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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뒷북 book 5]미래를 독점하는 과학기술, 믿어도 돼?

#미래는 오지 않는다

2021-09-03 14:57

글 : 이상문 기자  |  사진(제공)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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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이 없는 배는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 인간도 매한가지. 발 딛고 심지 박을 닻이 없다면 내내 흔들리다 지쳐 스러지는 존재 아닐까. 좌표든 목표든 한 가지 이상은 필요한 이유다. 그렇지 못할 때 인간과 사회는 불안하다. 인간과 사회의 목표 또는 좌표를 다른 말로 바꾸면 미래. 필시 인간의 불안은 미래를 모르기에 숙명적인지도 모른다.

도처에 널린 이런 심리를 파고드는 것이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인간 내면의 불안은 때때로  미래가 특효약이 되곤 한다. 여기서 미래란 곧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개의 인간이 군집한 사회는 어떨까? 국가와 사회의 미래 전망은 공동체의 불안을 잠재울 만큼 늘 건재하고 신뢰할 만할까?

 
<미래는 오지 않는다>(전치형·홍성욱, 문학과지성사)는 이런 질문에서 비롯됐다. 책은 특히 단골 메뉴인 과학기술의 미래를 해부한다. 미래와 예측, 기술과 인간에 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데, 쉬운 말로 요약하자면 이런 질문이다. 과연 미래는 오는 것인가? 온다면 지금 생각하는 그런 모습과 방식으로 오는 것인가?

2016년 이후 국내에만도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한 책이 500권 넘게 출간됐다. 더불어 많은 전문가가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미래는 오지 않는다>는 이러한 세태에 부쳐 ‘미래’와 ‘예측,’ ‘기술’과 ‘인간’에 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두 저자는 미래를 하나의 담론, 즉 해석과 비판과 논쟁이 필요한 대상으로 간주한다. 두 교수는 예컨대 토머스 모어에서 시작해 스티브 잡스, 로버트 에틴거, 네이트 실버, 레이 커즈와일 등 기술-미래와 관련된 핵심 인물들과 그 결과물들을 두루 살피고, 에디슨의 전등, 벨의 전화, 콩코드, 화상전화, 소니 베타맥스, 냉동보존술 등 과학기술의 결정적 장면들을 망라해 보여준다. 두 사람은 이제 미래 예측이 적중했는가를 묻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래 예측이 중립적일 수 없는 정치적 대상이자 결과임을 인지하라고 조언한다.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가치를 갖는 것인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재미있는 실험이 소개된다. 필립 테틀록이라는 심리학자가 1987년부터 2003년까지 284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미래의 정치, 경제 등에 관해 묻는 실험을 했다. 이때 침팬지에게 다트 던지기를 시켜서 같은 질문에 똑같이 답하게 했는데, 그 결과 전문가들의 예측 능력이 침팬지가 찍은 것보다 훨씬 떨어졌다는 것. 

경제 상황이나 인구 변동 같은 사회 현상만이 아니라 미래의 기술 역시 예측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라는 주장이 나온다. 과학기술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의 성공과 실패는 예상치 못했던 것들이 훨씬 더 많았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 책은 정확한 미래 예측을 하는 법이나 불안한 미래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제시하진 않는다. 대신에 미래의 불확실성과 주관성을 강조하면서 각종 미래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독해하라고 주문할 뿐이다. 

 
아, 그러면 어쩌라는 말인가. 미래 예측을 믿지 말라 하면 아무 대비도 하지 말라는 얘기인가? 일견 답답하다. 하지만 오해는 마시라. 저자들도 미래 담론 또는 미래학의 가치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 편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복무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미래학”을 상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축약하면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다. 

책에는 과학기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면들과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과학기술을 통해 미래를 논하고 다루는 방식이 현재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조건과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할 때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튼 그렇다. 미래는 오지 않는다, 적어도 그 흔한 ‘점쟁이’ 노릇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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