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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온 힘을 다해 피운 꽃 시집 낸 카이

2021-08-11 09:50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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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기자의 아쉬움은 인터뷰이를 대면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면 오감을 활용해 상대를 더욱 깊게 알게 되는데, 그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니 아쉬울 수밖에 없다. 카이는 지면이라는 제한적인 소통창구로 만났음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 맞은편에 앉아 들려주는 듯한 인터뷰이였다.
일기는 남들에게 다 보일 수 없는 나의 내밀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기록이다.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기록하기도 하지만 온몸이 아릴 만큼 아프고 우울한 이야기를 쓰기도 한다. 다시 펼쳐보지 못할 이야기들이 가득한 일기장을 또다시 펼치는 이유는 아마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뮤지컬 배우 카이가 일상에서 떠오른 단상을 시로 쓴 단상집 <예쁘다, 너>를 펴냈다. 책을 통해 마주한 카이의 내면은 조금 놀라웠다. 성악계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데다 국내 뮤지컬계에 손꼽히는 스타의 속마음이라기에는 고운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 카이가 쓴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카이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는 꽃을 참 좋아한다. 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그의 셀카만큼 꽃과 자연을 찍은 사진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그의 소소한 관심사는 책에도 등장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비주얼에 눈이 멀어 놓쳤던 그의 생각들을 책에서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카이의 책에는 거창한 이야기가 없다. 눈 깜박하는 순간 증발해버리기 쉬운 느낌을 예술가의 예민한 감성으로 캐치해낸다. 꽃, 클로버, 엄마, 눈사람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부터 아이유, 박남정처럼 앞의 단어들과 어울리지 않는 주제에 대한 생각도 담았다. 언뜻 보면 생뚱맞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 그가 접했던 이야기와 생각의 고리들을 공유하는 것 같아 제법 흥미롭다.    

작가로 데뷔한 것 축하해요. 아직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 기분이 어때요? 서점 한가운데 제가 쓴 책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기적 같아요. 신나고 영광스럽기도 하고요. 사실 책을 쓰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 게 아니에요. 평소에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좋아하다 보니 계속 무언가를 썼어요. 순간 떠오른 생각들을 짤막하게나마 담아놓은 것을 묶은 거라 (책이) 너무 소박합니다.
 
겸손한 소감이네요. 책 제목을 <예쁘다, 너>로 지은 이유가 있나요? 평소에 워낙 꽃을 좋아해요. 꽃을 바라보듯 상대를 바라보고 또 꽃을 바라보듯 나 자신을 바라보자는 뜻도 있었고요. 온 힘을 다해 피는 꽃을 보면서 “네가 참 예쁘다”는 말을 종종 되뇌곤 했어요. 그런 꽃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 같기도 해서 꽃을 보면서 ‘네가 참 예쁘다’고 하는 것은 제 스스로를 향한 응원과 사랑을 전달하는 방식이기도 해요. 그래서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 이런 제목을 지었어요.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어요. 주변 반응 중 가장 기분 좋았던 말은 무엇인가요? “글은 분명히 짧은데 빨리 읽고 싶지 않더라”, “아껴서 읽고 싶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어요. 법정 스님 말씀 중에 “좋은 책은 자꾸만 덮게 되더라”는 말이 있어요.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훌륭한 글이라는 의미겠죠. 제 책이 그렇게까지 훌륭하다고 평가할 순 없지만 저의 짧은 단상들을 아껴서 읽어주시는 그 마음이 참 귀하게 여겨져요.
 
카이 씨 반려묘 테너가 쓴 글(?)을 책에 그대로 실은 게 인상적이었어요. 테너의 발자취를 책에 실은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노트북을 펴고 그날의 마음을 시로 적고 있었어요. 제가 노트북을 펴면 테너가 항상 제 무르팍에 앉아 있어요. 테너가 굉장히 애교가 많고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제가 글쓰기에만 몰두해 있는 게 질투 나고 못마땅했는지 키보드 위에 폴짝 뛰어 올라와서 막 뛰어다니더라고요.(웃음) 그때 두서없는 글자들이 적힌 건데요. 그걸 보고 나서 “아이쿠 테너야” 하고 지우려다가 어떻게 보면 말 못하는 테너가 남긴 하소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글을 고스란히 싣기로 했어요.  
 
시의 소재가 정말 다양해요. 소재는 어떻게 얻나요? 책에 쓴 글들은 제 일기와도 같아요. 평소에 느낀 감정들을 휴대폰에 서술형으로 적어놓았다가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다시 들춰보면서 가장 간결하게 다듬어요. 시처럼 응축된 단어를 사용하면서 정리하려고 하죠. 그래서 제가 일상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 모든 사물과 생명이 글의 소재라고 할 수 있어요.
 
