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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SBS 8 뉴스 최혜림 앵커 “뉴스에 온기가 필요한 때”

2020-12-08 08:31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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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가슴 철렁한 소식이 많았던 2020년이 저물고 있다. 기쁜 소식보다 안타까운 일을 전한 일이 더 많았던 뉴스 앵커가 보낸 한 해는 어땠을까. SBS 8시 뉴스를 진행하는 최혜림 앵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최혜림 앵커를 만난 날,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300명대로 늘어났다. 전국 각 지자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하고 다시 코로나19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 때문인지 이날 만난 최혜림도 분주해 보였다.
 
평일 SBS 8 뉴스를 진행하는 그는 매일 뉴스를 준비하는 회의에 참석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중간에 잠시 짬을 내 기자를 만났다.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는 그의 손에 뉴스 큐시트가 들려 있었다. 그 종이 한 장에 매일 실수 없이 뉴스를 진행해야 하는 책임감과 긴장감이 느껴졌다.


#SBS 8 뉴스 최혜림입니다
 
 
매일 엄숙한 표정과 힘 있는 목소리로 시청자를 만나는 최혜림은 첫인상도 앵커다운 무게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첫인상과 다르게 뉴스에서 들었던 힘 있는 목소리 대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도 대화를 나누는 내내 앵커 특유의 톤은 그대로였다.

뉴스 회의를 마치고 바로 오셨나 봐요. 손에 큐시트가 그대로 들려 있어요. 매일 뉴스 회의가 세 번 있는데 그중 앵커가 참석하는 회의가 오후에 있어요. 거기서 어떤 멘트를 넣을지,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어떤 각도로 들여다볼지, 시청자는 어디에 관심을 더 두고 있을지에 대해 논의해요. 그러다 보면 회의가 끝없이 길어질 때도 있어요. 회의하고 나서는 계속 뉴스를 준비해요.
 
<8 뉴스>가 2040세대에서 시청률 1위라고 하던데요. 시청자들은 SBS 뉴스가 참신하고 트렌디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더라고요. 그렇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하죠. 저희가 체감하는 반응도 비슷해요. 뉴스를 준비할 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또 뉴스를 보면 어려운 내용이 많잖아요. 오늘 뉴스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한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이 내용을 쉽게 전달하면서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이 무얼까 생각해요. 그러면 주식은 어떻게 되나?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어떻게 되지? 앞으로 항공사가 하나 남으면 항공권이 오르지 않을까 같은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해요.
 
뉴스는 전달하는 방식도 중요하죠. 맞아요. 그래서 앵커석 뒤에 있는 화면을 많이 이용해요. 프리젠테이션식 화면을 구성해서 글씨는 줄이고 그림이나 도표로 보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다른 방송국 뉴스도 모니터를 하면 다들 굉장히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게 보여요.
 
다른 방송사 뉴스 중 눈여겨보는 곳이 있나요? KBS 뉴스요. 이소정 앵커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도 새롭고 사안을 집중적으로 취재하는 게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화제가 된 내용도 많았고요.
 
뉴스를 같이 진행하는 김현우 앵커는 어떤가요? 김현우 앵커는 지금 남성 앵커들 중에 가장 젊은 앵커일 거예요. 시청자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앵커에요. 꾸준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배울 점이 많은 선배에요. 제가 질릴 정도로 정말 열심히 하는 앵커에요.(웃음)
 
올해 여러 가지 소식을 전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뉴스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코로나 소식이죠. 코로나로 한 해를 시작해서 12월이 되기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마음을 좀 놓을까 하면 다시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해 벌어지니까요. 오늘도 코로나 뉴스가 톱이에요.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300명대로 늘어났다는 소식인데 이런 소식을 전할 때면 마음이 무겁죠. 모두가 힘든 때에 각자 나름대로 잘 대처하고 있는 소식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뉴스였던 것 같아요.
 
올해는 코로나도 있지만 국회의원 선거도 있었어요.방송사의 최대 이벤트는 선거이기도 하죠. 선거가 뉴스보다 더 긴장돼요. 특히 출구조사결과를 발표할 때는 말 한마디 잘못하면 안 되잖아요. 올해는 선거도 있었지만 서울디지털포럼이라고 SBS에서 해마다 여는 포럼이 있어요. 이번에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주제가 ‘겪어본 적 없는 세상, 새로운 생존의 조건’이었어요. 그때 들었던 말 중에 “바이러스는 빨리 변화하고, 퍼진다. 사람은 바이러스보다 거기에 대처하는 속도가 느리지만 서로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란 말이 굉장히 와 닿았어요. 늘 그런 마음으로 뉴스를 전하고 있어요. 이런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WC201118L(최혜림) 008.jpg

#앵커라는 왕관의 무게
 
최혜림은 SBS 입사 후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뉴스에 투입됐다. 회사에서 그를 뉴스 인재로 콕 찍었다는 뜻이지만 그로 인해 짊어졌을 무게가 가벼워 보이진 않았다. 회사에서는 메인 뉴스의 앵커로 이지적인 이미지를 보여야 하지만 앵커로서 보내는 시간 외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더없이 따뜻했다.

