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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생역전, '보이스킹' 우승자 리누

2021-08-12 09:45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J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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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차 무명가수 리누가 <보이스킹>의 최종 우승자가 됐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사무친 그리움을 견디고 싶어 참가한 경연대회였다고. 어쩌다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된 리누를 들여다봤다.
본명은 이인우다. 영문자를 빠르게 읽는 발음에서 딴 ‘리누’를 예명으로 붙였다. 이미 오래전에 데뷔했지만 이인우도, 리누도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MBN 보컬 서바이벌 <보이스킹>에서 우승하고서야 인정받은 리누의 20년. “인생에서 1등이라는 영광을 가져본 기억이 없다”며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이 지난 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등수를 목표한 참가는 아니었다. 지난해 어머니를 여의고 일상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우울증을 겪다가 나름대로 찾은 돌파구였다.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면 여전히 울컥하는 맘 가눌 길 없지만 이따금 미소를 짓는 여유는 생겼다. 

우승 축하해요. 결승전 전날 예지몽을 꿨다거나 특별한 일은 없었나요? 저랑 굉장히 가까운 분이 되게 좋은 꿈을 꿨다고 했어요. <보이스킹> 방영 내내 그랬대요. 피 보는 꿈을 꾸기도 하고 오줌 홍수에서 수영하는 꿈도 꾸고, 결승 이틀 전에는 금덩이처럼 큰 무언가를 쥐고 어디를 가더래요. 그렇게 좋은 꿈을 꿨는데 떨어지면 어쩌나 해서 들을 때마다 부담스럽더라고요.(웃음) 물론 사람인지라 은근히 기대심도 생겼고요. 
 
상금 1억 원은 입금됐나요? 7월 말쯤 들어온대요.(웃음) 생계비, 어머니 병원비 등등 돈이 들어갈 곳은 많은데 제가 수입이 없으니까 은행권 대출이 잘 안 되더라고요. 대부업체에서 빌리다 보니 이자가 되게 높아서 빚은 더 늘고. 그래도 이번에 (상금으로) 갚으면 끝이에요. 
 
 
<보이스킹> 시청률이 낮은 편은 아니었는데 화제성은 높진 않았어요. 우승자라고 해도 리누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하는 질문입니다. 언제 데뷔를 했는지, 무명 시절은 어땠는지? 올해로 마흔 살이고 20년 동안 무명으로 지냈어요. 당연히 의도한 세월은 아니었죠. 사연이 많았어요. 20년 중에 10년은 회사를 잘못 만났어요.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부터 사기를 당했고 두 번째 회사는 대표가 말도 없이 바뀌었고 저는 다른 회사로 팔려가 있고, 또 어느 회사는 폭력을 쓰기도 하고… 그렇게 10년이 사라졌어요. 2010년부터 ‘리누’라는 이름을 쓰면서 활동을 많이 했어요. 프로 가수나 연예인이라기보다는 재야의 고수 느낌. 음악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알아줬는데 그 포지션이 되게 애매해요. 선배처럼 보이지만 실은 저한테 후배인 사람들이 더 많아요. 그래도 저는 그분들을 선배님이라고 불러요. 이제야 제대로 데뷔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방송 출연하면서 알아보는 분들이 확실히 늘었겠어요. 제게 안경이 여러 가지 있는데 이것만 쓰고 다녀요. 방송에서 제일 많이 쓴 안경이라서요.(웃음) 길에서는 잘 못 알아보시지만 식당이나 결혼식 축가를 가면 난리 나요. 어머님 분들이 오셔서 사진 찍어달라고, 사인해달라고 하세요. 그럴 때는 뭐 미스터트롯 저리 가라 할 정도에요.(웃음)
 
하루아침에 생긴 변화인데 그 기분은 어때요? 감사한 마음이 제일 커요. 20대, 30대 초반에 이런 일이 생겼다면 기고만장했을 것 같아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익었다는 건 아니지만, 살면서 많은 일을 겪어보니 그렇게 돼요. 이럴수록 행동을 더 조심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가 떠나고 지난 1년간 특히 괴로운 시간이었잖아요. 마음이 힘든 건 좀 나아졌어요? 우승하고서는 좀 덜한데 아직도 울컥울컥해요. 내내 편찮다가 돌아가셨는데 제가 임종도 지키질 못해서 홀로 외롭게 떠나보냈다는 죄책감이 커요. 그렇게 가신 뒤로 꿈에 한 번도 보이질 않더니 결승전 직전에 외할아버지랑 나오셨어요. 외할아버지는 3~4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어릴 때 같이 전국 명산을 올랐을 정도로 가깝게 지냈어요. 꿈에서 외할아버지랑 엄마랑 뒷동산 산책을 하는데 엄마가 너무 편히 걷더라고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으셔서 다리를 절뚝거리셨거든요. 참 따뜻한 꿈이었어요. 해몽하기 나름이라고, 엄마가 그곳에서 되게 잘 지내시는 것 같아요. 경연 마치고 바다 선배님이 제 손을 잡고 말하길, 어머니가 아들한테 큰 선물 주고 가신 거라고….
 
어머니가 생전에 사랑 표현을 아끼지 않았나 봐요. 형제가 둘인데 엄마가 형보다 저를 더 아껴주셨던 것 같아요.(웃음) 저를 딸처럼 키우셨어요. 대여섯 살 때까지 머리를 길러서 핀 꽂고 치마 입히고. 제가 딸이었으면 했다가 아들인 걸 아시곤 우셨대요. 
 
