 부합하고 디자인 자체가 유용성을 드러낸다.
3 아름답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은 개인 환경과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잘 만들어진 것만이 아름다울 수 있다.
4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한다. 제품의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더불어 이런 디자인은 제품을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5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 목적이 명확한 제품에는 도구의 특성이 드러난다. 사용자가 알아서 쓸 수 있어야 한다.
6 정직하다. 제품을 실제보다 더 혁신적이고 강력하며 더 가치 있게 보이도록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7 오래간다.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과 달리 버려지는 것이 흔한 현대 사회에서도 오래 지속돼야 한다.
8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임의적이거나 우연이 아니어야 한다. 철저함과 신중함은 곧 사용자를 존중하는 것이다.
9 환경을 생각한다. 디자인은 환경보호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자원을 보존하고 물리적이고 시각적인 오염을 최소화한다.
10 최소한의 디자인이다. 단순함, 순수함으로 돌아가야 한다. 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이다.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브라운 제품들 베스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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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디오 역사의 전환점이 된 브라운 SK 4, by 한스 구겔로트+디터 람스, 1956.
2 애플 ‘아이팟’의 영감이 된 브라운 포켓 리시버 T 3, by 디터 람스, 올름조형대학, 1958.
3 레코드 플레이어와 결합된 최초의 트랜지스터 라디오 중 하나인 TP 1, by 디터 람스, 1959.
4 지금도 출시되고 있는 포켓 계산기 ET 33, by 디터 람스, 디트리히 룹스,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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