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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서 엄마로, 다시 여자로

2018-07-10 10:33

취재 : 박지현 기자  |  사진(제공) : 장호  |  스타일리스트 : 조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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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뺐다. 못 입던 옷이 들어간다.
눈에 힘도 들어간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으쓱해진다. 자존감이 회복됐다. 이쯤 되면 다이어트로 예뻐진다는 건 그저 ‘덤’일 뿐이다. 출산 후 늘어진 몸을 단 100일 만에 가다듬은 안선영이 ‘다이어트 전도사’로 돌아왔다. 그가 강조하는 건 외형보다 내면의 변화다.
슬리브리스 니트 톱은 다이오다이오, 플라워 프린트 와이드 팬츠는 레오나드
삶의 면역력이 높아지다
 
뭇 주부들은 알 거다. 출산 후 육아 삼매경에 빠지다 보면 나를 잃는 공황의 시간이 온다는 걸. 안선영은 이를 “여성성이 거세당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2016년 출산한 그 또한 이 시기를 겪었다. 어느 날은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주저앉아 엉엉 울기도 했다. 한참을 울다 밖으로 나왔지만 변한 건 없었다. 아이 젖 먹이고, 트림시키고, 기저귀 갈고, 재우고의 무한 반복이 있을 뿐이었다. 나를 바꾸는 건 결국 나다. 마음을 다잡았다. 딱 100일만 나를 위해 투자해보자. 곰도 사람이 되려고 100일을 버텼는데, 못할 게 뭐냐. 신간 <하고 싶다 다이어트>가 나온 배경이다. 100일간 쓴 다이어트 일지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흔한 다이어트 책인 줄 알았어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많은데, 동기부여를 해주는 책은 거의 못 봤거든요. ‘예뻐진 거 부럽지’라는 자극이 아니라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가 강하더라고요. 에세이 형식을 빌린 게 신의 한 수였어요. 제 얘기에 많이들 공감하시더라고요. 저도 다이어트 시작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헬스클럽에 가기 싫었고, 인증 사진만 찍고 집에 갈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에라 소주나 마시자 한 적도 있어요. 이렇게 의지, 지구력 박약한 나도 했다는 게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실제로 총 284쪽 중 운동법에 관한 내용은 다섯 쪽에 불과해요. 그 외에는 실생활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꿀팁이 많죠. 이유식 만들 때 엄마 다이어트식까지 만드는 방법, 여행 가서도 운동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거요. 100일간 일지대로 그대로 따라오면 누구나 체지방을 뺄 수 있을 거예요.

술술 잘 읽혀요. 대필은 아니죠? 직접 다 썼어요. 작가로 성공하겠다는 욕심이 없어서 그랬는지 글이 빨리빨리 써지더라고요. 책이 잘 나온 건 편집자의 공이 크죠. 고맙게도 벌써 2쇄를 찍었어요. 판매량도 (6월 중순 기준) 1만 부를 돌파했고요. 자기계발서 카테고리에서 외서를 제외하면 베스트셀러급이에요. 독자들이 책을 보고 “눈물 흘릴 뻔했다” “24일 만에 4킬로 빼고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식으로 간증을 많이 해요. 뿌듯하죠.

연예인들이 다이어트 책을 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외모 관리하는 게 본분인 사람들이니 대수롭지 않은 느낌?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데도 무리 없어 보이고요. 연예인이니까 할 수 있었겠지, 라는 시선이 너무 속상했어요. 저 많이 못 벌어요. 고정수입도 없고 계약직 중에 상계약직이고요. 일찍 홀어머니 밑에서 생활비 벌어서 살았고, 지금도 친정엄마와 시부모님께 생활비 드리거든요. 몸을 만드는 데 마음먹고 투자하는 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주부들 시간 없다고 하면서 단체 카톡방에서 하루에 대화 500개씩 하거든요. 조리원 모임, 어린이집 모임, 초등학교 모임 등 다 다니고요. 그 시간을 쪼개면 하루 한 시간은 돼요. 저도 그 시간을 쓴 거고요. 몸을 만드는 것이 물리적으로 여유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보통 아이는 주양육자가 엄마이다 보니 ‘엄마 껌딱지’가 되기 십상이고, 아이를 분리해놓고 일과를 한다는 게 어렵잖아요. 남편과 육아 분담이 잘되있나 봐요. 어떤 분은 그래요. 운동하는 동안 애는 누가 보냐고. 저는 묻고 싶어요. 아빠는 뭘 하느냐고. 엄마, 모성애와 같은 단어는 항상 ‘희생’을 수반하는 것 같아요. 과도한 책무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단 말예요. 왜 ‘엄마’는 자신을 위해서 하루에 한 시간도 못 쓰나요? 나를 위해 하루 한 시간을 투자하는 게 왜 특별한 누군가의 것이어야 하느냐는 거죠. 사실 책을 낸다는 건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에요. 투자 대비 수익도 크지 않고요. 그럼에도 책을 낸 건 이런 메시지 또한 던지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다이어트 이후 ‘내면의 변화’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제 다이어트는 단순한 ‘살빼기’ 과정이 아니라 유부녀를 향한 사회적 편견, 엄마에게만 요구되는 희생, 현실과의 타협, 게으름, 남 탓만 하는 미성숙함 그리고 옆에서 끊임없이 불평만 늘어놓는 부정적인 사람과의 관계 등 ‘행복을 가로막는 것들’을 빼내는 디톡스 시간이었어요. 그 시간을 겪자 체력은 물론이고 삶에 대한 면역력이 세졌어요. 앞으로 살면서 생길지 모르는 수많은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적 면역력이요. 예전에는 상처를 받으면 술을 마시거나 사람을 만나 함께 얘기하는 걸로 풀었는데 이제는 운동을 해요. 머릿속이 복잡하고 어지러워도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다 보면 나를 괴롭히던 문제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그저 물 한 잔만 간절해지거든요. 술과 사람으로 떨친 시름은 때론 더 큰 시름이 돼 돌아오더군요. 하지만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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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레드 컬러 시퀸 칵테일 드레스, 진저앤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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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여성들의 멘토 되고파
 