지상파 3사 뉴스 앵커 중 가장 오랫동안 뉴스를 진행한 앵커에요. 처음 뉴스를 할 때 이렇게까지 길게 할 거라고 예상했나요? 전혀 몰랐죠.(웃음) 제가 2006년에 입사했는데 입사한 지 1년도 안 되어서 뉴스 진행을 시작했어요. 중간에 다른 프로그램을 하기도 했지만 뉴스를 제일 오래했어요. <모닝와이드>, 도 했고요. 돌이켜보면 제 인생 궤적을 뉴스와 함께한 것 같아요. <주말뉴스>는 결혼할 때쯤 시작해서 첫아이를 낳고 쉬었는데 그때 제 후임으로 뉴스를 했던 정미선 아나운서가 아이를 가졌어요. 그래서 제가 석 달 정도 쉬다가 바로 뉴스로 돌아왔죠.(하하) 둘째를 낳고 조금 있다가 바로 <8시 뉴스>를 시작했고요. 오래 했어도 뉴스가 익숙하고 편한 느낌이 들진 않아요. 아마 뉴스가 주는 특성 때문이겠죠.
 
입사 이후 계속 뉴스를 했는데도 여전히 어려운가 봐요. 항상 어렵고 조심스러워요. 제가 전하는 뉴스는 좋은 소식보다는 무거운 이야기가 더 많으니까요. 전달하는 입장에서는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늘 마음이 무거워요.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경험하는 게 많아지니 무서운 것도 많아졌어요. 그래서 단편적으로 얻는 정보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더 잘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어렵고, 무겁고, 힘겨울 때가 많죠.
 
힘듦을 견디려면 나만의 안식처가 필요할 텐데요. 어디서 위안을 얻나요? 아이들에게서 힘을 얻어요. 아이가 둘인데 아직 좀 어려요. 집에 가서 애들한테 “엄마 좀 안아줘” 하면 작은 팔을 벌려서 꼭 안아주는데 그게 정말 따뜻한 위로가 돼요. 물론 아이들 때문에 힘들기도 하죠. 퇴근하면 저 혼자만의 시간이 없어요. 저희 집이 회사랑 가까워서 운전하면서 혼자만의 여유를 느낄 새가 없어요.(웃음) 스위치를 바꾸듯이 회사 모드, 집 모드로 착착 바뀌는 생활이죠.
 
지난 2017년 세월호 관련 뉴스를 전하다가 울먹인 게 화제가 됐어요. 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들에 관한 내용에 감정이입을 했나 봐요. 아이들의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이 “이제 그만하면 됐다. 이제 우리 아이들을 더 찾아주지 않아도 된다. 우리 아이들을 바다에 놓아주겠다”고 선언한 날이었어요(갑자기 최혜림 앵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걸 보는데 그다음 걸 못 하겠더라고요. (심호흡을 하며) 좀 쉬었다가 해도 돼요?
 
3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그 감정이 남아 있나 봐요. 결혼하기 전에는 뉴스를 머리로만 이해했던 것 같아요. 치우침 없이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머리로 이해하던 것들이 가슴으로 다가와요. 뉴스에서 워킹맘의 이야기가 나오면 참 공감이 돼요. 아이들 사고 같은 뉴스를 전할 때는 더 감정이입이 되는 편이죠.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면 많은 일을 겪게 되잖아요. 별일이 다 있죠. 제가 일을 하다보니까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때는 아이를 봐주시는 분이 있어요. 하루는 야근을 하고 있는데 그분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받아보니까 애기가 화장실에 갇혔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저는 밤 뉴스를 해야 해서 집에 갈 수 없는 상황인데. 관리사무실에 열쇠가 있냐고 물어보니 없대요. 그래서 결국 119에 전화를 했어요. 제가 막 소리를 지르면서 통화하니까 옆에 있던 선배가 대신 뉴스 해줄 테니까 얼른 집에 가보라고 했어요. 정신없이 운전해서 집에 가니 119 대원들이 결국 문을 뜯고 아이를 꺼냈더라고요.(웃음) 이런 우여곡절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
 
 
평일 뉴스 진행을 하면 휴가는 거의 못 가겠어요. 평일 뉴스 앵커는 일 년에 휴가가 여름휴가 일주일밖에 없어요.(웃음) 올여름에는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고 비가 엄청 많이 와서 휴가를 내고도 어디 갈 수가 없었어요. 아이들을 돌보면서 온전히 주부로서 일주일을 보냈죠. 저는 힘들고 아이들은 좋아하고.(웃음) 그래도 그렇게 일상을 보내는 것도 좋더라고요.
 
뉴스에 육아까지 병행하느라 바빠서 그런지 인스타그램은 한 2년째 멈춰 있던데요? 원래 SNS를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예전 싸이월드 때도 잘 안 했어요. 저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성향이 아니에요. 그래서 예능프로그램도 피했던 것 같아요.
 
그런 성향이 뉴스 진행에도 영향을 줬을 것 같아요. 앵커로서의 본분을 지키려고 하는 부분은 있어요. 아무래도 회사를 대표하는 뉴스를 하다보니까 앵커 멘트를 쓸 때도 제 의견을 어디까지 써도 될지 고민이 될 때가 많아요. 그 선을 지키는 게 쉽지 않았죠. 그 부담감 때문에 잠을 못 잘 때도 있었어요. 자려고 누웠는데 오늘 했던 뉴스가 생각나서 이불 킥 하면서 일어나기도 해요.(웃음)
 
최혜림이란 사람이 되고 싶은 앵커는 어떤 모습인가요? 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조금 생각하고 말해도 될까요? (잠시 후) 요즘은 모두의 일상이 뉴스가 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이런 때에 시청자와 뉴스를 연결하는 앵커라는 역할에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믿을 수 있고 친절하게 뉴스를 전달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주변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싶어요. 늘 고민하고 노력하는 앵커가 될게요.
 
뉴스를 더 하겠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하려고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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