가창력은 어머니가 물려주신 걸까요? 네. 목소리도 그렇고 생긴 것도 엄마를 꼭 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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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무명을 견딘 힘은
 
대학교에서 농구를 전공하다 우연히 참가한 가요제에서 우승하면서 음악을 시작했다. 무대 위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 뒤로 음악을 떠난 적이 없다. 무대에 오르진 못할지언정, 가창력에 확신을 갖고 살아왔다. 20년을 지낼 수 있었던 힘이다. 

말이 쉽지 20년을 무명으로 버티는 건 재정적으로도 타격이 컸을 텐데요. 보컬 트레이너를 15년 넘게 하고 있어요. 음악의 끈은 놓고 싶지 않고 가수로서의 갈증은 늘 있다 보니 다른 일은 하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다행히 자리를 잘 잡아서 보컬 레슨 쪽에서는 저를 많이 아세요.(웃음) 노래를 가르치면서 저도 많은 도움을 얻었어요. 학생들마다 무기가 있거든요. 그 소리를 따라 하다 보니 제 기술이 되기도 하고.(웃음) 
 
제자들 중에 우리가 알 만한 사람도 있나요? 브레이브걸스 메인 보컬인 민영 씨요. 노래 잘하죠. ‘롤린’으로 역주행하기 1~2주 전에 저한테 전화해서는 라이브 방송을 하고 싶은데 어떤 채널을 하는 게 좋으냐고, 장비를 뭘 사야 하느냐고 물었어요. 그러고서 얼마 뒤에 빵 터지더라고요. 저도 그렇고 인생 모를 일이에요. 
 
민영 씨가 조언을 구했다는 걸 보니, 리누 씨도 라이브 방송을 했었어요? 아프리카TV에선 거의 조상이에요. 신청곡 부르고 시청자들이랑 실시간 전화 연결해서 노래 가르쳐주고. 아프리카TV로 돈 많이 벌었죠.(웃음) 리누 이름으로 앨범을 내기 전까진 BJ처럼 은어도 쓰고 요즘 애들 단어도 쓰면서 했었어요. 그래야 많이들 봐주시더라고요. 얼마 전에 제 옛날 유튜브 영상에 이런 댓글이 달렸어요. 그 시절부터 봐왔는데 드디어 빛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결의 부담이 생길 것 같기도 해요. 오디션 프로그램 특성상 종영 직후 반짝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저는 애초에 욕심이 없어서… 아 근데 이런 건 있어요. <보이스킹>을 통해 열 명이 저를 알게 됐다면, 그중 8~9명은 잡을 수 있단 자신감이요. 노래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서 상대를 대할 때 내 사람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제게 호감을 갖고 오신 분들한테는 어떻게든 보답하려고 해요. 제 주변엔 도와주시는 분들이 항상 계셨어요. 제가 인복이 있나봐요. 그분들을 잘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죠. 
 
‘잘’ 살아왔나 봐요. 네, 모나지 않게 살았어요. 어디 가서 사고를 쳤다거나 그런 일 없이 살았어요. 
 
<보이스킹>만 해도 노래 잘 부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도 리누 씨 음악을 좋아해주는 이유는 뭘까요? “노래 끝장난다”, “진짜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 반응에 희열을 느껴서 화려하게 부를 수 있는 노래만 골랐던 것 같은데, 이번 대회에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보이스킹>은 제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 나간 거라 1라운드 때 편하게 불렀더니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마지막 라운드에서 부른 ‘가족사진’도 그렇고. 아, 기교를 잘 부리고 화려하다고 해서 노래를 잘하는 게 아니구나, 진심과 진정성이 있어야 좋아해주시는구나 이런 걸 느꼈어요. 저는 좋은 톤을 타고난 사람은 아니에요. 그 부족한 점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늘 고민이었는데 답이 ‘진정성’인 것 같아요. 
 
요새는 기타 치면서 가볍게, 다르게 말하면 듣기 좋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인기가 많아요. 정통 보컬리스트 입장에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장르에 편견은 없거든요. 그 사람들의 노래인 거고 어떻게 보면 ‘쉽게 부른다’고 할 순 있지만, 그런 톤과 감성은 타고나야 하는 또 다른 무기에요. 저는 강점이 고음이니까 그걸 살려서 해야 하는 거고요. 근데 사람이 밥을 먹다가도 라면을 먹고 싶을 때가 있고 닭발이 당길 때가 있듯이 음악 취향에도 흐름이 있어요. 힙합이 유행했다가 모던 록이 유행하고, 발라드가 잠시 주류에서 벗어난다 해도 우리나라 정서에는 없어선 안 될 장르라고 생각해요. 
 
 
예능에 비친 또 다른 모습이 인기 요인이 되는 경우도 많아요.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나요? 농구는 선수급으로 했고 운동 자체를 많이 해서, 운동 관련한 예능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되게 매력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노래도 노래지만 사람 냄새 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스스로 매력이 있다고 하니 마지막 질문은 이렇게 해볼게요. 자신이 생각하는 ‘리누’는 어떤 사람이죠? 리트리버 같은 사람이요.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보기만 해도 꼬리를 흔드는 리트리버요. 누구든 제 사람으로 만들 자신 있어요. 첫인상 때문에 제가 차가울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도 대화 한 번 시작하면 끝나요.(웃음) 모든 것에 진심인, 사람 냄새 나는 리누로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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