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여성조선 정기구독 이벤트
ISSUE
  1. HOME
  2. ISSUE
  3. people&

[Tour de Veteran 11]자연 치유 면역 선도하는 뇌과학자 이시형

"코로나19, 바른 식습관과 규칙적인 명상이 해결책입니다"

2020-10-05 10:23

글 : 이상문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자연 치유 전문가이자 명상가이기도 한 이시형(87) 박사가 신간 <면역혁명>을 냈다. 2007년에 힐리언스 선마을, 2009년에 세로토닌문화원을 만들어 ‘치병의학’이 아닌 ‘예방의학’에 본격 투신한 그가 코로나19를 맞아 면역력 증강의 필요성을 더 힘 있게 역설하고 있다.
 
 
5060세대에겐 이시형이라는 이름은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기억되기 쉽다. 대구에서 서울로 처음 올라와 일한 병원이고 이때 매스컴과 환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그간 많은 책을 써왔는데 본격적인 글쓰기도 그 시절이 시작이었다. 신경정신과 분야의 권위 있는 저자로서 신문 칼럼니스트로도 왕성한 활동을 했다. 번아웃(burn out)에 이르렀다 할 만큼, 그는 유명했고 바빴다.

이시형 박사가 이전의 그 모습과 다르게 변색 또는 탈색을 한 때는 대략 20년 전부터였다. 꾸역꾸역 밀려드는 환자, 5분도 채 안 되는 진료, 어차피 대증요법에 그칠 처방, 끊이지 않는 병원 스케줄에 지쳐가며 ‘치료의학’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 정작 신경정신과 의사인 자신조차 스트레스가 쌓였고, 이를 해소한답시고 과도한 운동을 하다가 몸을 다친 게 결정적 이유였다.
 
이론의 한계, 경험적 한계, 급기야 자기 몸의 한계를 느낀 뒤, 예방의학과 자연의학으로 관심을 돌렸다. 자연치유의 우수성을 저술과 강연으로 전파하다가 2007년엔 75세 나이에 자연치유센터를 만들어버렸다. 뜻을 같이하는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이뤄낸 성과다. 2년 뒤에는 개인적으로 세로토닌문화원까지 건립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니 면역력 증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절실히 느꼈다. 평소 면역에 대한 국민의식 개선에 사명감을 느끼는 이 박사는 서둘러 책을 준비했고 마침 코로나19 재확산 시기에 세상에 내놓았다. 신간 <이시형 박사의 면역혁명>은, 면역력은 인체의 한 부분이 아닌 여러 기관들이 함께 관여해 만들어내는 힘이라고 전제한 뒤, 식습관과 생활습관, 스트레스 대처법 등 생활 전반에 대한 점검과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서울 은평구 진관사 근처 공기 좋은 마을에서 매일 ‘건강’을 연구하고 명상을 즐기는 그를 만났다. 나이를 속일 순 없어 움직임이 다소 둔해지고 눈꺼풀이 처진 것을 빼곤 여전히 건강한 삶을 유지한다. 젊을 때 다친 허리와 나이 들어 퇴행이 진행되고 있는 무릎이 쌩쌩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그. 하지만 흔한 성인병 하나 없다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2010_242_2.jpg



코로나19 팬데믹을 겨냥해 책을 썼나? 꼭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다. 원고를 그 전부터 쓰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내가 속한 자연의학회 선생들이 ‘코로나 면역’ 이야기까지 덧붙여서 책을 내보자고 해서 서둘렀다. 내 원고뿐 아니라 자연의학회 의사와 전문가들이 좌담 형태로 참여한 글도 수록했다.

