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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젯> 하정우 인터뷰

어색하고 짠한 20대 김성훈 & 책임감과 무게감 생긴 40대 하정우

2020-02-03 22:15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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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어가 필요 없는 충무로 대표 배우. 하정우가 이번에는 미스터리 장르에 뛰어들었다. <클로젯>에서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아빠가 된 그는 이번에도 하정우라는 이름의 무게감을 스스로 지켜냈다.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그는 배우로서 살아온 치열한 시간을 돌아보면 본인은 운이 많았다면서, 가끔씩 인간 김성훈(본명)도 떠올린다고 진솔한 이야기도 꺼내 놨다.

<클로젯>은 하정우와 김광빈 감독의 15년 전 인연이 있다. 같은 학교를 다닌 두 사람은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작품을 함께 만들었다. 당시 하정우는 출연 배우였고, 김광빈 감독은 동시녹음 기사였다. 유독 말이 잘 통하던 두 사람은 늘 함께 다녔다. 사는 곳도 둘 다 일산이라서, 촬영장에는 늘 같은 차를 타고 다녔다. 하정우가 손수 운전하던 차에는 의상이 수북하게 실려 있었다. 

 

차 안에서, 현장에서, 그리고 각자의 집에서 수많은 시간을 함께하던 두 사람. 그때의 그들이 나눈 수많은 대화 속에는 “나중에 성공해서 둘이 함께 멋진 작품을 하자”는 말도 있었다. 영화를 사랑하는 두 사람은 이야기가 잘 통했고, 서로를 신뢰하고 좋아했다.  

 

영화를 세상에 처음 내놓는 언론시사회 자리. 인터뷰 석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얼굴은 유독 묘하게 빛이 났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대로지만, 하정우는 충무로의 대표 배우가 됐고 김광빈 감독은 본인의 이름을 건 굵직한 작품을 내놓으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언론시사회 자리에서 김광빈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과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김광빈 감독이 긴장되어서 잠이 안 왔다고 하더라. 그런 자리를 처음 하니까 지켜봤는데, 말도 잘하더라. 학교 다닐 때부터 동고동락하던 후배인데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눈길이 가고 챙기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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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면서 예전 생각 많이 났을 것 같다. 15년 전의 하정우와 지금의 하정우,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라졌나. 

같은 것이라면 그때 만났던 사람들을 아직까지도 만난다. 감사한 부분이다. 김광빈 감독, 윤종빈 감독 모두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 사람들이 같이 영화 현장에 나와 있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달라진 것이라면, 다 달라지지 않았을까? 사는 집도 달라졌고.(웃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태도 아닐까?

맞다. 그때는 내 실력인 줄 알았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까 다 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게 감사하면서도 무섭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를 도왔고 운도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15년은 어떻게 살지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그때는 하정우가 아닌 김성훈이었다. 

이제는 본명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20대 초반에 바꿨으니까, 이제는 하정우로 산 시간과 김성훈으로 산 시간이 비슷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성훈아!”하고 부르면 어색할 때가 있다. 그게 조금, 가끔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짠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 서글픔과 짠함이 뭔지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을까. 

문득 ‘김성훈은 어디 갔지?’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지금까지 쌓은 나의 모든 필모그래피는 하정우가 만든 것이지만, 그 뿌리가 된 사람은 김성훈이다. 쓸데없는 생각인데, 김성훈이 많은 것을 보상받지 못하고 양보하고 희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김성훈이라는 사람이 내 인생에 있나? 내 일상은 뭐지?’ 늘 영화만 생각하고, 영화에 관련된 사람만 만나고, 만나면 영화 이야기만 하고. 개봉 스코어를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고, 그 결과물로 좋아하든 슬퍼하는 것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되어버린 거다. 인생은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김성훈의 일상은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안에서 돌파구나 전환점을 찾아야겠지.  


그만큼 배우 하정우는 쉬지 않고 전력 질주했다. ‘배우’ 하정우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하나.   

책임과 무게감이라는 것이 생겼다.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전력 질주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찬찬히 걸어가면서, 주위도 둘러보면서, 덜 흘리고 덜 실수하고 살아가고 싶다. 같이 걸어가는 사람들 챙겨주고, 주워주면서 걸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없이 겸손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요즘은 오만, 교만, 자만이라는 단어들이 피부에 와 닿는 것 같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30대에는 ‘그래 언젠간 하겠지’라고 했는데, 이제는 더 시기가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혼자 영원히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하면서 결혼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시간이 있어야 할 텐데, 인간적으로 작품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지 않나. 

2018년 9월부터 시작된 스케줄의 대장정이 다음 주에 막을 내린다. 작은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다음 촬영 전까지 생긴 두 달의 휴식기 동안 숨고르기를 하면서 생각하고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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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가 선택한 첫 미스터리 장르물 

한국 영화에 없었던 새로운 소재.. 김남길과 호흡 호평  


하정우의 필모그래피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 <비스티보이즈>의 윤종빈 감독은 하정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제작사를 두 번 옮겼다. 하정우는 본인을 믿어주던 윤종빈 감독의 그때 그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낀다. 그런 마음을 무게감이 생긴 지금의 본인도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정우의 많은 행보에서 그런 책임감과 마음이 느껴지고, <클로젯> 또한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다. 


<클로젯>의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다. 

이번 작품은 같이 친하게 지내는 윤종빈 감독과 시나리오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참여하게 됐다. 처음에는 제작만 하려고 했는데, 시나리오 디벨롭하면서 “내가 할까?”하고 참여하게 됐다.  


장르물이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것 같기도 한데. 

시사회 끝나고 반응을 보고 있다. 각자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니까, 아쉽게 보셨다는 분들도 재미있게 보셨다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충분히 다 이해가 가는 것 같다. 


처음 해본 아빠 연기는 어땠나. 

내가 유부남이 아니기 때문에 부성애가 부족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설정 자체가 기러기 아빠의 느낌이었다. 육아를 와이프에게 맡기고 딸과 시간을 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아버지와 딸이라는 관계보다는 남 같다는 설정에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남길과의 호흡이 호평을 받고 있다.  연기해보니 어떤 배우던가. 

김남길은 푸른빛에 가까운 발랄함을 가진 배우다. 한 다리 건너서 잘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 작품으로 친해지게 됐다. 첫 만남은 12년 전 고현정 선배의 팬미팅 자리에서. 세상 시크한 연예인의 느낌이었다.(웃음) 사석에서는 주지훈의 소개로 처음 봤는데 유쾌하고 발랄하더라. 편한 자리에서 보니 인간미 물씬 풍기는 막내 삼촌 같은 느낌이었다. 인성도 좋고, 생각고 깊고, 매력도 많다.   

 

<백두산>, <클로젯>에 이어 <보스턴 1947>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음 작품 일정은 뭔가.   

영화 세 편을 개봉하는 바람에 작년 말부터 정말 바빴다. <백두산> 홍보하고, 호주 맬버른에서 3주 동안 <보스턴 1947> 촬영 끝내고 구정 전에 왔다. 다음 작품은 김성훈 감독의 <피랍>이다. 3월 말 모로코에서 촬영한다. 4개월 있을 예정인데,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 가는 만큼 무탈하게 작품을 끝내고 싶다. 10월 말에는 드라마 <수리남> 촬영 일정이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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