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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지원의 따뜻한 반전

2020-11-04 10:07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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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을 등지고 앉은 하지원의 얼굴에서 환한 빛이 났다. 따뜻하고 예쁜 영화 <담보>에 참여하게 되어 행복하다는 그는 자주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원의 필모그래피에는 굵직한 작품이 많다. 천만 영화 <해운대>를 비롯해 드라마 <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시크릿가든> 등. 어떤 작품에서든 장르를 넘나들며 본인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온 그가 이번에는 잔잔하고 따뜻한 가족 이야기 <담보>를 선택했다. 그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담보>는 ‘우연히 아이를 담보로 맡게 되었다’는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가족을 재해석한 영화다. 사채업자 두석과 그의 후배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아홉 살 승이를 담보로 맡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악연으로 만난 이들이 천륜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다. 사채업자와 후배는 성동일과 김희원이, 하지원은 어른 승이 역을 맡았다. 하지원은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나 큰 사랑의 위대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따뜻한 영화예요. 좋은 작품을 기다렸어요. 제가 가장 끌렸던 점은 굉장히 특별한 관계의 세 사람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에요. 그런 부분들이 참 좋았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나 큰 사랑의 위대함을 느꼈어요. 오랜만의 개봉이라 떨리네요.

국내 영화는 <목숨 건 연애> 이후 4년 만이죠? 일부러 천천히 작업하신 건가요? 타이밍이 그랬던 것 같아요. 오우삼 감독님 영화(<맨헌트>)를 찍다 보니 한국에서 들어오는 작품들은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어요. 그 사이 드라마 촬영을 하기도 했고요.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고, 해보지 않았던 악역이나 센 이야기의 장르물도 해보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담보>는 감정신이 많은 작품이에요.배우로서 부담되셨을 것 같은데. 많이 부담됐어요. 촬영할 때도 쉽지는 않았어요. 선배님들이 계속 촬영을 해오셨기 때문에 대화를 많이 나누고 밸런스를 맞춰갔어요.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저는 감정신이 극한 상황에 달하는 신을 찍을 때는 오히려 머릿속이 백지 상태인 채로 들어가요. 모든 메모리를 다 지워버리죠. 힘든 과정이긴 한데, 그래야 자연스러움이 나올 수 있어요. 사실 그 과정은 힘들어요. 어떻게 보면 스스로 최면을 걸 듯 백지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니까요.

극적인 사람들이 만나 가족이 된 이야기잖아요. 그런 가족의 형태가 받아들여지던가요? 이런 생각은 해봤어요. ‘진짜 이런 특수한 관계의 사람들이 가족이 된 경우가 있을까?’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것도 많잖아요.

영화를 계기로 가족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요? “가족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어요. 저는 가족은 지켜주는 사람, 날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를 통해서 그런 생각을 조금 더 하게 된 것 같아요. 가족이지만 안 보고 지내는 사람도 많고, 멀리 있어서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피가 섞이지 않더라도 날 옆에서 지켜주고 보호해준다면 그게 가족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담보>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요. 바쁘다 보면 관계가 소홀한 사람도 있고, 자주 못 보는 사람도 있고, 관계가 안 좋은 사람도 있어요. 영화를 통해서 가족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다 힘드니까, 한 번 더 누군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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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동일 ‘개딸’ 계보 이은 소감은?

이번 작품에서 하지원의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존재감은 대단했다. 감정 연기부터 대학생 역할까지 잘 소화했고, 수많은 ‘개딸’을 보유하며 ‘국민 아빠’로 등극한 성동일의 착한 딸이 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떠올리며 울컥하기도 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성동일 배우와 각별한 부녀 관계가 되었어요. 저는 성동일 선배님과 너무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제가 딸로 호흡을 맞추게 됐죠. (남매로 보인다는 반응도 있지만) 선배님이 저에게 아빠가 되는 과정은 힘들지 않았어요. 한 공간에 있을 때 공기마저 아빠와 딸로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웠어요. 그게 선배님의 큰 장점이신 것 같아요. 너무 잘 이끌어주셨기 때문에 제가 자연스럽게 딸이 될 수 있었어요.

