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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권 도전 ‘쎈캐’ 윤희숙, 사퇴 발표 직전 인터뷰

2021-08-25 15:41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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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 파이터, 팩폭러. 국회의원 윤희숙을 설명하는 단어들은 한결같이 세다. 여의도에 입성한 지 이제 1년하고도 4개월가량 지난 초선 의원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이미지가 선명하다. 그런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8월 20일, <여성조선>은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여성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윤희숙의 이야기를 들었다. 의원직 사퇴 직전 그와 나눈 인터뷰, 그의 진짜 모습은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윤희숙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임차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그가 2020년 8월 국회 본회의에서 ‘나는 임차인이다’라는 주제로 발언했던 5분은 윤희숙이란 이름을 국민에게 각인시키기 충분했다. 2020년 4·15 국회의원 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지 1년 조금 지나는 동안 윤희숙은 저격수, 파이터, 팩폭러로 활약하며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 때문인지 초선 의원임에도 오랫동안 정치를 한 것 같은 존재감이 있다. 최근 윤희숙은 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야당 초선 의원이, 그것도 여성 초선 의원이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이다. 

8월 중순 윤희숙을 만나러 국회의원회관을 찾았다. 그의 집무실에는 다양한 책들과 자료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그중 <쓰레기책>이라는 도서가 눈길을 끌었다. 기자가 요즘 관심사가 쓰레기냐고 물었더니 “요즘 바빠서 배달음식을 자주 먹었는데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는 걸 보니 죄책감이 들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연구하려고 요즘 전문가들을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격수 이미지에 가려진 윤희숙

40년 가까이 다른 사람 앞에 나서본 적이 없던 윤희숙은 정치인이 되면서 인생이 180도로 달라졌다. 여의도는 그가 살았던 세계의 시간보다 훨씬 빠르고 강렬하게 흘러갔다. 샌님으로만 살던 그가 목격한 선거와 정치는 욕망과 욕망을 드러내는 방식도 셌다. 학자로만 살던 지난 세월은 윤희숙의 인생에서 가장 밀도 높은 시간이었다.

 
컬럼비아대학 박사 출신에 KDI 연구원에 교수까지 지냈어요. 어릴 때 공부 좀 한 편이죠? 박사 딸 때는 겨우 졸업했지만 어릴 때는 잘했어요. 내가 딸, 아들, 딸, 딸 4남매 중 셋째에요. 언니는 첫 자식이라서, 둘째는 외아들이라서 중시했는데 셋째, 넷째는 완전 무관심이었죠. 아들 나으려다가 실패했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무관심이 좋지만 저는 굉장히 외로운 아이였어요. 늘 혼자였거든. 혼자 놀다 보니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때 집에 동화책, 위인전 이런 거밖에 없었는데 그 책들을 거의 씹어 먹다시피 했죠. 중학교 1~2학년 때는 집에 있던 한국의 중단편 문학 전집을 읽었어요. 그때 봤던 책이 전부 한자로 되어 있어서 나는 책 제목도 몰랐어요.(웃음) 중학교 2학년 때인데 하루는 국어 선생님이 수업에 하도 안 들어오니까 친구들이 나보고 재밌는 이야기 좀 해달라고 했어요. 그때 제가 빠져들어서 읽었던 소설 이야기를 해주니까 얘들이 재미있게 들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전기수 노릇을 한 거지요.(웃음) 어느새 그걸 듣던 선생님이 “그거 장용학의 <원형의 전설>이네”라고 알려줘서 처음 그 책의 제목을 알았어요. 그때 읽었던 책들이 평생의 자산이 됐죠.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문학도가 아닌 경제학도가 됐네요. 소설의 아름다운 문체가 아닌 스토리에 영향을 받았거든요. 좋은 작품은 사람을 이분법적으로 가르지 않고 다양한 측면을 보여줘요. 그래서 저는 무 자르듯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복잡한 사람이 왜 그랬을까를 계속 생각하다가 결국 사회과학을 하게 됐죠. 박경리의 <토지>를 보면 사람들이 다 입체적이잖아요. 제가 지금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그런 부분이에요. 세상에 악인이 어디 있나. 다 우리 국민인데. 부동산 정책도 이 사람들이 나쁘다고 정의하고 막으려고만 들면 안 돼요. 사회는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아무나 때려서는 안 돼요. 그렇게 때렸다가는 나비효과가 어디에서 나올지 몰라요. 