이 기회에 개념 정리를 하고 싶다. 자연의학과 대체의학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한의학과는 어떤 관계인가? 인체에는 누구나 타고나는 것들이 있다. 첫째는 항상성의 법칙이다. 사람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 항상성이 무너지면 사람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 둘째는 조직 재생 기능이다. 이를테면 상처가 나서 출혈이 생기고, 딱지, 흉터가 생긴 후에는 결국 없어지게 되는 재생능력이 있다. 약을 바르는 건 빨리 아물게 하는 것이지 그게 없으면 아물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다음이 면역력이다. 면역엔 자연면역과 획득면역이 있다. 자연면역은 타고나는 것이고 획득면역은 대표적인 게 백신이다. 자연면역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사람에 따라 면역력 차이가 있다. 이때 약을 쓰지 않고 자연물을 이용해 자연 치유력을 높일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것이다. 그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게 없다. 그래서 생긴 게 자연의학이다. 예전에 대체의학 부르던 게 바로 자연의학이다.

한의학은 나라마다 있는 전통의학 중 우리 전통의학을 말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걸쳐 계승된 전통의학이 나라마다 지역마다 있다. 할머니의 지혜주머니 같은 것이랄까. 중국엔 중의학, 한국엔 한의학이 되는 식이다. 서구 국가에 가보면 허브 약국이 많다. 허브식물이 자연치유를 돕는다는 전통적인 처방과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허브 처방이 그 나라의 전통의학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서양의학에서 자연의학, 예방의학은 어떤 위치인가? 신뢰하고 공인하고 있는 건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양의학은 인류 사회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런데 서양의학은 대결의학, 대치의학이다. 라이벌이 있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시스템이다. 과학적 근거, evidence(증거)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철저히 대결하고 규명한다. 그런 걸 EBM이라고 한다. Evidence-Based Medicine이다.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있는지, 왜 잘 먹혀들었는지 기저를 설명해야 인정이 됐다. 그런데 현실에서 사람들은 과학적인 근거는 딱히 없는데 효과가 좋더라 하면 그걸 실험해본다. 예전에 대체의학이라고 부른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기존의 서양의학이 무조건 본류라고 생각하던 분위기에선 대체의학은 아류였다. 그런데 최근엔 대체의학이라는 말을 잘 안 쓴다. ‘보완의학’이나 ‘통합의학’이란 표현을 쓴다. 자연의학이 여기에 포함되고 넓은 의미에서 한의학도 포함된다. 통합의학에선 EBM을 중시하되 가급적이면 NBM을 함께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Narration-Based Medicine이다. 직역하면 구전에 기초한 의학이란 뜻이다. 전통의학처럼 말로 전해진 처방 효과들을 수집하고 실험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서양의학의 본류인 미국 같은 서구 국가에서 NBM에 더 적극적이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환자 시장에선 몰라도 의료계에선 무척 배타적일 텐데…. 한국도 구전으로 내려온 민간처방 같은 게 많은 나라이긴 하다. 하지만 ‘자연의학’이 잘 알려져 있진 않다. 한국 의학계는 엄청나게 까다로워서다. 완고하기로는 세계 1위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체의 전통의학을 의심하고 과학적 증거만 중시한다. EBM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다. 이건 문제다. 자동차는 편리한 도구지만 양면의 날이다. 배기가스로 엄청난 공해를 유발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그럼 이제는 자동차는 안 되겠다, 자전거를 타자, 걷자, 뭐 그렇게 전개돼야 한다. 의학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내레이션 베이스드 메디신, 한국 의료계도 NBM을 더 확실히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시형 박사는 이 대목에서 ‘블루존’ 사례를 꺼냈다. 블루존은 세계 전역에서 찾은 건강하고 장수하는 지역을 말한다. 세계적 명성의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21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 5대 건강 지역을 직접 방문해 조사활동을 벌였다. 그곳들은 이미 건강 장수마을로 알려져 있지만, 결과만 보일 뿐 원인을 규명할 만한 데이터가 없는 게 문제였기 때문이다. 거주자들의 나이, 가계도, 생활 패턴 등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했다. 제대로 수집된 데이터를 가지고 세계 장수지역 지도를 새로 그렸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이 몰려 있는 지역을 파란색으로 칠했더니 다섯 군데가 나왔다는 것. 그들은 건강하게 장수할 뿐 아니라 행복지수가 높은 곳, 블루존이 만들어졌다. 가까이는 일본 오키나와도 블루존. 이 박사는 대체로 바다가 가까운 곳, 섬 지역 등이 건강한 곳인 것 같다고 말한다.

