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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빵집 할아버지' 정보석의 행복한 일상

2021-09-09 09:53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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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석은 요즘 자주 행복하다. 17년간 살았던 집을 카페로 개조했는데, 반가운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온다.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만남이 즐겁다. 장성한 아들은 빵을 굽고 아내는 커피를 내린다. 이런 게 사는 행복인가 싶다.
카페가 쉬는 월요일 오후, 북적이는 사람들이 사라진 공간은 눈부신 여름 햇살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초록색 여름 풍경이 두 눈을 여유롭고 편안하게 만들었다. 일주일 내내 정신없이 빵을 굽던 오븐과 쉴 틈 없이 일하던 커피머신도 슬쩍 한숨 돌리는 평화로운 시간. 정보석과 아내 기민정, 아들 정우주 씨의 모습에서도 한결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정보석은 작품 촬영 등 외부 일정이 있으면 자리를 비우기도 하지만 기민정, 정우주 씨는 일주일 내내 음료와 빵을 담당하면서 카페를 든든하게 지킨다. 
 
 
‘배우 정보석의 카페’로 입소문이 난 성북동 우주제빵소. 이곳은 가족이 17년간 살던 집을 개조해 카페로 만든 공간이다. 가족을 위해 애정을 듬뿍 담아 지은 집은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부부가 살고 있는 3층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리모델링해서 카페로 사용하고 있다. 2층 부부의 침실이 있던 자리에는 테이블이 들어섰고, 응접실에는 오픈 주방이 만들어졌다. 
 
친절하게 공간 구석구석을 안내해주던 정보석에게 “가족이 살던 집이 카페로 바뀌면 내 추억도 없어지는 기분이 들진 않느냐” 물으니 전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이 집에 살면서 너무 행복했어요. 밤에 2층 베란다에 앉아서 와인 한 잔 마시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았어요.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눈 오면 눈 오는 대로 경치가 너무 예뻐서 살면서 참 좋았는데, 팔고 나가려니 좀 아깝더라고요. 그래도 둘이 살기에는 너무 집이 커서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저희가 누렸던 걸 많은 분들과 같이 누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너무 좋고 다행스러워요. 다녀가신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많은 분들이 제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시더라고요. 카페를 만들길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자리가 마련된 2층 공간이 본인의 방이었다고 소개하는 우주 씨도 같은 마음이다. 가족의 공간이 다른 사람에게 팔리는 것보다 이렇게 추억을 지킬 수 있게 되어 좋은 것 같다고. 아들과 함께 카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민정 씨는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기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우주제빵소는 배우의 집을 마음껏 보게 된 팬들, 오래 연락이 끊겼던 지인들이 수시로 찾아 반가운 시간을 만드는 중이다. 


# 빵 굽는 아들&커피 내리는 아내 
 
정보석과 카페가 생경한 조합이지만, 시작하게 된 과정은 자연스러웠다. 빵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지인에게 빵집을 권유받았다. 앞서 기민정 씨는 볼링장, 라이브카페, 키즈카페 등 사업 경험이 있었다. 괜찮은 아이템인 것 같아 조금 들여다봤더니, 빵은 어디서 공수 받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우주 씨가 빵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분을 찾아가 수업을 받았다. 1년 정도 배우면서 기본기를 다졌고, 특별한 레시피로 우주제빵소만의 특화된 빵을 준비했다. 
 
그렇게 5월 28일 가오픈 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두 달 남짓 시간이 흘렀지만 우주제빵소는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배우가 운영하는 곳이라서 호기심을 자극한 탓도 있겠지만, 인터넷 반응을 보면 빵이 맛있다는 후기가 많다.
 
“제일 중요한 부분은 품질이죠. 맛을 떠나 좋은 재료여야 해요. 두 번째는 위생이에요. 먹는 거니까요. 긴장하면서 항상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오픈 주방을 선택했어요. 마지막으로는 맛있는 것. 제가 아들에게 ‘네 딸이 언제든지 와서 먹는 것이다’라는 말을 강조해요. 그러면 좋은 빵을 만들 수밖에 없거든요.” 
 
아들이 만든 빵을 평가해달라고 하니 엄지를 추켜세웠다. 
 
“맛있어요. ‘사부님을 잘 만났구나’ 했어요. 맛이 강하고 사납지도 않고, 은은한데 맛있고 자꾸 생각나요. 지방 촬영을 가거나 오래 자리를 비우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미식가 아버지에게 합격점을 받은 우주 씨의 빵은 실제로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 멀리 창원에서 빵이 먹고 싶어서 또 왔다는 인사를 받은 적도 있고, 차를 마시고 집에 갈 때 빵을 사가려고 하는데 그사이 다 팔려서 못 샀다고 아쉬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처음에는 정보석 씨가 한다기에 연예인 얼굴이나 볼 겸 왔는데, 빵이 너무 맛있어서 다시 찾게 됐다’는 손님의 후기는 가족 모두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아들이 빵을 책임지는가 하면 아내 민정 씨는 음료를 책임진다. 정보석은 빵과 커피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를 맡고 있다. 손님 응대, 입장 체크, 테이블 위생 체크 등이다. 가족이 함께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한다. 민정 씨는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나니 각자의 역할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불협화음도 있었어요. 빵에 대한 경험이 없었으니까요.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분야에 맞춰서 잘하고 있어요. 지금은 자리를 잘 잡아가는 것 같아 자신이 붙었어요.”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빵을 만드는 우주 씨도 이제는 카페의 시간에 적응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에 나와서 늦게까지 빵을 굽고, 끝나면 운동하는 생활을 유지하는 아들을 보며 부부는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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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들과 소통하는 재미 
 
