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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로소 만난 대표작, ‘결혼작사 이혼작곡’ 박주미

#결혼작사이혼작곡 #결작이작

2021-08-27 08:05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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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박주미는 한 예능프로에서 대표작이 없는 게 고민이라 했었다. 올해의 박주미는 대표작이 생겼다고 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2> 종영을 맞아 나눈 인터뷰, 그는 내내 웃었고 작품 얘기에 여념이 없었다. 결과에 대한 만족감과 자신감으로 읽혔다.
올해로 30년 차 배우다. 그러나 그 시간만큼 작품 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언젠가 대표작이 없음을 스스로도 인정했었다. 박주미는 결혼 후 가정과 육아에 전념하며 배우로선 오랜 공백기를 가졌다. 그것이 박주미 인생에 독이었는지 득이었는지는 그가 판단할 부분이지만, ‘배우 박주미’를 목말라 하는 누군가에겐 아쉬움으로 남았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 시리즈의 ‘사피영’이 탄생하기 전까지는.

박주미는 일과 가정에서 그 무엇도 놓치지 않는 40대 사피영을 연기했다. 모든 게 완벽했던 사피영의 세계는 남편의 외도를 계기로 무너졌다. 임성한 작가만의 전개는 <결사곡>에서도 예외 없었다. 캐릭터의 세밀한 감정 변화는 당연하고 파격적인 장치가 곳곳에 배치됐다. 그중에서도 사피영과 신유신의 대화 신으로만 70분짜리 회차를 구성한 12회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배우에게 고도의 연기력과 암기력을 요구한 과제였고, 박주미는 시험을 무난히 통과했다. 

 
<결사곡>이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16.6%)을 기록했다. 흥행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맞지만 ‘자극적이다’, ‘막장이다’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요즘 불륜 드라마들을 보면 노출신이나 스킨십 강한 애정신이 많다. 우리 드라마에는 임성한 작가님의 시그니처인 목욕신은 있지만, 과한 스킨십 하나 없이 오로지 필력으로 불륜을 표현한다. 시각적인 행위보다 글로 쌓인 서사가 캐릭터 하나하나를 살아 있는 느낌으로 만든다. 그 감정을 시청자분들이 시즌 1부터 잘 따라와 줬고 함께 이입하면서 많이 호응해준 것 같다. 

임성한 작가의 이전 작품들은 다양한 이유로 화제도, 논란도 됐었다. 그런 점에서 임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임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 선입견이 없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근데 전혀 없었다. ‘사피영’은 이름부터 독보적이다. 나만을 위한 이름 같아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했다. 작가님의 이전 작품에서 한 사람이 했던 부분을 이번에는 여러 명이 나눠 했다.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서, 연기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은 캐릭터라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사피영을 연기하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개인적으론 극에 달하는 연기가 훨씬 편하다. 동선이 많이 주어지면 표현하기 편하고 (시청자에게) 더 큰 파장으로 다가갈 수 있다. 사피영은 머리 넘기는 장면조차 거의 없었다. 절제되고 우아한 지성인의 대화법 안에서 다면적인 캐릭터여야 했다. 시즌 1에서 2로 넘어가면서 남편에 대한 감정선, 엄마에 대한 감정선이 달라졌는데 그걸 주어진 폭에서 다면적으로 그려야 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요즘은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는 사람도 많다. 영화는 스크린이 크기 때문에 절제된 연기를 해도 충분히 화면에 보인다지만, 핸드폰에서도 그 디테일이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과하지 않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잘 어필된 것 같아 기쁘다. 

연기와 관련해 작가가 요청 또는 조언한 내용은. 작가님이 사피영에 대해 일 잘하며 책잡히는 일 하지 않고 남편한테 애교 있고 시어머니한테는 강단 있고, 아이 교육도 잘 시키는 완벽한 여자라고 했다. 근데 나는 애교가 없다. 친오빠를 제외하곤 ‘오빠’라는 호칭도 잘 쓰지 않는다. 작가님이 나랑 대화를 해보시곤 애교가 없다며 “오빠~”를 시켰다.(웃음) 그런 부분을 조언 받았다. 

이야기한 대로 사피영은 누가 봐도 완벽한 인물이다. 실제로 닮은 점이나 닮고 싶은 점이 있다면. 나도 결혼해 살고 있지만 사피영처럼 완벽하게 살림하고 내조하는 건 쉽지 않다. 남편이 열이 많다며 속옷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내어준다거나, 퇴근하고 지칠 만도 한데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유지한다거나. 내 현실에선 절대 있을 수 없다.(웃음) 이런 것이 사피영에게서 어느 정도 가져오고 싶은 부분이다. 