“미국 사람들이 블루존에 크게 반응했어요. 우리도 비슷한 환경을 만들고 비슷한 생활습관 배워 건강도시를 만들어보자고 계획을 세웠어요. 제일 먼저 시작한 게 서던 캘리포니아의 비치도시였죠. 블루존 사람들 생활 그대로 본떠서 생활했는데, 정말로 의료보험료가 줄고 마약 사용이 줄고 술과 담배도 줄었지요. 미국 의학계는 그런 점에서 의외로 배울 점이 있어요. 뭐든지 좋다 하면 일단 해봅니다. 뜸도, 침도, 명상도, 블루존 운동도 다 해봅니다. 지금까지 42개 도시에서 블루존 운동을 정책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도 빨리 그렇게 돼야 해요.”
 

2010_242_3.jpg



미국은 EBM 쪽으로 더 엄정할 것 같은데, 의외다. 오히려 우리가 훨씬 더 완고하다. 우리는 EBM 없으면 안 되는 나라다. 의료법도 세계 최고로 까다롭다. 신약 통과도 가장 엄격해서 같은 신약을 놓고 미국 FDA 승인이 나도 우리 식약처 통과는 안 되는 예가 많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그래서 발전이 더디다고 본다.

의료계 내부 알력도 큰 요인 아닌가? 학연 등 파벌 싸움이 불필요한 견제를 발동하는 등 구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의료인으로서 아픈 얘기라 길게 말할 수 없다. 예컨대 중요한 병인 암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가 발표될 때, 자기 팀보다 앞선 연구면 어떻게든 시비 걸고 못하게 하는 사례가 있다. 의료계가 빤하고 연구 분야가 중첩되니 서로 뭘 연구하는지 다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좁다. 그래서 그런 풍토가 있는 것 같다. 미국처럼 큰 나라는 연구자도 많고 연구도 다양해 남의 것에 신경 쓰고 시기할 겨를이 없다.

해결책은 없나? 그러지 말아야지 뭐. 국민 건강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인식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책을 통해 ‘후성유전’에 대해 알고 놀랐다. 우리 몸 유전자는 5%만 발현될 뿐 나머지는 후성유전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인가? 게놈 스터디를 처음 했을 때 굉장히 기대를 걸고 흥분했었다. 이것만 풀리면 모든 난제가 해결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별 실속이 없었다. 유전자 특성의 발현은 5%밖에 안 된다는 걸 발견했다. 그것보다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쌍둥이조차도 후성유전이 훨씬 중요하다. 타고난 유전자가 이상 있으면 꼼짝없이 병들고 죽는다는 말은 잘못이다. 생활습성이 정말로 중요하다.

몸은 그렇다 쳐도 성향과 기질도 그런가? 현대인의 질병은 기질과 성격, 심리에 영향을 받는 게 매우 많은 것 같다. 성격이나 기질은 타고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후천적 습관이다. 전 세계 의학계에서도 다 동의하는 사실이다.

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특히 세로토닌을 강조했는데, 뇌가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확실한 근거는 뭔가? 코로나 사태를 맞고 나서 방역에 대한 말만 많이 한다. 하지만 방역이 중요하긴 해도 본질적으로는 면역이 더 중요하다. 면역만 제대로 되면 방역 안 해도 된다. 현재 양성은 5,6%에 지나지 않는 걸로 안다. 이 정도는 면역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는 감염 전파가 잘 되는 거지 독성은 강하지 않다. 감염돼도 멀쩡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면역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증명하는 셈이다. 평소 건강도 마찬가지로 예방 개념이 중요하다. 예방의 핵심이 식습관과 뇌 건강에 달려 있다. 면역력을 좌지우지하는 건 장내 유익균과 뇌다. 각각 70%와 30%의 비중을 차지한다. 뇌 건강은 도파민 분비가 줄고 세로토닌이 많아지면 지킬 수 있다. 면역력의 핵심이 거기에 있다. 지금이라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 오래전부터 예방의학을 주창해왔는데 외면하던 분들이 코로나 이후로 고개를 끄덕인다. 자연치유센터인 힐리언스 선마을에 예약이 밀려 있다. 갈 곳이 없는 때 안전한 곳을 찾다보니 자연치유와 명상을 찾는 것이다. 힐리언스는 치료기관이 아니다.
 
