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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BTS 한복’ 디자이너 김리을의 ‘디자인하다’

2021-05-10 09:38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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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선택한 한복’을 만든 디자이너라서 궁금했었다. 인터뷰를 하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 자체로 궁금증을 일게 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 또 무엇을 하려나. 김리을의 아이디어는 무릎을 치게 한다. “커서 뭐가 되려나”라는 말을 줄곧 들었다던 그는 여전히 호기심을 갖게 하는 청년이다.
 
지난해 추석 방탄소년단이 미국 유명 토크쇼 <지미 팰런쇼>에 출연했다. 경복궁 근정전을 배경으로 ‘아이돌’을 열창하는 그들은 모두 한복을 입었다. 흔히 떠올리는 한복이 아니었다. 현대적인 요소가 더해진 전통 의상.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으로 번졌다. SNS를 중심으로 이미 알 만한 사람은 웬만큼 아는 힙한 디자이너, 브랜드 리을의 대표이자 디자이너 김리을이 그다. 

‘리을’은 2016년 흑인 모델이 한복 정장에 갓을 쓴 사진이 SNS에 게재되고 일주일 만에 ‘좋아요’ 2만 개를 받으면서 처음 화제가 됐다. 이후 뉴발란스 측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마케팅을 의뢰하자, 김리을은 모델 한현민에게 한복 정장에 운동화를 신겨 또 한 번 화제몰이를 했다. 롯데칠성 트레비, 삼성전자 갤럭시S21 등 김리을의 출연을 요청하는 광고도 생겼다. 최근에는 한 주 동안 20개 넘는 섭외 일정을 소화한단다. 인터뷰 전날은 첫 예능 프로그램을 녹화했다. 

와, 예능까지. 정말 바쁘겠다. 왜 나를 찾는지 모르겠지만(웃음) 20대인데 한복을 만드는 사람이라 신기하게 느끼는 것 같다.
 
‘20대’와 ‘한복’, 동떨어진 느낌의 키워드이긴 하다. 21세기 한복을 만들고 있다. 음, 이 얘기부터 해야겠다. (기자는) 한복에 대한 정의를 할 수 있나? ‘한민족의 고유한 의복’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한복은 세기별로 저고리, 치마 길이가 다 다르다. 한복의 멋은 두 가지다. 라인의 멋과 원단의 멋. 나는 원단의 멋을 가지고 21세기 옷을 만든다. 내가 유일하게 가죽으로 만든 옷이 저고리다. 저고리는 라인이 정말 예쁜데 이걸 21세기에도 입으려면 가죽으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원단에 한계가 없다는 건가. 없다. 내가 옷을 팔지 않는(김리을은 지난 6년간 한복을 단 한 번도 판매하지 않았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이 착용한 의상도 마찬가지다) 이유도 그 점에 있다.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 21세기 한복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어서다. 
 
새로운 문화? 의도대로 형성되는 것 같나. 가장 들기 쉬운 예로 BTS가 한복을 입고 <지미 팰런쇼>에 나왔을 때, 사람들의 대화 주제가 자연스럽게 한복으로 흘렀다. “무대 되게 멋있다. 멤버들이 입은 옷은 뭐지?” 외국인들이 경복궁, 한복에 대해 얘기를 하는 자체가 새로운 문화다. 
 
대여비도 받지 않는 걸로 안다. 투입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광고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다. 콘티를 짜고 카피를 쓰고 모델, 장소까지 섭외하고. 직접 다 한다. 거기서 번 돈으로 여유 있을 때마다 한복을 만든다. 나는 예술 활동으로 이슈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슈가 생기면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거고, 나를 통해 어떤 브랜드는 수익 창출을 할 거고 또 다른 문화도 생길 거고. 기회가 돼서 20개국 대사님들 옷을 만들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한복을 해외에 좀 더 알린 뒤에 판매를 하는 게 맞지 않을지. 
 
참 다재다능하다. 내게 ‘디자인하다’는 김리을 눈으로 바라보고 김리을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의미다. 한복 디자이너로 알려졌지만 나는 그냥 디자이너이자 기획하는 사람이다. 
 
 
# 힙하다, 리을
 
한국적인 것을 힙하게 디자인하다. 이것이 김리을 식이다. 삼선 로고로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 운동화에 ‘김리을 식’을 적용하니, 삼선이 태극기 건곤감리가 돼버린 것처럼. 그는 ‘리을’의 정체성을 건곤감리로 정했다. 이를테면 건곤감리에서 착안한 무늬를 티셔츠의 목 라인에 새긴다.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생각해내기 어려운 아이디어다.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수시로 번뜩이나 보다. (웃음) 기획하는 사람이다 보니… (인터뷰 당일 그가 들려준 아이디어는 더 있다. 실행에 옮겨 히트 친 것도 있다. 그가 알려지길 원하지 않아 기사화하지 못했다) 한국에는 명품 브랜드가 없지 않나. 리을이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 구찌, 톰브라운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떠올리듯 리을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명품화하고 싶다. 
 