학자가 정치인으로서 적응하는 과정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지난 일 년 동안 굉장히 새로운 경험을 했죠. 선거를 치르면서 그동안 내가 샌님으로 살았다는 걸 느꼈어요. 정치라는 공간은 욕망도, 표현 방식도 세요. 정치인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기도 하지만 나를 강렬하게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해요. 평범한 사람이 그런 강렬한 증오의 대상이 되는 건 쉽지 않아요. 엄청난 잘못으로 헤어진 남녀나 겪는 거지. 그 정도의 증오는 일평생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많을 거예요.

얼마 전에는 갑자기 과거사를 고백해서 화제가 됐어요. 고백했다는 말이 오해에서 나온 거예요. 인터뷰를 하다가 저출산 정책 이야기가 나왔는데 기자가 결혼을 안 해봤는데 이런 정책을 논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어요. 거기다가 결혼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을 하는 건데, 그게 거짓말까지 할 정도의 일은 아니었어요. 벌써 25년이나 지났고 나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그래서 내가 결혼 해봤다고 하니까 그들이 놀라더라고요.(웃음) 결혼을 해봐서 젊은 여성들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안다, 결혼하면서 내가 느꼈던 걸 많은 젊은 여성들이 느낄 거라고 했어요. 그 기자도 데스크한테 대선 후보 기사인데 이걸 헤드라인으로 뽑으면 우스워진다고 해서 기사에 짧게 나갔어요. 그런데 다른 데서 고백했다는 식으로 크게 쓴 거예요. 너무 재밌는 거죠. 이걸 고백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는 게. 나에게 이혼은 낙인이 아닌데 고백이란 말을 쓸 만큼 우리 사회는 떳떳하지 못한 일로 여기는구나. 이 일로 내가 아직 세상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는 이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세상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기사 댓글에 “니가 성격이 그 모양이니까 남편한테 버림받았지” 이런 내용으로 달려요. 아직 실패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요. 그래도 사회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으니까 나중에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결혼도 해보고 정책 연구도 해봤으니 어떤 걸 바꿔야 여성이 행복해질지도 생각했을 것 같은데요. 정책 하는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픈 건 지금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거예요. 여성들이 결혼을 주저하고 아이 낳길 두려워하는데 그 두려운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는 게 문제에요. 이런 사회를 아직 못 바꾸고 있는 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고민해야 할 문제에요. 결혼은 대체로 결혼한 언니를 보고 결심하거든요. 언니가 결혼을 하고 많은 걸 포기하는 걸 보면 동생들이 결혼할 마음을 먹지 않겠죠. 여성들이 무서워하는 이유를 없애줘야 지금 우리나라에 닥친 고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요. 사회가 지속되길 원한다면 젊은 사람들이 아이 낳기 무서워하는 사회적인 조건을 없애줘야죠. 그래서 이번에 제가 어린이집 교사 이동수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굉장히 중요한 공약을 냈어요. 엄마들이 호응해주겠지 하고 냈는데 별로 호응이 없어서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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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에서 보낸 일 년

국회의원이 되기 전 윤희숙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재정·복지 연구부장을 지낸 후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그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임차인 발언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작심하고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정책 전문가인 그가 보기에 ‘이건 아니다’ 싶은 것이 많았다. 그래서 비판에 비판을 거듭하다 보니 국회에서 ‘쎈캐’로 소문이 났다.

 
기자를 만나기로 한 날 8월 20일 아침에도 그는 날카로운 발언으로 화제가 되어 있었다. 윤희숙이 비판한 대상은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그는 “6월 17일 경기도 이천 쿠팡물류창고에서 큰 화재가 났던 날 이 지사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와 마산에서 떡볶이 먹방을 촬영하고 있었다”며 “전 국민이 그 참혹한 장면을 지켜보며 애태우고 있을 때 도지사가 멀리 마산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오늘 아침에도 저격수다운 모습을 보였어요. 벌써 기사도 많이 나왔던데요. 오늘은 좀 심각한 이야기였어요. 그날 김동식 소방대장이 갇혀 있다는 걸 알고 전 국민이 마음 졸이며 지켜보고 있는데 그 지역 도지사가 먹방을 찍고 있었어요. 실시간으로 다 보고를 받았을 텐데 무슨 생각으로 저러고 있었을까 생각하니 화가 나더라고요. 그 분노로 오늘 아침을 시작했죠.

비판을 많이 해서 그런지 윤 의원은 세다는 이미지가 강해요. 정치인이 누군가를 비판하는 게 직업이라 해야 할 말을 하는 거지만 너무 센 부분만 부각되는 측면도 있어요. 이건 기자들 책임도 있어요. 내 기사에는 다 무서운 사진만 나가요. 눈썹 막 올리면서 이야기하고 있는 그런 사진 있잖아요. 좀 예쁘게 나왔다 싶은 사진은 잘 안 써요. 