코로나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들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폐결핵 같은 질병도 엑스레이 찍어보면 바로 진단이 나온다. 약도 좋다. 하지만 면역은 꽤 복잡하다. 이름도 길다. 정신 신경 뇌분비 면역이라고 부른다. 우리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 묶여 있는 시스템이다. 어느 한 과정만 잡아서 해결할 수는 없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먹을거리다. 식습관과 두뇌 건강이다. 장을 깨끗이 하는 먹거리, 우울해하거나 위축되지 않는 명상 훈련. 두 가지만 실천해도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다.

명상은 배워야 가능한가? 명상을 제대로 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는 자세다. 둘째는 호흡인데, 이게 가장 중요하다. 단전에 기를 모으듯 호흡한다. 입을 가늘게 열고 부드럽게, 길게, 조금씩 내쉰다. 아랫배가 등에 닿는 것 같은 느낌으로 완전히 내쉬어야 한다. 그러면 흡(들이마심)은 저절로 된다. 내쉬기는 입으로, 들이마시기는 코로 한다. 보통 사람이 1분에 열두 번 호흡한다. 명상호흡은 1분에 3~4번이다. 그다음이 집중이다. 어디에 집중하느냐가 중요한데, 대체로 그게 잘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뭔가 하려 하지 말고 그냥 호흡만 하라고 한다. 무의식의 상태, 그것도 집중이다.

명상을 하면 어떤 게 좋은가? 화가 난다는 것은 감정적인 방어 본능이다. 교감신경이 자극받은 거라 의지로 조정할 순 없다. 하지만 성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내느냐 안 내느냐는 내 선택이다. 어떻게 내냐는 것도 내 선택이다. 이때 심호흡을 세 번 정도 하면 응급처치가 된다. 이런 식의 짧은 명상호흡만 잘해도 면역력 키우고 건강해질 수 있다. 강물 흐르는 걸 바라보듯 생각을 억지로 하려고도 하지 않으려고도 말고 그냥 내버려두는 것. 그게 명상이다. 명상은 절에서 하는 참선과 달리 종교적 색채가 없어도 누구나 된다.