의류가 아닌 분야에 ‘김리을 식’을 접목한 결과물은 어떨지 기대된다. 벤츠 S클래스의 ‘S’를 ‘ㄹ’로 살짝 바꿔도.(웃음)
 
감각적인 아들을 둔 부모님은 어떤 분인지 궁금하다. 두 분 다 공무원이시고 어머니는 내가 반드시 공무원이 되길 바라셨다. 원래 내 꿈은 축구선수였다. 어머니가 “‘이거’ 잘하면 축구 하게 해줄게, ‘저거’ 잘하면 축구 시켜줄게”  하셔서 뭐든 정말 열심히 했다. 공부는 전교 1등이었고 검도는 전라북도 대표를 했고, 거문고는 4년을 뜯었고 전국대회 우승 상장도 굉장히 많다. 중학교 졸업 때는 전북과학발명대상을 받았다. 근데 고등학생이 되면서 정신이 들었다. 진짜 축구선수가 되려면 엄마 말만 들어선 안 되겠구나. 한국에선 늦었으니 내가 돈을 벌어서 외국에 나가 축구를 해야겠구나. 
 
 
고등학생이 그 큰돈을? 포털 사이트에서 보니까 특허가 있으면 돈을 많이 번다더라. 그래서 학용품 특허를 등록했는데 판매로 이어지진 못했다. 일단 엄마 뜻에 따라 환경보건학과에 진학했다. 축구학과로 전과를 하고 싶었는데, 혼자 연습을 하다 십자인대가 끊어지면서 6개월 동안 누워만 있게 됐다. 그때 ‘행복’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고, 특허만 가지고 서울로 왔다. 근데 운 좋게 특허로 상금 1억을 모았다. 스물두 살 때였는데 그 돈으로 1년간 세계일주하고 돌아와서 만든 게 ‘리을’이다. 
 
어머니는 꽤나 속 끓였겠다. 맞다. 어머니는 무조건 공무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동생은 공무원이 됐다. 내가 스물다섯 살에 차린 광고회사를 매각해 돈을 벌 때도 어머니는 공무원을 외치셨다. 지금은 마음을 좀 바꾸신 것 같긴 한데 내가 아직 옷으로 돈을 벌고 있진 않아서.(웃음)
 
학창시절 친구들이 오늘날 김리을을 보면 의외라고 할 것 같다. 공부만 하는 범생이는 아니었다. 운동도 좋아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았다.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하는 말이 “너는 커서 뭐가 될까”였다. 20대에 들어서도 다들 궁금해 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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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다, 리을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게 얼마나 우매한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인터뷰이를 대면하기 전 예단해버릴 때가 있다. 다수 매체에 노출된 김리을의 사진을 보고 그러했다. 알고 보면 김리을은 올곧다.  

솔직히 얘기하면 전교 1등까지 한 모범생 출신이라고 해서 살짝 놀랐다. 외모만 보고 예상한 게 미안할 정도다. 바르게 살려고 한다. 0부터 시작한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실수해서 내려가는 걸 미연에 방지하는 거다. 그래서 커피도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담배도 안 피운다. 몸에 좋지 않은 건 하고 싶지 않다. 어제 예능프로그램에서 춤을 시키시던데(웃음) 잘 못 춘다.  
 
계속 생각해내야 하는 일을 하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나.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 SQ 검사를 했는데 스트레스 지수가 행복 지수보다 훨씬 낮게 나왔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어서인 것 같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기도 한다. 요즘은 스케줄 때문에 숍을 가야 해서 이른 시간에 일어날 때도 있지만.(웃음)
 
인터뷰이뿐만 아니라 광고 모델로 김리을 디자이너를 찾는 이유가 뭘까. 내 생각을 사주시는 것 같다. ‘한국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꾸준히 실천하며, 그 생각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 점을 높게 평가하시는 게 아닐까. 
 
 
그동안 지코, 김연경, 타이거JK, 김덕수 등 많은 유명 인사들이 김리을의 한복을 입었다. 꼭 입혀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음… 일단 그동안 300벌 정도 만들었는데, 착용하신 분들 중 유명하지 않은 분이 270명이다. (기자들이) 그분들에 대해서도 인터뷰해주시면 좋겠다.(웃음) 입히고 싶은 사람은 지드래곤이다. 때마침 어제 <비디오스타> 녹화 뒤에 주차장에서 MC인 산다라 박을 만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겨왔던 옷을 드렸다. 원단을 보면 사람이 딱 떠오른다. 지드래곤이 그랬다. 청록색, 빨간색이 섞인 셔츠다. 
 
김리을을 뭐라고 수식하는 게 맞을까. 디자이너, 기획자. 기자도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내가 같은 말을 해도 기자들 저마다의 스타일로 기사를 쓰지 않나. 그런 의미로 보면 누구나 디자인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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