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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80]파묵칼레에서 고대 로마식 온천욕 즐기기

2021-09-06 10:55

글·사진 : 이신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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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들의 휴양지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목욕을 좋아해 자연 용출장이 있는 곳에 휴양지를 만들었다. 목욕을 즐기는 데 만족하지 않고 볼거리, 즐길 거리를 만들었다. 연극이나 스포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극장과 원형 경기장이 만들어졌다. 로마인들의 대표 휴양지 중 한 곳이 터키 파묵칼레다.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의 부서진 유적 위에 만들어진 온천 수영장에서의 물놀이는 클레오파트라도 부럽지 않다.
눈처럼 보이는 석회암덩어리.JPG
눈처럼 보이는 석회암 덩어리.

거대 석회암 언덕이 있는 작은 마을

터키 여행자 중에 파묵칼레(Pamukkale)를 여행 코스에 넣지 않는 자는 거의 드물다. 파묵칼레에 대한 홍보 영상물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그곳에서 발산하는 매력을 저버릴 수 없다. 터키 여행 10일 정도 지날 즈음, 파묵칼레로 간다. 고국에서 여행 온 후배들을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날짜를 정하고 같은 숙소를 따로 예약하면 된다. 후배들보다 조금 더 일찍 여행을 왔기에 그들이 오는 시간에 맞춰 터키의 이곳저곳을 더 돌아다닌다.

 

대부분 터키 여행자들은 카파도키아에서 안탈리야로 이동해 파묵칼레로 이동하지만 카쉬~페티예~달얀에서 시간을 보냈다. 무계획 여행이 이래서 좋은 것이다. 달얀에서 파묵칼레까지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보다 12배나 큰 터키는 워낙 여행 이동거리가 길어서 당연지사처럼 생각하게 된다. 달얀에서 승합차처럼 작은 돌무쉬(Dolmus)를 타고 페티예로 나와 오토가르(Otogar, 터미널)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오토부스(Otobus) 표를 구입한다. 분명히 파묵칼레 가는 표를 구입했는데 데니즐리(Denizli)가 종점이다. 돌무쉬로 바꿔 타고 10km를 더 가야 파묵칼레다. 통일성 없는 터키의 교통법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35도의 온천수가 변화시킨 석회암 덩어리

파묵칼레는 아주 작은 동네다. 게스트하우스 앞으로 거대한 설산처럼 보이는 석회암 덩어리가 불쑥 솟아 있다. 편안한 차림으로 석회암 언덕을 오른다. 사방팔방이 하얀 빛이다. 파묵칼레는 터키어로 목화의 성이라는 뜻이다. 온천수가 빚어낸 석회암 덩어리를 빗대어 붙인 지명. 석회 성분을 다량 함유한 35도의 온천수가 수 세기 동안 바위를 타고 흐르면서 표면을 탄산칼슘 결정체로 뒤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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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서머 풀.

석회암 언덕은 보기와 달리 미끄럽지 않다. 따뜻한 물이 흐르고 용액의 흐름을 보여주는 층리가 사방팔방으로 펼쳐진다. 이 석회 언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이 여러 번 변한다. 녹은 석회암은 물결 모양을 만들었다. 다랑이 논 모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수십 개의 서멀 풀(Thermal Pools)의 물줄기는 청옥빛이다. 종유석 등은 없지만 딱 석회 동굴이 노출되어 있는 형상이다. 서멀 풀은 1988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입욕은 불가하되 맨발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럼에도 한 여름에는 수영복 입은 여행자들이 부지기수다.

물결을 닮은 바닥.JPG
물결을 닮은 바닥.

석회 언덕 정상에 오르면 또 한 번 깜짝 놀란다. 부서진 문화유적들이 무수히 흩어져 있고 박물관도 있다. 이곳은 고대 페르가몬(Pergamon) 왕국이 기원이다. 기원전 130년 경, 로마 인들이 정복해 성스러운 도시(히에라폴리스)’라고 불렀다. 그리스어 히에로스는 신성함을 뜻한다. 히에라폴리스는 로마에 이어 비잔틴 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번성했다.

히에라폴리스의 부서진 유적.JPG
히에라폴리스의 부서진 유적.