미래에 대한 희망, 욕심, 설계조차도 내려놔야 하나?미래를 너무 모르면 암담하지 않나? 명상은 길게 안 하는 추세다. 명상수도가조차도 3분 명상으로 끝낸다. 30분 명상보다 3분 명상이 더 소중하다고도 말한다. 3분 명상에 현재와 과거, 미래까지 다 담을 순 없다. 사실 미래는 희망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걱정과 공포일 수도 있다. 달라이 라마 얘기다. 이 사람은 명상을 안 해도 명상하는 것과 똑같은 상태를 유지했다. 우리 뇌에 후대상피질이라는 것이 있다. 아욕(我欲)의 중심이다. 사람의 욕심이 거기 다 모여 있다. 그 밑에 쾌락 중추인 도파민이 있다. 그걸 자극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좋지만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힐링 물질로 취급하지 않는다. 명상을 잘하면 아욕 상태를 떨어뜨릴 수 있다. 달라이 라마는 명상을 안 해도 후대상피질이 움직이지 않는다. 티벳 사원의 스님들을 테스트한 적 있는데, 기계 고장인 줄 착각한 사례가 있다. 37명의 스님 모두가 신기할 정도로 뇌파에 미동이 없었다. 이 실험을 진행한 미국 연구진은 이때부터 “명상은 동양의 신비가 아니고 증명된 과학이다”라고 선언했다. 이승헌 씨가 단(丹)을 미국에 전파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명상을 알게 된 계기는 언제, 무엇 때문이었나?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면? 가난했다.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 모교인 경북대 의대에 납치되듯 취임했다. 그런데 학교가 학교 같지 않을 때였다. 유신 반대 데모로 만날 시위와 휴강이 반복됐다. 교수라는 자리가 너무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대학엔 있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서울 고려병원으로 올라왔다. 서울생활도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 무렵 힘들 때마다 테니스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너무 열심히 치다가 허리를 다쳤다. 디스크 수술하라고 해서 병원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이게 아니다 싶었다. 의사가 제 몸 관리도 못해 수술 받고 있나 하는 자괴감이 마음을 괴롭혔다. 그날로 그냥 집으로 와버렸다. 그때 쓴 책이 <배짱으로 삽시다>였다.(웃음) 책 소문이 잘 나서 유명해졌다. <조선일보> 칼럼을 일주일에 두 번씩 2년을 쓰니 점점 더 명사가 됐다. 우쭐하게 됐다. 그러다 어느 날, 계속 밀려드는 환자들을 보며 자각했다. 나나 저 사람들이나 자기관리를 잘 못해서 병원 신세를 지는 건데 사실 병원이 완전한 치유를 해주는 건 아니지 않은가. 어차피 자기관리를 잘해야 병이 없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병원을 안 와도 되는 세상을 생각했다. 치료보다 예방에 길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후 선마을도 만들고 자연의학회도 만들고 그리 된 거다. 그런 과정에서 명상을 제대로 알게 됐다. 온 세계 비싼 수련원과 힐링센터, 명상수도원을 다 다녀봤다. 그렇게 명상을 만난 지 40년 가까이 돼 오늘까지 왔다. 의사가 돈 버는 직업이 아니라 사람을 도와야 하는 직업이라는 의식도 명상을 통해 확실하게 세워졌다. 

‘화병’을 세계 의학계에 명명한 주인공이다. 화병을 직접 체험한 적 없나? 미국 사람 같으면 뭐든지 표현한다. 속으로 숨기지 않고 말하는 문화다. 거절도 자연스럽게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내 고향 대구도 그렇고 많은 한국 사람들은 그런 걸 잘 못한다. 체면을 중시하고 봉건적이었다. 그러니 화병이 생긴다. 표현하지 못해 울이 생기고 화가 생기는 것, 영어로 ‘anger disease’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해 화병이라고 보고했다. 다행히도 난 스트레스를 쉽게 받지 않는 성격이다. 받는다 해도 잘 처리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건 자랑이다.(웃음)

고령인데도 여전히 건강하다. 규칙적인 습관 덕인가? 그렇다. 적어도 5시에는 일어난다. 잠자리에서 바로 스트레칭을 한다. 누운 채로 기지개를 켜고 복근 운동을 한다. 엎드려서 푸시업도 한다? 열 개 정돈 할 수 있다. 앉아서 고생한 발을 주무르며 대화한다. 어젠 고마웠다, 오늘도 수고해달라고 말하며 마사지해준다. 그 자리에서 10분 명상을 한다. 일어나서는 제자리 뛰기와 조깅을 하고, 간단한 아침식사 그리고 연구실로 출근한다. 아침 식단은 면역력 주스인 벤나 주스와 데친 양배추 샐러드가 전부다. 점심은 직원들과 한식, 양식 골고루. 저녁엔 집에 가서 제대로 된 한식으로 밥을 먹는다. 밥, 나물, 두부 많이 넣은 된장찌개, 김치 등 발효식품들이 주로 나온다. 육류나 생선류는 가끔씩 적당히 먹는다.

