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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굽듯 인생을 굽다, 인천 제빵왕 전율교의 꿈

2021-08-02 21:39

글 : 이상문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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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갖고부터 빵을 구웠다. 좋은 재료와 우수한 기술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비장의 무기는 빵을 굽는 마음이라고 했다. 가족과 이웃의 건강 그리고 나눔을 배려하고 실천하는 워킹맘 파티셰의 진심이 보인다. ‘생활의 달인’으로 지목되고 인천 5대 빵집으로 꼽힌 율교 베이커리 주인장을 만났다.
전율교는 율교 베이커리 대표이자 여섯 살과 네 살짜리 아이 둘을 둔 엄마다. 새벽에 일어나 오픈 준비를 하고 늦은 밤에야 퇴근하는 고된 일과가 매일 반복된다. 잠시도 앉을 겨를 없이 서서 일하니 부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으로 가는 길조차 ‘육아 출근’인 셈이니 전형적인 ‘빡쎈 워킹맘’. 
 
그래도 한시도 인상을 찌푸리는 일이 없다. 빵만 만드는 게 아니라 손님 테이블을 수시로 살피며 소통한다. 경영을 책임지는 대표이자 빵을 만드는 셰프이고 서빙하는 웨이트리스까지 1인 3역을 해낸다. 덕분에 그의 가게엔 단골손님이 많다. 직접 만나는 손님뿐 아니라 택배 주문으로 만나는 언택트 고객도 다수. 종업원들은 ‘사장님은 원래 지인이 많은가 보다’고 오해하지만, 실은 손님으로 왔다가 단골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힘들수록 더 웃는 사장님. 왜 그럴까. 요즘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빵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그 진심이 꽤 입소문이 났던 모양. 이태 전에 ‘생활의 달인’에 콩고물 꽈배기 달인으로 소개됐다. 덕분에 인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빵집에 등극했다. 일은 더 바빠지고 매출은 더 껑충 뛰었다. 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어쩌다 달인이 됐지만 내심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던 것.
 
“사실 정통 프랑스빵을 하는 집인데 콩고물 꽈배기로 소문이 나버렸어요. 3년 동안 효자 종목이었지만 제 시그니처 메뉴는 아니었죠. 얼떨결에 꽈배기 맛집이 됐고 그 덕도 봤지만 사실 프랑스빵이 더 잘 나가요. 바게트랑 건강 치아바타 전문이에요.”
 
콩고물 꽈배기의 원조는 율교 베이커리가 아니었다. 전에도 이곳저곳에서 팔고 있었지만 전율교의 특별한 레시피가 주효했던 것. 방송이 나간 뒤 프랜차이즈 제안이 줄을 이었지만 일일이 거절하느라 애를 먹었단다. 자신의 주 종목이 아닌 데다 그 특유의 맛을 내기 위한 공정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인천 논현점과 송도점에서 여전히 꽈배기를 먹을 순 있지만, 이곳의 시그니처는 곤드레와 단호박, 부추를 넣은 건강 치아바타 그리고 누구나 먹기 쉬운 바게트.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매장 손님이 줄을 잇고, 택배 주문도 500여 건이 밀려 있다. 

 
원래 전공은 미술이라고 들었다.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결혼하고 첫 임신 때 태교 겸 해서 제빵학교를 다닌 게 이 길로 들어선 계기가 됐다. 너무 재미있게 배웠다. 다 배우고 나서 카페 등에 납품했는데 너무 반응이 좋아 주문량이 늘었다. 나도 가게를 차려보면 어떨까 욕심을 내게 됐다. 가게를 차리자마자 둘째를 임신했다. 하필 가게 오픈과 겹쳐 출산 전날까지 일을 해야 했다. 방송에 나오게 된 것도 콩고물 꽈배기 때문이긴 했지만 출산하면서도 일하는 모습이 얘깃거리가 된 것 같았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백화점 MD들이 찾아오더니 결국 현대백화점에 입점하게 됐고 꽈배기 명인집이 돼버렸다. 원하는 게 그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초기엔 작은 가게라 손님도 많지 않았고, 그래서 직원 두어 명 데리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해보던 시기였다. 그러다 꽈배기를 우리 식으로 만들어봤던 것이다. 어쨌든 우리 빵을 좋게 봐준 것이니 감사한 일이다.
 
하필 제빵을 택한 건 왜일까.  대학을 졸업하고 미술학원에서 일했다. 보험설계사로 영업일도 해봤다. 결혼하고 나서 그냥 집에만 있는 아내가 되기보다 어떻게든 남편을 돕는 배필이 되고 싶었다. 남편은 아직 무명 배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없을까 생각하다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즐길 수 있는 일이 자기 달란트라고 책에서 읽었다. 전공이 바뀐 듯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빵을 만드는 과정 전체가 모두가 나의 스케치다. 그림에도 주제와 부주제가 있듯이 빵을 만드는 데도 주제와 부제를 생각한다. 그림에 입체감을 살려주듯이 빵의 입체감을 살리려 고민한다. 그림을 그리는 접근 방법으로 빵을 만들고 성형한다.
 
