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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인성의 훈훈한 사람 냄새

2021-09-02 07:44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IOK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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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조인성이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다. 불혹을 넘긴 그는 배우로서의 유연함까지 갖춘 모양이다. 천천히 늘어나는 주름처럼 연기의 결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미세하게 확장하고 있다. 훈훈한 사람 냄새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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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으로 만난 조인성은 소탈하고 거침없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극장가를 훈훈하게 데워준 한국 영화, <모가디슈>는 조인성이 <안시성> 이후 약 3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작품이다.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이야기를 담았다. <베테랑> 류승완 감독의 작품, 100% 모로코 로케이션 촬영, 조인성·김윤석·허준호 등 실력파 배우 대거 포진 등 개봉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작품은 뒷이야기도 많았다. 조인성은 할 말 다 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탁월한 정보력과 기획력, 국적 불문 콩글리시(엉터리 영어회화)까지 구사하는 등 팔방미인의 기질을 가진 인물인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 참사관 강대진을 연기했다. 

류승완 감독이 “조인성과 일하고 싶었다”는 말을 남겼다. 그랬나? 부끄러우셨나 보다, 처음 듣는다.(웃음) 
 
함께 작업해본 소감은? <베테랑> 감독님이기 때문에 ‘어떨까, 이미 완성된 시나리오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배우의 움직임과 생각을 많이 들어주시더라. 어떤 신은 다시 쓰기도 하고, (배우와) 서로 의지하며 영화를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계속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재미있었다. 류승완 감독 덕에 이 영화가 가능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감독님에게 영화를 바라보는 아이 같은 마음, 순수한 마음이 있다. 경험에 의한 빠른 결단과 판단, 합리적으로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힘도 있다. 그런 것들이 <모가디슈>를 완성하게 한 가장 큰 힘이 아니었나 싶다. 
 
 
해외 올 로케 촬영이 힘들진 않았나.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다. 우선, 음식은 너무 맛있었다. 맛이 없다고 생각해도 먹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뭐든 먹어야 되니까.(웃음) 비록 우리 입맛에 안 맞는 것도 있을 수 있었으나 그 자체가 새로웠다. 음식에 문화가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에피소드는, 촬영장이 숙소 코앞에 있었다. 걸어서 2분, 멀면 10분 정도의 거리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단체 생활을 해서 항상 숙소에 모였다. 그때는 코로나 시국이 아니라서 만나서 영화 이야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훨씬 더 정이 많이 붙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향수병은 없었나. 온다. 음식에 대한 그리움은 밥차 사장님 덕분에 덜 느낄 수 있었는데,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오더라. 
 
<모가디슈> 강대진은 반전 매력이 있는 인물이다. 허당이면서 냉정하고, 속정도 있다. 연기를 할 때는 계산하고 작전을 세운다. 감독의 디렉팅과 배우의 역량에 맞춰 합의를 보고, 그 방향으로 만들어보자고 하고 진행된다. 이번에도 캐릭터의 입체성을 위해 노력했다. 허당이면서 냉정하고, 속정도 있는 인물을 의도했다. 그렇게 봐주셨으면 의도대로 된 것이라 감사하다.  
 
연기 톤이 달라진 것 같다는 평이 있다. 이것도 의도한 결과인가? 특별히 달라졌다기보다는, 상황이 심각하고 탈출하는 과정이 무거워서 캐릭터를 통해 숨 쉴 곳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모든 배우가 하게 됐다. 마블 시리즈처럼, 각자 캐릭터가 유머 코드를 하나씩 장착하고 있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호흡 조절을 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김윤석, 허준호 두 선배를 모시고 작업했다. 소감은? 나도 고참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다. 두 전설과 만났기 때문에 내가 더 막내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카메라 밖 두 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윤석 선배는 와인, 준호 선배는 커피를 즐기셨다. 공통점은 두 분 다 따뜻한 분이시다. 윤석 선배는 냉철하시고 준호 선배는 온화하시다. 두 거목 덕분에 영화가 풍성하게 나왔다. 
 
두 선배에게 배운 것, 닮고 싶은 것이 있다면? 두 분의 공통점은 샷 안에서 강렬한 힘이 있다는 것. 준호 선배보다 윤석 선배와 어울리는 신이 많아서 호흡을 맞출 기회도 많았다. 윤석 선배가 대본의 빈 부분을 채워가시고,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 있다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이 느꼈다.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을 챙기셔서 영화가 풍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준호 선배님과 연기할 때는 힘이 있었다. 경이로운 순간이 많았다. 
 
