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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미나리'로 한국 영화의 새로운 역사 쓴 '원더풀' 윤여정

&‘팀 미나리’ 스티븐 연·한예리·정이삭 감독 화상 인터뷰

2021-03-29 08:23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판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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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가 한국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그 가운데 자리에는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이 있다. 틀림없는 우리 모두의 고유명사, 배우 윤여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내가 지금 나이 74세인데 이 나이에 이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고, 여러분의 응원에 감사를 전해야 한다는 건 너무 잘 아는데 이렇게밖에 인사를 못 드려서 죄송하다. 지인들도 축하해주고 싶어 하는데 격리 중이라 만날 수 없어서 너무 속상하다.”
 
아카데미 후보 발표날인 3월 15일. 그날 윤여정은 캐나다에서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영화 <미나리>가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6개 부문의 후보에 오른 경사스러운 날. 그리고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역사적인 날이었다. 
 
 
국내 언론뿐 아니라 외신들도 윤여정의 행보에 주목했다. 같은 날 윤여정은 AP통신과 미 LA타임스와 짧은 인터뷰를 나눴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가 된 것을 두고 그는 “이 정도면 충분하고, 이미 승자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매니저가 인터넷을 보다가 후보에 지명됐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면서 “매니저는 울었지만 난 울지 않았다.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매니저가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해 나 혼자 술을 마셔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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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 아칸소주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와 사위 제이콥(스티븐 연)의 부탁으로 어린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는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았다. 
 
앞서 윤여정은 3월 3일 <미나리>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화상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당시 그는 애플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애플TV 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를 촬영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미나리>는 세계 영화제의 주목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었다.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시작으로 2020년 미국 워싱턴DC 비평가협회에서 2개 부문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상 61관왕, 131개 노미네이트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우리는 식구처럼 이 영화를 만들었다. 조그만 돈으로.(웃음) 이런 관심을 생각도 안 했고 기대도 안 했는데, 너무 큰 관심을 받아서 처음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걱정스럽고 떨린다. 실망하실까봐.” 
 
위트 있고 직선적인, 그러나 예의를 갖춘 화법을 구사하는 윤여정은 <미나리>와 본인이 연기한 순이라는 역할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이야기를 들려줬다. 입체적인 할머니가 탄생하게 된 데는 감독의 배려가 컸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배우 윤여정 55년 연기 인생에 역대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유니크하고 강렬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는데 <미나리>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할머니 캐릭터를 연기했다”면서 윤여정의 연기를 극찬했다. 
 
윤여정은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이번 역할을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에 살 때, 이웃에 살던 친구의 한국 어머니가 밤을 입으로 깨물어서 쪼갠 다음 손자한테 주는 걸 봤다. 아이리시 남편이 그 장면을 보고 경악했던 기억이 있다. 더럽다고.(웃음) 그 생각이 나서 감독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 장면이 반영됐다. 손자와 같이 방을 쓰는데, 할머니는 바닥에서 잘 것 같다고 아이디어도 줬다. 귀한 손자가 편하게 자라고 양보하는 한국 할머니만의 정서가 있을 것 같았다.” 
 
<미나리> 촬영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으로는 스태프들이 본인에게 큰절을 했던 에피소드를 꼽았다. 윤여정이 묵던 에어비앤비 숙소는 스태프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시나리오 회의를 하는 사랑방 역할을 했다.  
 
“촬영이 일찍 끝난 날이었다. 감독이 제작진을 다 데리고 우리 집에 와서 나에게 큰절을 시켰다. 너무 깜짝 놀랐고, 그 순간이 제일 좋았다. 감독의 배려심과 그런 것들이 느껴졌다. 다들 촬영하느라 힘든데 와서 큰절을 해줘서. 외국 사람들이 큰절하는 걸 어떻게 배웠나 모르겠다.(웃음) 그 순간 사진을 못 찍어둔 게 너무 아쉽다.” 
 
 
“난 단지 한국의 윤여정”… 매 순간이 원더풀 
 
한 외신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불리는 것을 두고 “일종의 스트레스다. 칭찬인 걸 알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메릴 스트립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이고, 난 단지 한국의 윤여정이다. 모든 사람은 다르고, 나는 나 자신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이런 사람이다. 데뷔 초부터 그랬다.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개성 가득한 외모와 목소리, 연기력으로 시선을 끌었다. 1971년 드라마 <장희빈>에서 주인공 장희빈을 맡아 스타가 된 그는 영화 <화녀>에 출연해 대종상 영화제 신인여우상,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이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하면서 미국으로 떠나 공백기를 가졌다가, 이혼 후 10여 년 만에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생계를 위해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연기했다”는 그는 치열하고 꾸준하게 배우라는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그러다가 2009년 영화 <여배우들>을 시작으로 다시 스크린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돈의 맛>, <죽여주는 여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하녀> 그리고 <미나리>까지, 그의 눈부신 필모그래피는 그의 성실함이 일군 결과물이다.  
 