책에 썼던 글 중에 소개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글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서 하나를 꼽기가 참 힘든데요. 책을 다시 보고 있는데 ‘최선’이라는 글이 펼쳐졌네요.(웃음) <몬테크리스토>라는 작품을 할 때였어요. 리허설을 하다가 잠시 산책을 나왔는데 극장 앞에서 겨울바람을 맞고 서 있는 큰 나무를 보고 쓴 시에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상황에서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는데 굳건히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보면서 느꼈던 단상이에요. 멀리서 볼 때는 나무가 그저 굳건해 보이기만 했는데 가까이다가가 보니 나무가 바람에 따라 흔들리고 있더라고요. 흔들리면서도 우직한 양 버티는 모습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책에는 ‘너’, ‘당신’ 같은 표현이 많이 등장해요. 누구를 가리키는 건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를 응원하는 표현이기도 한데요.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것 같아요. 제가 사랑했던 연인을 가리키는 말도 될 수 있어요. 더 나아가서 모든 사람, 모든 생명을 뜻하기도 해요. 그 누가 되었든 ‘너’와 ‘당신’을 가리키는 대상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을 글에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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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가 미처 몰랐던 카이에 대하여
 
카이는 책의 에필로그에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 책을 쓰기로 했다고 썼다.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가면서 끝없이 내면을 성찰했음에도 여전히 카이라는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책을 읽고 순수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작은 존재도 귀하게 여기는 카이 씨의 성향에 영향을 준 것이 있나요? 음… 질문이 너무 어려운데요. 돌이켜보면 어머니께서 제가 어렸을 때부터 많은 영감을 주셨던 것 같아요. 음악 하는 사람은 늘 자연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저를 산이나 들로 데리고 나갔어요. 제 손끝으로, 숨 끝으로 자연을 만끽하는 시간들이 참 많았어요. 지금도 일상에서나 무대에 섰을 때 큰 압박감을 가질 때면 빨리 자연으로 가서 마음을 정상궤도로 돌려놓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꽃, 풀, 나무, 공기, 하늘, 구름처럼 우리 곁에 있는 자연이 주는 기쁨을 크게 깨달아서 거기서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 자연이 제가 쓴 글과 제 삶에 큰 모토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음악이 아닌 글로 푸는 것은 또 다른 작업일 것 같은데요. 글과 친해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언젠가부터 말의 무서움이 크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공석에서는 말이나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간혹 제가 말하는 것이 느리다, 부자연스럽다고 할 정도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저의 진심을 전해야 할 때는 편지를 써서 상대방에게 전할 때가 많아요. 글을 쓸 때는 생각할 시간이 많잖아요. 그 과정을 거치면서 제 마음을 더 솔직하게 만나고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글 쓰는 게 좋아졌어요. 저에게 글은 솔직한 나를 만나는 방법이기도 해요. 오늘도 굳건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나를 솔직하게 만나는 방법으로 글을 쓰게 됐어요.
 
그런 방법으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발견한 점은 무엇인가요? 이걸 발견했다고 해야 할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나라는 사람은 알다가도 모를 사람, 매일 흔들리는 사람, 그럼에도 사랑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나라는 사람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재밌기도 해요. 나 자신을 정확히 알게 된다면 사랑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요. 스스로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굳건하고 완전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어요. 그래도 나는 흔들리는 이 순간을 누리는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게 된 것 같아요.
 
걷고 바라보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겠다고 했어요. 이 과정 끝에 카이라는 배우가, 정기열(카이의 본명)이라는 사람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나이를 계속 먹고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지언정 그 사이에 사람과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작가로서의 미래는 어떤 꿈을 꾸나요? 아직 작가라는 말이 낯설지만 그 말에 익숙해지려고 해요. 익숙해진다는 건 작가로서 인생을 대하는 자세나 세상을 대하는 자세에 책임감을 가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책을 또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제가 노래하는 사람이니만큼 노래를 대하는 감정과 자세에 대한 글을 쓰는 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봤어요. 카이가 책을 썼지만 저는 노래에서 출발한 사람이에요. 책을 쓰든 다른 작업을 하게 되든 제가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기본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카이는 질문이 끝난 뒤에도 ‘나’에 대해 발견한 점을 끊임없이 생각하는 듯 보였다. 타인에게 나라는 사람을 꼬집어 설명할 순 없지만 자신이 지향하는 바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동안 끊임없이 흔들렸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을 터다. 그럼에도 그가 추구하는 ‘사랑’을 세상에 표출하려고 애쓴다. 순수하고 진지하게 세상을 마주하는 사람, 카이가 사는 일상에 어떤 사랑이 꽃피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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