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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구독자 29만, 권인하가 유튜버로 나선 이유

2020-10-07 08:31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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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가수 권인하는 뜻밖의 곳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소녀시대 태연의 ‘만약에’를 부른 영상이 유명해지면서다. 눈을 질끈 감고 절규하듯 노래해 ‘천둥호랑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만 29만 명. 예순둘의 유튜버, 36년 차 가수의 내공이 궁금해졌다.
“내가 만족하니까 좋다? 아니에요. 요즘 친구들이 좋아할 수 있는 걸 찾아야지. 음악 하는 마인드 자체가 바뀌어야 돼요.”

‘라테는 말이야’ 식 대화를 예상한 건 결과적으로 오판이었다. 권인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도, 적응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2030이 ‘권인하 영상’을 찾아보는 이유인 것 같았다.

권인하는 개인 유튜브를 통해 ‘가창 영상’을 올린다. 배경은 방송 무대, 녹음실, 노래방, 차 안 등 노래 부를 수 있는 어디든지다. 대체로 후배 가수의 곡을 리메이크하는데 조회수가 많게는 300만을 넘는다. 아이돌 출연진이 주를 이루는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 그가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그와 마주 앉았다. 특유의 목소리와 날씨의 합이 운치를 더했다.

오늘은 ‘권인하 노래’가 어울리는 날씨네요. 가장 최근에 낸 ‘어떤 날엔’을 들으면서 왔어요. 가사도 괜찮고 멜로디도 괜찮은 곡인데 제가 홍보를 너무 못했죠.(웃음) 젊은 친구들이 만든 곡이라 그 친구들 감각에 맞추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어떤 날엔’을 부른 유튜브 영상에 ‘공감된다’는 댓글 평이 많더라고요. 우리 시대 가수들이 갖는 느낌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거라고 봐요. 젊은 친구들은 정확한 박자에 얘기를 툭툭 던져서 공감대를 만든다면, 우리는 가사 뉘앙스의 강약을 살리는 편이잖아요. 감정적인 면에서는 우리 세대가 조금 더 풍부하게 보일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가창력이 뛰어난 것과 공감을 주는 건 별개 같아요. 그렇죠. 옛날로 치면 돌아가신 (조)동진이 형은 노래를 잘 부른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형 노래에 공감해요. 꼭 음이 높고 화려하고 우렁찬 소리가 아니어도 된다는 거죠. 듣는 사람 가슴에 얼마나 감정 전달이 되느냐, 그건 가창력과 비례한다고 볼 수 없어요. 장범준도 노래를 잘한다기보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표현력이 와 닿는 게 아닐까요. 음원이 많이 팔리는 친구들을 보면 그런 ‘요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권인하의 ‘요소’는요? 시대적인 요소가 가미됐다고 봐요. 제 노래를 듣고 “왜 박자를 밀면서 노래를 부르는 거야”라며 이해 못하는 젊은 친구들도 많아요. 우리 시대엔 노래를 그렇게 부르는 게 보편적이었거든요. 근데 저도 모르게 젊은 친구들 쪽으로 박자를 맞춰가고 있어요. 단, 가사가 가진 뉘앙스의 강약을 살려주는 것. 그런 표현이 요즘 친구들하고는 달라요. 그래서 감정 전달이 훨씬 크다는 느낌을 많이 받나 봐요.

‘권인하는 포효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고음을 낼 때 흉성을 섞어 내요. 찌르듯이 눌러서 뽑아내는 소리들. 그러다 보니 스크래치가 들어가서 천둥소리, 천둥호랑이 창법 같대요.(웃음)

저렇게 불러도 목이 괜찮을까 싶었어요. 큰 문제는 없어요. 노하우죠. 성대를 붙여서 그런 소리를 만들면 염증이 생겨요. 저는 마지막으로 (소리가) 나오는 통로의 목 주변, 목젖 바로 안쪽에서 한 번 더 소리를 만들어요.