<모가디슈>를 통해 무엇을 느꼈나. 어떤 식으로든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간접 경험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혹한 모습은 가슴이 아팠다. 전쟁이 일어나면 비정상적인 일이 많이 일어난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차마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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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남배우 vs. 연기파 배우 
 
조인성은 1998년 패션 브랜드의 모델로 데뷔했다. 시트콤에서 청춘스타로 주목받으며 배우로 전향한 그는 대표적인 미남배우로 불리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렇게 23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조인성의 필모그래피는 꾸준히 늘어났으며, 미남배우는 연기파 배우라는 이름으로 완성되는 중이다.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는데, 다작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배우들의 행보는 각자의 고유성이다. 다작을 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고유성이기도 하다. 한 작품에 매진하고 책임지려고 했던 것이 내 생각의 결이어서 그렇게 해왔다. 
 
작품 선택 기준이 있나? 사람이다. 사람 냄새가 나는지, 내가 공감하는지를 위주로 작품을 본다. 그다음에는 전체적인 프로덕션 상태 등을 체크한다.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논스톱>의 조인성이다. 그 모습이 연기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배우로서 터닝 포인트가 된 역할을 꼽으라면? 영화배우로서 인정받았던 작품은 <비열한 거리>인 것 같다. <쌍화점>은 그때였기에 가능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배우로서의 갈망이 심했다. 청춘배우로서만 머무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고. 그런 과정을 지나 지금의 내가 있으니 헛된 도전은 아니었던 것 같다. 드라마는 너무 많은 작품을 사랑해줘서 따로 뽑기는 그렇다. 최근에는 노(희경) 작가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드라마는 <발리에서 생긴 일>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때의 조인성과 지금 조인성은 무엇이 달라졌나. 늙었다.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나이가 들었고, 늙었다. 
 
‘잘생긴 배우에서 연기까지 잘하고 있는 배우로 진화하고 있다’ 아닐까.  스스로 연기에 대한 평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신이 되었다는 말이니까, 내가 나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중간 중간 선배님들이 건네시는 잘하고 있다는 응원으로 비추었을 때,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고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미남배우 vs. 연기파 배우, 솔직히 어떤 타이틀이 더 좋나. 스타와 배우, 나름대로 영광과 의미가 있다. 이왕이면 두 개 다 잡고 싶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연기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배우가 되고 싶다.(웃음) 
 
배우로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옳고 그름은 없다. 각자 방향이 주는 결이 있는데, 지금은 거침없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배우의 행간이 재미없지 않았으면, 지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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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혹 조인성의 생각은?  
 
단 한 차례의 휴식기도 없이 활동을 이어온 조인성은 불혹을 넘긴 나이가 됐다. 천천히 늘어나는 주름처럼 연기의 결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미세하게 확장했다. 이제 배우로서도 압박감보다는 가볍고 재미있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고 싶다. 

나이를 의식하는 편인가. 인식을 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것과 상관없이 누구나 일 분 일 초 나이 드는 과정에 있으니까. 나이가 드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본인만 괴롭지 않을까. 나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이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는 정도의 생각만 한다. 
 
그럼에도 불혹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나이다. 불혹을 넘겼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스스로 느끼지는 못한다. 어떤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큰 목적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내가 한 말에 내가 발목이 잡힐 테니까. 큰 상(想)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하루하루 세월을 통해서 배워가는 거지. 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편이다. 
 
배우로서 하는 생각도 궁금하다. 나 스스로 굉장히 고립시켜 놨던 부분이 있다.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놓여 있었다. 지금은 최선을 다했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괴롭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한다. 이제는 가볍고 재미있게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압박감에서 벗어나 내 몸 자체를 가볍게 놓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모가디슈>도 두 거목이 있어서 선택할 수 있었던 지점이 있다.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배우가 있나? 정우성 선배 좋아하고 존경한다. 외국 배우는 브래드 피트. 진짜 멋있는 것 같다.  
 
따르는 후배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결이 있나. 지갑을 많이 열어서?(웃음) 내가 먹을 것을 많이 사주는 편이긴 하지만, 사실 그 친구들이 나를 따르기보다는 내가 그들을 따르는 편이다. 
 
코로나 시국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방역수칙 잘 지켜가면서 그 안에서 지내고 있다. 사람이 너무나 보고 싶을 때도 있지만 수칙대로 낮에는 4인, 밤에는 2인 이상 안 만난다. 최근 골프를 배웠는데 재미있는 것 같다. 혼자 연습장에서 단출하게 즐기기에도 좋고. 
 
너무 건전하다. 술도 즐기지 않나? 예전에는 잘 먹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먹으면 병난다.(웃음) 이제는 취미가 됐다. 그건 절제를 할 줄 안다는 것이다. 가볍게 마신다. 
 
마지막으로 차기작 이야기를 하자. 류승완 감독과 또 호흡을 맞춘다고? 차기작은 <밀수>다. 류승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시절 인연이 되어서 같이할 수 있었다. 염정아, 김혜수 투 톱 영화여서 내 비중이 아주 많지는 않다. 배우들과 앙상블을 맞춰서 영화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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