센 이미지가 부담스럽나요? 사람은 여러 가지 모습을 갖고 있어요. 인간관계라면 두고두고 보면서 이런 모습, 저런 모습 다 보면서 그 사람과 계속 친하게 지낼지 아니면 끊어낼지 결정하잖아요. 정치인도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계산해서 그 점을 부각하는 게 있어요. 내가 여의도에서 1년 동안 지내보니 다른 정치인들은 그래요. 그런데 나는 아직 어떤 모습으로 보여야 할지 생각을 별로 안 해본 것 같아요. 아직 내가 그런 면이 서툴기도 하고요.

정치인은 아무래도 친근한 이미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죠. 보이는 이미지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또 이런 생각도 들어요.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자기가 어떤 이미지로 보이는지 계산할까요? 그 사람 굉장히 단호한 스타일이에요. 사람들이 메르켈 총리한테 “왜 매일 똑같은 옷만 입냐”고 물어보면 “나는 모델이 아니라 공무원입니다”라고 답하잖아요. 그 말은 곧 나의 생각을 봐달라는 뜻이거든요.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우리랑 정치 토양이 달라서 가능한 것 같아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내면을 중시하는 정치 토양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거죠.

최근에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화제가 됐어요.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한 건가요? 일 년 동안 여의도에서 살면서 평소 생각한 정치와 현실 정치가 많이 달랐어요. 제가 일반인으로서 정치를 바라본 시간이 훨씬 길잖아요. 그때 우리가 기대했던 정치는 이런데 현실은 왜 이런가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니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고 정치를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정치의 배신>이라는 책으로 쓰면서 우리 당 대선주자들에게 읽히고 싶었어요. 누가 나오든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대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사전 학습 교재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쓰고 나니까 내가 직접 말하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요. 

답답하니까 직접 뛰겠다가 된 거네요. 후보들을 이해시키려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잖아요. 그걸 믿고 기다리다가 속이 다 터질 것 같았어요.(웃음) 큰 캠프에는 수백 명이 있어요. 그들이 분야별로 나눠질 거고 한 분야에 부반장, 반장이 있어요. 또 그 전체를 다 아우르는 총학생회장이 있어요. 총학생회장의 귀를 뚫어야 후보에게 전달이 되는데,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완장 찬 사람들의 귀를 뚫지 못하면 소용없어요. 그 과정을 다 거치는 게 어렵겠더라고요.(웃음)

지난해에 임차인 발언으로 화제가 됐어요. 아직 임차인이에요? 그럼요. 저는 방배동 사는데 어우, 지금 엄청 비싸요. 우리 집 주인은 경기도 광명에 전세로 가 있고 저는 방배동에서 전세 살고 우리 성북구 집에는 세입자가 있어요. 서로 눈치만 보고 있어요. 이렇게 지금 몇 단계가 맞물려 있는지 아무도 몰라요. 그나마 지금 전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환난을 피한 건데 3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죠. 정부가 이 환난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는 거죠. 정부는 국민들이 정부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도록 해줘야 해요. 정부를 떠올리지 않고 자기 인생을 사는 게 가장 좋은 상태인 거지요. 그중에서 내가 좋은 상황을 만들고 싶다고 하면 정치를 하는 거고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은 지켜보는 거예요. “도대체 어떤 놈들이 이런 짓을 하는 거야” 하면서 찾아보지 않게 하는 게 좋은 정치인 거죠.

 
기왕 대통령 후보로 나섰으니 하고 싶은 정치의 그림이 있을 것 같아요. 거물 대통령 후보들이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니 이 당이나 저 당이나 국민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만 해요. 돈 퍼준다는 이야기만 하지 문제를 없앤다는 이야기는 없어요. 저는 이게 이미지 정치의 문제점이라고 봐요. 일 년간 정치가 뭘까 고민했는데 제일 나쁜 게 이미지 정치랑 죽을 때까지 싸우는 정치예요. 실질적인 문제를 개선시키는 걸 국민들에게 터놓고 이야기하고 어디까지 개선할지 약속해야 하죠. 실질적인 문제를 짚어주는 정치인이 나오려면 그런 모델이 나와야 해요.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싶어요. 
 
윤희숙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부동산불법 관련 의혹으로 8월 25일 경선후보와 의원직에서 사퇴했다. 윤 의원의 부친이 농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명단에 올랐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윤 의원 건은 문제삼지 않았다. 하지만 윤 의원은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라며 "그 최전선에서 싸워온 제가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할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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