# ‘불륜’, ‘빙의’, ‘70분 2인극’…
화제의 장면 비하인드 

 
<결사곡> 시리즈의 화제성에는 이례적인 상황 설정도 한몫했다. 가령 남편이 사망하자 의붓아들에게 호감을 드러내는 계모, 본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상간녀, 어떻게 한 여자만 사랑하다가 죽을 수 있느냐며 불륜을 정당화하는 유부남 등. 욕하면서도 몰입하게 만드는 아이러니함이 묘미다. 박주미도 분분한 시청자 반응을 공유하며 나름의 재미를 느꼈다. 

극 중 판사현(성훈), 신유신(이태곤), 박해륜(전노민) 모두 외도했다. 누가 제일 나쁜 사람일까. 어휴, 신유신! 13부에서 아미(불륜 상대)랑 목욕하는 거 보고 너무 실망했다. 자기가 너무 사랑하는 사피영을 떠나보낸 뒤 자포자기 상태이고, 아미에 대해선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만. 신유신의 행동을 그렇게 해석하긴 했는데… 그래도 “목욕은 아니지”라고 말하고 싶었다.(웃음)  

반면에 그나마 불쌍한 사람은. 없긴 한데 굳이 따지자면 우유부단의 결정체인 판사현이다. 상대를 배신하는 데는 경중이 없고 다 똑같이 나쁜 X이다. 부부는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데, 내 기준 가장 배려 받지 못한 사람이 판사현이라서 조금 짠할 뿐이다. 뒤늦게 진실한 사랑을 찾았더라도 현재 와이프를 정리한 다음에 만났어야지! 결론은 셋 다 나쁜 X이다.

이번 시즌에서 ‘70분 2인극’은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대본을 받아든 배우의 심정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대본을 보고서 첫 마디가 “와~ 작가님 역시”였다. 임성한 작가님 아니면 누가 이런 글을 쓸 수 있겠나 싶었다. 보안 유지 때문에 매니저도 통하지 않고 직접 대본을 받았다. 이스라엘 드라마 중에 60분짜리 2인극이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던데 우리는 70분이 넘었다. 배우한테 평생 있을까 말까 한 행운이고 기회지 않나 싶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다. 여느 부부의 싸움 신과 달랐다. 일단 자극적인 대사가 없다. 그 유명한 김치 싸대기(비닐봉지에서 김치를 꺼내 상대의 뺨을 갈기는 아침 드라마 장면)라든지 물건을 부순다든지 멱살을 잡는 것도 없다. 우리가 이 신을 어떻게 연기해야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을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대사량만 따져도 NG가 많았을 것 같다.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오히려 첫 촬영 때 되게 오래 걸렸다. 이쪽 테이크 갈 때 한 번에 쭉, 저쪽 테이크에서도 한 번에 쭉. 너무 완벽하게 외워서 쉽게 끝내버리니 감독님이 대체 어디서 끊어야 할지 감이 안 온다고 하실 정도였다.(웃음) 

시즌 1에서 사망한 신기림(노주현)이 시즌 2에서 혼령으로 출연한 장면도 이슈였다. 배우로서 어떻게 봤나. 임 작가님 이전 작품에도 ‘빙의’ 요소가 있었고 그게 좋았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햄릿왕이 독살당하고 망령으로 나오지 않았나. 대본을 보고 작가님이 셰익스피어를 좋아하시나, 그 부분을 매력적인 요소로 느끼셨나 했다. 그래서 노주현 선생님이 혼령으로 나올 때 너무 재밌었다. 스토리가 더 있다면(인터뷰 당시 시즌 3 확정 여부가 공개되지 않았다) 더 임팩트 있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싶다. 

임성한 작가의 이전 작품들을 봤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지. 솔직히 많이 보진 못했다. 근데 워낙 이슈가 크고 명장면이 많지 않았나. <결사곡> 첫 방영 때 우려했던 것 중 하나가, 작가님의 컴백 작품이라 팬들이 더 자극적이고 매운맛을 원하면 어떻게 하느냐였다. <펜트하우스>가 굉장히 강했다. 그런 걸 기대한 시청자라면 <결사곡>에 실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라 맛’이 아니라서 아쉬워하는 대중이 있을 순 있겠지만, 평론가들은 되게 좋아하는 작품일 거라 생각했다. 작가님 작품 중에는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가 되게 좋았다. 그래도 <결사곡>이 제일이다.(웃음) 