들어도 이해는 안 됩니다만. 하하, 노래를 많이 한 친구들도 이 설명을 쉽게 이해하긴 어려울 거예요.

동료 가수 중에 요즘 세대가 좋아할 만한 보컬은요?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일단 바뀌어야 하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걸 고집해선 갈 길이 없어요. 우리 시대 인물 중에 지금 와서 (노래)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친구들이 과연 있을까요. 상당한 연습과 연구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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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에선 ‘국민 부장님’이라 통한다

권인하 유튜브 댓글을 읽다 보면 웃음이 터진다. ‘부장님이랑 노래방 갔는데 이 정도면 5차까지 간다’, ‘아래층 살아서 층간 소음 당하고 싶다’, ‘첫 소절부터 심장 좌심실 우심방 구멍 내시네’ 등등. 권인하를 ‘국민 부장님’으로 만든 출발점도 이 댓글들이다. 댓글마다 ‘하트’를 누르는 건 그만의 소통법. 영상 촬영과 편집, 업로드도 그가 직접 한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 방송국을 운영한, 사실상 1세대 유튜버의 관록이다.

영상 촬영용 노래 선정 기준이 있나요? 저는 잘 못 골라요. 아들 녀석이 노래를 정하고 “아빠 이거 준비해야겠는데?”라고 하면 들어봐요. 제가 “야, 이건 너무 어렵지 않냐?”고 하면 그 녀석이 아니라고, 이런 노래를 해야 한대요.(웃음) 박자 하나가 해결 안 돼서 열흘씩 연습해야 하는 곡들도 있었어요.

유튜브 시작도 아들이 권했다고 들었어요. 개설은 제가 했지만 휴면 상태였어요. 옛날에 출연했던 방송들을 하나씩 하나씩 모으는 저장소로 쓰려고 했거든요. 어느 날 보니까 리메이크된 노래들이 유튜브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더라고요. 아들이 “이 노래를 연습해서 불러보자”고 하면서 제대로 시작하게 됐죠.

아들이 아버지의 전성기를 만들었네요. 그렇죠.(웃음) 잔소리가 많아서 피곤해요.

권인하 씨 나이 대에 유튜브 개설을 직접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제가 좀 그런 쪽으로 앞서가는 편이에요. 1995년 ‘천리안’ 시절에 이미 인터넷 방송국을 했었으니까. 주병진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인터넷 방송국을 만들 때죠. 그땐 저작권 규제가 심하질 않아서 음악 틀어놓고 노래에 대해 얘기하고… 한 시간 분량을 만들어서 올리는 거예요. 우리 채널이 하루 조회수가 7,000~8,000회였어요.

‘1세대 유튜버’ 아닌가요? 그런 셈이죠. 지금은 저작권 때문에 힘들어요. MR을 트는 것도 안 돼요. 무조건 만들어야 해요. 새로 만든다고 해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저작권자가 유튜브 수익의 일정 부분을 내라고 걸어두면, 내가 편곡을 했어도 수익 공유를 해야 돼요. 2년 전에 비해서 수익이 60~70%는 줄었어요.

그 정도 줄어든 금액이면 얼마나 돼요? 요즘은 30만~40만 원 정도. 돈만 생각하면 유튜브 못해요.(웃음)

조회수가 워낙 높아서 돈을 많이 벌었을 거라 생각했어요. 얘기하는 콘텐츠나 먹방은 저작권에 걸릴 것도 없고 30분짜리 기준으로 광고가 5개 정도 붙어요. 노래는 3~4분이니 중간에 광고를 넣을 수가 없어요. 영상을 보는 사람, 노래를 듣는 사람들을 (광고 때문에) 짜증나게 할 순 없잖아요. 영상 시작할 때 광고 딱 하나 넣어요.

실버 버튼(구독자 10만 명 돌파 기념 증서)은 받으신 거죠? 안 받았어요. 신청을 안 했거든요. 구독자가 29만이면 된 거죠. 그 버튼이 꼭 있어야 하나요. 큰 의미 안 둬요.