진짜 만들고 싶은 빵, 자부하는 빵은 어떤 것인가. ‘밥 같은 빵’을 만들고 싶다. 건강하지 않은 분은 빵 하나를 드셔도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런 분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고 싶었다. 코로나 시대엔 더더욱 주식을 빵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의 빵은 부식이자 별미였지만 앞으로는 빵이 주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특별한 레시피로 딱딱하지 않아 남녀노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바게트와 치아바타를 만든다.
 
좋은 빵을 만들려면 재료와 기술 그리고 정성의 세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할 것 같다. 율교 베이커리의 강점은 무엇인가.  베이커리기 때문에 첫째도 둘째도 빵인 건 맞지만, 내가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건 손님이다. 첫째가 손님이다. 손님의 입맛과 의견을 늘 생각한다. 손님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요구에 맞춰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니 빵 만드는 과정은 곧 이것을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일 자체다. ‘행복한 식사, 밥 같은 빵’이라는 모토를 생각하면 늘 최선을 다하게 된다. 지금은 좋은 제빵학교가 널려 있다. 나보다 기술이 훨씬 더 좋은 제빵사도 많다. 나만의 장점이 있다면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과 소통이라고 평가한다. 
 
입맛에 맞출 것이냐 건강에 포인트를 둘 것이냐가 고민일 듯하다. 둘 다 가져가야 한다. 섹션을 나눠 운영한다. 개인적으로는 비건 쪽에 가까운 건강빵에 관심이 더 가지만 맛을 좇는 고객을 버릴 순 없다. 
 
건강한 빵이란 뭔가? 일단 버터, 우유, 설탕이 하나도 안 들어가는 빵이다. 사워도우 빵은 밀가루와 물, 소금 세 가지로만 만든다. 천연 발효 빵이다. 이런 빵은 발효 시간이 길다. 긴 발효 시간 중에 유익한 효모균이 많이 나온다. 소화가 잘되고 건강에도 이롭다. 한마디로 기본이 좋은 빵이 건강한 빵이라고 할 수 있다. 호밀이나 통밀 함량을 높인 빵도 건강을 고려한 빵이다. 
 
고객과의 소통에 강점이 있다고 했다. 피드백은 어떻게 받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소통한다. 단순히 게시만 하는 게 아니라 댓글을 통해 대화한다. 그래서 친해진 손님들도 많다. 개업할 때 창업비용을 십시일반으로 보내준 손님들도 있다. 때마다 선물도 주시고 김치도 주신다. 애기 낳았을 때는 옷과 장난감도 선물로 주셨다. 편지를 보내주신 분도 있다. 우울했는데 사장님 빵 먹고 힘을 낸다고 보내온다. 그런 것들에 감동받는다. 그러면 나도 힘이 난다.
 
직장에서도 1인 다역, 집에서도 1인 다역이다.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가?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었다. 미숙한 게 많았다. 천천히 나만의 매뉴얼을 만들어가며 부족한 부분 처리하다 보면 피곤한 줄 모른다. 육아는 남편이 많이 도와준다. 코로나19 때문에 일이 줄어 육아에 더 신경써주고 있다. 사업을 해서 어느 정도 이루어놓은 분들을 보면, 나 같은 어려움 정도는 다들 겪었더라. 잠 못 자는 건 당연하고 넘어지고 좌절하는 분들도 많다. 힘들어도 당연한 거라 생각하고 견디고 있다. 지금 열심히 해놔야 나중에 보람도 클 것이라고 마음을 다독인다. 손바닥이 벗겨지고 팔이 데이고 까지고 할 땐 기운이 쫙 빠지기도 했다. 공연히 남편을 원망한 적도 있다. 그 흔한 네일아트도 못 해보고 늘 물과 밀가루가 묻어 있는 내 모습이 때론 처량하기도 했다. 창피하고 부끄럽기도 했는데, 어느 때부턴가 생각이 바뀌었다. 온몸의 상처들이 훈장 같아 자랑스럽다.
 