 
“작업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했는데, 선댄스영화제에서 사람들이 좋아하고, 미국 사람들이 좋아해서 좀 놀랐다. 나는 처음 영화를 볼 때 연기를 살피느라 작품에 집중을 못하는 편이다. 영화가 끝나니 사람들이 울고 있더라. ‘사람들이 왜 울지’ 했는데, 감독이 무대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터졌다. 나는 이제 굉장히 나이가 많은 노배우다. 젊은 사람들이 뭘 하고 이뤄내는 걸 보면 마음이 폭발한다.” 
 
그러면서 영화에 대한 진한 애정을 고백했다. 
 
“이 영화는, 내가 왜 좋아했냐면, 아무 조미료가 안 들어갔다. 담백하고 순수한 맛이다. 나는 한국 사람이라 취향을 잘 알지 않나. 양념이 센 음식을 많이 먹는다. 그래서 우리 (<미나리>라는)밥을 안 먹을 수도 있지만, 건강하니까 한 번 잡숴보시라.”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는 손주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하든. 김치에 넣어 먹고 찌개에 넣어 먹고. 아플 때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윤여정은 <미나리>를 촬영하는 매 순간이 ‘원더풀’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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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interview
‘팀 미나리’ 스티븐 연·한예리·정이삭 감독 
 
영화 <미나리>는 윤여정뿐 아니라 ‘팀 미나리’로 불리는 모두에게 새로운 역사다.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정이삭 감독과 이번 작품을 통해 할리우드에 처음 진출한 한예리, 오스카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선정된 스티븐 연의 소감을 전한다. 2월 26일 화상 인터뷰로 나눈 내용이다. 

# 스티븐 연 
 
촬영 소감은? 훌륭한 동료 배우들과 함께여서 나 또한 헌신하면서 노력했다. 감독의 시나리오가 훌륭해서 배우들이 최선을 다했다. 모두가 함께 위대한 것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했고, 가족처럼 행동하면서 작품에 임했다. 
 
본인 역시 이민자 가족에서 자랐다. 제이콥을 연기할 때 참고한 실제 모델이 있었나? 나는 네 살 때 부모님과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이 영화를 통해 아버지 세대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아버지를 볼 때 뭔가 문화나 언어적인 장벽이 존재했기 때문에 개념적으로 봤던 것 같다. 영화를 통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고, 아버지라는 사람을 알게 됐다. 연기의 롤 모델로 삼은 건 아니지만 연기를 하면서 ‘내가 내 아버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시나리오가 신선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에서 한인 배우로 일하다 보면 소수 인종을 다루는 스크립트를 많이 받는다. 주로 인종의 문화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보는 관객이 백인인, 주류의 시선이 담긴 내용이 대부분이다. <미나리>는 가족에 대한 스토리였다. 내가 공감하는 주제를 다루기도 했고 시나리오가 너무 훌륭해서 합류하게 됐다. 제작자로서의 역할은 목소리를 더하고, 의도했던 부분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프로듀스했다. 

# 한예리 
 
첫 할리우드 진출 소감은? 처음에는 빨리 적응하고 촬영하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부담이 컸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모니카의 마음, 상황을 살필 여력이 생겼다. 연기하면서 부모님 세대에 대한 이해가 많이 생겼다. 우리 세대 친구들이 영화를 보면서 부모님과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갖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현지 촬영 현장은 어떻던가. 에어비앤비에서 다 같이 지냈다. 촬영 끝나면 집에 모여서 밥을 먹고,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시간이 충분히 있어서 번역본을 문어체에서 구어체에 가깝게 바꾸는 등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런 시간 덕에 깊이 있게 시나리오에 대해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스티브 연과의 연기는 어땠나. 스티븐은 진심으로 영화를 대하는, 건강하고 에너지가 좋은 사람이다. 서로가 뭘 해야 할지,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연기했다. 영화 안에서 충돌할 때조차 뜨거운 마음이나 열정이 느껴졌다. 제이콥의 뜨거운 마음, 열정, 외로운 감정까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최고의 파트너였다. 
 
 
# 정이삭 
 
영화가 굉장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런 성과를 기대했는지? 이 영화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사실 자체도 놀랍고 신기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호평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봤나.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이민자 이야기라서, 그때의 시대상을 담은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 겪고 있는 갈등과 고충에 대해서 공감해주는 것 같고,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모습에서 관객들이 공감한 게 아닌가 싶다. 특정 나라나 국가보다는 스토리에 공감을 한 것이고. 그리고 배우들이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순자’라는 인물은 그리움의 대상이다. 본인에게 할머니는 어떤 존재였나. 할머니를 생각하면 울컥한다. 인천 송도에서 교수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교수실에서 밖을 보면 갯벌이 보였다. 조개를 캐는 모습을 봤는데, 주로 나이 있으신 여성들이더라.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아버지를 잃으셨고 혼자 살면서 어머니를 키우셨다. 생계를 위해서 갯벌에 나가서 조개를 캤던 분이다. 사무실에 앉아서 밖을 보면서, 할머니가 안 계셨다면 내가 여기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연출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한국적인 요소 외에 당시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연구, 조사를 진행했다. 미술감독님이 디테일한 부분들을 잘 살려주셨다. 영화를 제작하고 연출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다. 각 요소가 최대한의 것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미나리>는 모두의 콜라보 작품이다. 내 아이디어가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 이루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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