정보석은 요즘 팬들과 소통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 인스타그램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카페에 직접 찾아온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인증샷을 찍으면서 새로운 추억을 쌓는다. 조금 다가가기 어려운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먼저 손을 내미니, 팬들의 마음이 활짝 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보석 스스로도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혜택을 받은 거예요. 팬들과 가까워진 느낌을 수시로 접하니까요. 카페에서 매일 팬미팅 아닌 팬미팅을 하고 있어서, 배우로서도 좋은 공간이 되었어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 자신감도 많이 생겼고요. 카페는 정말 신의 한 수인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찐팬’의 방문도 있었다. 
 
“오래전부터 블로그에 제 글을 써주신 분이 계셨어요. 배우로서 지칠 때, 글을 통해서 극복도 하고 응원을 받으며 견뎌내기도 했었어요. 누군지는 몰랐죠. 그런데 그분이 1층 입구에 앉아서 저를 기다리셨대요. ‘사진 찍어드릴까요’ 했더니 ‘네, 좋아요’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동행한 분이 ‘이분은 배우님 외에 누구도 안 좋아하세요’라고 말하시더라고요. 순간 블로그가 떠올라 여쭤봤더니, 그분이셨어요. 그래서 제가 너무 감사하다고, 꼭 뵙고 싶었는데 부담 느끼실까 봐 뵙자는 말씀을 못 드렸다고 했어요. 그날 그분이 이 사연을 블로그에 쓰셔서 또 화제가 됐어요. 그게 인터넷에서 또 화제가 됐고요. 배우로서 저에게 큰 영향을 주시더니 카페 운영에도 좋은 영향을 주셨어요.” 
 
카페를 오픈해보니 든든한 지원군이 많다. 동료 배우인 전인화, 황신혜가 오픈 일주일도 안 되었을 때 방문해서 인스타로 홍보를 톡톡히 해줬다. 김상중, 최수종, 홍수현 등 방문해준 동료들도 여간 고맙지 않다. 
 
일상적인 모습을 공개하면서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정보석은 “나는 스스로 연기하는 직업을 가진 배우지, 생활이 배우인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래의 모든 사람들과 흡사한 생활을 한다면서 앞으로도 카페라는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 가장 완벽한 선물, 다섯 살 손녀 
 
인스타그램에 카페를 오픈한다는 글을 남겼을 때, 정보석은 손녀를 품에 안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 정보석이 할아버지였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적잖이 놀랐다. 
 
손녀 이야기가 나오자 정보석 부부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하게 바뀌었다. 정보석은 “손녀는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오점도 없는 완벽한 선물”이라면서 손녀 바보의 모습을 보였다. 조금 이른 나이에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얻게 되어 억울할 법도 하지만, 상관없다.  
 
“할아버지 호칭 좋아요.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어요? 나에게 그렇게 소중한 손녀가 있다는 게 좋은 거죠. 세 살 때까지 같이 살았어요. 손녀가 태어날 때 제가 야구를 하다가 부상을 당했어요. 집에만 있던 시기인데, 마침 이 아이가 옆에 있는 거예요. 거실 무중력 의자에 앉아 TV를 보는 게 일인데, 이 핏덩이를 가슴에 안고 누우면 딱 가슴 안에 들어왔어요. 조금씩 자라고, 또 자라서 키가 저의 반만할 때 나갔어요.” 
 
할아버지의 가슴 위에서 자란 손녀는 지금도 할아버지의 노래를 들으면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이제는 말도 잘하고 할아버지와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 아이 키우는 일이었어요. 여기서 끝내야 할지, 참아야 할지, 북돋워줘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제가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손주는 예뻐하기만 하면 되잖아요. 이만큼 인생을 살아온 것에 대한 가장 완벽한 선물인 것 같아요.” 
 
 
아들이 꾸린 가정을 지켜보고, 또 함께 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자주 생각한다. 가족과 같이하는 시간을 유난히 좋아하는 정보석은 젊은 시절 촬영을 하다가도 밥은 꼭 집에서 먹는 걸로 유명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우주 군 역시 가족의 소중함을 많이 생각한다. 
 
“학창 시절 때는 엄격하기만 했던 아버지였는데, 저도 나이가 들고 딸이 생기다 보니 왜 그러셨는지 충분히 이해가 돼요. 아버지도 요즘은 많이 유해지시고 저를 이해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효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카페라는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 가족은 이곳을 성공적으로 만들고 싶다. 17년 동안 차곡차곡 쌓인 가족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인 만큼, 더 많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쌓아 영원히 오래오래 잘 보존하는 것이 세 사람이 동시에 꾸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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