100만 명이 되면 받는 골드 버튼도요? 아, 그거는 신청해야지요.(웃음) 제 타이틀도 되는 거니까.


# 교만했던 나, 돌고 돌아 ‘음악’으로

권인하는 2000년대 이후 한동안 가수 활동을 멈추고 개인 사업에 전념했다. 그러나 결국 ‘음악’이었다. 짧지 않은 시간을 지나 얻은 오늘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가수로서 공백이 꽤 길었어요. 네. 2000년 조금 지나면서부터 노래를 접었죠.

자의였나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그쪽에 할애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음악이 뒷전이 됐죠. 골프채 수입도 하고 라이브 클럽도 해보고, 스튜디오도 운영해보고. 다 안 되더라고요. 역시 내가 할 일은 이게 아닌가 보구나.(웃음) 그러다가 2013년쯤 강인원 형님이 민해경, 이치현 이렇게 프로젝트 그룹을 해보자고 해요. 넷이서 콘서트하고 싱글앨범도 내고, 유튜브도 개설하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사업은 아예 그만둔 건가요? 의류매장 하나를 작게 하고 있어요. 확장은 더 안 하고 음악할 거예요. 다른 거 해봐야 능력도 안 되고요.(웃음) 음악 말고는 할 게 없어요. 노래 부르는 게 제일 편하고 좋아요.

돌고 돌아 ‘음악’이네요. 다시 음악을 하려고 나왔더니 옛날보다 더 반응이 좋아요. 포기하지 않고 연습하면 때는 오는구나 싶어요. 젊었을 땐 너무 교만했어요. ‘나 이 정도 노래하는데 왜 나를 몰라주는 거야. 이 정도면 된 거 아닌가’ 하는 교만함이요. 음악 방송 나갈 때도 열심히 준비 안 했어요. 가사도 전지에 안 써주면 못 부른다 하고… 앞으로는 정말 더 열심히 해야죠.

교만한 태도를 바꾼 계기가 있었던가 봐요. 우선은 나이를 먹으니까 어디서든 누구한테든 실수하는 모습을 더는 보여줄 수 없겠더라고요. 이만큼 나이 먹고 다시 나와선 대충 준비하고 실수를 한다? 치명적이에요. 젊었을 때 건방 떨었으니 그거밖에 안 된 거였어요. 지금 되레 그전보다 노래 부르는 소리가 더 좋아진 거 같아요.

스케줄이 부쩍 늘어서 아내 분은 좋아하시죠? 좋아하기도 하고 짜증도 내고.(웃음) “예순 넘어서 이제 놀러 다닐 때가 왔구나 했는데 뒤늦게 노래한다고 바쁘게 돌아다니느냐”면서 한 번씩 툴툴 대요. 부부 사이가 좋은 편이에요. 제가 늘 져주니까. 하하. 지는 게 편해요.

아빠 인기에 대한 아들 반응은요? 좋아해요. 그 녀석 때문에 걔네 회사에서 하는 유튜브 채널에 나간 적도 있어요. “아빠, 이건 의리야~” 하면서 출연해달라고.(웃음)

신곡 발매 계획은요? 9월 말쯤 디지털 싱글이 나와요. 가을, 겨울에 잘 어울리는 곡이 될 것 같아요. 주제는 ‘Don’t forget to remember’. 옛날 연인들이 카페 가면 비지스(Bee Gees)의 그 노래를 신청했던 것처럼, 우리가 함께 듣던 음악을 잊지 말아줘 하는 내용이에요.

여전히 비가 내리네요. 돌아가는 길에 어울릴 만한 곡 없나요? 오늘 같은 날씨는 음… 김현식의 ‘이별의 종착역’이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이 나그네 길~ 푸른 하늘 아래 나는 눈물 진다~ 이별의 종~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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