성동일 배우는 딸의 계보가 화려하신 분이기도 하죠. 누구나 딸이 될 만큼 자연스럽게 아빠가 되어주세요. 실제 성동일 선배님은 다정하세요. 예능 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 나오는 그대로예요. 다정하고 따뜻한 분이세요. 반전이 있다면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모습도 있으세요.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저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현장도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힘든 촬영이 많았지만 현장의 공기는 힐링이었어요. 야외에서 바람이 불고, 앉아서 커피 마시면서 모니터하고, 이야기하고 그런 공기가 너무 편안하고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대학생 연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처음에는 안 하려고 거부했어요.(웃음) 그런데 감독님께 설득 당했죠. 대학생부터 끌어가주면 감정이 매끄럽게 연결될 것 같다고 하셔서 하게 됐어요. 어쩔 수 없이 한 거라서 그 시절을 떠올리며 백팩을 메고 최대한 대학생답게 연출했어요.

나문희, 김윤진 등 선배들과의 작업 소감도 궁금합니다. 너무 좋았어요. 첫 촬영이 엄마인 김윤진 선배님과 만나는 장면이었어요. 감정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까 봐 많이 걱정했는데, 선배님과 눈을 맞추면서 교감하니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됐어요. 할머니인 나문희 선생님도 몰입해주셔서 그런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역 배우의 역할이 컸어요. 어린 승이로 출연한 소이라는 친구는 저랑 캐릭터를 떠나서 비슷한 점이 있어요. 어린아이인데도 현장에서 스태프들이랑 잘 놀아요. 저도 현장을 좋아하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는데 소이도 비슷한 케이스라서 좋았어요.

여전히 현장이 즐거우신가요? 그런 경험이 많아요. 현장에서 배우들과의 촬영 말고 밖에서 스태프들과 기다리는 순간까지도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즐기는 편이에요. 저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선배님들과 같이 작업해서 배우는 것도 많았어요. 촬영장이 제겐 힐링의 장소였어요.


# ‘진짜 나’에 집중하는 시간

하지원은 지난 8월 인기리에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 마지막 게스트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출연 당시 그는 수준급 요리 실력을 자랑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스케줄에 여유가 생긴 그는 요즘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본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오랜만에 예능에 출연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어요. 현장에서 어땠어요? 짜인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잘 먹고 잘 쉬다가 왔어요. 너무 재미있었고요. 저는 제가 요리를 잘하는 줄 몰랐어요. 호기심이 많아서 관심이 생기고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깊게 파는 스타일이에요. 요리는 제가 먹고 싶어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제가 먹은 음식이 맛있어서 직접 만들었는데 똑같이 되더라고요.(웃음)

촬영 없을 때는 어떤 시간을 보내시나요. 음악도 찾아 듣고 책도 읽고, 새로운 영화들도 몰아서 봐요. 산책도 많이 하고요. 작품 할 때는 저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으니까, 작품 안 하고 긴 시간 있을 때는 나를 보는 시간들이 되는 것 같아요.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는 시간들이 재미있어요. 요즘 코로나 블루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때그때 푸는 게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음악이 공간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서 차가운 기운이 돌면 따뜻한 음악으로 채우는 식으로 분위기를 바꿔요.

데뷔 25년 차가 됐어요. 가끔씩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하나요? 요즘 코로나로 인해 여유가 있다 보니까 그런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뭔가 배우 생활을 돌아보는 것보다는 진짜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작품 할 때는 작품 속의 캐릭터가 어떤 삶을 살까만 생각하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요즘 시간들이 차분하면서도 좋은 것 같아요.

본인을 못 돌아봤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한창 작품 할 때는 거기에만 몰두해서 그런 생각을 못하면서 지나갔어요. 하나에 집중하면 나머지는 안 보이는 스타일이라서요. 요즘은 여유가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날 위한 시간을 보내야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니까 너무 좋아요.

긴 시간 대중들이 지켜본 하지원은 믿고 보는 배우죠. 아직은 부끄러워요. 앞으로 더 좋은 작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그런 기회가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결혼도 하셔야죠? 결혼은 제가 생각해보고 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하고 싶을 때가 오면 하게 되겠지만 평소에 의식하고 살진 않아요.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서 하는 편이어서 연애를 꼭 해야겠다고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찾아오면 하겠지만요. 소개팅이요? 아예 없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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