화제성의 척도라고 해야 할까. 매회 ‘드라마 실시간 톡’ 채널이 뜨거웠다. 배우들도 실시간 톡을 확인하나. 계속은 아니어도 가끔 본다.(웃음) 드라마 이상으로 재밌다. 다른 작가님들도 보신다는데 우리 작가님도 보시는지 궁금하다. 작품에 대한 논쟁을 나누는 게 참 좋다. 12부 방영 때 실시간 톡이 7만 개 정도였다. 한 선배님이 말하길 톡 수가 시청률과 비례한다더라.(웃음) 수많은 분들이 논쟁하는 걸 보면서 12부는 획기적이고 성공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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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에 욕심을 냈다면 

데뷔 시절과 비교해 큰 변화 없는 외모다. 최근 허영만은 <백반기행>에 출연한 박주미에게 아들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라기까지 했다. 15세, 20세 두 아들을 둔 엄마. 배우로선 30년을 보낸 어느덧 중년이다. 

연기자 생활을 돌아봤을 때 아쉬움은 없나. 원래 잘 후회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20대에도 최선을 다했는데 일에 대한 열정은 지금보다 덜했던 것 같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간절함은 더 커졌다. 최선은 다했지만 욕심은 없었던 그 시절 성공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면 현재 또 다른 박주미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런 점에서 <결사곡>이 박주미에게 남긴 의미가 크겠다. 정말 크다. 내 나이에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작가님께 감사하다. 40대가 넘으면 주어지는 역할에 한계가 있는데, 그 안에서 사피영 같은 캐릭터를 만나기 쉽지 않다. 행운이다. 솔직히 대표작이라고 할 게 없었다. 이제 <결사곡>이 대표작이다.(웃음) 배우로서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보인 작품이었고, 더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돼줬다. 덜 흔들릴 수 있게 자신감을 준 작품이다. 평생 잊지 못할 거다. 

배우로서 목표점은. 신인 때는 “이런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했는데 이제는 갈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안다. 그 순간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좋은 연기자 같다. 빛날 때도 묻힐 때도 있을 테지만 순리대로 매사에 최선을 다할 거다.

임성한 작가가 또 다른 작품으로 러브콜을 보낸다면. 언제든 행복하게 달려갈 거다.(웃음) ‘박주미 인생작’이라고 얘기하는 시청자들이 생길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고, 연기가 이렇게 행복하다는 걸 가르쳐준 선생님이다.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인터뷰 중에도 동안 외모에 감탄했다. 솔직한 관리 비결을 듣고 싶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노력한다. 그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성격적으론 ‘트리플 에이형’이라고 답할 만큼 예민한 부분이 있다. 그래도 가능하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 한다. 또 정말 뻔한 루틴이다. 물을 많이 마신다. 먹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한 번에 많이 먹진 못해서 자주 먹는다. 짠 거 먹으면 단 거 먹고 싶고 다시 짠 거 먹고 싶고.(웃음) 딱 잘라서 몸무게 제한을 두는 건 아니지만, 작품 할 때는 최대한 조심해서 먹는다. 피부는 어릴 때부터 ‘아이크림 사랑’이었다.(웃음) 항상 보습을 유지하고 pH 5.5 유수분 밸런스를 맞추려고 한다. 콩물 마시기도 간만에 다시 시작했다(콩물이 든 텀블러를 들어 보였다). 촬영 때문에 9개월 동안 드라이를 했더니 머리가 많이 상했더라. 열심히 노력 중이다. 아, 운동은 숨쉬기 빼곤 즐기지 않았는데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수영을 배웠다. 내 몸을 보고 반성하는 의미로 수영을 열심히 하려 한다. 

1년에 가까운 촬영 시간이 끝났다. 휴식은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 이제 나이가 있어서 티를 내는지 몸이 힘들다. 작품을 하는 동안은 배우가 본업이고, 작품이 없을 땐 주부가 본업이다. 가정일이 배우 일보다 할 게 더 많은데 티도 안 나고 칭찬도 못 받는다.(웃음) 재충전이 잘 안 되고 있다. 마지막 촬영을 하고 일주일은 외출도 안 했는데 목소리가 덜 돌아왔다. 다음 주부턴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계획해둔 배움들을 실천하고 싶다. 스스로 한층 더 성숙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언젠가 길에서 마주치면 ‘사피영 씨’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 “지아(극 중 딸) 엄마다”, “사피영이다”라는 소리를 듣고 놀랐다. 캐릭터를 기억해주신다는 의미니까 너무 감사하다. 내가 그래도 나이가 있는데(웃음) “어, 박주미다!”보다는 캐릭터로 불러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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