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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임기 마친 첫 한국계 주한호주대사, 제임스 최·조앤 리 부부

2021-01-10 06:38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조앤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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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있지만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인터뷰였다. 4년 임기를 끝마치고 본국으로 귀국을 준비하는 첫 한국계 주한호주대사. 제임스 최·조앤 리 부부를 만나 한국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인터뷰는 두 사람이 머물고 있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했다. 본국인 호주로 돌아가는 출국 일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 관저의 공사 일정이 잡혀 짐을 조금 일찍 정리하고, 최소한의 짐만 남긴 채 4년 한국 생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2016년 주한호주대사로 부임한 제임스 최(이하 제임스) 대사는 첫 한국계 출신으로 활발한 행보를 펼쳐왔다. 부임 한 달 전 호주에서 결혼식을 올린 아내 조앤 리(이하 조앤)는 그의 모든 여정을 함께했다. 나란히 인터뷰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이 자주 비슷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임스 최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시간이 너무 빨리 갔습니다. 벌써 마무리 단계에 왔다는 것이 믿을 수 없습니다. 4년 동안 한국에 대해서 많이 배웠고, 호주를 위해 가교 역할을 한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족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마무리 단계에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아쉬운 감도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실상 정상적인 외교활동을 못했거든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한국에서의 좋은 경험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결단(?)은 생겼습니다.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앤 리 너무 시간이 빨리 갔어요. 저는 사실 대사관에서 제임스의 일을 돕는, 돈을 받지 않는 자원봉사를 했죠.(웃음) ‘호주의 날’ 등 대사관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유익하게 할 수 있을지 조언을 많이 했어요. 그런 업무들을 총괄하고 기획하고, 예산을 짜는 일에도 참여했어요.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 생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조앤 리 저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한국에서 다니다 호주로 이민을 갔어요. 유치원, 초등학교 친구들과 아직도 소통해요. 부모님이 끈을 이어주신 덕에 2년마다 한 번씩 방문했고, 친구들과 펜팔도 나누면서 관계를 유지했어요. 그 친구들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가슴을 열고 조언해주고 걱정해주고 격려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죠. 일적으로 만난 사이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추억이 있는 친구들이라서 많은 걸 공유할 수 있었어요. 제임스 최 저도 조앤 친구들의 도움으로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업무상 어려운 순간이 있었을 때도요. 한국과 호주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지만 차이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럴 때 조앤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서 해결책을 마련했어요. 인맥,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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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이클링 자선대회에서 기념촬영. 
2 제주 에코 마라톤 현장. 
3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릴레이 주자로 나선 제임스 최. 
 
# 첫 한국계 출신 주한호주대사
 
제임스 최는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네 살 때 부모를 따라 호주로 이민을 떠나 시드니대학에서 경제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모나쉬대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를 땄다. 1994년 외교관 시험에 합격해 호주 외교통상부(DFAT)에 들어갔고 북아시아국 한국담당관으로 한국 업무와 인연을 처음 맺었다. 1995~1997년 주한호주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한국 땅을 밟았고, 이후 유엔주재 참사관과 호주 외교통상부 내 영사담당심의관 등을 거쳐 주 덴마크 호주대사를 역임했다. 2016년 12월 첫 한국계 출신 주한호주대사로 부임했다. 그의 인생 이야기를 두고 ‘호주의 가치관은 제임스 최의 존재로 설명된다’는 말이 생겼다. 다문화 사회의 다양한 원칙이 기회를 제공했다는 말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 중 하나일 텐데요. 부임기간 동안 평창올림픽, 남북정상회담, 촛불시위 등등 굵직한 이슈가 많았습니다. 무엇을 보고 듣고 경험하셨습니까. 제임스 최 지난 4년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일은 어떤 나라에서는 20년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죠. 압축적인 사건들이 한국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이것을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슈들을 통해 한국이 성숙한 나라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격변의 사건이 있더라도 튼튼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이 흔들리지 않았고, 경제적인 기반도 최고 수준입니다. 가끔 한국 사람들이 스스로 저평가할 때도 있는데요. 사실 한국은 너무 잘하고 있습니다.
 