일과가 아주 촘촘할 것 같다. 4시 반에 일어나 5시에 출근해 반죽부터 해놓는다. 직원들이 7시에 오면 저마다 역할에 맞춰 일을 분담해 8시 오픈을 준비한다. 직원들이 식사하러 나가면 뒷정리를 한 뒤 식사를 하고 30분 정도는 기도를 한다. 오후 2, 3시부터 은행 업무를 보거나 택배 준비 작업을 한다. 포장도 하고 손님에게 메시지도 보낸다. 4시 반쯤 우체국에 다녀오고 매장 일 다시 보다가 저녁에 퇴근한다. 집에 가면 아이들을 씻기고 남은 설거지 등 집안 정리를 한다. 잠은 1시 정도 잔다. 서너 시간 자고 다시 나오는 패턴이었다. 그런데 요즘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좀 일찍 퇴근하는 편이다. 
 
자기 시간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아직은 가게에 집중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 송도점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없어도 될 만큼 자리 잡기까지 강행군을 해야 할 듯하다. 다행히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시니까 힘이 난다. 빵 만든 지는 6년 됐고 가게 오픈한 지는 3년 됐다. 일찍 주목받은 셈이다. 엄살 부리기엔 감사한 일이 많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을 즐기며 하고 싶다. 돈 벌기에 급급한 플랜을 짜고 싶진 않다. 그러려면 재정적으로 안정이 돼야 하니 그 정도까지만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가장 하고 싶은 꿈은 보육원 짓고 운영하는 일이다. 돈을 많이 번다 쳐도 어디에 어떻게 쓸 건지가 중요한 것 아닌가. 난 그 돈을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쓰고 싶다. 사업이라기보다 나눔 활동을 하고 싶다. 보육원 등 나눔 활동에 대해 거창하게 생각하는 선입견들이 있다. 옆에 손 내밀면 다가올 거라고 생각하진 못하지 않나. 난 그렇게 가까이서 손쉽게 다가가는 나눔의 손길 역할을 하고 싶다.    

뜻밖의 고백에 놀랐지만, 그녀에게 나눔과 후원활동은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20대부터 봉사활동을 틈틈이 해왔다고 한다. 알고 보니 나눔과 봉사 부문에서 관이 주는 상을 두 번이나 받은 숨은 공로자. 예전에 영업일도 했다. 재무설계 일을 하다가 돈을 많이 번 때도 있었다. 그때 김치 나누기 운동에도 후원하곤 했다. 누군가와 나누는 기쁨을 이미 알아챘고 이후로 후원활동을 이어왔다는 것. 페이스북에서 라면 한 상자 나누기 캠페인도 주도했다. 2,000만 원이 모금돼 구청을 통해 한부모 가정에 나눠주었다. 한부모 가정 어린이들을 초청해 후원 공연도 연 적이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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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에너제틱하다. 그러다 번아웃 되는 건 아닐까? 지금까지 해온 내 경험이 이 일을 통해 다 환원되는 것 같다. 가르치는 일, 영업일을 해본 경험이 사람과 진정하게 소통하는 법을 알게 해준 것 아닐까? 대화를 할 줄 아니까 말을 걸고 말을 듣고 친해질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단골을 만들 수도 있는 거고. 그래서 여전히 다이내믹하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빵을 파는 건 어찌 보면 단순하고 쉬운 일일 수 있다. 얼마예요, 물어보면 얼마라고 대답하고 계산과 포장만 해주면 끝나는 일이다. 힘들 때마다 버틸 수 있는 힘은 사람들과의 소통, 그 경험들이 나를 기쁨으로 채워주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시간이 완전히 보장된다면 무엇을 먼저 하고 싶나? 음악을 하고 싶다. 한때 배웠던 기타를 다시 배우고 싶다. 또 한 가지는, 여기를 안정시키는 기간을 3년으로 잡고 있는데 안정기가 확실히 오면 문예창작과에 진학해 공부하고 싶다. 내 글을 쓰고 싶다. 
 
 
가정에서도 빵을 많이 만든다. 집에서 빵을 만들 때 주의할 점, 특히 여름에 빵 만들 때 주의할 점은? 요즘은 잘 나온 책들과 유튜브가 다양해 그대로만 따라 해도 맛있는 빵이 나온다. 여름엔 발효 시간을 짧게, 물 온도는 좀 더 낮게 해야 한다. 철마다 약간의 차이를 둔다. 

그리 넓지 않은 율교 베이커리 매장은 한낮 손님들로 꽤 북적였다. 정신없이 바쁜 중에도 그녀가 일찌감치 내놓은 곤드레 치아바타와 부추단호박 치아바타를 맛보았다. 치즈 듬뿍 스튜에 찍어먹는 치아바타는 처음. 별미였다. 촬영까지 마친 뒤 시식해본 문제의 콩고물 꽈배기 역시 별미. 입소문 내주고 싶은 집이다. 
 
빵에 무덤덤한 이가 언제 그랬는 줄도 모르게 ‘밥 같은 빵’으로 ‘행복한 식사’를 했다. 빵도 주인도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 제빵왕 전율교의 꿈이 그리 먼 미래는 아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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