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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원팀! 도쿄올림픽을 빛낸 얼굴들 ①] ‘원 앤 온리’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

#리더십 #국대은퇴 #여자배구

2021-08-25 10:38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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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뜨거웠던 여름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한 해 늦게 치러진 2020 도쿄올림픽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비록 올림픽에서 한국은 세계 16위로 처음 목표로 했던 10위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선수들의 피, 땀, 눈물이 유달리 빛났다. 이번 올림픽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남긴 배구 김연경을 비롯해 메달로 노력의 결실을 일군 선수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또한 비록 메달권에 들지 못했지만 놀라운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의 이야기도 만나본다.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스타다. 그는 올림픽 경기를 치르는 내내 뛰어난 리더십으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은 경기를 치를 때마다 보는 사람을 감동하게 만드는 투혼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그 중심에는 캡틴 김연경이 있었다. 사실 여자배구 대표팀은 누구도 본선 진출을 예상하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12팀만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는데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세계랭킹에서 우위에 있는 강호들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 예선전을 치르는 기간 동안 김연경은 복근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진통제로 버티면서 올림픽 진출권을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선수들 원팀으로 만든 한마디,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그의 투혼은 올림픽 본선에서도 발휘됐다. 특히 세계랭킹 7위인 강호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할 때 그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4세트 작전타임, 한국대표팀이 세트스코어 2대 1로 앞섰고, 4세트 우리 팀이 져서 2:2가 되었다. 5세트에서 9대 15로 몰리고 있었다. 여기서 김연경은 박수를 치면서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라고 말하며 선수들을 격려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을 독려하는 김연경의 목소리와 표정에서 간절함이 읽혔다. 김연경의 격려 덕분인지 5세트의 판이 뒤집혔다. 한 점씩 점수 차를 좁히던 대표팀은 세트스코어 3대 2로 도미니카공화국을 꺾었다. 8강 진출이 걸린 일본전도 접전이 이어졌다. 2대 2로 맞선 5세트에서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승부를 펼쳤다. 김연경은 이 경기에서 후배 선수들을 진정시키며 12대 14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대표팀은 연속 4득점으로 경기를 뒤집고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 강호 터키를 만나 5세트 접전 끝에 4강에 진출했지만 브라질에 0대 3으로 패하고 이어진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0대 3으로 지면서 4위에 머물렀다.

도쿄올림픽에서 김연경이 투혼을 발휘한 데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7년 낸 에세이 <아직 끝이 아니다>에서 “내가 참을성을 발휘하는 순간은 오직 확실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위해 참는 시간이 가치가 있을 때뿐이다. 이 시간을 버티고 나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의지를 발휘한다”고 썼다. 마지막을 예고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거머쥐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비록 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여자배구 대표팀은 김연경의 리더십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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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명 중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

김연경 개인의 역량은 전 세계 여자배구선수 중 최고다. 국제배구연맹이 “10억 명 중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극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윙스파이커로서 공격력은 물론이고 서브, 서브리시브, 수비 실력이 뛰어난 것도 모자라 리더십까지 갖췄다. 그는 공격 위주의 아포짓(라이트)이 아닌 공격, 리시브, 디그(수비)까지 책임지는 아웃사이더지만 2012 런던올림픽에서 전체 207득점으로 올림픽 여자배구 득점 1위에 올랐다. 새 기록을 세운 김연경은 런던올림픽에서 MVP와 득점상을 수상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약 9년이 흘렀지만 김연경의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에서 김연경은 전체 선수 중 득점 2위(레프트 1위), 공격 2위(레프트 1위), 전체 2위(레프트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올림픽에서 30득점 이상 기록을 4번이나 세운 유일한 선수로 기록됐다. 또한 중국의 주팅, 러시아 타티야나 코셸레바와 함께 세계 3대 공격수로 꼽혔다. 그가 중국 리그로 이적하기 전, 터키 리그에서 활약할 때만 해도 연봉이 약 15억 6,000만 원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연경이 처음부터 배구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것은 아니다. 열두 살에 처음 배구를 시작했을 때는 코트에서 뛸 기회만 노렸던 벤치멤버였다. 고1까지 키가 자라지 않아 키가 크기만 한다면 무슨 방법이든 찾아서 해봤을 정도로 간절했다. 수원 한일전산여고 1학년 때만 해도 김연경은 171㎝로 배구선수 치고 작은 편에 속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183㎝까지 자라면서 2004 아시아청소년여자선수권대회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에도 키가 계속 자라 지금은 192㎝에 달한다. 

김연경은 2017년 <여성조선>과 인터뷰에서 “한의원에 가서 키 크는 약을 지어 먹기도 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기사에 키 크는 법, 키 크는 음식이 나오면 모두 해보고 먹어도 봤다”며 “그러다 고2 때 갑자기 키가 확 자랐다”고 말했다. 


고1까지 벤치멤버… 포기하지 않고 연습한 독종

배구선수들 중 키가 작은 선수들은 일찌감치 여자 축구 등으로 종목을 바꿨지만 김연경은 포기하지 않았다. 키가 작아서 스파이크나 블로킹이 약하다면 잽싸게 몸을 움직이는 수비수가 되기로 했다. 그때부터 벤치에서도 경기의 흐름을 읽고 작전을 세우는 법을 익혔다. 벤치멤버 시절 키가 작은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가 키가 자란 뒤 강점으로 드러난 것이다.

김연경은 벤치멤버로 고생했던 때의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나태해졌다고 생각될 때마다 자신이 쓴 에세이를 꺼낸다.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만년 벤치 신세였던 때를 찾아본다”며 “울컥하다가도 내가 너무 옛날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했다.

과거 힘들었던 기억을 잊지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 해왔던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것은 2004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17년이다. 현재 김연경이 33세이니 인생의 절반을 국가대표로 살았던 셈이다. 

 
그는 8월 12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배구협회 사무실에서 오한남 배구협회장을 만나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 김연경은 “막상 대표선수를 그만둔다고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며 “그동안 대표선수로서 활동은 제 인생에서 너무나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제 대표팀을 떠나지만 우리 후배 선수들이 잘해줄 거라고 믿는다”며 “비록 코트 밖이지만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연경이 은퇴하자 올림픽 SNS에 김연경의 은퇴 소식이 전해졌다. 트위터 올림픽 한국어 계정에 “대한민국의 위대한 올림피언 김연경 선수가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며 “그동안 헌신적인 플레이로 올림픽을 빛낸 김연경 선수 감사합니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IOC는 또한 김연경이 도쿄올림픽에서 입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스위스 로잔에 있는 올림픽 박물관에 전시하기로 했다. 오한남 대한배구협회 회장은 “토마스 바흐 IOC 회장이 도쿄올림픽 한국과 터키 경기를 보고 난 뒤 월드스타인 김연경의 진가를 알았기 때문에 유니폼 전시를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쿄올림픽에서 ‘라스트 댄스’를 춘 김연경은 현역선수로 활약을 이어간다. 지난 5월 흥국생명을 떠나 중국 상하이로 이적한 김연경은 한국에서 한두 달 시간을 보내고 나서 다음 시즌을 위해 중국 리그로 복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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