늘 웃는 인상으로 대중들과 활발하게 소통했습니다. 외교관으로서 어떤 소신이 있으셨는지요. 제임스 최 외교 활동은 정부 대 정부의 일이기도 하지만, 대중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호주는 어떤 나라인지 소개해주는 역할이 빠질 수 없습니다. SNS나 강의, 언론을 통해서 호주를 소개하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제가 한국계 이민자로서 어떻게 나라 대표로 파견이 됐는지 알려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조앤 리 인스타그램 디엠도 자주 와요. 좀 뜸했더니 “어디가 아프신가요?”, “요즘은 여행을 안 하시나요?”라고 안부를 물어주시더라고요. 그분들을 모아서 대사관에서 이벤트도 했어요. 소셜 미디어를 안 했으면 몰랐을 분들을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어요.
 
청년들과의 소통도 활발하게 하셨죠.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제임스 최 한국이 주도하는 나라로 가기 위해 새로운 구상을 하면서 청년들이 그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살펴야 할 단계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합니다.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본인이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찾아볼 때입니다. 획일적인 성공의 잣대를 따라가는 것보다는 본인이 무얼 원하는지를 봐야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정부 차원의 책임이겠죠. 새로운 성공의 잣대를 한국 안에서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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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문화학교인 해밀학교에서 가수 인순이 씨와 기념촬영. 

5 부부 동반 게스트로 출연한 <수미네 반찬>.

 

# 대사관에서 시작된 20년 러브스토리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소는 서울의 주한호주대사관이다. 이곳은 1995년 외교관이 된 제임스의 첫 직장이었다. 대사관 홍보실 직원 면접에 조앤이 참석했다. 보좌관이었던 제임스는 면접자들을 마중 나가서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같은 대학교(시드니 유니버시티)를 다닌 두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 있었다. 그 인연이 결혼으로 이어졌다. 호주와 한국, 그리고 세계 각지를 다니며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동시에 호주에서 머물면서 만남이 시작됐다. 제임스는 이것을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2016년 11월 11일 결혼식을 올렸고, 12월 15일 주한호주대사 자격으로 한국에 도착했다.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시나요.제임스 최 조앤이 대사관 홍보실 면접을 보러 왔었어요. 대사관의 구성원이었던 제가 면접자들을 마중 나가서 안내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조앤 리의 이력서를 살펴보면서 궁금했어요. 같은 시드니대학교 출신이라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죠. 그렇게 처음 만났는데 조앤의 첫마디가 “조선일보 기사에서 봤어요!”였어요. 조앤 리 며칠 전에 신문에서 본 사람이 있더라고요.(웃음)
 
그렇게 면접을 통과해서 인연이 시작됐고, 지금이 됐군요.제임스 최 며칠 전 관저에 가서 짐을 부치고 왔어요. 대문에 들어가는데 조앤이 절 보면서 “대사야?” 하고 물어봤어요.(웃음) 호주대사관이라는 큰 사인이 붙어 있거든요. 4년 동안 일했는데 아직도 믿지 않습니다. 저도 어떤 때는 믿을 수 없어요.(웃음) 조앤 리 20년 전 서류가방 들고 다니던 시절을 서로 아니까요. 지금 모습과 비교하면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후 각자의 삶을 살다가 한국 부임을 앞두고 서둘러 결혼식을 진행한 건가요?제임스 최 서둘러서 한 건 아닙니다.(웃음) 자연스러운 운명이라고 생각했죠. ‘시점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한곳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뉴욕으로 파견이 됐고, 조앤은 한국에 머물렀죠. 한국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기 전에 호주에서 같이 지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때 자연스럽게 결혼 제안을 했었죠.
 
어떻게 프러포즈를 하시던가요. 조앤 리 웨딩 링을 며칠 동안 갖고 다녔대요.(웃음) 이벤트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전달하려고요. 사실 저는 한곳에 머무는 것보다 이동하는 게 익숙해요.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해외를 다녔기 때문에, 새로운 나라나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그래서 제임스가 이야기했을 때도 솔직히 ‘한국에 또? 다른 나라면 좋을 텐데?’라는 마음도 있었어요. 우리가 제일 많이 알기 때문에 보람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링을 받았어요. 제임스 최 멋진 남자랑 결혼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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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의 신혼생활 & 대사관 아내의 삶
 
지난 4년은 주한한국대사로서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두 사람의 부부로서의 삶이 시작된 시간이기도 했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역할을 안고 시작된 생활은 두 사람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쁨의 시간이었다.