4년 연애하고 결혼한 지 3년 만에 출산했어요. 남편이 애인이었다가 남편이 됐고, 이제 아이 아빠인데요. 어떤 타이틀이 가장 좋던가요? 많은 여성이 공감할 텐데 애인이었다가 남편이 되면 실망을 많이 하죠. 연인 사이에 쏙닥거리던 것도 없고, 가장이라는 무게가 주어지면 아무래도 ‘먹고사는’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여자로서 섭섭한 마음이 많이 들죠. ‘괜히 결혼했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아기를 낳고 보니까 웬걸요. 너무 괜찮은 거예요. 가사일도 그렇지만, 남편이 육아를 당연하게 생각해요. 제가 아기 기저귀를 갈고 있으면 말없이 빨래를 개고, 피곤하다고 하면 기꺼이 아기를 데리고 자는 등 일련의 육아가 자연스럽게 분담이 돼요. 진짜 ‘아빠’로선 100점이에요. 제가 하는 얘기가 있어요. 남편이 명품백은 안 사주지만 명품 육아를 해주고 있다고요. 그런 면에서 정말 완벽해요.

아들 육아 만만치 않다던데요. 요즘 가장 큰 화두는 뭔가요? 6월 25일이 두 돌이에요. 벌써 몸무게가 15㎏이에요. 외모만 보면 식당 가서 혼자 밥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짜 근력을 안 키워놨으면 큰일 났겠다 싶을 정도예요.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거든요. 요즘 화두는 보육시설에 언제 보낼 것인가 하는 건데, 26개월 되는 8월 즈음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는 저도 ‘애데렐라(애 데리러 가는 엄마)’가 되겠죠.

나만의 육아 방식이 있나요? 이것만은 꼭 지킨다, 이건 절대 안 한다 같은. 육아를 글로 배우지 않아요. 최대한 몸 부대끼며 시간을 같이 보내자 주의예요. 1주일에 이틀 정도는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놀아요. 평소에도 셋이 붙어서 같이 자고요. 그러다 보니까 아들 또래 엄마들과는 육아 방침이 다를 수 있어요. 개월 수 단위로 쪼개서 이때쯤 말해야 하는데, 걸어야 하는데, 고민들을 하시던데 저는 큰 의미 없다고 봐요. 저도 서른 넘어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지금 꽤 하는 편이거든요.(웃음) 그보단 엄마가 체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에게 내 모든 것을 내주고 거미처럼 죽어가는, 그런 육아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이에게 좋다는 교구 세트 종류별로 그만 사고 운동하는 게 더 좋다는 거예요. 그래야 아이와 오래, 잘 놀아줄 수 있으니까요. 

친구 같은 엄마네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으냐면, 식상하지만 그렇게 답하고 싶어요. 마흔 살의 갭을 줄이고 동등한 개체로요. 희생하고 기다려주는 엄마가 아니라 함께 놀 땐 친구 같지만, 존경할 수 있는 그런 엄마.

둘째 얘기는 요즘 ‘금기어’에 가깝잖아요. 출산 당사자가 말을 먼저 꺼내기 전에 물어보는 건 실례인 건 알지만 계획 있으세요? 남편이나 저나 둘 다 외동이라 아이는 둘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낳을 거면 내년으로 생각하고 있고, 아니면 공개 입양도 고려 중입니다. 부모가 필요한 아이에게 부모가 돼주는 거죠.

죽기 전에 책 10권을 내고 싶다고 들었어요. 최근에는 유튜브 방송도 시작했고요.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나요? ‘하고 싶다’ 시리즈로 10권까지 내보려고 해요. 다음이 뭐가 될지는 아직 몰라요. 유튜브 방송도 <하고 싶다 TV>는 제목으로 시작했어요. 다이어트, 요리, 육아, 패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실시간 채팅도 하는 엄마들의 해우소처럼 꾸릴 예정이에요. 지인들 사이에서 제가 ‘다산콜센터’ 같은 역할을 해요. 뭐든 물어보면 알려줄 것 같은 이미지라서 그런가 봐요. 2030 여성들이 저를 보며 ‘40대에도 저렇게 에너지가 넘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멘토가 되면 더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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