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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부부가 직접 지은 양평 412 하우스

2020-11-30 08:16

글 : 박미현  |  사진(제공) : 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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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그들이 지향하는 삶의 방향성을 집이라는 공간에 잘 녹여낸 건축가 부부를 만났다. 이들의 집을 통해 우리 미래의 집도 한 번 설계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잘 지어진 ‘밥’처럼 잘 지어진 ‘집’을 원한다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방콕 생활부터 끝 모르게 치솟는 집값에 영끌 대출과 전세 대란까지. 요즘처럼 ‘집’이라는 화두가 뜨겁게 달아오른 적이 또 있었을까? 과연 우리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이며, 어떤 곳에서 살아야 하는지 등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시기인 건 분명한 듯하다.  

경기도 양평의 한 양지 바른 언덕에 사각으로 반듯하게 지어진 412 하우스는 서울에서 4년간 20평대 아파트 전세를 살다 직접 집을 지어 이사 온 표주엽·이새롬 건축가 부부, 그리고 다섯 살 아들 선우가 함께 사는 집이다.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디자인 스쿨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ite)에서 건축 공부를 하다 아내를 만났습니다. 그때 제가 우리의 집은 우리가 직접 설계하자고 말하며 청혼했죠. 그 약속이 이제야 지켜졌습니다.” 

자로 잰 듯 반듯반듯한 매력이 깃든 이 집은 올 2월 말에 준공됐다. 총 2층으로, 1층은 공유의 공간으로 주방과 거실이 마주하고 그 옆으로는 욕실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차례대로 자리한다. 2층으로 올라가면 가족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부부의 방과 아이 방 그리고 서재와 욕실, 세탁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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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테라스와 마당이 될 공간을 과감히 없애고 대신 가족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과 주방을 넓게 확장했다. 전원주택이라고 해서 아파트와 반드시 달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사실 우리나라는 야외에서 바비큐를 즐겨온 문화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그 공간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도 힘들다. 사는 이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익숙한 공간에 더 집중해 그걸 유지하는 게 훨씬 더 살기 편하다. 그래서 부부의 집은 널찍한 마당이 없다. 외부 공간은 부부가 관리할 수 있는 규모의 텃밭과 입구로 향하는 길을 겸한 작은 마당 정도 갖췄다.       

“전 집이란 ‘잘 지어진 밥’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은 밥처럼 자극적일 필요가 없죠. 잘 지어진 밥은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고 반찬 몇 개만 두고 먹어도 맛있잖아요. 잘 지어진 집 역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고 내 취향에 맞춘 가구와 소품만 적절히 있으면 그 행복한 맛을 지속하게 해주죠.”    

부부의 집은 다른 전원주택보다 비교적 창이 작다. 가장 큰 창이 거실에 있는 ┐자로 꺾인 창이다. 2층의 방 역시 조그마한 창 하나뿐이다. 이 역시 불필요한 걸 빼고 효율을 꼼꼼히 따진 결과다. 

“더운 나라의 꽃이 크고 화려하잖아요. 추운 나라는 꽃이 작고 소박하고요. 집 역시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더운 나라는 단열이 필요 없어 창을 넓게 내 바람 길을 만들지만,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는 단열이 중요해요. 아무리 3중창, 5중창의 좋은 창호를 써도 단열이 빽빽하게 들어간 벽을 절대 못 따라가요. 그래서 그 기준을 맞춰 창의 크기를 정했습니다.”

창이 많으면 채광과 환기가 좋지만 과하면 여름, 겨울 냉난방비의 주범이 된다. 그렇기에 집을 오래 잘 유지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창 크기 또한 인테리어만 생각해 최대한 넓게 내기보다는 단열 효율의 적정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사물을 보는 안목 기르기,
그 판단의 기준은 바로 내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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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 역시 그저 많을수록 좋은 것만은 아니다. 부부는 요즘 ‘수납부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납이 많아야 좋은 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무슨 용도인지도 모르는 정체성 없는 수납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저희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즘이란 무조건 버리고 비우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필요한 그 양의 적정선을 찾는 거죠. 한 번 수납장이 넓어지면 채우기 바쁘지 그 안의 물건을 정리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의 적정량을 파악하고 채울 수 있는 만큼의 수납공간을 마련하면 분명 수납장은 줄어들었지만 그보다 살기는 훨씬 더 편해질 것입니다.”

부부만의 적정선 지키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한 결과, 이제는 아이 장난감 하나를 구입할 때도 나중에 필요 없어졌을 때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부터 하고 가능한 한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택을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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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을 때 친환경을 위해 되도록 피톤치드를 내뿜는 나무를 사용하고, 발암물질이 없는 자재들을 고른다. 하지만 부부는 그건 사람에게 좋은 친환경이지 환경에게 이로운 건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돈을 내고 에코백을 사서 비닐백 사용을 줄이는 것처럼 나의 소비가 지구를 안 아프게 하는 것, 그게 진정한 에코프렌들리다. 그렇다면 목조주택을 왜 친환경 주택이라고 부르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자연 소재를 써서 친환경이 아니라 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콘크리트 집보다 폐기물이 절반 이하로 나오기에 친환경 주택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친환경, 오가닉, 에코프렌들리, 휴먼프렌들리의 의미를 다 섞어 사용한다. 하지만 이제 지구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내 건강이 우선이 아닌, 환경을 생각한 소비를 실천해야 할 때다. 

 

그의 집은 그가 학생 때부터 모아온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가구와 소품들이 많다.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사랑받는 타임리스 디자인의 물건들이다. 부부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유행의 변화에 따라 쉽게 버려지는 게 아니라 그의 집처럼 오랫동안 두고두고 사용해도 질리지 않은 잘 지어진 밥에 어울리는 잘 지어진 음식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가구나 소품 등 집에 두고 사용하는 물건을 고를 때는 기본적으로 기능에 충실한 구조적인 디자인인지를 따져요.  구조적인 디자인은 선으로 표현된 걸 좋아하죠. 선은 부피감이 큰 면보다 디자인적으로 표현하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런 디자인은 첫눈에 자극을 주지 않죠. 그게 제 취향에 맞고 그런 물건들을 사용하면 할수록 빛을 더욱 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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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나 디자인, 예술 등 어떤 분야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단, 그 지식을 그저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고 내가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내 주관이 섞여 있는 양질의 지식을 쌓으면 그게 또 다른 지식으로 연결고리가 확장됩니다. 마치 음식을 할 때 각기 다른 재료가 만나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혀 다른 요리가 나오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점점 자신만의 지식을 쌓으면 집을 보는, 디자인을 보는, 예술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기면 삶의 방향이 분명 바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판단의 기준은 항상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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