고대 로마 히에라폴리스의 유적지

파묵칼레라는 지명은 11세기 후반 셀주크투르크 족의 룸셀주크 왕조의 지배를 받으면서 불리게 됐다. 이후 1354년 이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 때문에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었다. 1887, 독일 고고학자 카를프만이 발견해 복원했다.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 신전, 공동묘지, 온천욕장 등 귀중한 문화유적이 남아 있다. 특히 15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원형극장은 지금 봐도 어마어마한 규모다. 증기가 발생하는 단층 위에는 아폴로 신전이 세워져 있고 세베루스(Severus) 시대에 만들어진 극장도 있다. , 1200기의 무덤이 남아 있는 거대한 공동묘지가 있다. 서아시아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 유적 중 하나인 이곳에는 지금도 수많은 석관의 뚜껑이 열리거나 파손된 채 여기저기 널려 있다. 이 석관들은 치료와 휴양을 위해 몰려들었던 병자들의 무덤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유적지 또한 고대 도시 유적으로 198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온천 수영장.JPG
온천 수영장.

클레오파트라 온천 수영장에서 물놀이

흩어진 문화유적지와 박물관을 관람하고 클레오파트라 온천 수영장으로 들어간다. 폐허가 된 유적지에 온천물을 담아 언덕 위에 온천 수영장을 만들었다. 수영장엔 나무들을 심어 그리스, 로마 식으로 만들었다. 간이 탈의실도 있고 식당도 있다. 물 온도가 35도로 생각보다 높다. 물 속에는 그리스, 로마 때의 대리석 기둥이 그대로 잠겨 있어 발밑이 평평하지 않다. 얕은 곳도 있지만 키를 훌쩍 넘는 곳도 있다. 이 온천수는 류머티즘, 피부병, 심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져 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로마 시대에는 여러 황제와 고관들이 이곳을 찾았다. 테르메라고 하는 온천욕장은 온욕실과 냉욕실은 물론 스팀으로 사우나를 할 수 있는 방, 대규모 운동시설, 호텔과 같은 귀빈실, 완벽한 배수로와 환기장치까지 갖추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온천으로 와서 물을 가져갔는데, 이 물은 양모를 씻고 염색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사람 키를 넘는 구간.JPG
사람 키를 넘는 구간.

어쨌든 고대, 로마 때부터 있던 온천장에서 즐기는 온천욕. 수심이 깊은 곳에서 수영도 하고 밧줄에 매달리기도 하고 물도 먹으며 두 시간 정도 놀고 나니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낀다. 클레오파트라가 방문했다고 하니 아무리 바빠도 온천욕은 필히 해야 한다. 파묵칼레는 사실 이게 전부다. 단 이틀 동안의 후배들과 함께 하고 아쉬운 작별을 한다. 헤어지는 날, 후배가 싸갖고 온 햇반과 깻잎을 건넨다. “선배, 정말 힘들고 외로울 때 이거 먹어. 그러면 정말 아픔이 싹 가신대.” 아끼고 아껴 두었다가 정말 힘들었을 때 꺼내 먹으면서 파묵칼레의 기억을 어찌 떠올리지 않았겠는가. 여행이란 단순히 풍치만 보는 게 절대 아니라는 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내 기억속의 파묵칼레는 그래서 더 좋다.

 

Travel Data

찾아가는 방법: 파묵칼레는 터키 남서부 데니즐리 주에 위치한다. 인천에서 이스탄불까지는 직항편이 오간다. 이스탄불에서 데니즐리까지 항공으로는 1시간 10분 소요된다.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는 10시간 가량 걸린다. 데니즐리 터미널에서 파묵칼레 행 미니버스가 운행된다. 보편적으로 이스탄불~카파도키아~안탈리야~파묵칼레 순으로 여행 코스를 짠다.

별미집과 숙박: 파묵칼레엔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제법 있다. 파묵칼레의 허름한 칼레 호텔에서 먹은 닭볶음탕은 한국 유명 식당보다 맛이 좋았다. 숙소는 파묵칼레 마을에 게스트 하우스가 많다. 카라하우트 쪽에는 리조트, 호텔 등이 많다.

여행포인트:파묵칼레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여행사를 통해서 표를 구입해야 한다. 여행사가 여러 곳이나 가격 차이가 많다. ‘Metro’라는 여행사에는 한국인들에게 이미 소문이 자자한 미스터 오지랖이라는 별명을 가진 직원이 있다. 한국이름 은(silver). 영어와 한국어를 아주 잘하는 그다. 그는 터키에서 보기 드물게 정직한 인물이었다. 그가 추천한 에페스 여행상품도 훌륭했다.

주변 볼거리:파묵칼레 인근에는 또 다른 온천 명승지가 있다. 2의 파묵칼레로 불리는 카클르크(카크리크) 동굴은 최근 발견된 종유동굴로, 동굴 안에서 광천수가 뿜어져 나온다. 카라하우트(karahayit)로 불리는 휴양지 역시 온천 숙소들이 밀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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