버킷리스트가 있다고 들었다.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은 자연의학 개념으로 만든 예방센터다. 앞으로 이곳을 면역증진센터로 만들고 싶다. 선마을이라면 기존 틀에서 식단을 완전 유기농으로 바꾸면 가능할 것이다. 충주의 메디올가와 함께 유기농 식단을 협의한 상태다. 그 외에도 면역증진센터를 더 늘려 세계에 ‘건강 한국’을 알리고 싶다. 농산물 수출 세계 1위국은 미국, 2위는 네덜란드다. 미국은 양이고 네덜란드는 양뿐 아니라 질이 최고 수준이다. K팝과 K뷰티, K무비 등 한국은 세계적인 국격을 가진 나라가 됐다. 여기에 건강식과 자연면역 프로그램을 더하면 세계인을 다 불러 모으는 나라가 될 수 있다. 한국에 가면 즐거운 엔터테인먼트, 아름다워지는 미용과 의료, 건강과 젊음을 다 만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선마을에서 열흘이나 보름 동안 명상과 건강식을 경험하고 가면 부쩍 건강해진 몸을 느끼게 된다. 세계 부호들을 상대하는 하이 퀄리티 힐링센터가 될 것이다. 
 
이시형 박사는 직원들이 코로나로 교대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매일 연구실에 나온다. 충주의 자연유기농농장을 알게 된 후 면역증진센터 리뉴얼에 속도를 붙이는 듯하다. 의사로서의 소명에다 비즈니스 감각도 갖추었다. 지칠 만도 한데 지칠 줄 모르는 노익장은 존경과 부러움을 산다.   

면역학 특강을 들은 듯한 2시간 인터뷰. 마무리 질문으로 병원 안 가도 되는 세상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렇게는 안 되겠죠. 하지만 예방을 잘하면 안 가도 된다. 인간에겐 타고난 자연치유 능력이 있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당장 이것부터 바꿔라!’
이시형 박사의 ‘코로나 시대’ 10가지 면역 지침
 
01 벤나 면역력 주스 한 잔
당근과 사과, 각 2개를 갈아 넣어 만든 주스
 
02 절제된 식사
· 한국 전통식 위주 식단
· 소식, 천천히, 즐겁게 먹기
· 유기농 재료, 면역성 식물 먹기

03 건강한 장 만들기
· 장내 유익균 늘리는 곡물류, 채소류, 콩류, 과일 섭취
· 김치, 요거트, 청국장 등 발효식품 섭취
· 방부제. 화학첨가물, 농약과 비료생산물 섭취 피하기

04 건강 체온 36.5~37도 유지
· 따뜻한 물로 수분 섭취
· 취침 2시간 전 40도 물에 20분간 입욕
· 지나친 냉방 자제

05 숙면 취하기
· 밤 11시 전 잠자리 들기
· 낮잠 또는 토막잠 즐기기
· 아침 6시 전 기상

06 운동
· 운동은 가볍게
· 아침 햇빛 산책 20분
· 서서 집안일 하기, 계단 이용하기 등 NEAT(비운동성 활동) 실천

07 스트레스 관리
· 긍정적 태도와 삶의 의미 찾기
· 자율신경의 균형 위해 화내지 않기
· 밝고 긍정적인 마음 갖기

08 복식호흡과 명상
· 심호흡 습관화
· 호기는 입으로, 길고, 가늘게!
· 흡기는 되는 만큼, 코로!

09 자연을 가까이
· 제철음식 먹기
· 자연 속에서 생활하기

10 세로토닌적 삶
· 마음을 편하게 먹기
· 욕심을 줄이기
· 선비정신의 부활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댓글달기  (총 1건)
글쓴이    비밀번호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저승사자  ( 2020-10-07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0   반대 : 0
바퀴벌레만큼 질기게 기어나와 ㅋㅋㅋ
이번호 커버이미지
이번호
서점 이벤트
  • 예스24
  • 교보문고
  • 인터파크
  • 알라딘
  • 이달의 목차
  • 지난호보기
  • 정기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