신혼생활을 즐길 틈도 없었겠습니다. 조앤 리 아직 신혼여행을 못 갔어요. 한국 도착하자마자 다음 날 출근을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호주에 출장 두 번 다녀온 것 이외에는 주말도 없이 풀 스피드로 일했어요. 올해 시간을 마련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 또한 보류됐죠. 제임스 최 지난 한 해가 나쁘다고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혜택도 받았습니다. 재택근무하면서 비대면 방식으로 일을 시작하니 우리가 여유롭게 시간을 같이 지낼 수 있는 틈이 생기더라고요.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쁘지 않았을 때 국내 여행을 많이 했습니다. 통영, 제주, 여수, 강릉, 평창 등을 다녔어요.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에도 올랐고요.
 
제임스 대사께서는 평소 마라톤과 사이클링을 즐기는 것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두 분이 함께 즐기는 여가 활동도 있으신가요? 조앤 리 저는 자전거를 못 타요. 제임스는 워낙 운동을 많이 하고, 제가 잘하는 건 기획이거든요. 제임스의 사이클링 팀을 짜서 하는 행사들을 제가 기획하고, 로드매니저로 같이 즐기고 있어요. 제임스가 사이클을 타는 동안 저는 밴을 타고 옆에서 따라가는 식이죠. 제임스 최 저는 운동하고 조앤은 응원하고, 이것이 공동의 취미생활입니다. 조앤의 취미가 운동은 아니지만 본인이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적응력을 보여줬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둘이 함께 20년 전 경험했던 곳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홍대, 이대, 대학로, 연남동, 합정의 재미있는 카페를 찾아서 시간을 보냈어요. 아무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죠.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간’ 제임스 최 대사는 어떤 사람입니까. 조앤 리 제임스는 모든 걸 자기가 할 수 있을 만큼 노력하는 성실한 사람이에요. 마라톤을 뛰려면 평소에 트레이닝을 해야 하잖아요. 해야 할 일을 성심성의껏 하는 모습이 집에서나 바깥에서나 일치해요. 그게 제임스의 진짜 모습이에요. 제가 어떤 때는 너무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잘못된 점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100점 이상이에요. 저에게 제임스는 ‘선물’이에요. 제가 부족한 부분을 많이 보충해주는, 그런 사람입니다.
 
대사 아내 역할을 수행한 조앤 리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임스 최 저는 합리적이고 모든 것을 계산하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하려고 노력하는 성격이에요. 조앤은 정서적이고 창조적인,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다른 측면으로 조언해줘요.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앤이 말한 대로 제가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조앤이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좋아해주고 보살펴주고, 우리가 같이 해나갈 수 있는 것들을 잘해줘서 고맙습니다. 조앤은 저에게 인생의 동반자, 손잡고 어떤 것도 극복할 수 용기를 가진 보좌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에 도전하더라도 조앤의 손을 잡고 가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늦은 결혼이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앤 리 혼자보다는 둘이 훨씬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어요. 경제적인 것을 떠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진정한 나의 존재가 하나로 같이 갈 수 있다는 것,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마음이 좋은 것 같아요. 서로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고 조언해줄 수 있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제임스 최 같이 손잡고 극복할 수 있는 순간이 중요한 것 같아요. 혼자서 즐거울 때보다 옆에 있는 사람도 같이 그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커피숍에서 대화 없이 책을 읽으면서 커피를 마시는 순간도 소중합니다. 대화를 하지 않아도 같이 있는 거니까요.
 
 
외교관은 연말에 바쁜 사람입니다. 올 연말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제임스 최 계획이 하나도 없어요.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든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아무 계획 없이 서울에서 조용하게 지낼 예정입니다. 가능하면 1월 1일에는 홍대에 갈 거예요. 홍대가 데이트 코스였거든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해 1월 1일에 똑같은 홍대 카페에 갔습니다. 이번에는 마지막이니까, 테이크아웃을 하더라도 그 카페에 가야겠어요.(웃음)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인연 맺은 분들께 작별 인사 남길까요. 제임스 최 1월 12일에 떠나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지 못하게 됐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마무리 단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4년 동안 보람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훌륭한 분들을 뵙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한국계 호주인 개인으로서, 또 대사로서 감사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스스로 저평가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분위기를 형성하길, 그리고 청년들을 위해서 생태계 마련해달라는 당부를 남기겠습니다. 좋은 인연이었으니까 또 한국에 돌아올 생각 있습니다. 떠나는 것 아니고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다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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