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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롯데출판문화대상 특별상 수상, <거란소자사전> 김태경

2021-01-13 06:04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조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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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란소자사전> 편저자인 김태경 박사가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거란소자사전>은 사어(死語)가 된 거란어를 국내에서 연구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단 점에서 의의가 있다. 김 박사가 ‘거란어’에 빠진 이유는?
 
“아직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공모에 응하긴 했어도 이렇게 영광스러운 결과를 얻을 거라곤 예상 못했습니다.”
 
김태경 박사는 이번 특별상을 수상한 데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거란어 연구를 시작하고서 처음으로 수익(상금)이 생겼다며 기분 좋은 미소도 지었다. 쉽게 구하기 힘든 거란 관련 서적, 자료로 빼곡히 채워진 그의 서재. ‘첫 수익’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 같진 않았다.
 
<거란소자사전>은 2019년 발간된 세계 최초 거란문자 사전이다. 이미 사라진 언어, 거란문자는 세계적으로 절반 정도밖에 해독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 보니 중국과 일본 학자들도 사전을 만들진 못했다. <거란소자사전>의 가치는 이 점에 있다.
 
롯데출판문화대상 심사위원회는 특별상 선정 이유로 “동북아 문화, 역사를 깊이 연구하려면 거란어, 거란 문자 해독이 중요하다. 이 책은 동원어, 용법, 용례 등을 아우르며 관련 학자들의 주장, 인용 논저까지 부기해, 드물지만 요긴한 학문적 수요에 충분히 부응한다”고 설명했다.

거란어를 연구하는 이유
 
법학을 전공하고 경영학 박사인 그가 거란 역사를 접한 건 ‘우연’이었다.
 
“도서관에 갔다 우연히 책을 하나 보게 됐는데 그게 고대 요나라 제도에 대한 연구 내용이었어요. 흔히 ‘요’, ‘거란’ 하면 오랑캐를 떠올리잖아요. 오랑캐에게 과연 문화가 있고 고도의 제도가 존재했을까 싶었는데 아차,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제대로 배워야겠단 결심이 섰죠.”
 
거란족이 세운 요는 200년 이상 아시아 대륙을 호령했고, 서쪽으로 이주해 100년 가까이 중앙아시아를 통치했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책으로는 원나라 사람들이 만든 소수의 자료만 있다. 그마저도 축소되고 왜곡된 내용이 존재한다. 때문에 김 박사는 거란어가 새겨진 유물이 특히 중요하며 거란문자를 해독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에 있는 거란문자 유물에 접근하기란 어려웠다. 그는 자비를 들여 해외에서 거란문자 탁본을 수집하고 입수 불가한 자료에 대해선 실물 탁본과 흡사한 모형을 제작해 연구했다. 사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아쉬움이 생긴 부분이라고 했다. 그가 사전을 만들기 위해 분석한 자료만 수백 가지다.
 
“몇 십 년간 틈틈이 수집해놓은 자료를 근거로 했어요. 사전 후반부에 참고 문헌들의 목록을 적어뒀는데 그것만 해도 수십 페이지가 돼요. 사전은 한국인이 만들었지만 그 속에 들어간 자료들은 대부분 중국 아니면 일본 학자들, 몇몇 서구 학자들의 연구물이라 참 아쉽습니다.”
 
<거란소자사전> 편집 작업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에 재직 중인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퇴근 후와 주말밖에 없었다. 그는 ‘시간’, ‘선례의 부재’, ‘출판사’를 출간 과정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어떤 방식으로 사전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독자들이 많은 자료를 편하게 찾을 수 있어야 하고 편저자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도록 객관적으로 구성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독자들이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상이한 주장을 하는 학자들의 내용도 담았어요. 사실 이런 책은 상업성이 없다 보니 출판사들이 선뜻 출판에 응하지 않더라고요. 그런 점도 어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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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이후 거란문화연구소 열 것
 
 
그의 말처럼 ‘상업성이 부족한 책’이다. 그러나 그는 거란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거란소자사전>을 통해 도움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라고 했다. 조금씩 느껴지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더란다.
 
“코로나 때문에 무산되기는 했지만 2020년 8월에 중국 내몽고 지역에서 세계 거란학대회 연차총회에 초청을 받았었어요. 모든 비용을 그쪽에서 내준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고대 언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간혹 연락을 주셔서 같이 연구할 기회가 생긴 것도 좋은 변화예요.”
 
김태경 박사는 거란문화연구소 개소 계획도 밝혔다. 서재 안 한쪽에는 이미 제작한 ‘거란문화연구소’ 현판이 놓여 있다.
 
“2022년은 지하에 묻혀 있던 거란문자가 세상 빛을 본 지 100년째 되는 해예요. 저는 그다음 해에 정년퇴직을 해야 하고요. 퇴직하면 조그만 연구소를 열어서 지금 하던 작업을 본격적으로 할 겁니다. <거란소자사전> 개정판도 낼 거고요. 현재 추가로 나오고 있는 연구 자료를 다 반영한, 조금 더 알찬 사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거란소자사전> 서문 말미에 그는 수년간 인내하며 뒷바라지한 아내와 두 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수상한 남편, 아빠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현재로선 좋아하죠. 매일 (돈을) 쓰기만 했는데 상금이 이 연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생긴 수익이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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